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7

        드디어 괴물과 싸우는…… 아니지. 이건 그런 게임이 아니었지?

        드디어 괴물과 상대하는…… 이것도 좀 이상하고.

        아무튼 이제서야 괴물과 직접 마주하게 될 줄 알았으나, 안타깝게도 아직은 괴물과 직접 만나는 때가 아니었다.

       

        “사라졌구나?”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

        – 오소이!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테마파크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다른 장소에서 퍼즐을 풀고 왔더니, 조각상인 척하던 괴물은 온데간데 없어진 상태였다.

        안타깝지만, ‘언젠가는 나오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계속해서 게임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포 게임이라고 칭하기에는, 귀신이나 괴물이 별로 나오지 않는 것 같구나?”

       

        공포 게임을 추천받았을 때, 인터넷을 뒤지면서 공포 게임에 대해 몇 가지 알아봤다.

        그리고 내가 봤던 게임들은 대부분이 괴물이나 귀신이 쫓아오거나, 튀어나오거나, 그들과 사투를 벌이는 형태의 게임들이었다.

        꼭 괴이가 아니더라도, 살인마 같은 폭력적인 인간에게서 도망 다니는 종류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하는 나이트메어 파크 2는 생각보다 괴이가 등장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나타날 듯 말 듯 간을 본다거나, 혹은 박쥐가 갑자기 날아간다거나 같은 환경적인 요소들만을 활용할 뿐이었다.

       

        물론 이 정도로도 공포 요소는 충분해 보였다.

        나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지만, 시청자들 중에선 깜짝깜짝 놀라는 이들이 제법 되었으니까.

        뭐, 시청자 수 80만 정도면 일부라고 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숫자겠지만.

       

        – 뭐랄까…… 곰보겜 보는 맛이 없네?

        – ㅇㅇ

        – 원래 이런 건 스트리머 깜놀하는 거 보는 맛인데.

        – 그냥 공략영상 보는 느낌이네?

        – 그러게?

       

        그 의견은 나도 동의한다.

        전생에 인간이었다고 한들, 이미 몸도 마음도 드래곤이 되어 버린 나는 인간의 감성과 많이 달라졌다.

        그러므로 나는 인간과 같은 반응을 보여 줄 수 없고, 바래서도 안 된다.

        인간 시절의 감성을 잃어버린 내가 인간 같은 반응을 연기해 봐야, 진짜 인간들에겐 어색하게 보일 뿐이니까.

        뭐라고 하더라? 불쾌한 골짜기였던가?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 곰보겜 느낌은 아닌데, 그런데 재미있긴 함.

        – ㄹㅇㅋㅋ

        – 진짜 공포겜 느낌은 이미 포기했음.

        – 라나님! 파이팅!

        – 라나님 얼굴 찌뿌린 거 ㄱㅇㅇ

        – ㅋㅋㅋㅋㅋ

       

        그런 와중에도, 이런 내 방송도 재미있다면서 즐거워해 주는 시청자들.

        내가 생각해도 내 방송에서 어떤 점이 재미있는지 의아할 정도인데, 정말 신기하게도 이런 내 방송에서 재미를 찾는 시청자들이다.

        그래. 너희들이 재미있으면 됐다.

       

        반쯤 포기 상태로 게임을 진행하는 사이, 게임 속 상황은 슬슬 클라이맥스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맙소사! 제임스!]

       

        도움을 요청했으나, 주인공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라진 그의 친구.

        그 친구가 귀신에게 빙의 당한 채 주인공을 죽이기 위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음. 싸우면 되나?”

       

        – 이거 그런 게임 아니라고욬ㅋㅋㅋ

        – 엌ㅋㅋㅋㅋ

        – 아니 왜 자꾸 싸우려고 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전투 행동ㅋㅋㅋㅋ

        – 사냥 행동ㅋㅋㅋ

        – ㅋㅋㅋㅋ

       

        [아, 안 돼!!]

       

        퍽!

       

        [Game Over]

       

        습관적으로 공격하려고 했으나, 친구에게 붙잡힌 주인공이 죽임을 당하며 게임 오버가 되어 버렸다.

        ……그러고 보니 이거 공포 게임이었지?

        너무 공포 요소가 없다 보니 잠깐 깜빡하고 있었다.

       

        “실수했구나.”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공포 게임인데 공포를 안느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무슨 소설 제목인 줄?

        – 엌ㅋㅋㅋㅋ

       

        재시작을 누르니, 다시 귀신에게 빙의 당한 친구가 달려드는 부분으로 되돌아온다.

        다시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여기선…….

       

        “그런데 싸우는 것이 아니라면 뭘 해야 하는 거냐?”

       

        퍽!

       

        [Game Over]

       

        뭘 해야 하는지 몰라 머뭇거리는 사이, 또다시 주인공 캐릭터가 사망하고 말았다.

        검게 변해 버린 화면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게임이라고 하면, 해야 하는 목표를 화면 한쪽에 표시해 주지 않던가?

        퀘스트였나? 그런 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아는데?

       

        – 아닠ㅋㅋㅋㅋ

        – 공포 게임에서 적이 쫓아오면 뭘 하겠어요?

        – 그냥 뒤로 도망쳐야죠!

        – ㅌㅌㅌ

        – 도망치면 됨.

        – 도망.

        – 도망

        – 튀면 돼요.

       

        “아.”

       

        시청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초월자가 된 이후로는 어지간하면 강적에게 쫓겨 도망친 일이 거의 없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도망친다는 선택지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큼큼! 이번에는 제대로 해 보겠다.”

       

        – 엌ㅋㅋㅋㅋ

        – 부끄러워하는 라나님?! 이건 희귀한데?

        – 클립 땄다!

        – 공유점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키리누커 일해!!

       

        시청자들의 놀림을 애써 무시하며, 이번에는 시작하자마자 제대로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게임은 분명 쉬운 게임이라고 했지.”

       

        길이 오로지 딱 하나만 존재하기에, 잘못된 길로 들어서 헤맬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도망칠 때로 길이 하나뿐인 것은 당연한 일.

        빠르게 화면을 돌리며 열려 있는 통로를 확인한다. 그리고…….

       

        퍽!

       

        [Game Over]

       

        – ?

        – ?

        – ??

        – ?????

        – ??

        – 뭐임?

        – 왜 갑자기 막힌 곳으로 가십니까?

       

        “아니…… 막혀 있다니? 좁은 틈이 있지 않았더냐?”

       

        난 분명히 벽에 난 좁은 균열로 들어가려 했단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주인공의 크기와 벽에 난 균열의 크기를 비교해 볼 때, 아슬아슬하지만 주인공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었다.

       

        자고로 도망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추격자는 들어올 수 없는 장소로 도망치는 것이다.

        괜히 작은 동물들이 땅굴을 파거나, 혹은 좁은 틈새 사이에 둥지를 짓는 것이 아니다.

        땅굴이나 바위틈, 나무 구멍 속 같은 좁은 장소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만약의 사태 때 포식자가 들어올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좁은 굴속으로 향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 엌ㅋㅋㅋㅋㅋㅋ

        – 그렇지. 이래야 라나님이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그거 그런 겜 아니라고욬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맛있다!

       

        그 후에도 몇 번 더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벽에 나 있는 작은 틈은, 그냥 그림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건 헷갈려하는 인간도 있을 법하구나.”

       

        – 몰?루

        – 그걸 헷갈릴 사람이…… 우리 엄마는 가능하실지도?

        – ㅋㅋㅋㅋㅋㅋ

        – 그건 라나님이니까 가능하신듯?

        – 인간은 그런 거에 안 걸려욬ㅋㅋㅋㅋ

       

        글세다?

        내 경험에 의거하면, 정말로 별의별 인간들이 다 있던데?

        정말로 정석적인 인간부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인간이 존재하는가 싶을 정도의 인간까지…….

        세상의 넓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잠시 바라보다 숨을 골랐다.

       

        [맙소사! 제임스!]

       

        다시 시작된 게임.

        화면이 밝아지고, 귀신에게 빙의 당한 제임스가 달려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양옆 벽에 나 있는 균열에 눈길이 가지만…… 일단은 무시하고.

        바로 앞에 나 있는 통로를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갸아아아아아악!!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크기와 방향을 비교해 보니, 주인공 캐릭터의 속도보다 뒤쫓아오는 제임스의 속도가 약간 더 빠르다.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상대가 내 캐릭터보다 빠르다는 것은 당연한 상황.

        이대로 달리기만 해서는 약 5초 안에 따라잡힌다.

       

        하지만 애초에 클리어가 불가능한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 법.

        그런 내 생각이 맞다는 듯, 도망치는 전방에 상호작용 버튼이 뜬다.

       

        “호오.”

       

        빠르게 버튼을 누르자, 내 캐릭터가 옆에 놓여져 있던 가구를 쓰러뜨려 길을 막는다.

       

        크아아악!!

       

        [헉! 헉! 헉!]

       

        2초 만에 가구를 박살 내고 다시 쫓아오기 시작하지만 그사이에 내 캐릭터는 충분히 거리를 벌린 상황.

       

        “이런 식으로 특정 지역까지 도망쳐야 하는 미션이로구나.”

       

        – ㅇㅇ

        – 맞아요.

        – 감을 잡기까지 오래 걸려서 그렇지, 한 번 감 잡으시니까 잘하시네.

        – ㄹㅇㅋㅋ

        – 잘한다~!

       

        그렇다.

        내가 인간의 감성이라든지, 혹은 인간의 상식에 조금 무지한 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모른다’의 문제지, ‘나는 바보다’의 문제가 아니다.

        배우기만 한다면 그 이후부터는 드래곤의 뛰어난 두뇌로 잘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을 증명하듯, 빠르게 추격자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하는 나의 캐릭터.

        갑자기 튀어나오는 함정은 빠르게 피해 주고, 이용하라고 나타나는 것들도 빠뜨리지 않고 사용해 준다.

        그 덕분에 추격자와 내 캐릭터 사이의 거리는 도저히 좁혀지지 않았다.

       

        “계산대로라면 거리가 더 멀어져야 하는데…… 일정 거리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모양이구나.”

       

        – 뭐임? 처음 아닌가?

        – 개 잘하시네.

        – ㅎㄷㄷ

        – 처음에 이상하게 삽질을 하셔서 그렇지, 게임 잘하시긴 함.

        – 뭔가 이과 보는 느낌임.

        – ㄹㅇㅋㅋ

       

        그렇게 얼마나 도망쳤을까.

        특수한 유물의 힘으로 친구를 구해 낸 주인공이 친구 제임스를 구하는 데 성공한다.

       

        [제임스! 괜찮나?]

       

        [오! 찰스! 나의 친구!]

       

        그렇게 이번 게임의 목표가 완료되는 순간이었다.

       

        콰과광!

       

        [우어어어어!!]

       

        – 깜짝이야!

        – 어우씨!

        – 이 부분 볼 때마다 놀람.

        – 이 게임에서 거의 유일한 점프 스퀘어.

        – ㄹㅇㅋㅋ

       

        “호오?”

       

        벽을 뚫고 나온 것은, 맨 처음 주인공을 습격했던 괴물.

        게임 설정상 악령들을 지배하는 강력한 괴물인 ‘웬디고’라는 존재다.

       

        본래 이 세계에서는 저~쪽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했던 인디언들의 전설에서 나오는 존재며, 이 게임에 나오는 설정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누군가가 만들어 낸 픽션이다.

        진짜 웬디고 민담에서 이름과 설정 몇 가지를 가져와 직접 창조해 낸 존재일 터.

       

        아무튼, 주인공은 자기 친구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목표는 하나.

       

        친구와 함께 살아남는 것.

       

        [찰스! 웬디고의 약점은 성스러운 불이네!]

       

        “음?”

       

        잠깐. 약점?

        친구 캐릭터의 대사와 함께, 저 멀리 보이는 불꽃의 모습.

        그리고 그곳으로 향하라는 듯 활짝 열린 문.

       

        – 오!

        – 라나님 개 좋아하실듯?

        – 드디어 라스트네!

        – 라나님 파이팅!

        – 힘내여!

        – ㅋㅋㅋㅋㅋㅋ

        – 가즈아아아!!

       

        “그렇군. 드디어 싸울 수 있는 것인가?”

       

        아아…… 이때만을 기다렸다.

        이걸 인간들은 뭐라고 표현했더라?

        음…… 그러니까…….

       

        “이 서늘하고 묵직한 감각…… 이라고 했던가?”

       

        – ?

        – ??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

        – ㅋㅋㅋㅋㅋㅋㅋㅋ

        – 왜 저게 저기서 나왘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웃음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언제나와 같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공지에 올렸지만, 어제 점심 때 잠깐 잔다는 것이 20시간을 자버렸습니다.

    할머니 수발 들어드리며 쓰고 있는데, 좀 벅차네요.

    그래도 다음편 금방 써오겠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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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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