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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 가슴이 웅장해진다!

        – 외신 VS 라나님!

        – 레알 실화냐?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그런데 내가 아는 그 아틀락 나챠는 아닌 듯?

        – ㄹㅇㅋㅋ

        – 건드리지 않으면 온화하다고 하던데, 아닌 듯?

       

        “그렇게 나와 거미 여왕, 그러니까 자신을 ‘아틀락 나챠’라고 이름을 댄 존재와 그곳 시간으로 한 달 정도를 싸웠단다.”

       

        그 싸움을 평가해 보자면…….

       

        “……참으로 지루한 싸움이었지.”

       

        – ?

        – ㅋㅋㅋ?

        – ?

        – ??

        – 갑자기 지루함?

        – ㅋㅋㅋㅋㅋ

        – 개 뜬금없는데요?

       

        내가 그 싸움을 지루하다고 평한 이유가 다 있다.

        상대는 싸움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미련 없이 실 구조물 안쪽으로 숨어들어 갔기 때문이다.

       

        우주 공간에서 싸운다면 모를까, 실 구조물 안쪽은 어디까지나 상대의 영역이다.

        아무리 내가 여러 가지 무장을 가지고 있더라도, 초월자가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어 낸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은 많이 불리한 법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실 구조물 속으로 숨어들면, 나는 밖에서부터 상대의 실 구조물을 부수었다.

        물론 그것도 쉽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권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 실 구조물은 내 브레스를 맞고도 어느 정도 버티는 기염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뭐, 애초에 행성끼리 엮을 정도로 거대해서 내 브레스로 태우기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말이다.

       

        “싸움이 한 달 정도나 이어진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란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초월자들이 싸움 붙으면 순식간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초월자가 되며 얻은 방어력보다 공격력이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간들이 말하는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이라고 할까?

       

        나 같은 특이사항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초월자들은 공격력보다 방어력이 약하다.

        왜냐하면 자기 격 이하의 공격은 초월자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초월자끼리 만나는 경우도 적으니까.

        즉, 어지간하면 초월자들끼리 싸우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거다.

        마치 야생에서 맹수끼리 싸우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과 같다고 할까?

       

        물론 그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나와 거미 여왕은 그 특이상황에 걸렸던 것이다.

       

        “힘과 상성으로 보자면, 내가 우위였단다.”

       

        나는 본래 공격 일변도의 스타일이다.

        상대의 공격은 날아서 피하고, 나만 공격하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그렇다 보니 방어력은 포기하고 스피드와 공격력만 쭉 올린 타입이었는데…… 나의 그 부족한 방어력이 남편이 남겨둔 용금으로 보완이 된 것이다.

        덕분에 나는 초월자들 중에서도 흔치 않은 올라운더 타입의 능력치를 가지게 되었다.

       

        “거미 여왕의 분신체는 나에게 그 어떠한 피해도 주지 못했고, 그녀의 거미줄은 나를 붙잡지 못했지.”

       

        다만 그녀는 영역과 함정을 전개해 싸우는 스타일이었고, 불리하다고 판단한 그녀가 자기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실 구조물로 숨어들어서 농성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시간을 너무 오래 잡아먹고 말았다.

        즉, 본래라면 진작에 끝낼 수 있는 싸움을, 상대가 불리할 때마다 숨어드는 바람에 질질 끌렸던 것이다.

       

        – 엌ㅋㅋㅋㅋ

        – 그거 완전 니가왘ㅋㅋㅋㅋ

        – ㅋㅋㅋㅋ

        – ㄹㅇㅋㅋ

        – 그래도 어케 이기셨나요?

        – 누가 이겼어요?

       

        “아무도 못 이겼지.”

       

        거미 여왕의 경우에는 나와 힘 차이가 나다 보니 덤벼들지 못하고, 나는 그녀가 쌓아 올린 실 구조물을 뚫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그쪽의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서 강력한 브레스를 뿜어내는 방식으로 그녀의 실 구조물을 한 80%까지 태우기는 했는데…….

       

        “그 이상 힘을 빼는 것은 손해라고 생각해서 그냥 다른 행성계로 떠났단다.”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상대 집 8할을 태우고 가면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 이건 라나님의 판정승 아님?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라는 단어로 가득 채워진다.

        무엇이 그렇게도 재미있는지…… 참으로 웃음이 많은 아이들이다.

       

        정신없이 웃는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목도리에 무늬를 넣을 때였다.

        웃고 있던 시청자 중 하나가 나에게 물었다.

       

        – 그런데 라나님. 그 이야기랑 뜨개질이랑 무슨 상관인가요?

       

        나는 대답했다.

       

        “실이 나오지 않느냐.”

       

        – ?

        – ??

        – 네?

        – 에?

        – ???????????

        – ?ㅁ?

        – ???????

       

        왜? 뭐? 왜?

       

       

        *            *            *

       

       

        무한한 차원들 중 하나.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이자, 무한하게 나눠진 시간대의 하나.

        그리고 그 차원 속, 무한한 넓이를 가진 우주의 한 은하.

        그 은하의 한 귀퉁이에 존재하는 행성계.

       

        태양의 역할을 하는 항성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7개의 행성들.

        하지만 자유롭게 공정해야 하는 행성들은 서로가 하얀 실 구조물로 연결되며, 기묘한 형상을 만들며 공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실 구조물이 그려내는 문양이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며, 기묘한 힘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어떤 존재가 자기 차원에서 가져온 법칙 중 하나.

        본래 4차원의 우주에서 온 존재이나, 3차원의 우주로 들어오며 흉측한 거미의 외형이 되어 버린 존재.

       

        아틀락 나챠.

       

        =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런 그녀가 실을 엮어 내다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 그놈! 그놈을 그냥!! 갸아아아악!!

       

        30개가 넘는 다리 중 10개를 이용해 소행성을 쾅쾅 내려치는 거미 여왕.

        그리고 그녀의 힘으로 소행성이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될 때쯤.

       

        = 흐으으으…….

       

        겨우 분노를 잠재운 그녀가 산산이 부서진 소행성 잔해들을 소행성대로 몰아내었다.

        그리고 다시 적당한 크기의 소행성을 실로 붙잡아 엮기 시작한다.

       

        그녀가 항성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을 이용해 만들어 낸 이 영역은 그녀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치 거미가 거미집을 지어서 사냥감을 사냥하듯, 물거미가 거미집을 지어서 물속에 생활 공간을 만들어 내듯…….

        그녀의 실로 엮어진 이 행성계 전체가 그녀의 거미집이자, 그녀의 사냥터다.

       

        크툴루 신화에서 그녀가 건드리지만 않으면 온순하다는 이야기로 알려진 것은 별다른 이유가 아니다.

        애초에 그녀는 선공을 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거미를 생각해 보면 된다.

        거미집을 짓는 거미 역시, 먼저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냥감이 거미집에 걸리는 순간, 사냥감을 마무리하기 위해 독니를 드러낸다.

        그 모습을 관찰자의 힘으로 훔쳐본 예언자는, 그녀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 그녀를 ‘먼저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온순하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거미 여왕의 사냥 방식은 함정을 치고 먹잇감이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것.

        그녀는 초월자 중에서도 가장 약한 육체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자기 영역을 만드는 능력을 일깨워 초월자가 되었다.

       

        그렇기에 실로 영역을 완성하기 전에는, 먼저 건드리거나 방해하지 않는 이상 무시한다.

        괜히 쓸데없는 데 힘을 뺐다가 영역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피해를 보는 것만큼이나 안타까운 상황은 없을 테니까.

       

        함정에 사냥감이 걸렸다?

        어차피 꼼짝도 못 할 사냥감에게 독니만 한 번 박아주면 끝나는데, 뭣 하러 힘을 뺀단 말인가?

       

        =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쾅쾅쾅!

       

        딱 그런 마인드로 살아가던 그녀였으나, 최근 6,000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다보니 그런 여유로운 마인드도 많이 상해 버렸다.

        그 원인은 딱 하나.

        지금으로부터 6,000년 전에 이곳에 와서, 그대로 깽판을 치고 달아난 한 초월자 때문이다.

       

        = 그놈! 그놈을 그냥!!!!

       

        화딱지가 잔뜩 난 거미 여왕이 재빨리 실 구조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 거미집 한편에 만들어 둔 방 안으로 들어간다.

       

        하얀 실로 만들어진 무언가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간.

        하지만 그 공간의 안에 존재하는 것은,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잔해를 실로 엮고 붙여서 만들어 낸 어떤 조각상 하나뿐이다.

       

        ……그래. 마치 6,000년 전 이곳을 찾아왔던 멸천룡과 비슷하게 생긴 조각상.

       

        = 으랴아아아아!

       

        콰직!

       

        쿠과광!

       

        30개나 되는 다리를 마구 휘두르며 멸천룡 모양의 조각상을 후드려 패기 시작하는 거미 여왕.

        그렇게 힘내서 화풀이를 끝낸 거미 여왕이 숨을 고르며 손짓한다.

        그러자 그녀의 분신체들이 조심스럽게 나타나 박살 난 멸천룡의 조각상…… 아니, 샌드백을 원상복귀시키기 시작했다.

       

        = 후우. 이제 좀 화가 풀리는군.

       

        요 6,000년 사이에 화병이 심해진 거미 여왕이 다시 우주 공간으로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복구시킨 자기 영역을 돌아보며, 잔잔한 감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무리 광년 단위를 우습게 이동할 수 있는 초월자들이라고 하더라도, 행성계 하나를 대상으로 영역을 만드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거미 여왕처럼 행성계 전체를 이용해 영역을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그녀만의 특수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녀라고 하더라도 쉽게 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행성과 행성의 거리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으며, 행성과 행성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속도로 공전하고 있기에 실로 연결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영역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각은…… 기본적으로 5,000년 정도는 잡고 가야 한다.

        멸천룡이 깽판 치고 가기 전의 영역도 무려 6,500년의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 놓았던 것이었다.

       

        = 그 타르다 같은 놈! 다음에 만나게 되면, 그때는 가만두지 않겠다!

       

        그녀의 차원에서 흉측한 생물을 뜻하는 단어(타르다)로 멸천룡을 욕하는 거미 여왕.

        입을 대신하는 수십 개의 촉수를 꿈틀거리며, 거미 여왕은 천천히 실 구조물의 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존재하는 행성계의 어느 한 편.

       

        우우우웅!!

       

        쩌저적!

       

        희미한 소리와 함께 우주 공간이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무슨 일이?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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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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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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