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1

        “반갑구나 아이들아.”

       

        – 하이용.

        – 라하!

        – 라하라하!

        – 용하!

        – 하용!

       

        방송을 켜자마자 언제나처럼 수많은 시청자들이 나에게 답해준다.

        뭐랄까? 마치 둥지에서 날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어제 게임에서 1등을 한 후 처음 보는구나. 다들 잘 쉬었느냐?”

       

        – 야근했어요.

        – 밤 샜습니다.

        – 일했어요.

        – 상하차함.

       

        “이런.”

       

        왜 이렇게 못 쉰 아이들이 많은 것이냐.

        자고로 활발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거늘.

       

        – 라나님은 푹 쉬셨나요?

       

        “안타깝게도, 나 역시 쉬지 않았단다.”

       

        어제 방송을 끝낸 후. 내 매니저들과 최강물소를 모은 다음, 방송에 대한 피드백을 했다.

        그 이유는 내 첫 게임 방송이기도 했고, 동시에 첫 번째 합방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어제 방송은 실패했다는 결론이 나왔단다.”

       

        – 실패?

        – 실패라기엔 시청자가 많지 않았나?

        – 그런데 평소 라나님 방송에 비하면 좀 심심하기는 했음.

        – 그건 그럴지도?

        – ㄹㅇㅋㅋ

        – 왜 실패라는 건가요?

       

        “실패라는 결론을 낸 이유는 간단하단다.”

       

        쉽게 말하자면…… 게임 방송이라는 것과 합방이라는 것, 둘 다 내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방송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일반적인 인간 방송인들이라면 평소 게임이라는 것에 익숙한 만큼, 별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나에겐 게임이라는 것 자체도 처음이고, 다른 인간 방송인과의 합방도 처음이었다.

        둘 다 난생처음 해 보는 상황인데, 그것을 아무런 계획도 없이 둘 다 한꺼번에 진행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다고 하더구나.”

       

        – 그건 그럼.

        – 합방은 원래 방송인끼리 티키타카가 되어야 볼 맛이 나는데, 어제 방송은 물소형이 확연히 굳어 있던게 보이더라.

        – 라나님이 다른 닌겐들과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는 하죠.

        – 역시 전문가들인가? 분석 잘하넼ㅋㅋㅋ

        –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말대로다.

        내가 참고했던 다른 방송인들의 합방에서는, 방송인들끼리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연신 웃음소리가 들려오던 방송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어제 나와 최강물소가 했던 합방은, 웃음소리는커녕 대화 소리마저 간간이 들려오는 수준이었다.

       

        ‘준비를 더 했어야 했는가?’

       

        합방을 너무 급하게 잡았던 것도 있겠지만, 역시 내가 인간들과 가벼운 대화를 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

        나와 직접 대화하게 된 최강물소가 긴장감에 평소의 느낌을 주지 못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내가 인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지 못한 이유가 더 클 것이다.

        나는 인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농담도 잘 모르고, 인간들의 주된 대화 소재도 모른다.

        만약에 최강물소가 긴장하지 않고 방송을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말을 받아주어야 할 내가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어제의 방송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 그럼 합방 이제 안 하시나요?

        – 헐.

        – 그래도 가끔은 합방해 주세요!

        – ㄹㅇㅋㅋ

       

        “언젠가는 또 할 수 있겠지만, 아마 당분간은 안 하지 않을까 싶구나.”

       

        일단 나부터 인간들과의 대화 방법을 좀 공부할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건 나중 일이다.

        어제의 실패는 실패의 교훈으로 삼고, 오늘은 오늘의 콘텐츠를 진행해야 하는 법!

       

        “오늘은 많은 시청자들이 바라왔던 대로, 내가 겪었던 옛날 이야기를 해줄까 한단다.”

       

        – 와!!!!!

        – 왔다!!

        – 이얏호!!!

        – 끼얏호우!

        – WA!!!!

        – 예이이이이!!

       

        아이들아.

        너희들,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니?

        내 과거 경험을 좋아해 주는 것은 좋다만, 그렇다고 먹방이나 게임 방송을 할 때보다도 더 좋아하면 내 기분이 어떻겠냔 말이다.

        에휴~!

       

        “흠.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 그 크툴루 이야기 좀 계속…….

        – 로봇 변신물 이야기요!

        – 우주선 썰좀 풀어 주세요!

        – 지난번에 못다 한 무협지 이야기요!

        – 아니지! 왕의 사생아 주워서 키잡 당했다는 이야기요!!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채팅창.

        수많은 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을 요청하기 시작한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빠르게 훑어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평성을 보자면, 지난번에 못다 한 붉은 왕국의 이야기해 주는 것이 맞겠지.”

       

        – 와!

        – 아아ㅏㅏㅏ

        – 키잡썰 듣고 싶었는데!

        – 아깝쓰…….

       

        “그런데 사실 그 이후에는 별로 재미가 없을 거란다. 이곳의 언어로 말하자면, ‘흔한 전개’라고 해야 하나? 그런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 어라?

        – 그럼 생각 좀 해 봐야 할지도?

        – 진짜요?

        – 어떻게 됬길래?

        – 그냥 고개 박고 물러가기라도 했나?

        – ㅋㅋㅋㅋㅋ

       

        지난번에 내가 이야기한 부분이…… 인간들의 공격을 다 맞아준 후 기세를 드러내며 협박을 한 부분이었던가?

        내가 자리를 잡은 곳 주위로 인간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주위에 금맥을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

        그리고 그 뒤의 이야기하기 직전에,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인간들이 내 게이트에 침입해서 뒷이야기를 잇질 못했다.

       

        “그래. 그럼 투표로 결정하자꾸나.”

       

        흔한 전개이지만, 뒷이야기를 계속 들을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다른 이야기를 들을 것인지.

       

        – 이건 들어야지!

        – 안 들어도 될 듯?

        – 에라 모르겠당!

        – 가즈아!!

        – ㄹㅇㅋㅋ

       

        빠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투표창.

        5분이 흐르고, 완전히 투표가 종료된 것을 확인한 나는 결과를 공지했다.

       

        “3,251표 차이로 뒷이야기를 계속 듣는 쪽이 뽑혔구나.”

       

        – 아깝당.

        – 아무리 그래도 술 이야기는 못 참지.

        – 아! 그러고 보니 이거 술 이야기였어!

        – 미친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도화가 가져다 놓은 인간들의 ‘차(茶)’라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머릿속을 정리한다.

        그리고 그 당시의 기억을 불러오며,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기세를 완전히 드러낸 나의 앞에서 인간들은 벌벌 떨며 고개를 숙였다.

        항거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만난 존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두 가지뿐이다.

        재해로부터 도망치거나, 혹은 자신만은 무사히 넘어가게 해 달라고 빌며 숨어들거나.

       

        내 앞에 있는 인간들은 이미 도망칠 수 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의 앞에서 고개를 숙인 것이다.

        나의 분노가 자신에게만은 미치지 않기를 바라며…….

       

        뭐, 정작 분노 따윈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 막 선빵 맞았지 않나요?]

        [- 저라면 엄청 화났을지도?]

        [- ㄹㅇㅋㅋ]

       

        인간들의 처지에서라면…… 그래.

       

        이렇게 생각해 보거라.

        어린 강아지 수십 마리가 너희의 발가락과 손가락을 잘근잘근 씹는 것이다.

        이빨도 제대로 나지 않은 아이들이 아무리 강하게 물어도 너희는 하나도 아프지 않지.

        오히려 그 모습을 보며 하찮다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느냐?

       

        [- 이해가 바로 되네!]

        [- 그건 확실히 화가 안 날지도?]

        [- 오히려 져 주고 싶을지도?]

        [- 그런데 그 시커먼 남정네들이 강아지라고?]

        [- 쓰읍! 라나님 취향이 혹시?]

       

        이놈들! 또 나를 놀리려 하는구나.

       

        어쨌든 나는 인간들에게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런데도 기세를 드러낸 까닭은 그들에게 나와 그들의 차이를 가르쳐 주기 위함이었단다.

        본래 동물들은 상대의 강함을 확실하게 인지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 이빨을 들이밀기 마련이니까.

       

        [- 그러니까 서열정리 했다는 거죠?]

        [- ㅎㄷㄷ]

       

        그런 셈이지.

       

        “…….”

       

        “…….”

       

        “……힉!”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멸천룡인 나의 기세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 낼 수 있는 이는 그곳에 없었단다.

        하나 같이 식은땀을 흘리며 내 기세에 덜덜 떠는 인간들의 맨 앞에서.

        가주라 불린 인간은 창백해진 얼굴로 나에게 물었단다.

       

        “마,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면?”

       

        = 그렇다면…….

       

        그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이렇게 대답했을 거란다.

       

        = 안타깝지만, 너희의 선제공격에 대한 ‘보답’을 해야겠지.

       

        “큭?!”

       

        말은 ‘보답’이었지만,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내 말에 숨은 뜻을 알아차렸을 거란다.

        저들이 먼저 나를 공격했으니, 나 역시 대응 공격을 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을.

       

        “그, 그런 짓했다간 우리 세가를…… 아니, 인간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될 거요!”

       

        = 내가 너희 인간들 전체를 상대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

       

        = 자. 선택하거라.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나와 적대할 것인지 말이다.

       

        내 마지막 선언에 가주라는 인간의 얼굴이 더더욱 창백하게 변했다.

        솔직히 내가 조금 강하게 압박한 느낌이 없잖아 있기는 했지만, 그때는 푹 쉬던 중 불청객을 받은 상황이었기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을 먼저 말해 두고 싶구나.

       

        [- 솔직히 나라도 야근하고 와서 자려는데 윗집에서 쿵쾅거리면 짜증 날 것 같기는 함.]

        [- 대충 무슨 기분인지 알지도?]

        [- 닌겐들이 잘못했네.]

        [- ㄹㅇㅋㅋ]

        [- 그래서 어떻게 됬나요?]

       

        결국 가주라는 인간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고, 내가 자리 잡은 굴과 그 근처의 숲은 인간들의 출입이 금지된 금지(禁地)가 되었단다.

        나는 약속대로 근처에 존재하는 인간 마을의 주위에 금맥을 만들어 주었지.

       

        인간들은 황금을 얻어 물질적 탐욕을 충족시키고.

        나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평안을 얻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라고 할 수 있겠구나.

       

        [- ……그게 끝?]

        [- 설마 그게 끝은 아니죠?]

        [- 여기서 끝?]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란다.

        하지만 좀 전에도 말했듯이, 이 뒤의 내용은 흔해빠진 전개라서 별로 재미는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 빨리 이야기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 ㄹㅇㅋㅋ]

        [- 헥! 헥! 헥!]

        [- 할모니! 빨리 다음 이야기!]

       

        그래그래. 알겠으니 재촉하지 말거라.

       

        내가 자리 잡은 근처가 인간들에게 금지로 선언된 후 10년 정도가 지난 이후였던가?

        인간들이 또다시 내 둥지를 향해 몰려오기 시작하더구나.

       

        [- 헉?!]

        [- 설마 닌겐이 닌겐 했다는 뻔한 전개인가?]

        [- 설마 그거겠어?]

        [- ㄹㅇㅋㅋ]

        [- 아모른직다!]

       

        나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때 나의 제안을 받았던 인간 가주는 나와의 약속을 다른 인간들에게 비밀로 했던 모양이다.

        다른 인간들에게는 나를 토벌하는 데 성공했으며, 내가 죽으며 쏟아 낸 독기가 근처에 퍼져 있다는 거짓말을 이용해 내가 머무는 곳 근처를 금지로 지정했던 것이지.

        그리고 내가 만들어 준 금맥을 자신들만이 독점한 채, 그 황금으로 재산을 불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결국, 나와의 약속이 인간들 사이로 새어 나가게 되었고, 그 당시 나와 약속을 맺었던 철검적가라는 인간 무리는 인간들의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그 철검적가라는 인간 무리가 속해 있던 인간의 나라.

        적혈국이라는 나라가 직접 나를 사냥하기 위해 왔던 것이지.

       

        [- 아! 나 이 이야기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음]

        [- ㄹㅇㅋㅋ]

        [- 진짜 뻔한 전개네.]

        [- 에이. 괜히 듣겠다고 했네.]

       

        그러니 흔한 전개라고 미리 말하지 않았더냐.

        후회한들, 이미 늦었단다. 얌전히 이야기를 듣거라.

       

        [- 네.]

        [- 넹]

        [- 힝…….]

       

        나를 잡기 위해 적혈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수많은 인간들과 병기를 보내왔지.

        일반 인간으로 이루어진 병사가 1만 명.

        이곳의 기준으로 따지면, 하나하나가 B랭크 헌터 정도 되는 정예병이 100명.

        너희들이 A랭크 헌터라 부르는 이들이 3명.

        마지막으로, 이곳 기준으로 S랭크 헌터쯤 되는 이가 1명이 섞인 이들이었단다.

       

        [- 와.]

        [- 그냥 군대를 보냈네.]

        [- 뭐야. 그냥 흔한 전쟁이잖아?]

        [- 확실히 흔한 전개가 맞네.]

       

        그리고 그들은,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강철 로봇을 앞세우며…….

       

        [- 흔하기는 무슨!]

        [- 존나 흥미진진하네!]

        [- 로봇? 스팀펑크 로봇?! 그건 못 참지!]

        [- 빨리 이야기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말했지만, 저쪽 세계관은 무협 + 스팀펑크임.

    늦어서 죄송합니다.

    원래는 게임 합방을 좀 더 쓰려고 했는데, 어쩐지 재미가 없어서 그냥 빠르게 끝내버렸습니다.

    역시 메인 콘텐츠가 더 재미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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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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