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2

        우주 공간은 가혹한 환경이다.

        인간을 예로 들어 보자면, 에너지를 합성하는 데 사용되는 ‘산소’가 우주 공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인간에게 해로운 방사선도 가득하고, 중력도 존재하지 않기에 움직일 수조차 없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기준으로 할 경우다.

        생명체에 따라서는 ‘호흡’이라는 과정이 아닌, 전혀 다른 과정으로 에너지를 생성하는 생명체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중력 없이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경우도 존재한다.

        어떤 생명체는 우주 방사선에도 끄덕없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도, 경우에 따라서는 우주 공간에서의 생존이 불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보인다.

       

        그렇기에 우주 공간에서 생명체를 보았음에도 나는 놀라지 않았다.

        내가 놀란 것은 다른 이유였는데…….

       

        = 날 공격했다고?

       

        딱히 나에게 선공을 날린 것을 놀라워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뭐…… 선공할 수도 있지.

        원래 야생에서는 선공, 기습, 매복이 기본이다. 리스크도 적고, 리턴값은 크고, 여러모로 이득이 크니까.

       

        내가 놀라워한 부분은, 저들이 나를 ‘발견해서’ 공격했다는 부분이다.

       

        = 에코. 은신 장막은 제대로 작동 중인 것이냐?

       

        [마스터 라그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

       

        [사일런스 배리어 정상 작동중.]

       

        = 흠.

       

        지금의 나는 나의 존재를 감추어 주는 은신 장치를 활성화한 상태다.

        원래는 우주선에서 발산되는 열과 전파를 막는 장비인데, 내 용금에 우주선용 장비들을 이것저것 달다 보니 필요해져서 달았다.

        즉, 지금의 나는 시각 이외에는 저들에게 발각되지 않아야 된다는 소리다.

       

        = 그런데도 들켰다라?

       

        그 말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첫 번째는 저들이 생긴 것과는 달리 감지 능력이 뛰어나던가.

        혹은 내가 끌어올린 격을 감지할 수 있는 ‘격’을 가진 존재거나.

       

        피잉! 피잉!

       

        쉭! 쉬익!

       

        거대한 실 구조물의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미를 닮은 존재들이 광속을 뛰어넘는 속도로 실을 쏘아댄다.

        그것을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피하며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찌할까…….

       

        = 에코. 엔진 충전은 어떻게 되었느냐.

       

        [워프 엔진 충전율 : 62%]

       

        [충전 완료 예상 시간 : 35분(SST)]

       

        우주 표준 시간 (Space Standard Time) 기준으로 35분이라.

        그 시간이면 날 공격하는 저들의 절반을 날려 버리기 충분한 시간이로군.

       

        = 에코.

       

        [네 마스터.]

       

        = 전투 준비를 하거라.

       

        [알겠습니다.]

       

        내 명령과 함께 잠들어 있던 무장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우선 목표는 이 행성계의 가장 바깥에 존재하는 7번째 가스 행성이다.

        나를 향한 공격은 6번째 가스 행성의 겉을 둘러싼 실 구조물에서 날아오고 있지만, 당장 그곳까지 날아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물론 현재 나에게 장착된 강척력 엔진은 기본적으로 은하 단위의 문명을 지녔던 문명으로부터 유래된 물건이기는 하다.

        광년 단위는 무리더라도, ‘AU’단위 정도는 짧은 시간 안에 왕복할 수 있다.

       

        다만 적들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 가며 이동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7번째 가스 행성을 무시하고 곧바로 6번째 가스 행성으로 날아갔다가, 그대로 앞뒤로 포위를 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먼저 7번째 가스 행성으로 향하기로 했다.

       

        [강척력 엔진. 최대출력!]

       

        [발진!]

       

        퍼어엉!

       

        매질이 없기에 소리가 들리지 않는 우주 공간이지만.

        내 몸을 타고 울리는 강렬한 엔진 소리가 나의 청각기관을 떨게 만든다.

        그리고 엔진의 출력을 받은 나의 몸이 순식간에 7번째 가스 행성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피이잉!

       

        쉭! 쉭!

       

        역시나랄까?

        7번째 가스 행성의 겉을 둘러싼 실 구조물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미 비슷한 생명체가 나를 향해 실을 쏘아 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에 맞서 나 역시 공격을 시도한다.

        내 황금의 영역에 살고 있는 생물들 중 우주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종류는 많지 않기에, 여기서는 인류 문명이 만들어 낸 빔 병기를 꺼낸다.

       

        퍼엉!

       

        펑!

       

        실과 펄스 빔이 부딪치며 비산한다.

        물리력을 부여한 빔 공격이었기에 날아오던 실이 저지된 것은 이해가 가지만, 펄스 빔 역시 실과 함께 비산된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에너지 덩어리인 펄스 빔이 쪼개졌다는 소리는, 저 실 역시 펄스 빔과 비슷한 종류의 에너지 공격이라는 뜻.

       

        = 그대로 돌파하겠다.

       

        [알겠습니다.]

       

        에코의 답변을 들으며, 나는 그대로 7번째 가스 행성의 중력권 안쪽으로 진입했다.

       

       

        *            *            *

       

       

        – 그래서 어떻게 됬나요?

        – 빨리 이야기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 와앀ㅋㅋㅋ

        – 갑자기 분위기 SF!

        – WA! SF!

        – 와캬퍄!

        – 이게 구연동화지!

       

        내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있던 시청자들이 다음 이야기를 재촉한다.

        그들이 이렇게 집중하고 있다는 소리는, 그만큼 내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소리라는 뜻.

        당연히 나는 기쁘게 뒷이야기 해주고 싶었으나, 지금의 나는 뒷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생겨 버렸다.

       

        “그 전에 잠시 할 것이 있구나.”

       

        – 안 돼에에에!!

        – 또 뭔데요!

        – 이게 몇 번째야!!

        – ㅠㅠ

        – 중간에 끊는 거 에반데.

        – 에반데.

        – 에바예요!

        – 삼진에바로 기각되었습니다!

        –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아우성을 무시한 채 잠시 옆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것을 꺼내온다.

        내가 꺼내온 것은 조그마한 솜털 인형을 만드는 재료다.

       

        “그냥 목도리만 만들면 심심해 보인다고, 무언가 장식을 다는 것이 좋다고 하더구나.”

       

        참고로 이 의견은 자예가 해준 것이다.

        자예가 인간은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의 문화에는 제법 잘 아는 편이다.

        물론 자예가 살았던 차원의 문화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인간인 시절을 아예 잊어버린 나에 비하면 훨씬 나은 셈이다.

       

        내가 내 게이트에 놀러 올 시청자들을 위해 목도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자예는 내가 뜨개질할 목도리의 완성본을 힐끔 보곤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작은 솜털 인형 만들기 재료도 자예의 도움으로 구비한 것이다.

       

        “어디 보자.”

       

        자투리 천과 솜을 꺼내 목도리에 붙인다.

        그리고 그 위로 바느질하며,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그래. 무슨 장식을 붙여주는 것이 나아 보이느냐?”

       

        – 그것보다 뒷이야기요!

        – 현기증!!!

        – 사자 장식?

        – 곰돌이?

        – ㄹㅇㅋㅋ

        – 뒷이야기 먼저요!

        – 아무 장식이나 괜찮아요!

        – 아무 장식이라고 했다가 이상한 거 붙을 수 있으니까, 그냥 토끼요.

        – 스타 히어로 잠펠레오!

        – 그게 뭔데 씹덕아!!!

       

        “…….”

       

        나는 바느질을 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7번째 가스 행성의 중력권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강력한 중력이 내 몸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지금 내 앞에 존재하는 가스 행성은, 태양계로 따지자면 천왕성 정도의 크기를 가진 가스 행성이다.

        구성 성분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천왕성 정도의 중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터.

       

        이 정도로 강력한 중력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성의 주위를 둘러싼 실 구조물들은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보통은 그대로 행성 중력에 빨려 들어갔을 텐데…….

       

        철컥! 철컥!

       

        용금 안쪽에 수납해 두었던 앞다리와 뒷다리를 꺼내 든다.

        그리고 단숨에 실 구조물의 사이에서 실을 쏘아 보내던 거미와 비슷하게 생긴 존재 하나를 덮쳤다.

       

        콰드득!

       

        좀 더 단단할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내 앞발에 맞은 거미를 닮은 생명체는 단숨에 곤죽이 되어 반 토막이 났다.

       

        = 흠?

       

        생명체의 잔해가 우주 공간을 둥둥 떠다니기 시작하고, 이어서 수없이 얽혀진 실 구조물 안쪽에서부터 수많은 거미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까이에서 천룡안을 이용해 바라본 거미 생명체들의 정보는 여전히 미지수.

        하지만 그들 하나하나의 격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 군체를 형성하는 생명체인가?

       

        군체를 하나의 객체로 취급해, 그대로 격을 올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방문했었던, 은하 단위의 문명을 형성한 인류의 차원.

        그 차원의 인류도 어찌 보면 ‘인류’라는 하나의 군체가 격을 올렸던 사례 중 하나이니까.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거미 생명체들의 군체 전체를 하나의 객체로 보고, 그 객체가 격을 올렸다고 한다면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군체 전체가 하나의 객체로서 격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군체라는 시스템엔 중심을 잡아줄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대체로 그 존재는 여왕, 혹은 왕이라 칭한다.

       

        = 여왕의 위치는…… 지금은 모르겠군.

       

        이 거미를 닮은 생명체의 모체이자, 이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존재.

        군체의 대부분의 격을 가지고 있을 존재를 머리 한구석에 명심하며, 모든 무장을 꺼내 든다.

       

        = 와라!

       

        캬아악!

       

        캬악!

       

        내 선언과 동시에 거미를 닮은 생명체들이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몸에서 수많은 무기들이 저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한다.

       

        이것이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존재이자, 다른 이들에게 ‘아틀락 나챠’라 불리는 존재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에는 썰풀이 방식을 조금 바꾸어 봤습니다.

    좀 더 이야기 속에 집중하는 방식이지요.

    오늘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