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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 미친!

        – 내가 들은 게 맞는 건가?

        – 아틀락 나챠? 그거 크툴루 아님?

        – ㄹㅇㅋㅋ

        – 갓그나! 그녀는 신인가?

        – 와씨! 그레이트 올드 원과 싸운 썰?! 이건 못 참지!

        – 존나 흥미진진하네!

       

        다급히 올라가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목도리 하나를 완성한다.

        음…… 내가 보기에는 괜찮아 보인다.

       

        “이 목도리, 괜찮아 보이느냐? 아무래도 나보다는 너희의 눈이 더 정확할 것 같구나.”

       

        – ㅇㅇ

        – 넹!

        – 괜찮음.

        – 그보다 뒷이야기!

        – 지금 목도리가 중요함? 외신과 싸운 썰이 있는데?!

        – ㄹㅇㅋㅋ

        – 갸아아아아악!!

       

        “하여간…… 엄살들이 심하구나.”

       

        겨우 1분 정도 이야기 못 듣는다고 저렇게 난리를 치다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그런데 그 아틀락 나챠가 내가 아는 그 아틀락 나챠 맞나?

        – 그냥 이름만 비슷한 거 아닐까?

        – ㄹㅇㅋㅋ

        – 그건 그럴지도?

        – 라나님. 그 아틀락 나챠가 우리가 아는 그 아틀락 나챠 맞나요?

       

        “너희가 아는 아틀락 나챠라니?”

       

        시청자들의 말에 잠시 인터넷을 열어 ‘크툴루 신화’라는 것을 검색해 본다.

        그리고 크툴루 신화라는 것의 내용을 한번 훑어본 후, 작게 감탄했다.

       

        “허어. 이 이야기를 쓴 인간은 제법 실력이 있는 관찰자였던 모양이구나.”

       

        – 관찰자?

        – 뭐임?

        – 무슨 관찰자요?

        – ?

       

        관찰자.

        이름 그대로, 무언가를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을 말한다.

       

        물론 ‘관찰자’라는 이름만 들어 보면, 뭔가 평범해 보일 수도 있다.

        다만…… 이 관찰자들이 관찰하는 것은 자신이 속한 차원을 제외한 ‘다른 차원’을 뜻한다.

        즉, 관찰자들은 ‘다른 차원’을 훔쳐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들을 말한다.

       

        “인간들의 언어로는…… 아무래도 ‘예언자’라는 단어가 좀 더 와닿을지도 모르겠구나.”

       

        – 헉?!

        – 허크!

        – 예언자?

        – 러브 크래프트가 예언자라고?!

        – 미친?!

       

        시청자들이 놀라워한다.

        ……왜지? 몰랐던 사실인가?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차원이라는 것은 일종의 평행세계라고.”

       

        여러 선택에 의해 무한한 개수의 분기점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바로 차원이다.

        그리고 그 차원은 가장 가까운 분기점에 속할수록 자기 차원과 유사하다.

        관찰자는 바로 그렇게 나눠진 다른 차원을 살짝 훔쳐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를 말하는 것이다.

       

        “그들이 예언자라고 불린 이유는 간단하단다.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일어난 시간대의 차원’을 훔쳐보았기 때문이지.”

       

        모든 차원들은 시간의 흐름이 제각각이다.

        분명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차원임에도 한쪽은 평범하게 흘러가지만, 반대편은 2배 빠르게 시간이 흘러갈 수도 있다.

        그러므로 A라는 차원에서 B라는 차원으로 건너갔는데, 그곳이 A라는 차원의 미래였다는 경우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 미친ㅋㅋㅋㅋ

        – 그게 그런 원리였냨ㅋㅋㅋㅋ

        – 예언자가 실존했다는 게 개 웃기넼ㅋㅋㅋ

        – 엌ㅋㅋㅋㅋ

        – 그럼 크툴루도?!

       

        “그래. 너희들이 크툴루 신화라고 부르는 이야기도, 그 예언자가 직접 다른 초월자들을 보고 적은 예언서의 일종이겠지.”

       

        다만 이 크툴루 신화라는 것을 작성한 인간은 본인이 예언자라는 자각은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이 크툴루 신화라는 글은, 전체적으로 창작물의 설정집과 같은 방식으로 작성된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이 본 것이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모르는 탓에, 자신이 환각을 보았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실제로 자기 차원과 유사한 차원이나 미래 시간대의 차원을 관찰한 관찰자들은 예언가로 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위치한 차원과 다른 차원, 이를테면 유사성이 낮은 차원을 관찰한 관찰자들은 대부분 뛰어난 소설가나 화가 같은 이들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자면…… 지금, 이 차원에도 ‘엘프’라던가 ‘구미호’라던가. 본래 이 차원에는 존재하지 않으나, 개념 자체는 존재하는 것들이 있지 않더냐?”

       

        ‘엘프’나 ‘구미호’ 같은 존재들이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런 개념들이 이 차원에 퍼질 수 있었던 것일까?

        바로 그것들이 존재하는 다른 차원을 관찰한 관찰자들이 소설이나 그림, 또는 구전되는 이야기로 그 개념들을 퍼뜨렸기에 가능했던 일인 것이다.

       

        – 헐.

        – 그럼 마법이라는 개념도? 설마?

        – 엌ㅋㅋㅋㅋㅋ

        – 진짜 생각지도 못했닼ㅋㅋㅋㅋㅋ

        – 과학자들 또 뒷목 잡을 듯ㅋㅋㅋㅋㅋㅋ

       

        “물론 관찰자들 사이에도 능력의 차이가 존재한단다. 그리고 다른 차원의 초월자들을 관찰하여 ‘크툴루 신화’라는 기록을 남긴 이 관찰자는…… 분명 대단한 인간이었겠지.”

       

        비록 훔쳐보는 것이라고는 하더라도, 다른 차원의 초월자를 훔쳐보다니.

        일반적인 인간의 정신력으로는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 러브 크래프트 재평가 가즈앜ㅋㅋㅋㅋ

        – 그럼 라나님은 진짜 크툴루 보신 적 있으세요?

        – 아자토스 진짜 있나요?

        – 니알라토텝은 성격 진짜 개쓰레기인가요?

        – 아틀락 나챠는 일하는 거 방해만 안 하면 된다던데, 진짜인가요?

       

        “음……. 글쎄?”

       

        시청자들이 나에게 이것저것 질문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저 질문에 답해 줄 수가 없었다.

        왜냐고?

       

        “나도 모르지.”

       

        – ?

        – ??

        – ?

        – 무슨 소리인가요?

        – ?

        – 엥?

       

        “너희가 말하는 초월자들이, 내가 아는 그 초월자인지 어떻게 알겠느냐.”

       

        이 크툴루 신화라는 글을 쓴 예언자는 ‘인간의 언어’로 초월자들의 이름을 적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글로 가장 비슷한 발음을 기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인간들은 이들의 이름을 인간이 발음할 수 있는 가장 비슷한 발음으로 표현할 뿐이지, 완벽하게 이들의 이름을 발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무한한 차원들 사이에는, 비슷한 이름을 가진 초월자들이 진짜로 많다.

       

        “가령,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아틀락 나챠’라는 초월자를 예로 들자면…… 내가 들어 본 비슷한 이름만 하더라도 ‘아틸락챠’, ‘아트라 냐착’, 아틸라 냐차’등 여러 가지란다.”

       

        – ㅋㅋㅋㅋ

        – 이름들이 왴ㅋㅋㅋ

        – 그런데 이렇게 들으면 뭔가 비슷하게 들리기는 하넼ㅋㅋㅋ

        – 엌ㅋㅋㅋㅋ

        – 냐챀ㅋㅋㅋㅋ

        – 냐~!

       

        “게다가 이름뿐만이 아니란다.”

       

        개미가 인간을 볼 때, 과연 어떤 시선으로 볼 것인가?

        개미가 볼 수 있는 인간이란, 인간의 발가락 한두 개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좀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발목까지가 한계일 터.

       

        심지어 개미는 인간처럼 시각으로 사물을 구분하기보단, 더듬이를 통한 촉각과 후각으로 사물을 구분하는 편이다.

        당연히 개미가 보는 인간은, 인간들이 생각하는 그 모습과는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너희 인간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란다.”

       

        이 크툴루 신화를 쓴 예언자가 과연 초월자의 온전한 모습을 보았을까?

        초월자들 중에선 4차원에서 8차원까지 넘나드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외형을, 과연 3차원에 사는 인간이 온전히 보았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너희들이 말하는 초월자들이, 내가 보았던 이들이라고 완벽히 확신할 수 없는 것이란다.”

       

        – 뭔가 어려운데, 요약해 줄 사람?

        – ㅋㅋㅋㅋㅋㅋ

        – 요약좀!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우리가 말하는 ‘걔’가 ‘걔’인지 모르시겠단다.

        – 엌ㅋㅋㅋㅋ

        – 요약 개 잘하넼ㅋㅋㅋㅋ

       

        내가 설명을 좀 어렵게 했나?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음 목도리를 짜기 시작했다.

       

       

        *            *            *

       

       

        수많은 거미를 닮은 생명체들이 나를 공격했지만, 초월자가 된 나에겐 의미가 없는 공격들이었다.

        물론 이 생명체들 역시 초월자의 일부에 해당하는 존재들이었기에, 이들의 공격이 나에게 아예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몸에 두른 용금의 방어력은 감히 말하지만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만큼 강력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어지간한 공격은 전부 몸으로 받아 내며, 그대로 거미를 닮은 생명체들을 도륙 내며 전진하길 한참.

       

        = 도착인가?

       

        7번째부터 3번째 행성들을 차례로 통과한 나의 앞에는 이 태양계의 2번째 행성이 보였다.

        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수많은 거미를 닮은 생명체와 저 앞에서 거미줄 비슷하게 실 형태를 한 에너지를 뽑아내어 구조물을 짓고 있는 거대한 초월자를 볼 수 있었다.

       

        = 너인가. 이 태양계에 자리 잡은 초월자가.

       

        스윽!

       

        내 말에 초월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 너로군. 내 영역에 들어온 먹잇감이.

       

        = 흠.

       

        나를 바라보는 초월자의 형태는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생명체의 형태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내가 아는 생명체는, 탄소 기반의 물질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3차원에 속해 있으며, 피부와 내장, 골격 등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존재는 그 구성을 벗어나 있었다.

        눈앞의 존재는 탄소가 아닌 다른 물질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4차원에 속해 있고, 동시에 내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4차원의 형태를 온전히 볼 수 있는 나의 천룡안으론 눈앞의 존재를 온전히 볼 수 있었지만, 3차원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 거미로군.

       

        그것도 아주 많이 기괴하게 변형된 거미.

        촉수가 꿈틀거리는 입을 오물거리며, 눈앞의 거미 여왕이 말했다.

       

        = 다른 차원의 초월자로군.

       

        = 그렇다.

       

        사실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거짓말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쯤 되면 딱 보는 순간 견적이 딱 나온다.

        말로 질문하는 것은 일종의 인사 같은 것이라고 할까?

       

        = 자네 역시, 이 차원의 초월자는 아니군.

       

        = 그래.

       

        나와 거미 여왕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거미 여왕의 손들에서 에너지가 실의 형태로 뽑혀 나오기 시작하고, 그녀의 주위에 포진한 거미형 생명체들이 슬금슬금 나를 포위하기 시작한다.

        그에 반해서 나는 전신의 무장을 적절하게 교체하기 시작한다.

       

        이미 나는 선공을 맞았고, 상대는 나에 의해 분신체를 상당히 잃어버렸다.

        인제 와서 대화로 갈등을 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을 나도 알고, 상대도 아는 상황.

       

        = 그저 얌전히 먹이가 되었다면 좋았을 것을…….

       

        = 하하하. 재미있는 이야기하는구나.

       

        이미 서로의 생각을 알고 있음에도, 나와 상대는 일부러 모르는 체하며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 지금이라면 고통 없이 죽여주지.

       

        = 호오? 할 수 있다면, 어디 해 보거라.

       

        나의 입안에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하고, 상대의 각 관절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나는 입안에 모은 에너지를 뿜어냈고, 거미 여왕은 허공으로 점프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리고 우리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대신 어제 몫까지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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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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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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