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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저주는 기본적으로 ‘매개체’라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모든 저주가 ‘매개체’를 기본으로 한다는 말은, 반대로 말해서 ‘매개체’가 없으면 저주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말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저주술에서 ‘매개체’는 아주 중요하다.

        어떤 저주를 사용하냐에 따라 적절한 매개체가 달라지고, 매개체의 질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저주의 등급도 달라지니까.

       

        – 왜 그런가요?

        – 무슨 저주인형 같은 건가?

        – 무섭네.

        – ㅎㄷㄷ

        – ㄹㅇㅋㅋ

        – 왜죠?

       

        “저주는 악의에서 시작된 기술이기 때문이란다.”

       

        마법이 ‘소원’에서 시작된 기술이라면, 저주는 그 근원이 ‘악의’에서 출발한 기술이다.

        남을 해하겠다는 ‘악의’, 남이 잘못되면 좋겠다는 ‘악의’, 남을 굴복시키겠다는 ‘악의’.

        악의를 현실로 실체화한 것이 바로 저주고, 그렇기에 저주는 기본적으로 다른 이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종류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본디 악의라는 것은 한쪽에만 피해를 주지 않지.”

       

        남을 해하려는 의도는, 자연스럽게 자기 스스로에게도 해를 입힌다.

        그리고 그런 악의를 짙게 농축해서 사용하는 저주는 자연스럽게 저주를 시전하는 스스로에게도 저주의 피해를 입게 만든다.

       

        “그래서 매개체가 필요한 것이란다.”

       

        자신이 시전하는 저주의 피해를 대신 받아주는 것. 그것이 매개체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물론 차원에 따라, 발전에 따라, 시대에 따라 그 역할이 조금씩은 달라질 수는 있어도 말이다.

       

        “어디서 들어 봤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매개체를 부수면 저주가 풀린다고 아는 이들이 많더구나.”

       

        – 맞지 않나요?

        – 아닌가?

        – 아닌가베~

        – ㄹㅇㅋㅋ

       

        “매개체를 부순다고 저주가 풀리지는 않는단다.”

       

        정확히는 한쪽으로만 흐르던 저주의 흐름이, 쌍방향으로 바뀔 뿐이다.

       

        “물을 한쪽으로 흐르게 만드는 펌프를 생각해 보면 된단다. 물을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펌프지만, 만약 그 펌프를 부수면 어떻게 되겠느냐?”

       

        한쪽으로만 흐르던 물길이 양쪽으로 동시에 움직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주의 대상에게 향하던 저주의 힘이 약해질 수는 있어도, 애초에 물이 흘러오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물길을 막은게 아니라, 물을 유도하던 펌프를 부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매개체를 부수어서 저주가 풀리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인데, 그것은 단순히 저주의 기운이 약해진 것에 불과하단다.”

       

        저주의 기운을 대상자 혼자서 받아내다가 약해지니 일시적으로 저주가 풀린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지, 근본적으로 저주 자체가 풀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주의 기운이 묶여 있던 매개체가 부서졌기에, 저주를 해주하는 난이도가 더더욱 올라갈 뿐이다.

       

        “그렇기에 저주를 푼답시고 매개체부터 부수면 안 된다. 자칫하면 저주를 영영 풀 수 없게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 그렇구나…….

        – 처음 알았네

        – ㅎㄷㄷ

        – 그래서 저주가 무섭다는 거구나…….

        – 왜 저주술사들이 협회의 관리를 받는지 알겠네.

        – 개 악랄한 기술이네

        – ㄹㅇㅋㅋ

       

        여기서 멈추면 인간들이 저주에 대해 나쁜 시선을 가지게 될 것 같아서, 나는 조금만 더 설명하기로 했다.

       

        “물론, 조심스럽게만 사용한다면 저주도 나쁜 기술은 아니란다.”

       

        저주의 장점은, 격을 한 단계 정도는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단계 낮은 격을 지닌 자도, 준비만 된다면 자신보다 더 높은 격을 가진 존재를 해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저주’라는 기술이니까.

       

        “성공률이 높지는 않지만, 어쨌든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지.”

       

        – 오오오…….

        – 그렇구나!

        – 그럼 라나님도 저주에 걸리시나요?

        – ??

       

        “물론이다. 나 역시 저주에 걸릴 수 있지.”

       

        다만 이 차원에는 나를 저주할 수 있는 초월자가 거의 없다.

        필멸자들은 아예 불가능하고, 설사 나에게 저주가 온다고 하더라도 어지간한 것은 용금이 방어해 주니까.

       

        – 용금이 아주 만능 방어구네.

        – 그러겤ㅋㅋㅋ

        – 그런데 갑자기 저주 이야기는 왜 나왔나요?

        – 그러게?

        – 왜 갑자기 저주 이야기로 빠진 거지?

        – 삼천포?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그러고 보니 내가 왜 갑자기 저주 이야기한 것인지 설명을 빠뜨렸구나.

        나는 쿨쿨 자는 슈르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대답했다.

       

        “방금 말했던 그 남부의 마녀가 나에게 저주를 걸었기 때문이지.”

       

       

        *            *            *

       

       

        1왕자를 따르는 귀족들의 사주를 받은 남부의 마녀.

        늙은 인간 여성의 마법사가 웃음을 흘리며 손에 든 것을 만지작거렸다.

       

        “흐흐흣! 이런 대규모의 의식은 얼마 만이던가.”

       

        “으으읍!!!”

       

        저주의 매개체로 선택된 이름 모를 인간 여자가 눈물을 흘리며 몸부림친다.

        복장을 보면 본래 시녀인 것으로 보이는데…… 운이 없게도 이런 곳으로 잡혀 온 듯싶다.

       

        꽁꽁 묶인 양 팔다리를 바둥거리고, 천으로 꽉 막인 입을 우물거리며 비명을 지르려 한다.

        하지만 이곳은 귀족 저택의 구석에 위치한 별채. 심지어 그 지하다.

        인간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위치인 데다 지하이기까지 하기에, 이곳에서 저 인간 여성이 비명을 지른다고 하여도 들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저 마녀나 나 정도겠지.

       

        벌컥!

       

        “마녀.”

       

        “오셨나이까 나으리?”

       

        몇몇 귀족들이 지하실에 들어온다.

        고개 숙이는 마녀를 힐끔 바라보던 귀족들의 시선이 시녀에게 향하고, 이어서 일제히 얼굴을 구겼다.

       

        현재 팔다리가 묶여 있는 시녀의 옷은 이곳저곳이 잘려 나가 있었고, 그녀의 몸 위에는 염소와 닭의 피를 섞은 것으로 그려진 주문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드래곤인 내 시선으로는 그냥 조악한 주문에 불과하지만, 인간들의 시선에는 조금 이상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내가 인간이던 시절에도 저 인간들과 비슷하게 느꼈을까?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확실하겠지?”

       

        “이 정도 재료에, 이 정도의 매개체, 그리고 저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할 것입니다.”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는 마녀.

        그런 마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우두머리 귀족이, 옆에 있던 기사에게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기사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마녀에게 던졌다.

       

        “받아라.”

       

        “오오오…….”

       

        마녀가 상자 안에서 머리카락 한 올을 꺼내 든다.

        선명하게 빛나는 은색에, 중간중간 금빛으로 반짝이는 머리카락.

        그래. 내 머리카락이다.

       

        “황궁에 심어둔 시녀가 가져온 것이다.”

       

        “오오! 이렇게 아름다운 머리카락이라니!”

       

        내 머리카락을 받아 든 마녀가 황홀하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잠시 내 머리카락을 살피던 마녀가, 조심스럽게 그것을 제단 위에 내려놓는다.

       

        “이제 시작할 것인가?”

       

        “그렇습니다.”

       

        마녀가 제단 위에 놓여있는 것들을 바라본다.

       

        염소의 머리.

        개의 피를 섞은 수은.

        매개체가 될 순결한 처녀.

        대상을 특정지을 내 머리카락.

        그 외의 기타 등등.

       

        “으읍!”

       

        주륵!

       

        시녀의 손에 상처를 내어 피를 따르고, 그 피를 이용해 제단 주위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하는 마녀.

        너무 즐겁다는 듯 마법진을 그리며, 마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 저주를 이용해, 저는 나으리가 말씀하신 마녀의 몸을 빼앗을 것입니다.”

       

        “그 후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는 잘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렇다.

        지금 저 마녀가 준비하는 저주는 상대의 몸을 빼앗는 저주.

        대상의 영혼은 지금 매개체로 준비 중인 처녀의 몸으로 옮기고, 저주의 사용자가 자신의 영혼을 대상의 몸에 집어넣는 것으로 육체를 빼앗는 종류다.

        그렇게 나의 몸을 빼앗은 후, 리온을 처리하는 것이 저들의 목적이겠지.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마침내 모든 준비를 끝마친 마녀가 저주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내 머리카락을 불로 태우고, 그 재를 개의 피가 섞인 수은 위에 뿌린다.

        그 후 그 수은을 매개체의 몸 위로 부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으으으읍!!”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매개체의 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하는 수은.

        마녀의 손에 들려 있던 작은 단지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수은이 흘러나오며, 이내 꽁꽁 묶여 있던 여자의 팔다리를 십자 형태로 구속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제단에 놓여져 있던 염소의 머리가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매개체의 몸을 구속하는 십자가 형태의 수은 위쪽에 달라붙고는 크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메에에에에에에~!!

       

        “자! 저주는 시작되었다!!”

       

        “으으으으으읍!!!!”

       

        매개체가 된 처녀의 영혼이 강제로 뜯겨나가고, 이어서 저주의 힘이 마녀의 영혼과 연결된다.

        그리고 그 반대편은, 내 머리카락을 따라 나를 향해 날아온다.

       

        스윽!

       

        모든 상황을 염탐하고 있던 벌레에서부터, 다시 아바타를 향해 의식의 시선을 돌린다.

        잠들어 있던 후궁의 침실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이 뜬 위치로 보아선…… 새벽 2~3시 정도 됐으려나?

       

        후우우웅!!

       

        창문을 뚫고 들어온 저주의 힘이 내 아바타를 향해 밀어닥친다.

       

        – 으햐하하하하하!! 젊은 육체! 아름다운 육체! 그 육체를 내놔라!!

       

        마녀의 영혼이 광소를 터뜨리며 다가왔다.

       

        “……아?”

       

        하지만 이내 마녀가 의아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야 그녀의 주위는, 그녀가 생각했던 황궁의 후궁이 아닌, 온통 하얗기만 할 뿐인 공간이었으니까.

       

        “뭐지? 여긴 어디야?”

       

        그녀가 의아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주위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하얀 공간.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몸과, 한쪽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벽뿐.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그녀의 얼굴 위로 불안함과 공포, 의문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장난은 이쯤 할까?

       

        드드드드드드드…….

       

        “어?”

       

        그녀가 줄곧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움직인다.

        그리고 벽 전체가 갈라지며, 그 안에서 그녀의 인지를 아득히 벗어난 크기의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

       

        지구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태양을 올려다보면 딱 이런 모습일까?

        인간이 제대로 인지할 수 있는 거대함을 아득하게 뛰어넘은, 거대하고도 거대한 무언가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이며 마녀를 응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단지 그것만으로, 한낱 필멸자에 불과한 마녀의 정신이 광기에 지배되기 시작한다.

       

        “아가가가각ㄱㄱ가ㅏㅏ가가ㅏ거ㅜㅏㅗㅇ량$@#%^&%#$@…….”

       

        필멸자의 두뇌와 영혼으로는 차마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

        존재 자체만으로 세상의 법칙을 뒤흔들고, 균형을 깨부수는 자.

        초월자의 영혼을 아무런 대비 없이 인지하게 된 덕분에, 실시간으로 부서지고 변이되기 시작하는 마녀의 영혼.

        이젠 인간조차 아니게 되어버린 광기의 편린을 바라보며, 나의 영혼이 말했다.

       

        = 꺼져라.

       

        파사삭!

       

       

        *            *            *

       

       

        이튿날.

        리온, 그리고 슈르네와 함께하는 아침 식사.

       

        와작! 와작!

       

        와그작!

       

        “…….”

       

        황궁에서 일하는 훌륭한 주방장이 요리한 하드본 스테이크라는 요리를 뼈째 씹어먹고 있을 때였다.

        맛있게 식사하는 나와 슈르네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리온이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 소식 들으셨습니까 마녀님?”

       

        “무엇 말이냐?”

       

        오독오독!

       

        씹는 맛이 좋은 갈비뼈를 먹으며 묻자, 리온이 자신 몫의 뼈를 나에게 밀어주며 말했다.

        이 맛있는 뼈를 넘겨주다니…… 내가 리온을 잘 키웠구나.

       

        “헤리슨 백작가의 저택이 통째로 붕괴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구나.”

       

        이미 알고 있던 사실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허! 슈르네! 엄마 뼈를 마음대로 훔쳐가면 못 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인간의 입장을 이해하는 엘더 드래곤 = 인간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크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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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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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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