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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 크…… 툴…… 루?

        – 너야?

        – 미친.

        – 갑자기 쌉 호러가 됨.

        – 갑자기 코스믹 호러 뭐임?

        – ㅎㄷㄷ

       

        동요하는 시청자들에게, 나는 경고의 의미를 담아 말했다.

       

        “얼마 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

       

        유럽이었나?

        어떤 인간이 프랑스에 열린 EX랭크 게이트에 무단 침입했다가 A급 몬스터들을 밖으로 내보냈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그 뉴스를 처음 보았을 때 내가 했던 생각은, 이 세계의 인간들은 생각보다 ‘위기의식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냉정히 말해, 지금 이 세상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란다.”

       

        차원 사이에 간섭이 발생하며 나타난 현상인 ‘게이트’.

        물론 그것은 인간들이 붙인 명칭이기는 하지만 지금 여기서는 인간들에게 맞춰주자.

       

        어쨌든 이 세상은 생각보다 훌륭하게 다른 차원의 침공을 막고 있었다.

        본래 마나 농도가 낮은 차원이었으나, 마나가 풍부한 다른 차원과 연결되며 흘러들어온 마나로 인해 초상 능력을 일깨운 인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몇몇 지성체들과 공존하며 외계의 지식도 익혔다.

       

        “하지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너희는 너무 안일해지고 말았더구나.”

       

        이걸 뭐라고 불렀더라?

       

        “……안전 불감증이라고 하던가?”

       

        – 그거 맞아요.

        – ㅇㅇ

        – 사실 안전 불감증 맞기는 하지.

        – ㄹㅇㅋㅋ

        – 그건 맞음.

        – ㅠㅠ

       

        사실 처음에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상당히 걱정했다.

        혹여나 몬스터로 알려진 내가 인터넷 방송하면 약자인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 두려워한다고요?

        – 무서운데요?

        – ㅇㅇ

        – 충분히 무서운데요?

        – 까부는 게 아니라, 두려워하는 게 걱정되었다고요?

       

        “너희들이 나를 적대하는 것은 별문제가 아니란다.”

       

        초월자가 나를 적대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냥 필멸자들의 적대에 걱정할 리가 없지 않던가? 하지만 아예 나를 두려워하는 것은 걱정되었다.

        왜냐하면 적대하는 이와는 소통의 여지가 있지만, 두려워하는 이와는 소통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소통이지, 내가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란다.”

       

        그래서 걱정하면서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는데…… 웬걸?

       

        “뭐, 보다시피 겁이 없는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지 않느냐?”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

        – 할 말 없긴 합니닼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드래곤의 시선으로 볼 때, 인간들의 이런 태도는 좋지 못했다.

        적어도 ‘생존의 문제’를 볼 때는 말이다.

       

        좀 전에 말했듯, 이 세계는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흘러들어오는 중이다.

        그리고 내 경험상, 다른 차원에는 정말로 별별 존재들이 전부 존재한다.

        지성체의 뇌를 파먹고 기생하는 생물도 존재하고, 이 세계의 대륙 크기만 한 생물도 존재하며, 감정을 먹어 치우는 생물도 존재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차원의, 어떤 생물이 흘러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여져 있는 것이 이 세상인 것이다.

       

        그런데 낯선 것을 경계하고 두려워하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겁 없이 대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그 덕분에 지금 내가 인터넷 방송을 재미있게 하고는 있다만.

       

        “특히 초월자들은, 너희들 같은 필멸자들에겐 감히 대항할 수 없는 존재란다.”

       

        필멸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마침내 초월의 영역에 들어선 존재.

        그것이 바로 초월자다.

       

        “이미 그 존재 자체가 현상, 의미, 감정, 재해와 동격인 이들.”

       

        예를 들어 볼까?

       

        “나는 멸천룡 그랑 라그나란다. 하늘에 속한 존재를 멸하고, 황금의 부를 부여하는 존재지.”

       

        이 중에서 ‘황금의 부를 부여하는 존재’는 남편이 남겨 준 용금 덕분이니, 사실상 내 힘으로 얻어낸 ‘초월’은 ‘하늘에 속한 존재를 멸하는 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명에 따라, 나는 하늘에 속한 모든 것들에게 언제나 극한의 상성을 가져간다.

       

        “하늘에 속한 모든 것은 나에게 멸망할 운명이며, 그것이 바로 나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런 것이다.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존재 자체가 그런 것이다.

       

        “이것이 바로 초월자다.”

       

        – 헐.

        – 그냥 신 아닌가요?

        – ㄹㅇㅋㅋ

        – ㅎㄷㄷ하네.

       

        “그래. 너희들이 말하는 ‘신’이라는 존재도, 일종의 초월자들이란다.”

       

        그러므로 초월자는 존재 자체가 현상이며, 동시에 존재 자체가 재앙이다.

        그들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법칙을 뒤틀고, 필멸자들은 그 존재를 그저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미쳐 버린다.

       

        “전에 이야기했던 크툴루 신화라는 이야기를 쓴 예언자가 그 부분을 아주 잘 표현했었지.”

       

        크툴루 신화라는 이야기에 나오는 절대적 존재들.

        그저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광기에 차버리는 묘사는, 필멸자에게 초월자가 어떤 존재인지 아주 잘 나타낸다.

       

        “나 역시, 너희의 시선에서는 외신이라고 할 수 있단다. 내가 마음먹고 진정한 힘을 외부에 꺼내놓는다면…….”

       

        ……이 이상 말하면 겁먹겠지? 말하지 말자.

       

        아무튼 간에, 지금, 이 지구에는 나와 내 가족 이외에도 6명의 초월자가 존재한다.

       

        “다른 EX랭크 게이트 역시, 초월자가 들어 있을 거다.”

       

        – 헐?

        – 대충 예상은 했는데…….

        – ㅎㄷㄷ

        – 진짜 지구 끝장나는 거 아님?

       

        “나는 너희에게 우호적이라고 하지만 과연 다른 초월자들도 너희에게 우호적일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가 없구나.”

       

        내가 이들을 안일하다고 평한 이유가 이것이다.

        지금도 저 EX랭크 게이트 안에서 어떤 초월자가 나타나려고 하는지 모르는데, 초월자에게 대항할 방법이 없는 인간들이 아무런 위기의식도 없이 지내고 있으니까.

       

        – 그런데 저희는 라나님 모습 봐도 아무렇지 않았는데요?

        – 그러게?

        – ㄹㅇㅋㅋ

        – 사실 우리 겁주려고 그런 거죠?

       

        “그거야 나는 밖에 나갈 때 용금을 두르고 있지 않았더냐.”

       

        내가 온몸에 두르고 있는 용금은 남편이 나에게 남겨 준 것이다.

        방어력이 낮은 나를 지켜 주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단단한 방패.

        하지만 동시에, 용금은 나의 힘을 제약하고 구속하는 구속구이기도 하다.

       

        “용금은 내 본래 힘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도록 막는 역할도 맡고 있단다. 그렇기에 너희들이 내 본체를 가까이에서 보아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지.”

       

        – 헐.

        – 그냥 단단하고 삐까번쩍한 옷이 아니었구나?

        – ㄹㅇ 처음 알았네.

        – ㅎㄷㄷ

        – 이거시…… 코즈믹 호러?

        – 코즈믹 호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네.

       

        덜덜 떠는 시청자들을 바라보다 흠짓거렸다.

        ……그러고 보니 왜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간 걸까?

       

        “큼큼! 아무튼 이야기를 계속해 주마.”

       

        – 이미 늦은 듯?

        – 이 분위기 어쩔 거에욬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 책임져!

        – ㄹㅇㅋㅋ

       

        시끄럽다!

       

       

        *            *            *

       

       

        나와 리온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을…… 뻔했지만, 몇몇은 리온이 미리 처리했고, 또 몇몇은 내가 미리 처리한 덕분에 큰 사건 없이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다.

        본래라면 난 나설 생각이 없었는데, 저쪽에서 먼저 나를 건드렸단 말이다. 이건 그러니까…… 아! 정당방위! 그거다.

       

        올데온 제국의 전통 방식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피로연이라고 할 수 있는 연회에서는 리온과 함께 춤을 춘다.

        그 후에 리온은 황제로서 외국의 사절들과 이야기를 나누러 갔고, 나는 황후로서 다른 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제국에 평안이 깃들길.”

       

        “그래.”

       

        황후가 된 덕분에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예법 선생의 눈치를 볼 것 없이 편하게 말해도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어색하게 반말을 한다던가, 예법에 맞게 말을 빙빙 돌린다던가 같은 일들 때문에 얼마나 귀찮았던가?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좋군.’

       

        물론 내 앞에서 벌벌 떠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아서는, 이전부터 말을 편하게 해도 딱히 누가 뭐라고 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른이 되어서 리온에게 폐가 되지는 말아야지.

       

        나에게 잘 보이려 하는 귀족들을 예법에 맞게 상대해 주고, 질투하는 귀여운 여자아이들을 자애롭게 바라봐 주고, 감히 나에게 싸움을 거는 이들을 조곤조곤 타이르고 있길 얼마나 지났을까.

        이야기를 다 끝낸 듯, 외국 사절들 사이에서 빠져나온 리온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그대로 내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가 많이 취한 듯싶은데, 이만 가 봐도 되겠나?”

       

        “???”

       

        난 안 취하는데?

        그런 시선으로 리온을 빤히 바라보았지만, 리온은 이미 다른 꿍꿍이를 품은 채 귀족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신의 대리자라 불리는 황제의 압박을 받은 귀족들은, 그저 고개를 조아리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실례하지.”

       

        척! 척! 척!

       

        예법에 맞는 걸음걸이.

        하지만 리온의 마음을 대변하듯, 그 속도는 걷는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순식간에 황제의 침실에 도착한 리온이 그대로 나를 침대 위로 내려놓았다.

       

        “리온? 어쩐지 손길이 거친 것 같다만?”

       

        “……전부 마녀님 때문입니다.”

       

        드드득!

       

        리온이 목깃을 조이고 있던 스카프를 거칠게 뜯어낸다.

        본래는 단추로 고정되어 있기에 그것을 하나하나 풀어야 하지만 리온의 괴력에 단추가 뜯겨 나가며 튕겨 나간다.

        동시에 겉옷까지 벗어 던진 리온이 침대에 누운 내 위로 올라왔다.

       

        “결혼 전에는 안 된다고 하시면서 제 심장을 펄펄 끓게 만드셨지 않습니까?”

       

        “급할 이유가 없지 않냐?”

       

        결혼 전에 동침을 거부한 것은 인간들의 규칙이 그렇기 때문이다. 결코 리온을 애타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나는 약속대로 리온의 소원 하나를 들어 주어야 했고, 리온은 나에게 결혼을 빌었다.

        리온이 그 소원을 취소하지 않는 이상, 나는 무조건 리온과 결혼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게다가 리온은 나를 데려오자마자 약혼식을 하고, 그대로 최단기간에 결혼식까지 준비했다.

        기한으로 따져 보면…… 대략 4 ~ 5개월 정도 되려나?

       

        “겨우 그것도 못 기다리는 것이냐?”

       

        “네.”

       

        찌이익!

       

        리온이 내가 입고 있는 드레스를 힘주어 뜯어낸다.

        재봉사의 열정과, 드레스를 관리한 시녀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뜯겨 나간다.

        하지만 리온은 그것으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츕!

       

        거칠게 내 입술을 훔친 리온이,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지금까지 절 애타게 만드신 것을 후회하게 해드리죠. 부인?”

       

        인간이자 마녀인 ‘라나’를 내려다보는.

        인간.

        양아들.

        황제.

        그리고 남편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오랫동안 굶주린 짐승과도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를 향해, 나는 헛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얼마든지.”

       

       

        *            *            *

       

       

        – 헉! 헉! 헉!

        – 다음!

        – 다음은?!

        – 다음은요!

        – 왜 없어?!!

        – 빨리 다음 편!

       

        시청자들이 아우성을 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희 인간들은 짝짓기에 관해 보수적이지 않더냐?”

       

        내가 이 일을 이야기했다가는, 내 방송이 또다시 정지를 당하겠지?

        아무리 인간사를 잘 모르는 나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 지식은 있다.

       

        – 앙대!!

        – ㅠㅠ

        – 젠장! 왜 이곳은 19금 채널이 없는가!

        – 슬푸다.

        – 흙흙흙…….

       

        울음바다가 되어 버린 채팅창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편으로 마녀님 이야기는 끝입니다.

    그리고 슬픈 소식이 있습니다.

    본 소설의 표지 제작 외주를 했었는데, 그게 잘 안되었습니다.

    본래는 깜짝 발표로 서프라이즈를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일단 다른 쪽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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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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