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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

        여기서 잠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20XX년에 처음으로 게이트가 열리고.

        정식 명칭은 ‘에코르’, 민간에서는 ‘마나’, ‘마력’, ‘에테르’ 기타 등등…… 아무튼 무수한 이름으로 불리는 ‘마나’에 의해 능력을 각성한 헌터들이 나타나던 시기.

        괴물들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죽고,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웠던 시기.

       

        모든 인간사가 그랬지만, 본래 혼란 속에서도 이득을 챙기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다.

        그리고 대 헌터 시대가 열리며 성장한 업체 중 하나인 ‘(주)강냉이’는 지금 실시간으로 골머리를 앓는 중이었다.

       

        “주가가 떨어졌다고?”

       

        “넵.”

       

        회사 주식의 30%가량을 소유하는, 그야말로 회사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회장.

        그리고 지금 심기 불편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회장의 앞에서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고 있는 사장.

        (신)강냉이의 전신이자, 모든 것이 출발한 사업인 ‘강냉이 무장’이라는 무기 회사를 이끄는, 회장의 큰아들이 덜덜 떨리는 몸을 애써 감추며 고개를 숙였다.

       

        “원인은?”

       

        “그게…….”

       

        회장의 무심한 질문에, 큰아들이 땀을 뻘뻘 흘렸다.

        겉으로만 보면 50대의 중년이 30대의 청년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신)강냉이의 회장은 겉모습과는 달리 이젠 80대에 달하는 노인이었으니까.

       

        게이트가 나타났던 초기에 각성한 1세대 각성자이자, 미약한 육체 강화 능력을 지닌 사람.

        하지만 헌터의 일하기에는 너무나도 힘이 미약했기에, 급히 방향을 선회해 무기 산업을 일으킨 사람.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헌터 관련 무기 산업으로 대기업을 일구어낸 신화!

       

        회장 강바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대답할 필요 없다.”

       

        “…….”

       

        “이거 보고서 쓴 놈 누구냐? 잘 썼구만.”

       

        태블릿을 툭툭 두드리며 눈썹을 으쓱거리는 강바다 회장.

       

        어쩐지 뻘쭘해진 큰아들을 앞에 둔 채, 쓱쓱 보고서를 넘기던 회장이 테이블 위로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한숨과 함께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미치겠네.”

       

        그게 회장의 한마디였다.

       

        갑자기 회사의 주가가 떨어진 것은 별다른 이유가 아니다.

        지금 세계정세에서, 대기업의 주가에 이 정도의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는 몇 없을 테고, 특히 대한민국의 옆에는 ‘그 존재’가 있으니까.

       

        멸천룡 그랑 라그나.

       

        “아니, 상식적으로 옆에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몬스터가 있으면 무기 수요가 폭증해야 하지 않나?”

       

        회장이 억울한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회장의 말대로 회사의 주가가 떨어질 리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늘어났을 것이다.

       

        제아무리 멸천룡이 인간들에게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한들, 멸천룡에 비하면 약자인 인간들은 마음 한편에 언제나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인간에게 우호적이지만, 만약 어떤 이유로 멸천룡이 인간들을 적대하기 시작한다면? 그렇다면 과연 약자인 인간들은 저 강대한 존재를 막을 수 있을까?

       

        괜한 걱정을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약자의 어쩔 수 없는 생리다.

        강자의 자비에 살아가는 생물은, 언제나 강자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으니까.

        심지어 멸천룡 본인도 긍정한 사실이고 말이다.

       

        그리고 불안감을 느끼는 약자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법이다.

        대표적으로는 집 지하에 쉘터를 건설한다던가, 혹은 호신용 무기를 준비한다던가 말이다.

       

        그리고 (신)강냉이는 무기회사로 시작해, 지금과 같은 거대한 대기업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게다가 주요 품목인 ‘헌터 장비’를 제외하고도, 민간인들을 위한 호신용품도 취급하는 곳이다.

        당연히 호신용품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 회사의 주가도 덩달아 뛰어야 했다…….

       

        “왜 그런 그지 깽깽이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그렇다.

        문제는 멸천룡이 가진 능력인 ‘금속을 지배하는 능력’이었다.

       

        다른 차원을 알 바 아니지만, 적어도 이 세상의 인간 문명은 ‘불’과 ‘철’로 이루어진 문명이다.

        기본적으로 인간 문명은 ‘불’의 발견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불’이라는 요소를 이용해 문명의 씨앗을 틔웠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인간의 문명을 발전시킨 것은, 어디까지나 ‘철’이 있었던 덕분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석기시대가 인간 역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무슨 소리인가요?’ 라고 말이다.

       

        자. 생각해 보자.

        인간의 역사를 생각해 볼 때, 사실상 석기시대가 대략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석기시대가 사실상 ‘돌’과 ‘흙’의 문명이었고, ‘불’만을 다루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래서…….

        그 석기시대가 이어지는 몇만 년 동안 인류 문명에 크나큰 발전이 있었던가? 거대한 격동이 있었는가?

        아니다. 인류 문명이 극적으로 발전하고 격동하기 시작한 것은, 어디까지나 ‘철’을 다룰 수 있게 되고부터다.

       

        ‘불’이 인류 문명의 싹을 틔워주었다면, ‘철’은 인류가 문명을 찬란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인류 문명에서 ‘불’과 ‘철’은 절대 배제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고, 실제로 배제할 수도 없다.

        ‘철’ 이외의 물질을 사용하기도 한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철’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대체한다는 느낌으로 사용할 뿐이다.

        그리고 그런 인류 문명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인간의 송곳니, 발톱, 뿔이라고 할 수 있는 ‘무기’다.

       

        문제는 멸천룡의 능력이 바로 그 ‘금속을 조종하는 능력’이라는 것.

       

        미국의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금속 조종 능력을 갖춘 빌런’이 왜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되었는가? 바로 인류 문명에서 절대 배제할 수 없는 금속을 제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자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빌런은…… 적어도 육체는 노쇠할 대로 노쇠한 할아버지이기라도 했지, 멸천룡은 육체 능력도 어마어마하다.

        아직도 멸천룡이 선보인 ‘기동전사 라그나’영상은 인터넷에서 실시간 조회수 3위를 찍고 있는 중이니까.

        1위는 뭐냐고? 북한 참교육 영상.

       

        더군다나 ‘무기’는 적을 제압하고, 때때로 목숨을 거두어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내구성이 높은 재료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인류가 찾아낸 가장 효율적인 재료가 바로 ‘금속’이다.

        ……’철’이라고.

       

        “그래서. 우리 무기들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그래도 신소재 무기는 수요가 늘었습니다.”

       

        “그렇겠지. 그런데 그게 손해를 메울 정도가 아니니까 문제일 테고.”

       

        인류의 기술이 발전한 지금 시대에서는, ‘금속’보다 더 무기에 적합한 소재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리고 멸천룡에게 하등 쓸모가 없는 ‘금속 무기’는 수요가 줄어들었지만, ‘금속이 아닌 무기’는 제법 수요가 늘어나기까지 했다.

        문제는 ‘금속이 들어가지 않은 무기’는 상당히 비싸다는 것.

       

        “비금속 무기의 연구 지원금을 늘리고, 신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재값이 아무래도…….”

       

        멸천룡이 북한과 한바탕 치고받고 싸운 이후(그게 싸웠다고 표현할 수 있는지는 잠시 무시하고), 세계적으로 ‘비금속 무기’열풍이 불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몬스터 소재’다.

        탄소나노튜브 같은 신소재도 존재하지만 아무래도 아직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물질을 파는 물건에 사용하기는 여러모로 힘들 테니까.

       

        문제는 몬스터 소재라고 해서 물량이 막 넘쳐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던전 농장에 추가 주문해 봤냐?”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요즘 주문량이 갑자기 폭증한 탓인지…….”

       

        모든 몬스터가 막 사람을 죽이고, 흉폭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 아니, 외계 짐승이 존재하는 던전은 인간이 장악 후 농장처럼 운영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헌터용 장비는 하급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주문 제작이고, 최대한 생존율을 높이려다 보니 몇 없는 몬스터의 소재가 사용되고는 한다.

        하지만 하급용 헌터 장비나 민간용 무기는 대부분이 이런 던전 농장에서 수급받는 몬스터 소재를 통해 만들어진다.

        물론 질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말이다.

       

        만약 멸천룡만 아니었다면 ‘비금속 무기’의 유행이 시작되지도 않았을 테고, 당연히 몬스터 소재의 값이 확 뛰어오를 일도 없었겠지.

        멸천룡만 아니었으면…….

       

        “끙!!”

       

        강바다가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찌푸렸다.

        회사 주가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고, 몬스터 소재에 대한 기술은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

        물론 요즘 기술의 발전 속도는 어마어마하기에 몇 년 정도만 지나면 금방 새로운 무기가 한둘씩 튀어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몇 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금속 무기’를 이용해서 버텨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무기…… 무기…… 금속…… 금속…….”

       

        톡! 톡! 톡!

       

        손가락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건드리며 고민하기 시작하는 강바다 회장.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큰아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또 무슨 짓을 하시려고…….’

       

        세간에 강바다 회장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성공을 일구어낸 입지전적 인물로 묘사되고는 한다.

        하지만 큰아들은 아버지가 생각보다 실패를 많이 겪은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저 그 실패들을 전부 극복했을 뿐.

       

        새로운 시도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로 인한 리스크를 어떻게든 극복하는 자.

        그렇기에 (신)강냉이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넘어 지금 대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고, 지금도 국대 대기업 순위에서 1~3위의 자리를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소리는, 다시 말해서…….

       

        “아! 그럼 이건 어떨까?”

       

        “…….”

       

        ……그 어떤 미친 소리도 곧바로 실행시킬 수 있는, 그런 미친 행동력을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멸천룡에게 광고를 맡기는 거야!”

       

        “…….”

       

        그리고 큰아들은 오늘도 미친 소리를 하는 아버지를 앞에 둔 채,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저게 아버지만 아니었으면…… 헌터만 아니었으면…… 진짜…….

        큰아들은 오늘도 하극상이 마려웠다.

       

       

        *            *            *

       

       

        이튿날.

        방송 준비를 하던 중 나는 고개를 들었다.

       

        “음?”

       

        이 느낌…… 설마?

       

        “흐음…….”

       

        나는 ‘남쪽’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중간에 잠깐 끊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살짝 보여드렸습니다.

    내일부터…… 어쩌면 모래부터 다시 이야기 해드릴테니, 부디 톡촉하여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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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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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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