Switch Mode

EP.32

        치킨 이상하게 먹는다고 시청자들에게 구박받은 나는 결국 치킨을 내려놓았다.

        아니, 뼈 씹어먹는 게 뭐 어떻다고!

       

        – 이거 그거 아님? 외눈박이 마을의 두눈박이 이야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비유 개 찰지넼ㅋㅋㅋㅋ

        – ??? : 아! 뼈 맛있다고!

        – ㄹㅇㅋㅋ

       

        “…….”

       

        고얀 놈들.

        건수가 잡히자마자 날 놀리는 데 진심으로 임하는 아이들이구나.

       

        “자자. 여러분들! 이러다가 우리 방주님 삐지시겠습니다.”

       

        – ㅋㅋㅋㅋㅋㅋ

        – 삐지면 진짜 레게노일 듯

        – 드래곤이 삐진다고?

        – 솔직히 기대되긴 하는데, 상상은 안감.

        – 저 얼굴이 삐진 얼굴이면, 그것대로 재미있을 듯?

       

        안타깝게도 이 정도로 내가 삐지는 일은 없다.

       

        아무렴.

        1만 년이나 이런저런 사건·사고를 겪었는데, 솔직히 그 정도 세월이면 어지간한 일로는 내 멘탈이 흔들리는 일은 없다.

        오히려 내 감정이 아직도 이만큼이나 남아 있다는 부분에 감탄해야 할지도?

       

        “자자! 그럼 제 인터뷰 이야기로 돌아와서…….”

       

        – 본인이 본인 인터븈ㅋㅋㅋㅋ

        – 이게 맞나?ㅋㅋㅋㅋㅋ

       

        “어허! 이 세상에 본인이 본인 인터뷰 할 수도 있죠.”

       

        나는 못 할 법한 입담으로 시청자들과 티키타카를 주고받던 이현이 팔짱을 꼈다.

       

        “솔직히 제가 S랭크 달고 나서 어지간한 인터뷰는 다 했지 않습니까?”

       

        – 그건 맞지.

        – 그렇지.

        – 솔직히 이젠 식상함.

       

        “그렇죠? 제 신상도 까발려질 만큼 까발려졌고, 제 파트너도 익숙하실 테고요.”

       

        “음?”

       

        조용히 치킨만 집어 먹던 큰아들이 자기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 다시 치킨을 씹었다.

        ……그 와중에도 뼈는 남기는구나.

       

        ‘아들아. 편식하면 못쓴다?’

       

        내가 잡아 온 먹이를, 둥지에서 아등바등하며 먹던 모습이 뇌리에 스쳐 지나간다.

        그때는 나를 따라서 뼈도 같이 씹어먹고는 했는데 말이지…….

       

        “그러니까. 솔직히 제 인터뷰는 여러분들도 다 아실 거 아닙니까? 제가 해 온 인터뷰가 몇 갠데…….”

       

        – 그건 맞지.

        – 맞는 말임.

        – 이런 말씀은 실례인 거 아는데, 솔직히 이현님 인터뷰는 식상함.

        – 아니, 잠깐? 설마? ㅋㅋㅋㅋ

       

        “그러니까 제 인터뷰가 아니라, 이번엔 제가 멸천룡님의 인터뷰를 해 보겠습니다.”

       

        “???”

       

        – 와아아아ㅏㅏㅏㅏㅏㅏ!

        – 그렇지!

        – 5252! 믿고 있었다곸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뭐라고?

        잠깐 큰아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사이, 순식간에 급전개되어 버린 상황에 나는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니까 내가 이현의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닌, 이현이 나의 인터뷰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는 것인가?

       

        – 와앀ㅋㅋ 이현 방송감 죽이넼ㅋㅋㅋ

        – 인터뷰 역전 세곜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평소 방송에서는 무심한 모습만 봤는데, 이제 보니까 개 유쾌한 사람이었넼ㅋㅋㅋㅋ

        – 대유현!

        – ㄹㅇㅋㅋ

       

        “자! 모두 집중! 이제부터 이 방송은 제가 주도하겠습니다.”

       

        “???”

       

        어느새 능숙하게 내 방송을 자기 방송으로 접수하는 이현.

        카메라를 들고 있는 도화가 나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묻는다.

       

        ‘처리할까요?’

       

        저것은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진짜로 죽이냐는 물음이다.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황이 조금 예측 외로 움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나에게 나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시청자들도 즐거워하고 있고, 인터뷰 대상자였던 이현도 좋아하고 있으니까.

       

        “자! 그럼 여러분! 뭘 물어볼까요?”

       

        – 황금은 어떻게 얻었는지 물어봐 주세요!

        – 이상형!

        – 좋아하는 음식!

        – 두 유 노우 김치?

        – 다른 방송인과 합방하실 생각은 있는지?

       

        “여러 질문들이 올라와 주셨는데, 이렇게 채팅창으로 하면 제가 읽기가 힘드네요.”

       

        그러고 보니 이현은 인간이었지.

        비록 아바타의 몸이지만, 본체의 연산 능력을 끌어올 수 있는 나와는 달리, 인간인 이현은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전부 확인하기 힘들 것이다.

       

        “질문은 도네로만 받을 생각인데, 혹시 도네이션 되죠?”

       

        이현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도네이션이 가능하게 바뀌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 슬슬 도네이션이 올라올 타이밍이었지만…….

       

        – 문 열어!!

        – 쾅쾅쾅!

        – 도네이션을 열어 주셔야 하죠!

        – 도네 열려도 포인트가 없음ㅋㅋㅋㅋ

        – 테잌 마이 머니!

        – 돈이 있는데 왜 도네를 못하니!!

       

        “응? 이게 무슨 소리?”

       

        “아차!”

       

        그러고 보니 도네를 잠시 잠가놓고, 그것을 풀어 주지 않았었구나!

        어쩐지 좀 전부터 도네가 안 올라온다 싶었다.

        나는 그냥 시청자들이 도네 포인트를 아끼려 한다고 생각했고, 시청자들도 별말을 안 해서 잠시 잊고 있었다.

       

        “크흠! 미, 미안하구나…….”

       

        – ㅠㅠ

        – ㅠㅠ

        – ㅠㅠ

        – ㅠㅠ

        – ㅠ

        – ㅠㅠ

        – ㅜㅜ

        – ㅜ

        – ㅠ

       

        단체로 눈물 흘리는 이모티콘으로 도배되는 채팅창.

        나는 재빨리 잠가두었던 도네이션을 풀고, 추가로 현재 내 방송을 보고 있는 모든 시청자들에게 무료 포인트를 1만 포인트씩 지급했다.

        무료 도네이션의 소모 포인트가 1천 포인트니, 대략 10번의 무료 도네이션을 할 수 있는 숫자다.

       

        – 오!

        – FLEX!

        – 포인트다!

        – 대라나!

        – 대라나!

        – 이거시 드래곤의 품격!

       

        띠링!

       

        {- 도네이션 해금이다! 일단 나부텈ㅋㅋ}

       

        띠링!

       

        {- 크크루삥뽕!}

       

        띠링!

       

        {- 라나님의 인간 외형은 모티브가 있나요?}

       

        “오! 바로 질문 하나가 들어왔네요.”

       

        즉시 닭 다리 하나를 집어 든 이현이, 그것을 내 앞에 가져다 대며 물었다.

       

        “멸천룡님. 멸천룡님의 지금 모습은 뭔가 모티브가 있습니까?”

       

        “??”

       

        뭐지? 이 닭 다리는 왜 입 앞에 가져다 댄 것이지?

        먹으라는 소리인가?

       

        와그작!

       

        – 끼에에에에에ㅔㅔㅔㅔㅔ!!!!

        – 미칠거가타!!!

        – 그만!!

       

        “아, 아니! 이건 왜 깨무십니까?”

       

        “음? 먹으라는 소리 아니었느냐?”

       

        “아니거든요? 그냥 마이크 대신이거든요?”

       

        갑자기 버럭거리는 이현.

        아니…… 아니라면 아닌 거지. 왜 갑자기 화를 내느냐?

        치킨을 우물거리며 멀뚱멀뚱 이현을 바라보길 잠시, 한숨을 내쉰 이현이 다시 말을 이었다.

       

        “뭐, 조금 소란이 있었지만. 어쨌든 질문에 대답해 주셔야겠습니다.”

       

        “으음. 그래.”

       

        질문이 뭐였더라?

        그래. 지금 내 아바타가 취하는 인간의 외형이 나 스스로 만든 모습일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보고서 만든 모습일지 묻는 질문이었지?

       

        “으음…….”

       

        내가 처음으로 아바타를 만들었을 때가 언제였더라?

        이젠 너무 오래된 옛 기억 속으로 들어가 본다.

       

        내가 갓 태어났을 때는 당연히 아니었고, 엘더 드래곤이 되어 멸천룡의 신명을 받았을 때?

        아니다. 그때는 이미 아바타를 만들 수 있었을 때다.

        그렇다면 그 이전…… 내가 그냥 평범한 독룡이었을 때의…….

       

        “……아.”

       

        그래. 그때였을 것이다.

        내가 드래곤으로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인간과 조우했던 그 이후.

        그때 내가 내 아바타를 어떻게 디자인했더라?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은 잘 안 난다만, 아마도 처음 조우한 인간의 외형을 따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호오. 그렇군요?”

       

        – 인간과 처음 조우했다고?

        – 갑자기 그때 썰 듣고 싶네.

        – 어쩐지 그때도 ‘아이들아~’이럴 것 같음ㅋㅋㅋ

        – ㄹㅇㅋㅋ

       

        아니다.

        지금이야 1만 년이나 살아오고, 이런저런 경험을 겪어서 성격이 많이 둥글어진 거지, 그 당시에는…….

       

        “그때의 나는 상당히 난폭했단다.”

       

        – ?

        – ?

        – ??

        (매니저) – ???

        – ?

        – ㄹㅇ?

       

        “진짜요?”

       

        채팅창이 온통 ‘?’로 가득 찼다.

        심지어 이현은 물론이고, 내 매니저마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반대로 그 시절의 나를 알고 있는 큰아들은, 그 시절을 떠올렸는지 치킨을 먹다 말고 피식 웃었다.

       

        “아. 그땐 그랬죠.”

       

        “그랬지.”

       

        내 성격이 둥글어지기 시작한 때는, 내가 남편의 복수를 끝마치고 멸천룡의 신명을 얻은 이후부터였으니까.

        솔직히 그 이전의 나는, 내 입으로 말하기 좀 뭣하긴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난폭하고 여유가 없었다.

        아마 막내를 제외하고, 내 아이들은 그 당시의 내 성격을 잘 알 것이다.

       

        “어…… 솔직히 멸천룡님의 지금 모습을 보면, 믿기 힘드네요.”

       

        – ㅇㅇ

        – 지금 성격이랑 딴판이라는 거 아님?

        – 믿기지 않네.

        – ㄹㅇㅋㅋ

        – 라나 마망의 난폭한 모습…… 오히려 좋을지도?

        – 미친놈ㅋㅋㅋㅋ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단다.”

       

        그 당시의 나는 엘더 드래곤도 아닌, 그냥 흔한(?) 드래곤에 불과했다.

        다른 경쟁자들과 영역 다툼을 하고, 나를 사냥하려던 천적을 피하고, 나를 피해 도망치고 숨는 먹잇감들을 찾아 굶주림을 면하는 삶을 살던 때였다.

       

        드래곤이라고 해서 뭔가 초월적인 힘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이나 영화 속 드래곤이라면 모를까, 내가 태어난 차원의 드래곤들은, 그냥 자기 유전 인자를 개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동물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내가 태어났던 차원의 드래곤들은 다른 평범한 동물들처럼 영역 다툼을 하고, 먹잇감의 숫자를 두고 다른 경쟁자들과 싸우고, 평범하게 더 강한 천적을 피해 도망치는 삶을 살았다.

       

        심지어 나 같은 경우엔 무리를 짓는 유전 특성이 없는 드래곤으로 태어난 터라, 부모에게서 독립한 이후부터 모든 것들을 혼자서 해 왔다.

        먹이를 찾고, 영역을 구축하고, 천적을 피하거나, 때때로는 싸우기도 하는 등.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격이 난폭해질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이 야생 동물이라고 부르는 생물들도 그렇지 않으냐? 그런 것이라고 보면 된단다.”

       

        – ㅠ

        – ㅠㅠ

        – ㅠㅠ

        – 너모 슬퍼ㅜㅜ

        – 흑흑 ㅠㅠ

       

        “??”

       

        나는 갑자기 울음바다가 되어 버린 채팅창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늦게 올라오는 소설.

    참고로 독자 여러분들의 열렬한 관심 덕분에 플러스 독점 신청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