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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벨제투스는 허물을 벗으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 블레이즈!!!

       

        북극해에서 벌어진 두 드래곤의 가슴 웅장해지는 싸움.

        그야말로 너 죽고 나 죽자 같은 무식한 싸움까지는 아니었지만, 주변의 지형을 바꿀 정도로 그 싸움은 치열했다.

        그리고 결과는…….

       

        [블레이즈 피격 숫자 : 2,134]

       

        [벨제투스 피격 숫자 : 2,135]

       

        = 젠장! 다음에는 안 진다!

       

        1대 차이로 더 많이 맞은 벨제투스의 판정패였다.

       

        이를 바득바득 갈아대며 허물을 마저 벗어 던지는 벨제투스.

        깨지고 굳어진 암석 더미와 흉하게 깨지고 벗겨진 비늘의 조각들이 산산이 부서지며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깨끗한 푸른색의 비늘이 나타나고…… 이내 비늘 사이로 마그마가 새어 나오며 새로운 암석 껍데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본래 벨제투스는 ‘화룡’에 유리한 유전 인자를 가진 지룡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을 피해 바닷속으로 들어갔고, 동시에 수룡으로 진화 방향을 바꾸었다.

        보통이라면 화룡으로서의 유전 인자는 바닷속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겠지만, 벨제투스는 그것을 특이한 방법으로 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바로 ‘심해 화산’이라는 것으로 말이다.

       

        심해 속에는 단순히 바닷물만 존재하지 않는다.

        ‘열수공’이라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지대도 존재하고, 화산도 폭발한다.

        그리고 벨제투스는 그런 심해의 요소를 자기 몸에 적용한 드래곤.

        물속에서 생활하는 ‘해룡(海龍)’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물’과 ‘불’을 모두 다룰 수 있는 특이한 드래곤인 것이다.

       

        그러므로 벨제투스가 마음만 먹으면 어지간한 대륙을 바닷속에 가라앉히거나, 혹은 바닷속에서 새로운 대륙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단지 그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싫어해서 안 할 뿐이지.

        참고로 이 ‘가족’에는 그의 부모와 슈르네만 포함이다. 나머지 호적 메이트들은 알 바 아니다.

       

        = 그나저나 이제 어쩌지?

       

        그들의 어머니가 제안했던 ‘가족 결투’에 의거한 승부의 결과, 패배한 쪽은 벨제투스였다.

        그리고 승자가 된 블레이즈는 재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벨제투스에게 요구했다.

       

        ‘하! 앞으로 10년은 바닷속에서 그 비늘을 꺼내지 말라고?’

       

        약간 돌려 말하긴 했지만, 그냥 바닷속에 짱 박혀 있으라는 소리였다.

        즉, 무려 10년간 어머니를 만날 방법이 사라졌다는 소리다.

       

        = 끙! 어떻게 하지?

       

        슈르네의 말에 따르면, 지금도 어머니는 인간들 앞에서 구애의 춤을 추고 계실 텐데…….

       

        벨제투스가 연신 끙끙거렸다.

        그는 아직도 막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다.

       

        = 아!

       

        그 순간 좋은 생각을 떠올린 벨제투스.

       

        = 아바타를 쓰면 된다!

       

        블레이즈가 내건 조건은 어디까지나 ‘비늘을 바닷물 밖으로 꺼내 들지 말라’는 것.

        물론 블레이즈는 벨제투스를 약 올리기 위해 빙빙 돌려서 말한 것이겠지만, 그 덕분에 조건에 허점이 생긴 것이다.

       

        = 어쨌든 비늘만 안 보이면 되잖아?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드래곤 본연의 모습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벨제투스가 아바타로 만들 수 있는 다른 종족의 모습 중에서 비늘이 없는 종류는…….

       

        = 윽! 인간인가?

       

        혐오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니…….

        물론 벨제투스가 인간만 혐오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종족 중에서도 인간을 제일 혐오하는 것도 사실이다.

        마음 같아서는 인간의 모습, 아바타라고 하더라도 취하고 싶지 않지만…… 그랬다가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기 힘들어진다.

       

        = 끄으응!!

       

        신음을 흘리며 고민하기 시작하는 벨제투스.

        바닷속에서 몸을 이리저리 꼬아대며 고민하기를 며칠이나 지나칠 때였다.

       

        = 하자!

       

        결국 어머니를 구해야겠다는 사명(?)을 자각한 벨제투스가 두 눈을 빛냈다.

        결정을 했으면 행동은 빠르게!

       

        치이이익!!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그마와 심해의 차가운 바닷물이 빠르게 뭉쳐지며 인간의 형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완성되는 것은, 인간과 문어 사이의 어딘가 어중간한 무언가.

       

        = 이게 아닌가?

       

        인간형 아바타는 너무 오랜만에 만들다 보니, 아무래도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몇 번 더 시도했지만, 역시나 인간의 형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 인간을 제대로 본지 너무 오래됐어.

       

        바퀴벌레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아는 인간이 얼마나 있을까?

        모기나 파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테지만, 그 파리와 모기가 정확히 어떤 생김새를 가졌는지 알고 있는 이들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대부분은 납작하게 죽은 모습을 대충 알 거나, 혹은 그림으로 그려진 것을 대충 알고 있는 수준이다.

        왜냐하면 혐오스러우니까.

       

        벨제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간을 비롯한 다른 종족의 생김새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다른 종족의 생김새를 따라 해보려고 하니 제대로 만들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 눈은 두 개였고, 콧구멍이 세 개였던가?

       

        손가락 개수가…… 발의 형태가…….

       

        이렇게 저렇게 조물딱거리며 아바타를 만드는 벨제투스.

        그가 제대로 된 인간의 아바타를 만들어 심해를 벗어나려면,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싶었다.

       

       

        *            *            *

       

       

        그리고 그 시각.

        블레이즈는 낄낄거리며 감자칩을 집어 먹고 있었다.

       

        “벨제투스 그놈! 지금쯤 개고생하고 있겠지?”

       

        단순한 동생 놈의 생각쯤이야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쯤 조건의 빈틈을 찾았다고 희희낙락하면서 아바타나 만들고 있겠지.

       

        “내 손바닥 안이다 이놈아. 깔깔깔!!”

       

        벨제투스에겐 안타깝게도, 이미 모든 상황은 블레이즈의 예측범위 안이었다.

        벨제투스의 능력이 강력한 것은 맞지만, 심해룡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땅을 밟고 사는 생물에게 강할 뿐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헤엄쳐 본 적이 없는 생물의 처지에서, 갑자기 해일 밀려오고 땅이 가라앉으면 그거야말로 악몽이겠지.

       

        하지만 블레이즈는 기본적으로 ‘비룡’이다. 그리고 광자로 변화할 수 있다.

        즉, 블레이즈에게 ‘물리 공격’은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한 대 차이로 블레이즈가 승리한 것도 블레이즈의 노림수였다.

        단순히 동생을 더욱 빡치게 하기 위해서였다.

       

        ‘가족 결투’로 인한 승자의 조건을 일부러 모호하게 설정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일부러 틈을 만들어 두고, 벨제투스가 그쪽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한 것이다.

       

        “헤니시아라면 좀 더 그럴듯하게 계획을 짜겠지만…….”

       

        아무래도 블레이즈는 이쪽으론 별다른 관심이 없다 보니 별 능력이 없었다.

        머리 쓰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뭐, 이걸로 당분간은 조용하겠지.”

       

        분명히 벨제투스는 인간형 아바타를 만드는 데 고전할 것이고, 그동안은 얌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라면 후속 조치를 생각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벌컥!

       

        “후우!”

       

        “여! 히사시부리~!”

       

        때마침 수련을 끝낸 이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뜨거운 사우나에서의 수련이 끝난 탓인지, 온몸에서 수증기를 내뿜고 있던 이현이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아니 시바……. 누구는 고생하면서 수련하는데, 누구는 팔자 좋게 뒹굴고 있냐?!”

       

        “아니, 누가 수련하라고 칼 들고 협박함?”

       

        화내는 이현을 바라보며 낄낄거리는 블레이즈.

        언제 보아도 주먹을 부르는 그 재수 없는 웃음 앞에서, 이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신님. 오늘 한 놈 올려보냅니다!

       

       

        *            *            *

       

       

        다우림은 요즘 좋으면서도 죽을 맛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체험하고 있었다.

       

        – 대.황.물.소!

        – 최초의 드래곤과 합방한 스트리머!

        – 엄마! 난 커서 물소형이 될래요! 엄마! 난 커서…….

        – 또 합방 안 함?

        – ㄹㅇㅋㅋ

       

        “아! 시끄러워 이것들아!!!”

       

        [콰광!]

       

        [으아악!]

       

        [Die]

       

        “아악! 또 죽었어!!”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잘 좀 하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ㅋㅋㅋ’로 도배되기 시작한 채팅창에서 고개를 뗀 다우림…… 아니, ‘최강물소’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쳐 버리겠네.’

       

        멸천룡과의 합방 이후, 최강물소의 방송은 여러 의미로 크게 성장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인류 최초로 시행된 몬스터와 인간의 합동 방송.

        최강물소는 약간 얼떨떨하게 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인류 역사에 이름 한 줄을 남기게 된 것이다.

       

        약간 이상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된 합방.

        게다가 멸천룡은 ‘실패한 합방’이라고 했지만, 방송 자체는 생각보다 좋아해 준 이들이 많았었다.

       

        일단 멸천룡이 최초로 게임을 방송으로 보여 준 사례인 데다, 최초로 다른 방송인과 합방은 진행한 방송이었다.

        게다가 멸천룡의 게임 실력과 의외의 댕청미를 보여 주었고, 최강물소의 입담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기에 방송 중간중간 흐름이 끊어지지도 않았다.

        크게 성공하지 않았다 정도지, 사람들 처지에서는 ‘이게 그렇게 실패한 방송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방송인 처지에서는 ‘클립 각’이라고 부르는 부분도 없었고, 딱히 하이라이트라고 부를 만한 부분도 없었기에 충분히 실패한 방송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말이다.

       

        ‘편집각이 좀 모호하기는 했지.’

       

        아무튼, 방송 이후로 최강물소는 합방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평균 시청자 숫자가 확 늘어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멸천룡이 방송을 끝낸 이후에 다른 방송을 찾아 떠나가는 시청자들의 처지에서, 그나마 멸천룡과 연관이 있는 방송인이 바로 최강물소인 것이다.

        게다가 최강물소는……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소위 ‘때리는 맛’이 있는 방송인이었다.

       

        – 최. 강. 물. 소!!

        – 대황물소!

        – 으딜 감히 대황물소형에게!!

       

        “갸아아악!!”

       

        오늘도 최강물소가 몸부림을 치고, 시청자들은 그런 최강물소를 괴롭히며 웃는다.

       

        이렇게만 보면 좋은 점만 있지만…… 안타깝게도 딱히 그렇지만도 않았다.

        시청자가 늘어났다는 소리는, 자연스럽게 질 나쁜 시청자도 늘어났다는 소리니까.

       

        특히 최강물소의 방송은, 그 특성상 질 나쁜 이들이 쉽게 늘어나는 구조였다.

        덕분에 최근 최강물소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시청자들을 다 털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악질들을 계속 둘 수도 없고…….’

       

        매니저를 더 고용해야 하나? 하지만 돈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민을 할 때였다.

        그의 개인 메시지로 누군가의 메일이 도착했다.

       

        “응? 살랑미미?”

       

        [오빠! 도와줘!!!]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최강물소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제 진짜 내일부터 다시 이야기 시작합니다.

    작가의 로판 내공을 좀 보여드려야겠군요.

    오호호호호호~!

    (추가 : 악!!!!!! 예약 안하고 그냥 올려버렸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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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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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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