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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

        ● 오늘 자 라그나님 방송 하이라이트

       

        (라그나님의 애교 영상)

       

        ■ 댓글 목록

        – 와! 애교를 그냥 해주시네.

         └ 보통 다른 방송에서는 도네이션 좀 뿌려야 하지 않나?

            └ ㅇㅇ

        – 애교 완벽한 거 왜 이렇게 킹받지?

        – 보통 애교할 때 중간중간 부끄러워서 실수 하는 게 백미인데.

         └ 심지어 애교 끝난 다음에 아무렇지 않는 게 왠지 좀 그럼.

             └ 애교는 맞는데…… 뭔가가 뭔가임.

       

       

        *            *            *

       

       

        다우림은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바라보며 턱을 문질렀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오늘 자 멸천룡의 방송 영상.

       

        누군가가 너튜브에 올린 키리누키 방송 영상을, 자기 방송에 영상 도네이션으로 보내준 것이다.

       

        [= 아잉~♡ 오빠 따랑해! ……다 했단다.]

       

        – 와씨. 애교 완벽하게 다 한 다음 얼굴색 하나도 안변하네.

        – 애교는 진짜 완벽했는뎈ㅋㅋㅋㅋ

        – 우리가 원한 것은 부끄러워하는 라나님 얼굴이라고!!

        – 아 몰라! 그냥 귀여웤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씨봨ㅋㅋㅋㅋㅋ

       

        “어우.”

       

        새벽 방송 중 도착한 영상을 끝까지 시청한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한번 본 내용이지만, 언제 봐도 남자의 심장을 후벼 파는 무언가가 있는 영상이다.

       

        ‘진짜 저런 여자가 나한테 애교 해주면 좋겠네.’

       

        그의 생각이 몇 시간 전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애교를 부탁받은 멸천룡은 인터넷에서 여러 애교 영상들을 찾아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러곤 이 세계의 인간들이 어떠한 형태의 애교를 좋아하는지 파악했다고 하더니, 애교를 부탁한 시청자에게 몇 가지 취향을 물어본 후 망설임 없이 애교를 했다.

        일체의 떨림도, 망설임도, 부끄러움도 없이 행해지는 완벽한 애교.

        보는 이들의 심장을 땅바닥으로 끌어 내릴 것 같은 애교에 심장이 녹는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완벽했지.’

       

        보통 시청자들이 방송인에게 애교를 시키는 것은 한 가지 이유다.

        방송인이 애교를 하는 과정에서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진짜로 얼굴과 목소리로 먹고사는 방송인들이 아닌 이상, 시청자들도 알고 방송인들도 안다.

        방송인들의 애교가 돈을 지급하면서까지 듣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들이 돈을 지급하면서까지 보고 싶은 것은, 방송인들이 애교하기 싫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대충 그런 것이다.

        쉽게 말해서 좋아하는 친구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멸천룡의 애교는 너무 완벽했다.

        마치 뛰어난 연기자가 애교를 하는 것 같은 모습이랄까?

       

        “솔직히 조금 아쉽기는 하지.”

       

        – 역시 형이야!

        – 믿고 있었다고!

        – ㅋㅋㅋㅋㅋ

       

        시청자들도 동의하는 부분이었나보다.

       

        – 그러니까 형이 가서 애교 한 번 더 시켜봐.

        – 믿는다 물소형?

        – 형만 믿음.

        – ㄹㅇㅋㅋ

       

        “믿긴 뭘 믿어 이 새끼들아!”

       

        그리고 이런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내가 무슨 합방 하러 가는 줄 아냐?”

       

        – 아니었음?

        – 합방 아니었음?

       

        “합방은 무슨.”

       

        진짜로 그런 것이었다면 소원이 없겠네.

       

        최근 부진한 방송 실적에 고민하던 그였기에,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멸천룡과 최초로 합방을 해 보는 꿈을 꾼 적은 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나마, 그녀의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때는…… 솔직히 기대하기는 했다.

        지금 가장 유명할 그녀와 합방을 할 수 있다면, 지금의 부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득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합방과 비슷한’ 것이지, 진짜 합방은 아니다.

       

        “그냥 게이트에 초대된 거야. 합방 아니야 이 새끼들아.”

       

        – 아니야.

        – 형은 할 수 있어!

        – 도망치지 마! 맞서 싸워!

        – 도망치지 마! 물소형!

       

        “도망은 개뿔.”

       

        언제나처럼 하나 되어 그를 놀리기 시작하는 시청자들의 채팅에 한숨을 내쉴 때였다.

       

        두둥!

       

        “아. 다음 게임 잡혔다.”

       

        현재 그는 그의 주력 콘텐츠인 FPS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그가 플레이하는 FPS게임은 제법 있지만, 오늘 그가 하는 것은 그의 인생 3번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파이널 레이스’라는 게임이다.

       

        예전에 배틀로얄 장르가 한창 유행할 때 출시된 FPS 장르 게임으로서, 솔로부터 3명까지 팀을 이루어 일정 필드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싸우고, 결국에는 최후의 생존자가 되는 게임이다.

        흔하다면 흔한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게임에는 다른 배틀로얄 장르와 조금 차별화된 요소가 존재한다.

       

        “이번 세팅은 ‘최강어깨물소’님이 추천해 주신 ‘몬스터 대가리 깨기 세팅’입니다.”

       

        – ㅋㅋㅋㅋㅋ 

        – 어떻게 이름이 몬스터 대가리 깨깈ㅋㅋㅋ

        – 이번엔 몇 판만에 성공할까?

        – 오늘 밤 새야할지도?

       

        “닥쳐 이것들아!”

       

        언제나처럼 악담을 시작하는 시청자들을 무시한 채 게임을 시작한다.

       

        “시작 지점은 숲 지역에서 시작할게요.”

       

        리스폰이 시작되며, 처음 주어지는 기본 권총과 라이트 세이버만을 가진 채 숲의 어떤 건물 안에서 캐릭터가 생성된다.

        그 즉시 마우스와 키보드를 누르며 캐릭터를 조작해 건물의 안을 수색한다.

       

        “오! 우라늄탄! 이거 레어템인데요?”

       

        – 그럼 뭐함? 총이 없는데.

        – 나오는 게 결국 똥총ㅋㅋㅋㅋ

        – 심지어 구경도 안 맞아서 레어탄 못 쓰는게 레전듴ㅋㅋ

       

        “어허! 파밍은 자고로 황금 고블린에게서 하는 겁니다!”

       

        보호복이나 탄, 부착물은 그럭저럭 잘되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캐릭터가 스폰된 건물에선 변변찮은 무기 이외엔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나마 나은 세팅으로 정비를 마친 후, 조심스럽게 건물을 빠져나온다.

       

        [금지 구역이 활성화됩니다.]

       

        [크리처가 격리 구역에서 탈출합니다.]

       

        크와아아앙!!

       

        때마침 이번 금지 구역이 정해지고, 이어서 몬스터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파이널 레이스’라는 게임은 단순히 PVP 요소만 존재하는 배틀로얄 장르가 아니다.

        플레이어 캐릭터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크리처’라는 이름의 몬스터들까지 등장하는, PVE 요소까지 존재하는 게임인 것이다.

       

        이 게임에서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캐릭터에 몇몇 스킬을 설정할 수 있다.

        이때 캐릭터에 설정하는 스킬의 종류에 따라 여러 이득을 얻을 수 있는데, 그중에선 다른 캐릭터와의 싸움에서 이득을 얻거나, 혹은 크리처와의 싸움에서 이득을 얻는 등으로 종류가 나뉜다.

        그리고 이번에 그가 시청자의 추천을 받아 사용한 세팅은 오로지 크리처와의 싸움에서만 극한의 이득을 얻는 세팅.

       

        “오랴아아아!!”

       

        두다다다다다다!!

       

        갸아악!

       

        크라랑!!

       

        미리 세팅된 스킬에 의해 버프를 받은 그의 공격이 크리처들을 갈아버리기 시작한다.

       

        보통은 금지 구역이 활성화되기 시작하고, 그 시간에만 한정적으로 풀려나는 크리처들에 대비하여 안전지대에 방어선을 차려서 크리처들을 방어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오로지 크리처 대응에만 올인한 그의 캐릭터는 끝없이 몰려오는 크리처들을 갈아버리며 다른 거점으로 움직였다.

       

        “이야. 예능 세팅인 줄 알았는데, 이런 점은 좋네요.”

       

        – ㅇㅇ

        – 와씨.

        – 초반에 크리처를 저렇게 갈아버리는 거 처음봄.

        – 보통 초반에 템파밍 망하면 건물에서 농성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 앜ㅋㅋㅋ 파밍이 망했으면 그냥 다른 데로 가서 파밍 하면 된다곸ㅋㅋㅋ

        – ??? : 농성을 왜 하죠? 그냥 갈아버리면서 다른 데로 가면 되는데요?

        –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다른 건물로 향한 그가 다시 아이템을 파밍 하는 사이, 첫 웨이브가 끝났다.

       

        [금지구역이 정해졌습니다.]

       

        [크리처들이 모두 제압되었습니다.]

       

        “자! 이제 인간 사냥 갑니다!”

       

        – 가즈아!!!

        – 간다!

        – 와아아아!!

       

        그리고 그는 곧바로 만난 다른 플레이어에게 사냥당했다.

       

        [패배]

       

        “…….”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오로지 ‘ㅋ’소리만으로 가득한 채팅창.

        잠시 말없이 흐릿해진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던 그가 변명을 시작했다.

       

        “아, 아니. 이건 실수였습니다. 아시죠?”

       

        – 실?수

        – 아! 그쵸.

        – 모 스트리머. 실수였다. 논란!

       

        “최강어깨물소님! 딱 한판만 더 해 보겠습니다.”

       

        기회를 잡았다는 듯 자신을 두들겨 패기 시작하는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때로는 화를 내며 티키타카를 하는 다우림.

        그렇게 늘 그렇듯이 시청자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게임 방송을 이어 나갈 때였다.

       

        – 최강어깨물소 : 물하다 추소형.

        – sora천 : 추하다!

        – 멸천룡 그랑 라그나 : 힘내거라.

        – 간장양념 : 추해 형.

        – esperon : ?

        – 별별별 : ?

        – 나눈무너 : ?

       

        “읭?”

       

        어라?

       

        “아니 잠깐. 어? 아니?”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니아니…… 그럴 리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잠시 현실 부정도 해 보고, 두 눈도 비벼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 현실.

       

        “라, 라그나님?”

       

        – 그래. 나다.

        – ?

        – ?

        – 헐?

        – 찐 이라고?!

        – 미친?

       

        “헉?!”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이자 가장 유명한 존재가 그의 방송에 찾아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경악에 그의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아, 안녕하세요. 아, 아니지. 어서 오십시오!”

       

        – 형! 진정해!

        – 후! 하! 후! 하!

        – 시발! 내가 진정이 안 되는데?

        – 으아아아아아아악!! 이 누추한 곳에 왜 귀하신 분이?!

       

        방송인과 시청자들 모두가 허둥지둥거리는 사이, 간신히 진정한 다우림이 라그나에게 물었다.

       

        “어, 어쩐 일이신지?”

       

        – 상의를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평화롭게 소통할 방법이 이것뿐이라서 왔느니라.

        – 혹시 실례였느냐?

       

        “아아아아아아, 아닙니다! 아무렴요! 어서 오십시오!”

       

        땀을 뻘뻘 흘리며 최대한 정중히 말하는 다우림.

        이것이 훗날 위키에 기록되는, 멸천룡과 최초로 합방한 방송인인 다우림의 첫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알바 때문에 급히 올리고 갑니다.

    수요일에 뵈요~!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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