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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

        “3번 참가자는 뭐래?”

       

        “부장님! 6번 참가자가…….”

       

        “이 사람 갑자기 참가가 힘들다는데요?

       

        수많은 사람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일하고 있다.

        이곳은 요즘 뜨고 있는 라튜버를 전문적으로 캐스팅, 육성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자, 최근에 회사 전체가 한 스트리머의 매니저로서 일하기로 한 것에 의해 유명해진 회사.

        양지 엔터테인먼트의 회사 내부이자, 그중에서도 ‘라그나 매니저 부서’에 속한 이들이다.

       

        “이건 어떻게 하면 됩니까?”

       

        “게이트는 일반인들에게 굉장히 위험한 환경입니다. 일반적으로는요.”

       

        “이쪽은 어떻게…….”

       

        “이건…….”

       

        그런데 특이한 장면이 보인다.

        회사원처럼 보이는 이들의 곁에서, 조금 특이한 복장을 입은 이들이 함께 서류를 들여다보며 일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구석에서 지켜보던 양지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이재운은 자기 옆에 서 있는 이를 힐끔거리며 식은땀을 닦아냈다.

        회사 내부는 빵빵하게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서 시원했지만, 이상하게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그럴 수밖에…….’

       

        지금 자기 회사 내부에 들어와 있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자기 옆에 서 있는 사람만 하더라도 식은땀을 흘리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게이트와 몬스터,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헌터가 전혀 낯설지 않게 된 세상.

        그런 세상에서도 독보적으로 주목을 받는 존재 중 하나가 지금 자기 옆에 서 있었으니까.

       

        “괜찮나?”

       

        “예? 아, 예예!”

       

        한국에 존재하는 3명의 S랭크 헌터 중 하나이자, 이번에 진행될 ‘멸천룡의 게이트 방문 콘텐츠’에서 안전 확인을 위해 온 자문 위원 중 하나.

        그리고 자신 또한 멸천룡의 게이트에 초대받는 데 성공한 사람 중 하나.

        박수무당 황조령이 그의 옆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되는데?”

       

        “아, 예. 시정하겠습니다.”

       

        “하! 거~ 젊은 양반이 참…….”

       

        외모만 보면 황조령이 한참 어려 보였지만, 실제 나이는 황조령이 까마득한 인생 선배인 셈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대한민국에 단 3명밖에 없는 S랭크 헌터.

        인지도도, 실제적인 무력으로도 이재운은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인물인 것이다.

       

        그렇게 식은땀만 뻘뻘 흘리며 영업용 미소를 짓는 이재운을 바라보던 황조령은 속으로 감탄했다.

        이 사람, 겉으로만 보면 진짜 태연하다.

       

        ‘그 멸천룡과 계약을 청했다길래 무슨 깡인가 싶었는데…….’

       

        이재운은 헌터 협회의 회장인 김두식의 친척이다.

        그리고 김두식이 북한 사태에 대해 멸천룡의 입장을 들을 겸, 협의도 좀 해볼 겸 떠날 때 다짜고짜 찾아와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것은 헌터 협회에서 제법 유명한 소문이었다.

        그 당시 북한 사태에 모든 뉴스가 점령당해서 그렇지, 이재운이 김두식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던 장면을 본 이들이 상당히 많았으니까.

       

        당연히 그 당시에 그 광경을 지켜보던 헌터 협회 관계자들은 코웃음을 쳤다.

        일단 김두식이 허락해 줄 리가 없을뿐더러, 설사 허락해 준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못 한 채 돌아올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야 멸천룡이 뿜어내던 기세를 직접 받아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헌터 협회는 그 특성상 헌터들을 주요 고객 및 회원으로 받는다.

        당연히 헌터들을 상대해야 함으로, 헌터 협회에 공무원 겸 직원으로 들어오는 이들 역시 능력을 각성한 헌터라거나, 헌터 뺨치는 간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랬던 이들도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 것이 바로 멸천룡이었는데, 헌터도 아니고 민간인이 간다?

       

        ‘그런데 진짜로 계약해서 왔네?’

       

        기대도 안 했는데, 진짜로 해냈다.

        그때는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의문이었는데, 지금 S랭크 헌터 옆에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태연한 척하는 것을 보니 어쩐지 짐작이 되었다.

       

        ‘크게 될 놈일세?’

       

        그리고 진짜 크게 되긴 했다.

        나라 하나를 우습게 가지고 노는 몬스터의 매니저가 된 것이라면, 충분히 크게 된 셈이긴 하지.

       

        “계획은 다 전달했지?”

       

        “네! 부장님!”

       

        “참가자들도 다 확인했고?”

       

        “그렇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생떼 쓰는 놈들은 그냥 걸러. 고용주도 허락했다!”

       

        “네! 사장님!”

       

        10여 명의 참가자 중 멸천룡의 게이트에 들어가기로 한 이들은 단 8명.

        1명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겨 불참하게 되었고, 다른 한 명은 터무니없는 생떼를 써서 그냥 배제시켰다.

        자기 애인도 데려가면 안되냐는 것은 무슨 소리인지…….

       

        ‘멸천룡이 단호박이라서 다행이었지.’

       

        그런 상황을 멸천룡에게 전달했을 때, 멸천룡은 아주 간단하게 답했다.

        계약을 어기려는 이들은 망설임 없이 내치라고.

        인간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할 수 없었을 텐데, 인간이 아니어서 그런가?

       

        “어쨌든 이것으로 준비는 대충 되었군요.”

       

        “그러네요.”

       

        멸천룡, 양지 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 헌터 협회가 협력한 대형 이벤트.

        물론 사건의 발단은 멸천룡의 갑작스러운 콘텐츠 계획이었지만…… 원래 약한 이들은 강자의 결정에 끌려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양지 엔터테인먼트는 뒤늦게 고용주에게 고용된 죄로, 대한민국 헌터 협회는 멸천룡이 대한민국에서 인방을 한다는 죄로.

        그런 억울한 사정에 의해 지금, 이렇게 개고생을 하고 있었다.

       

        ‘수입은 늘었지만.’

       

        ‘국가 위상은 늘었지만.’

       

        물론 그만큼의 이득이 있기는 했다.

       

        어쨌든 모든 준비는 끝났다.

        게이트에 입장할 이들은 하루 일찍 헌터 협회에서 준비한 호텔에 모여 건강검진 및 심리검사를 받았고, 혹시나 이상한 이들이 손을 쓰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검사도 받았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민간인들과 함께 할 호위 인력도 검수가 끝난 데다, 게이트에 입장 후 어떤 콘텐츠를 진행할지에 대한 분류도 끝난 상황이다.

       

        “멸천룡의 게이트, 진짜 대단하나?”

       

        며칠 전 사전답사 겸 미리 멸천룡의 게이트를 간단히 구경하고 왔던 이재운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용주의 배려로 남들보다 먼저 구경하고 온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후회는 안 하실 겁니다.”

       

        “오호.”

       

        사전답사를 김재홍에게 빼앗겼던 황조령이 두 눈을 번뜩였다.

        미리 구경하고 온 이가 이렇게까지 확답을 해주니, 기대가 안 될 수가 없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걱정, 기대, 환호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날이 밝았다.

       

       

        *            *            *

       

       

        자예와 자예가 이끄는 시녀들이 내 아바타를 치장하기 시작한다.

       

        “이 드레스는 어떨까요?”

       

        “이 차원의 미적 감각에는 적절치 않은…….”

       

        “하지만 주인님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들은 반짝이는 것에 환장…….”

       

        목이 쭉쭉 늘어나는 요괴 시녀와 얼굴 정중앙에 커다란 눈알 하나만 존재하는 요괴 시녀가 두 종류의 드레스를 나에게 대본다.

        그 외에도 내 아바타에 맞는 장신구는 이것이라느니, 이런 옷이 어울린다느니, 이런 색이 어울린다느니…….

        시녀들이 자예와 나의 눈치를 보며 내 아바타를 치장하고 있었다.

       

        ‘꼭 이래야 하나?’

       

        수많은 차원들을 돌아다니며 인간들과 어울린 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그렇게 많은 경험담을 이야기해 줄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매번 이렇게 옷차림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영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구애하기 위해 치장하는 수컷도 아니고…….”

       

        “네?”

       

        “주인님?”

       

        이런.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속마음이 새어 나왔나?

        인간의 육체다 보니 살짝 실수한 모양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

       

        “…….”

       

        분명히 내 중얼거림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인 내 체면을 생각해 모른척 해주는 시녀들.

        뱀과 같은 피부를 가진 요괴 시녀가 자예에게 물었다.

       

        “시녀장님. 이제 곧 시간이 됩니다.”

       

        “…….”

       

        시녀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자예가 손뼉을 쳤다.

        그러고는 시녀들이 가져왔던 몇몇 옷가지, 장신구, 화장품을 가리키며 지시 내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빨리 움직이죠!”

       

        “넵!”

       

        “알겠습니다!”

       

        자예의 지시대로 빠릿빠릿 움직이는 시녀들.

        그녀들의 손길에 따라 내 아바타가 씻겨지고, 입혀지고, 치장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단장이 끝났을 때는…….

       

        “완벽하십니다 주인님!”

       

        “너무 아름다우세요!”

       

        “흐아앙!”

       

        어? 저거 기절한다!

        쓰러지려는 시녀를 금속을 조종해 받쳐 든 후 살며시 내려놓았다.

       

        자예가 가져와 준 거울에 아바타의 모습을 비추어 보며 단장의 정도를 확인해 본다.

        음…… 괜찮은 거 맞나?

       

        ‘인간의 미적 감각은 차원에 따라 달라지니 원.’

       

        지금의 내 외모가 이쪽 차원에서 제법 아름다운 평가를 받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옷차림은 잘 모르겠다.

        평소 방송에 출연할 때는 다른 차원에서 입었던 적당한 드레스를 입거나, 혹은 인터넷을 통해 찾은 적당한 옷을 입고 있었다.

        저번에 휴방일 때 서울에 놀러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렇게 격식을 차린 옷차림은 처음이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자예가 잘해주었을 거라는 믿음은 있지만…… 지금 내 시선으로는 이 옷차림이 맞는 것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해봤자 소용없으려나?

       

        “주인님. 손님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입니다.”

       

        그 순간 자예가 나에게 말했다.

        기다리고 있던 손님들이 게이트의 입구에 도착한 모양이다.

       

        “그래.”

       

        고개를 끄덕인 나는 저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도화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도화는 일일 카메라맨이 되어 나와 인간들을 찍어 줄 예정이다.

       

        “그러면 움직여 보자꾸나.”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이쪽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시녀들을 대동한 채 게이트의 입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진짜 다음화부터 방송 시작입니다.

    오늘은 맛보기. ㅎㅎㅎ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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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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