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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방송을 켰다.

       

        – 라하!

        – 라하하!

        – 용하!

        – 인사할 시간도 아깝다!

        – 다음 편!!!!!!

        – 테잌 마잌 머닠ㅋㅋㅋ!!!

        – 이 몸 등장!!

       

        언제나처럼 활기차게 인사하는 시청자들.

        나는 머리 위에 슈르네를 올려놓은 채 입을 열었다.

       

        “반갑구나 아이들아.”

       

        – 하이요!

        – ㅋㅋㅋㅋㅋ

        – 이젠 저 소리 안 들으면 하루 시작이 안 될 것 같앸ㅋㅋㅋ

        – ㅋㅋㅋ

        – ㄹㅇㅋㅋ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뒷이야기를 해주기로 했었지.”

       

        – 와아아아아!!

        – 왔다!!

        – 오늘만 기다렸음!

        – 와아아아아아!!!!!

        – 키타아아아아!!

       

        채팅창이 버벅거릴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옆에 놔두었던 봉지를 뜯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여러 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과자?

        – 뭐지?

        – 막내분의 제물인가요?

        – ㅋㅋㅋㅋㅋ

       

        “잘 아는 이들이 있구나.”

       

        = 와아아앙!!

       

        순식간에 과자로 달려드는 슈르네.

        슈르네가 과자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나는 재빨리 목을 풀었다.

       

        “어제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 프러포즈 당한 거요.

        – 숲 나간 거요.

        – 군악대까지 하셨어요!

        – ㄹㅇㅋㅋ

        – 왔다!!

        – 슈르네 너무 귀여웤ㅋㅋㅋ

       

        “그래. 거기까지 했었지.”

       

        그럼 그 뒷이야기를 해볼까?

       

       

        *            *            *

       

       

        올데온 왕국.

        아니…… 이제는 명실상부 인간들 사이에서 ‘올데온 제국’이라고 불리는 나라.

        그리고 그 제국의 1대 황제가 된 리온은 시무룩한 얼굴로 내 앞에 앉아 있었다.

       

        “마녀님…….”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내 말에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리온.

        으음…… 정이 든 아이가 저러면 마음이 약해지는데…….

       

        “정말 안 되겠습니까?”

       

        “……리온아.”

       

        이 세상에는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는 법이다.

        물론 그것은 각 개체의 취향에 따라, 기호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는 하지만…….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동침은 좀 그렇지 않니?”

       

        내 말에 리온이 쥐고 있던 베개를 휙 던지며 소리쳤다.

       

        “결혼할 거잖습니까!!”

       

        “물론 하긴 할 거다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수도로 오면서 여러 번 설득을 해봤지만, 리온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리온의 소원대로 결혼은 해줄 거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인간들의 법도에 따르면, 동침은 결혼한 이후에 하는 것이 아니냐?”

       

        “제가 황제인데, 까짓거 좀 미리 땡기면 어떻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니 리온리온아…….

       

        인간이 아닌 나는 인간의 규칙을 신경 쓰고 있는데, 정작 인간 본인이 인간의 규칙을 하등 신경 쓰지 않는 상황.

        심지어 그 인간이 다른 인간들의 우두머리다.

        지금 나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것 같은데, 정상인가?

       

        나는 오른손으로 이마를 살짝 짚었다.

        아무리 내가 드래곤이라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르치는 것 하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6년간 떨어져 있었더니, 얘가 좀 이상해진 것 같다.

       

        “결혼 이야기가 나와서 말하지만 리온아. 너는 괜찮은 것이냐?”

       

        “뭐가 말입니까?”

       

        “인간들은 사랑하는 이들과 결혼하지 않더냐?”

       

        내가 알기로, 결혼은 서로 사랑하는 이들끼리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사랑’이라는 부분은 단지 인간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들의 세계에서도 서로 사랑을 확인한 후에야 짝짓기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 질문에 리온은 대답했다.

       

        “전 마녀님을 사랑합니다.”

       

        “그렇구나.”

       

        네 마음은 잘 안다.

       

        “하지만 난 너를 짝짓기 대상으로 사랑하지는 않는데?”

       

        그런 내 말에, 리온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앞머리를 쓰윽 올렸다.

       

        “괜찮습니다. 제가 마녀님을 저에게 푹 빠지게 만들 테니까요.”

       

        “…….”

       

        ……그래.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어차피 인간의 수명은 짧으니까, 이 일도 언젠가는 끝나겠지.

       

        어쨌든 그 일은 그거고, 이 일은 이거.

        나는 리온을 방 밖으로 쫓아냈다.

       

        “마녀님!”

       

        “동침은 결혼 전까지는 허락할 수 없다!”

       

        쾅!

       

        나는 방문을 닫고, 그대로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            *            *

       

       

        리온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무려 100여 년 만에 검은 숲 밖으로 나온 나는 올데온 왕국…… 아니, 이제는 제국인가?

        올데온 제국의 수도인 ‘올데오니스’에 도착했다. 그 후 황제의 약혼녀로서 후궁에 머무는 중이다.

        들어 보니 갑자기 검은 숲의 마녀를 약혼녀라고 데려온 황제의 행동에 인간들 사이로 여러 말들이 오가는 것 같지만, 어차피 그것들은 리온이 해결할 일이었기에 싹 무시 중이었다.

       

        뒤에서 날 욕하는 이들은 왜 그냥 놔두냐고?

        언제든지 눌러 죽일 수 있는 것들이 조금 소곤거린다고 신경 쓸 이유가 있는가?

        욕먹는 것 정도는 나에게 아무런 피해를 줄 수 없다. 그렇기에 나 역시 대응하지 않는 것뿐이다.

       

        “영애님. 다 되었습니다.”

       

        “그래.”

       

        화장을 해주던 시녀가 덜덜 떨며 물러선다.

        유리로 만들어진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추어 본다.

        이쪽 인간들 사이에서는 이런 화장이 유행인가?

       

        나를 마녀라고 알고 있는 시녀들이 그런 나의 행동을 겁먹은 얼굴로 바라본다.

        리온을 따라 인간들의 도시로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검은 숲의 마녀라고 알려진 나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린아이를 잡아먹는다느니, 처녀의 피로 목욕해서 젊은 모습을 하고 있다느니, 검은 숲의 괴물들을 부릴 수 있다느니…….

        마지막은 사실이지만, 앞의 사실들은 아닌데…….

       

        “수고했다. 이제 쉬어도 좋다.”

       

        “네, 네.”

       

        “알겠습니다.”

       

        내 말에 시녀들이 물러선다.

        그녀들이 나를 무서워해도 나에겐 딱히 감흥이 없다.

        어차피 그들과 나는 종족이 다르다. 게다가 무리 동물인 인간과는 달리, 나는 무리를 짓는 동물이 아니다.

        무리를 짓는 동물들은 같은 종족에게 따돌림을 당하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무리 동물이 아닌 나는 딱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들이 나를 무서워해도 나는 딱히 상관하지 않는다.

        애초에 육식동물인 나를 이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니까. 이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딱히 이들에게 해코지할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들이 할 일만 제대로 해주면 딱히 건드릴 생각은 없다.

       

        스윽!

       

        그러므로.

        내 시녀의 역할이 아니라 스파이짓을 하는 몇몇을 확인한다.

        저들은 나중에 리온에게 말해 둬야겠지.

       

        오늘 하루, 나를 시중들 두 명을 데리고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마차를 타고, 포이 백작가 저택으로 향한다.

       

        마차에서 내리자, 오늘 나를 초대한 이이자 오늘 티파티의 주인공인 포이 백작 부인이 나를 맞이했다.

        녹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푸른 드레스를 입은 나를 바라보며 우아하게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라나 영애.”

       

        “초대해 주어 감사합니다, 포이 백작 부인.”

       

        예법 선생님이라는 인간의 말대로라면…… 이게 맞겠지?

        이곳의 예법대로 잘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있을 때, 포이 백작 부인은 안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들어가시지요. 다들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러지요.”

       

        백작 부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도착한 여러 인간 여자들이 각각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디자인들이 비슷비슷한 드레스를 입은 인간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

        저들이 바로 귀족 영애들인 것인가?

       

        “여러분. 여기 이분은 라나 영애십니다.”

       

        “라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배운 대로 인사하자, 인간 여자들이 나를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어머. 그럼 저분이…….”

       

        “그 마녀라는…….”

       

        “감히 황제 폐하를…….”

       

        “요망한…….”

       

        일반적인 인간들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였지만, 당연히 인간이 아닌 나에겐 모든 목소리가 잘 들렸다.

        하나 같이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나에게 보이는 태도는 예법에 맞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몰래 하는 대화에서 적대감이 확연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는…….

       

        ‘신기하군.’

       

        조금 신기한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딱히 마녀라고 알려진 나에게 적대적으로 굴다니?! 라고 신기해하는 것은 아니다.

        적대감이라는 것은 딱히 인간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상대가 강한 존재라고 해서 적대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저들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저 많은 여자들이 리온을 차지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본래 ‘구애 활동’이라는 것은 대체로 ‘수컷’의 역할이다.

        왜냐하면 짝짓기의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대체로 암컷이기 때문이다.

        짝짓기에서 아이를 품는 것은 암컷이고, 그렇기에 암컷이 몸을 허락하지 않으면 수컷은 결코 짝짓기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짝짓기의 과정에서 경쟁을 하는 것은 대체로 수컷이고, 암컷은 수컷의 선택을 받는 입장이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암컷도 암컷들 사이에서 더 많은 수컷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경쟁을 하기도 하고.

        암컷의 개체 수가 더 많다면 저 관계가 역전될 수도 있고, 생물종의 구조나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역전될 수도 있으니까.

       

        다만 신체적 강함이 생존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물종의 경우엔, 대체로 수컷이 암컷보다 생존경쟁에 더 유리한 경우가 많고, 그 때문에 암컷의 개체 수가 수컷보다 적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보통이라면 수컷들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구애 활동을 벌이는 것이 보통이어야 하는데…….

       

        ‘여러 암컷들이 수컷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구애 활동을 벌이다니.’

       

        역시 지성체들은 재미있다니까.

       

        “영애께서는 이곳에 앉으시면 될 것 같아요.”

       

        백작 부인의 안내받아 나의 자리에 앉는다.

        나의 옆에는 백작 부인이 앉고, 그 옆에는 처음 보는 인간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아마 이들도 어딘가의 귀족들이려나?

       

        천천히 같은 자리에 앉은 두 여자들을 살피고 있자니, 백작 부인이 그 두 여자를 소개해 주기 시작했다.

       

        “옆에 계신 이 영애는 슈 백작가의 레일라 오니 슈 백작 영애입니다. 이쪽은 율라 자작가의 에이니 오니 율라 자작 영애시고요.”

       

        “처음 뵙겠습니다. 레일라 오니 슈라고 합니다.”

       

        “처읍 뵙겠사와요. 에이니 오니 율라라고 하와요.”

       

        “반갑습니다.”

       

        들어 보니 이들은 15 ~ 17살 정도의 나이를 가진 귀족 영애들로 보였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인간들로 따지면 대략 15살 정도의 외형을 가지고 있다.

        즉,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은 티파티의 주인공인 백작 부인의 관심을 받는 이들이라는 것과 함께…….

       

        ‘일종의 후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아마 귀족들 나름대로 황제와 결혼할 것 같은 유력한 후보들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차를 홀짝거리고 있을 때였다.

       

        “라나 영애.”

       

        “??”

       

        레일라라고 자신을 호칭한 영애가 나에게 말했다.

       

        “마녀들은 저주를 잘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

       

        얼굴 한가득 비웃음을 머금고 있는 레일라 영애.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싸우자는 건가?’

       

        마녀라고 알려진 나한테 싸움을 건다고?

        나랑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는 건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귀족 영애 : 우리집은 짱 쎈 귀족가라서 걱정 없지!

    마녀(드래곤) : 메테오! (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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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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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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