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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큭! 여긴?]

       

        주인공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어딘지 알 수 없는 동굴 속에서 눈을 떴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지포 라이터로 불을 밝힌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곤, 이 동굴에 나 있는 유일한 통로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다시 조작권이 나에게 넘어왔다.

       

        “이제 움직여도 되는 것 같구나.”

       

        – 파이팅!

        – 이제 시작이다!

        – ㅎㄷㄷ

        – 라나님 파이팅!

        – 화이팅!

        – 가즈아아!!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캐릭터를 조작하기 시작한다.

        게임을 잘 못 하는 사람도 할 수 있는 난이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조금의 갈림길도 없이 앞으로만 쭉쭉 나아가면 되는 상황.

        동굴 특유의 소리가 울리는 현상도 잘 구현했는지, 발걸음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뚜벅! 뚜벅!

       

        – 와씨. 소리 봐라.

        – 분위기는 진짜 호러네.

        – ㄹㅇㅋㅋ

        – 이게 공포 게임이지!

       

        “음…….”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이게 전부인가? 너무 시시한데?

       

        “공포 게임이라기에, 귀신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귀신이라면 나도 종종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은 명계로 가지 못한 영혼들 정도인데, 그중에선 원한에 의해 미쳐 버린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미쳐 버린 이들은 앞뒤가 없었기에, 나에게도 덤벼들었지.

        물론 그대로 밟아줬다.

       

        그래서 공포 게임을 추천받았을 때, 솔직히 조금 기대했다.

        드래곤으로서 인식한 귀신에 대한 나의 견해와 인간들이 인식한 귀신의 견해가 과연 어떻게 차이가 날지 말이다.

        게다가 어쨌든 ‘공포 게임’이 아니던가? 무서운 장면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길만 따라가면 된다니. 조금 실망이구나.”

       

        – 이게 안무섭다고?

        – 좀 심한 사람들은 여기서 벌벌 떠는데요?

        – 옆집 사람들은 여기서 울고불면서 방송각 뽑아내는뎈ㅋㅋㅋㅋ

        – 역시 라나님. 빠꾸가 없엌ㅋㅋㅋ

        – 그녀는 드래곤입니다. 우리와 사고방식이 다르죸ㅋㅋㅋ

        –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에 다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이게 무섭다고? 그냥 어두운 동굴을 걸어가는 것이?

        나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어두운 동굴.

        시야를 밝히는 것은 캐릭터가 손에 든 지포 라이터의 불빛이 닿는, 좁은 범위의 벽과 천장, 바닥뿐.

        가시거리는 대략 1~2m 정도 될까?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캐릭터의 발걸음 소리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뿐.

        뭐, 평범하지 않나?

       

        “……이게 무섭느냐?”

       

        – ㅇㅇ

        – ㅇ

        – 무섭죠?

        – ㅇ

        – 오히려 이게 안무섭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데요?

        – ㄹㅇㅋㅋ

        – ㅇㅇㅇ

       

        그렇구나. 인간들은 이런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는 것인가?

        하긴…… 야행성 시야를 가지지 않았으니 어둠 속에서 시야 확보가 힘들 것이고, 정체불명의 괴물에게 대항할 힘이 없으니 무력할 것이다.

        게다가 어둠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테니까…….

        ‘무지에 의해 발생하는 공포’라는 상황은 충족하는구나.

       

        “하지만 이것은 그저 픽션이지 않으냐.”

       

        실제 상황이라면 모르겠는데, 어차피 이것은 가상 현실이 아니던가?

        물론 ‘공감’ 능력이라는 것 때문에 플레이어 캐릭터와 자신을 일체화 시켜 생각할 수도 있고, 일인칭 시점을 통해 그것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조금 어렵다.

       

        – 그나마 게임이라서 이 정도인 거임.

        – ㅇㅇ

        – 실제 상황이었으면 채팅 칠 수도 없었을 걸요?

        – 게임이라서 무서우면서도 웃는 거죠.

        – 맞아요.

        – 라나님. 인간은 생각보다 약합니다.

        – ㄹㅇㅋㅋ

       

        “……그러냐?”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하고?

       

        어쨌든 게임 속 캐릭터는 쭉쭉 앞으로 나아간다.

        중간중간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거나, 옆에서 돌멩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앞의 어둠 속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이 잠깐 비쳐 보인다거나 같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실제로 나를 습격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냥 앞으로만 갔다.

       

        – 와씨.

        – 저걸 보는데도 안무서워 하시넼ㅋㅋㅋ

        – 보통은 여기서 시간 한 30분 끌지 않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 왜 무서워하라는 부분에서 안무서워하시는데욬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무서워해야 하는 부분이었느냐?”

       

        시청자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나는…… 뭔가가 어둠 밖에서 나를 노리는 것 같길래 피할 준비하고 있었지.

        원래 야생에서 사냥감이 되었을 때는, 최대한 동요를 감춘 채 긴장감을 끌어올려야 한다.

        포식자가 기습을 해와도, 최소한의 피해로 도망쳐야 하기 때문이다.

       

        – 아닠ㅋㅋㅋㅋㅋ

        – 이거 공포 게임이라고욬ㅋㅋㅋㅋ

        – 왜 자꾸 생존물을 찍으려고 해욬ㅋㅋㅋㅋㅋ

        – 라나님이 서바이벌 게임 하시는 거 보고 싶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음…….”

       

        시청자들의 말에 게임을 잠깐 멈추고 헛기침했다.

        솔직히 나는 무섭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의 바람을 맞추어 주는 것도 프로 방송인의 역할 일 터!

       

        “꺄악! 너무너무 무섭다!”

       

        – ?

        – ?

        – ??

        – ?

        – ????

        – 뭐임?

        – ?

        – ??

       

        내 공포에 질린 연기에 채팅창이 무수한 ‘?’기호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 설마 방금 연기임?

        – 엌ㅋㅋㅋㅋ

        – 아니 무슨ㅋㅋㅋㅋ

        – 발연깈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저번에 애교는 그렇게 잘하시더닠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그야 지난번의 애교는, 애교하기 전에 다른 애교 영상을 보았었으니까.

        나의 교보재가 되어 준 애교 영상을 토대로 따라 하는 것 정도는 나에겐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인간이 공포에 질린 모습 같은 경우에는 보고 따라 하지 않았던 탓에…… 으음…….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구나.”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렇게 라나님의 흑역사 한 줄이 추가되었습니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역시 안 하던 짓은 하는 게 아니다.

        박장대소를 하는 시청자들을 일부러 무시하며, 계속해서 게임을 진행한다.

       

        주위에서 얼쩡거리는 뭔가를 무시한 채 앞으로 쭉 나아가니 밖이 나왔다.

        다만 처음에 보았던 친구의 집이 아닌, 어딘지 알 수 없는 장소가 나왔다고 해야 할까?

       

        “여긴?”

       

        – 놀이동산이네.

        – 공포 게임 국룰이긴 함.

        – 1편도 놀이동산이더니만, 여기도네.

        – ㄹㅇㅋㅋ

       

        아하. 놀이동산이구나?

        이런 장소와는 연관이 없다 보니 한 번에 알아채지 못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인간들의 놀이동산과는 달리, 지금은 밤이라서인지, 아니면 시설들이 낡고 망가진 상태여서 그런지 내가 알던 그 분위기가 아니었다.

        좀 더 고요하고, 기분 나쁜 적의가 느껴지는 환경이라고 해야 하나?

       

        “뭐랄까. 묘하게 플레이어를 적대하는 느낌으로 구성이 되어 있구나.”

       

        – 공포 게임이니까욬ㅋㅋㅋ

        – ㄹㅇㅋㅋㅋㅋ

        – 당연한 거 아닐까요?

        – ㅇㅇ

        – ㅇ

        – 맞아요!

       

        “그것도 그렇구나.”

       

        하긴. 공포 게임이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인간과 감성이라든지, 혹은 경험이 달라서 공포를 그다지 느끼지 않고 있다지만.

        어쨌든 이 게임은 인간들에게 공포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된 게임이다.

        즉, 당연하게도 플레이어에게 공포를 줄 목적으로 게임의 모든 것들이 디자인되어 있겠지.

       

        [이건 다 뭐야? 제기랄.]

       

        캐릭터의 독백을 들으며, 놀이동산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끼익! 끼익!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녹슨 철제 구조물 소리가 선명히 들리고.

       

        꾸그그그그그그…….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한 철근이 조금씩 구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는 와중에도 주변에서는 자꾸 뭔가가 얼쩡거리는 흔적들이 보이고 말이다.

       

        – 으스스하네.

        – ㅎㄷㄷ

        – 그러는 와중에도 라나님 표정 변화 없는 거 실환가?

        – 내가 이럴 줄 알았어.

        – ㅋㅋㅋㅋㅋ

        – 라나님은 무섭지 않으세요?

       

        “무섭지 않단다.”

       

        오히려 나에겐 좀 편안한 분위기다.

        내가 살았던 세상에서, 고요하다는 것은 편안함을 의미했으니까.

       

        물론 계속해서 캐릭터의 주변을 얼쩡거리는 뭔가(정황상 귀신이겠지만)만 아니었다면, 그리고 장소가 이렇게 확 트인 곳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자고로 보금자리는 보온이 확실하고, 건조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석진 자리가 최고다.

       

        – 야생 동물 마인듴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 확실히 달랔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 귀신은 언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냐? 계속 근처에서 얼쩡거리니 슬슬 짜증이 나는구나.”

       

        공격할 거면 좀 확실하게 하든지, 아니면 그냥 물러서던지.

        물론 이게 게임이라는 것도 알고, 저 귀신이라는 놈이 노리는 것이 내가 조종하는 캐릭터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습관이라는 것 때문이랄까? 아니면 한때 포식자들을 피해 유년 생활을 한 탓일까?

       

        “계속 무방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왜 습격을 안 하는 것이냐?”

       

        – 엌ㅋㅋㅋㅋ

        – 라나님ㅋㅋㅋ

        – ㅋㅋㅋ

        – 이거 그런 게임 아니라고욬ㅋㅋㅋ

        – 상대가 무슨 인공 지능이 아닙니닼ㅋㅋㅋ

        – 귀신 출현하는 곳은 따로 있어요!! (매니저에 의해 1일 채팅 금지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 매니저 일 잘하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계속 근처에서 얼쩡거리니 자꾸 신경이 쓰이는데…… 어쩔 수 없나?

        마음 같아서는 그냥 달려가서 후려치든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일단 게임은 계속 진행한다.

        놀이동산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퍼즐을 풀고, 단서를 모은다.

       

        중간중간 박쥐가 튀어나오는 영상이라거나 움직이는 그림과 같은 것들이 보였다.

        아마 이런 것들도 공포를 유발하는 요소겠지만…… 나에겐 너무 평범한 것들이라서 딱히 무섭지가 않았다.

        이럴 때마다 내가 이미 드래곤이 다 되어 버렸다는 것이 실감 난다.

        역시 1만 년의 시각은 너무 길었던 것인가?

       

        – 박쥐 나올 때 눈 깜짝도 안 하네.

        – ㅎㄷㄷ

        – 여러 의미로 대단하심.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지금 매니저 진땀 빼고 있을 듯?

        – 그래도 꿀잼이긴 함.

        – 라나님 행동 자체가 꿀잼임.

        – ㅋㅋㅋㅋㅋ

       

        어쨌든 단서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놀이동산의 한가운데로 향한다.

        그리고 ‘테마파크’라는 이름을 그대로 구현한 것 같은 장소에 도착했을 때였다.

       

        슈우우~!

       

        “음?”

       

        처음 캐릭터를 습격했었던 귀신.

        그 귀신의 모양을 닮은 조각상이 눈에 띄었다.

        그냥 봐서는 표정도 다르고, 형태도 조금 다르기에 그냥 조각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이지만.

       

        “저 조각상.”

       

        나는 눈치챘다.

        인간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겠으나 저 조각상, 지금도 약 2~3픽셀 단위로 움직이고 있다.

        즉, 저놈이다.

       

        “저것이 바로 귀신이겠구나.”

       

        – ?

        – ??

        – ?

        – ????

        – 어케앎?

        – 헐?

       

        그냥 보이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공포게임 모티브는 이곳저곳에서 가져왔습니다.

    대충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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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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