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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시청자들이 웃기 시작했다.

       

        – 저게 참교육이짘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 사이다 크게 하셨넼ㅋㅋㅋㅋㅋ

        – 가이아 스피어 보여주면 끝이넼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힘껏 웃어대는 시청자들을 구경하며 나는 툴툴거렸다.

       

        “나는 그저 점잖게 타일렀을 뿐이거늘…….”

       

        – ?

        – ??

        – ?

        – 뭔 솔?

        – ㄹㅇ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죠?

        – 아! ㄹㅇㅋㅋ만 치라고!

        – ㄹㅇㅋㅋ

       

        아이들아…….

        아무리 나와 종족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내 편을 들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뭐, 정작 나 역시도 그들이 왜 나를 무서워했는지 이해는 하지만 말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 상황에서는 내가 언제든 그들을 죽일 수 있다는 식으로 들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그들은 나를 ‘맹수’ 같은 존재로 느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공포심을 가지게 되었겠지.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 섭섭하다.

       

        “어쨌든, 그날 티파티는 빠르게 끝날 수밖에 없었지.”

       

        

        *            *            *

       

       

        황궁으로 돌아온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많은 로브 입은 인간들이 나에게 달려왔다.

       

        “마녀님!”

       

        “제발 가르침을!”

       

        “마법을 더 강하게…….”

       

        “물러서십시오!”

       

        재빠르게 나선 기사들에 의해 막혔으나, 마법사들은 두 눈에 불을 켜고 나에게 달려들려 했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감정은 두려움도, 소유욕도 아닌…… 그저 끝 모를 지식욕과 희망의 감정뿐.

       

        “제발 가르침을!”

       

        “마법사들의 희망이시여!!”

       

        “우워어어어어어!!!”

       

        그런 마법사들을 뒤로한 채 나에게 배정된 후궁으로 들어선다.

        요즘 들어서 마법사들이 나를 쫓아오는 빈도가 늘어난 기분인데…….

       

        “쯧쯧쯧. 불쌍한 아이들이로구나.”

       

        안타깝게도, 나는 그들의 염원을 들어줄 수 없다.

        왜냐하면 나의 특기는 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마법들은 어디까지나 내가 편하려고 간단하게 배운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내 수준이 너무 높다 보니, 간단하게 배운 정도로도 운석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지만…… 마법으로 초월자가 된 이들에 비하면 내 마법 수준은 애들 장난에 불과한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세계는 마나 함유량이 낮은 덕분에 ‘이능’이 제대로 발현되기 힘든 세상이고, 자연스럽게 마법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곳에서, 비록 애들 장난 수준이지만… 초월자인 나의 마법은 엄청 대단한 마법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내가 마법을 사용하는 방식은, 인간들이 마법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다. 신체구조과 정신구조가 서로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기술을, 내 방식대로 인간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아앗?!”

       

        휙!

       

        “……앗?!”

       

        나를 수행하던 두 시녀 중 어린 시녀가 넘어지려 해서, 간단한 염동 마법으로 그녀를 들어 준다.

        넘어지지 않고 다시 제자리에 선 시녀가 황급히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가, 감사합니다!”

       

        “조심하거라.”

       

        “네, 네네넵!!”

       

        그녀의 눈에 비치는 감정은 공포, 동경, 감사, 경외…….

        마법이 발전한 어떤 차원에서는 어린아이들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염동 마법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이런 마법을 손짓으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해!!!’를 들을 수 있다.

       

        ‘그…… 뭐였지? 일본식 판타지 소설이었나?’

       

        전에 내 고향과 흡사한 현대 지구가 존재하는 차원에서 봤는데?

        현대 고등학생이 판타지 이세계에서 현대 지식으로 비누 만들어서 ‘굉장해!!’를 듣고, 300명으로 1,000명 포위 섬멸 작전을 펼쳐서 ‘굉장해!!’를 듣는 그런 소설.

        마법이 존재하는 현대 지구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면 딱 그 소설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런 잡생각을 하면서 후궁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나는 내 후궁 쪽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일단의 인간들을 볼 수 있었다.

       

        “마녀님!”

       

        “응?”

       

        그 선두에는 리온이 있었다.

        양팔을 활짝 펼치고 나를 향해 다가오는 리온.

        하지만 가장 먼저 나를 안은 쪽은…….

       

        = 엄마!

       

        촵!

       

        리온의 머리 위에서 뒹굴고 있던 슈르네였다.

        그야말로 내 얼굴에 딱 달라붙은 슈르네가 팔다리로 내 머리를 꽉 붙잡고는, 내 얼굴에 자기 배를 문지르며 반가움을 표했다.

       

        = 엄마! 내가 오늘 뭐 했냐면…….

       

        “…….”

       

        슈르네야.

        너도 이제 3,000살쯤 되지 않았니? 이제 슬슬 철이 들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다. 넌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해다오. 네 언니 오빠처럼만은 되지 말아라.

       

        6년 전 리온이 인간세계로 되돌아갈 때, 리온과 함께 떠나간 슈르네.

        물론 슈르네의 능력이 있다 보니 잠깐잠깐 나를 찾아오고는 했지만, 무언가에 금방 질리고는 하던 슈르네로서는 드물게도 지난 6년간 리온과 함께했다.

        그리고 슈르네는 리온이 황제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고, 지금은 이 올데온 제국의…… 뭐였지? 마스코트?

        뭔가 마스코트 같은 역할을 맡게 되었다.

       

        “시, 신수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신수님!”

       

        차마 나와 슈르네를 건드릴 수도, 그대로 둘 수도 없어서 난감해하는 슈르네의 시종들.

        뭐, 그들은 슈르네를 일종의 몬스터 비슷한 존재로 생각하는 모양이기에, 시종들의 역할은 사실상 사육사? 집사? 그 비슷한 역할이지만 말이다.

       

        안절부절 못하는 슈르네의 시종들을 손짓으로 물린 리온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얼굴을 찰싹 달라붙은 슈르네의 뒷목을 잡고 쭈욱 떼어냈다.

       

        = 아씨! 콱! 마! 이거 안 놔?!

       

        “야. 내 약혼녀 숨 막히신다. 떨어져.”

       

        = 약혼녀 아냐! 우리 엄마야!

       

        “아니거든? 지금은 내 약혼녀거든? 나중에 아내 될 거거든?!

       

        = 내 말이 맞거든?

       

        “아니거든?”

       

        = 슈르네 필살! 깨물깨물!

       

        “으갹?!”

       

        “…….”

       

        어느새 자기들끼리 놀기 시작하는 아이들.

        리온의 오른손 엄지를 깨물고, 그런 슈르네를 손끝에 매단 채 오른손을 탈탈 흔드는 리온.

        6년 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광경을 즐겁게 바라보며, 나는 리온에게 물었다.

       

        “제 궁에는 무슨 일이신지요 폐하?”

       

        “아. 큼큼!”

       

        내 말에, 그제야 헛기침하며 잃어버린 체통을 되찾는 리온.

        뭐…… 뒤에서 참담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인간들을 보아서는, 이미 늦은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아가씨.”

       

        “음?”

       

        “오늘같이 좋은 날, 저에게 당신의 시간을 함께할 권리를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갑자기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손을 내미는 리온.

        귀족들이 사용하는 어법에 맞게 빙빙 꼰 말이었지만, 직역하면 이렇게 된다.

       

        ‘오늘 날씨도 좋은데, 같이 놀지 않을래요?’

       

        “……일이 있지 않으십니까?”

       

        “그래서 도망쳐 왔습니다.”

       

        슬쩍 리온의 뒤를 바라보자, 리온의 보좌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쯧쯧쯧…… 게으른 우두머리를 두어서 부하들만 고생하는구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리온의 손을 잡았다.

        허락의 의미를 담은 내 손에, 리온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럼 이쪽으로…….”

       

        “아니요.”

       

        정원으로 데려가려는 리온을, 오히려 내가 끌고 가기 시작한다.

        영문도 모른 채 나에게 끌려오는 리온.

        그대로 리온의 집무실로 들어와 리온을 책상 앞에 앉힌다.

       

        “……마녀님?”

       

        “휴식은 모든 일이 끝난 이후에 해야 한다고 가르쳤을 텐데?”

       

        집무실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우리의 수행원들이 전부 사라졌기에, 이번에는 리온에게 말을 높이지 않는다.

        대신 검은 숲에서 지낼 때처럼 엄한 목소리로 리온을 타이른다.

       

        “우두머리는 그 누구보다 고생해야 하는 자리다. 너의 선택과 결단이, 네가 이끄는 무리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지.”

       

        “마녀님. 그래도 이건 좀.”

       

        “네 책임과 의무에서 도망쳐서는 안 되지.”

       

        네가 선택한 황좌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인간들은 흔히 착각하고는 하는데, 본래 우두머리라는 자리는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많은 자리다.

        무리 구성원들 간에 불화가 일어나면 케어해줘야 하지, 무리 구성원들을 위해 매번 힘든 선택해야하지, 때때로 자신에게 도전해 오는 도전자에게서 이겨야하지…….

       

        우두머리로서 얻는 이득과 권리? 그런 게 존재할 것 같은가?

        우두머리가 다른 구성원들보다 사냥감을 먼저 배불리 먹는 것은, 구성원들이 배를 채우는 동안 우두머리 혼자서 외부를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두머리는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기에…… 그렇기에 우두머리가 가장 먼저 배를 배불리 채울 권리를 얻는 것이다.

       

        인간들의 우두머리…… 그러니까 ‘왕’이라고 하는 이들의 평균 수명만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온다.

        그들의 태반이 평균 수명보다 짧은 삶을 살았지 않던가? 그게 다 우두머리라는 자리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인 거다.

       

        “너무하십니다.”

       

        “대신, 내가 일을 도와주마.”

       

        “네?”

       

        리온의 책상 위에 올려진 서류들을 가져온다.

       

        이 세계에서 우두머리들의 근무 시간이 긴 이유는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서식’이 없거나 엉망이라는 이유가 있어서기도 하다.

        현대 지구와 같이 기술과 문화가 발전된 세계에서는 ‘서식’이라는 것을 통해 문서를 간략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서…… ‘그래프’를 사용한다든지, ‘표’를 사용해 정리한다든지,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해 한눈에 수치를 표시한다든지 말이다.

       

        수학에 대한 발전도가 낮은 것도 이유가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는데, 뜻밖에도 수학에 대한 능력은 크게 필요하지 않다.

        통계학이나 집합 같은 개념을 제외하고는 사칙연산 정도만 할 줄 알면 되는 데다, 계산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황제쯤 되면 옆에서 수칙 계산을 대신 해 줄 인원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즉, 황제와 같은 우두머리들의 근무 시간이 자꾸 늘어지는 이유는, 안건 하나하나를 읽고 해결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리고 그 정도라면 내가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다.

       

        “이 안건들은 내가 읽어도 되느냐?”

       

        “네. 문제없습니다.”

       

        눈 아래에 기미가 내려온 리온의 보좌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머리 위에서 슈르네가 머리카락을 씹고 있건만, 그런 것조차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듯 피곤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보좌관.

        음…… 조만간 치유 마법으로 피로를 좀 풀어 줘야 하나?

       

        리온의 옆에 의자를 만들어서 앉는다.

        그리고 드래곤의 능력과, 슈퍼컴퓨터급 능력을 지닌 에코의 도움을 받아 리온이 해결해야 할 서류들을 확인, 복사, 정리, 문서화시킨다.

        그 후 새로운 종이(이 세계에는 종이가 존재한다. 그것도 제법 흔하다.)를 가져다가 문서화가 끝난 안건들을 빠르게 적어서 리온에게 건네준다.

       

        “에휴. 사랑하는 약혼자님이 그러시니…… 으음?!”

       

        “어어어?!”

       

        ‘위대하시고도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같은 쓸데없는 미사여구로 뒤범벅되어, 이것이 편지인지 서류인지 헷갈리던 서류가 내 손을 거치며 간단하게 정리된 것을 확인한 리온과 보좌관이 두 눈을 크게 뜬다.

        잠시 두 눈을 깜빡이며 내가 새롭게 출력(?)해 준 서류를 바라보던 둘은, 황급히 원본 서류를 가져가더니 비교해 보기 시작한다.

        결론은…….

       

        “미친?!”

       

        “신이시여!!”

       

        ‘이건 현실이 아니야!!’라고 외치며 머리를 부여잡는 둘.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다 물었다.

       

        “그래. 확인이 되었으면, 계속할까?”

       

        “마녀님!”

       

        늘 피곤에 절어 있던 보좌관이, 처음으로 활기찬 얼굴을 한 채 내 두 손을 꼭 잡는다.

       

        “부디! 부디 하루라도 빨리 황후마마가 되실 수 있도록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음…….”

       

        두 눈에서 불꽃이 튀어나올 듯 나를 바라보는 보좌관.

        하긴…… 내가 정리해 준 문서를 사용할 수 있다면, 지금 옆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의 3분의 1은 줄일 수 있을 테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일이 줄어든다는 말은, 그만큼 퇴근 시간이 빨라진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다.

        물론 일이 줄어든 만큼 추가적으로 일이 들어올 수도 있고, 갑자기 급한 일이 터질 수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나도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일이니까.

       

        내가 한 일은 단순히 서류에 엉망으로 늘어진 내용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것만으로도 이렇게 일의 효율이 달라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서식’의 힘이다.

       

        “쉰소리는 그만하고, 얼른 일부터 끝내자꾸나.”

       

        “넵!”

       

        “네이.”

       

        그리고 그날 저녁.

        생각보다 빠르게 직무를 끝낸 리온은 끝끝내 나와 함께 저녁놀을 바라보며 소풍을 즐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서류는 짧을 수록 좋지요. ㅎㅎ

    앞으로 드래곤님 인방 시간은 12시쯤(점심 먹을 시간)으로 하려고 합니다.

    같이 연재 중인 다른 소설은 밤 12시(24시)에 연재하려고 계획중이라, 이것도 그것에 맞추려고 합니다.

    처음 해보는 로맨스 이야기라서 조금 해보고 싶은게 많은데, 어쨌든 썰풀이라서 다 풀 수 없는게 조금 아쉽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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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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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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