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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

        다우림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그와 다른 사람들이 위치한 곳은 백두산의 정상.

        본래라면 단단히 준비하고, 오랜 시간 등산을 한 끝에 도달해야 하는 장소이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그 누구도 땀방울 하나 흘리지 않고 있었다.

        그냥 순간 이동 능력자가 호텔에서 이곳까지 단숨에 이동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난생처음으로 겪어본 순간 이동의 감각이 신기하련만,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들의 앞에서는 알 수 없는 파동을 내뿜고 있는 거대한 게이트가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게 EX랭크 게이트.’

       

        동영상이나 뉴스로는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 왜 EX랭크 게이트가 위험하다는 것인지 확연하게 보인다.

        단순히 게이트의 앞에 서 있는 것뿐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능력도 없는 민간인인 그조차 형언할 수 없는 어떤 공포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마치 귀신이 나오는 폐가나 무덤가를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은 그런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저 안에 멸천룡이 있다는 거지?’

       

        여기 있는 이들 중에서 아마도 거의 유일하게 멸천룡과 사적인 대화해 본 인간이자, 최강물소라는 닉네임으로 방송하고 있는 다우림의 표정이 묘해졌다.

       

        합방을 할 때만 하더라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직접 EX랭크 게이트의 앞에 서니까 뭔가 느낌이 묘하다.

        싱숭생숭하다고 해야 할지…… 긴장된다고 해야 할지…….

       

        “자! 모두 주의사항은 숙지하셨죠?”

       

        그 순간 이 무리의 인솔자이자 보호자, 그리고 이들과 마찬가지로 게이트에 초대받게 되었다는 한국의 S랭크 헌터.

        황조령의 말에 남은 7명의 민간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멸천룡의 게이트에 입장하는 사람들은 총 20명.

        7명은 게이트에 초대받은 민간인들이고, 다른 7명은 이 민간인들을 1 대 1로 호위하기 위해 헌터 협회에서 파견된 전문 경호 헌터들이다.

        그리고 2명은 이번에 멸천룡의 방송을 도와줄 양지 엔터테인먼트의 직원들이고, 다른 1명은 보조를 위한 헌터 협회의 직원, 남은 2명은 이 3명의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경호원들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맡은 황조령까지…….

       

        “이미 많이 들으셨겠지만, 안전을 위해 한 번 더 당부하겠습니다.”

       

        평소의 까불거리고 건들거리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날카로운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황조령.

       

        “EX랭크 게이트는 인류에겐 미지의 공간입니다. 아무리 멸천룡이 우리에게 우호적이라고 하더라도, 저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세상에는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모든 사고는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그 어떠한 경우에도 단독행동을 삼가주시고, 비상시엔 거친 행동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7명의 민간인들이 자기 옆에 붙은 경호 헌터들을 힐끔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애초에 미리 서면으로 동의도 받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유서까지 쓰고 왔다.

        유서는 조금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이들이 들어가려는 곳은 지하 동굴이 아니라 EX랭크 게이트다.

       

        게이트의 주인인 멸천룡이 이들에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겠으나, 애초에 게이트의 환경이 인간에게 적대적일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게이트 사전답사했던 이들도 위험하다고 했을 정도니까.

       

        ‘민간인들이 사고 치면 안 되는데…….’

       

        게다가 전문가들만 갔었던 사전답사와는 달리,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는 민간인들이 함께 가는 것이다.

        당연히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매뉴얼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우우우웅!!

       

        “어?”

       

        “읏?!”

       

        “뭐지?”

       

        그 순간 게이트가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모든 이들이 경계심을 바짝 세울 때였다.

       

        저벅! 저벅!

       

        게이트를 뚫고 다양한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우 귀와 아홉 개의 꼬리를 단 여자.

        목이 마치 뱀처럼 긴 여자.

        이목구비 대신 커다란 눈동자 하나만 얼굴 중앙에 박혀 있는 여자.

        피부가 마치 뱀과도 같은 여자.

        그 외에도 기괴한 생김새를 가진 이들 기타 등등.

       

        하나 같이 괴물이나 귀신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이들을 거느린 채.

        마치 한복과 비슷한 드레스를 입은 라그나가 일행을 맞이했다.

       

        “반갑구나 아이들아.”

       

        “오오오…….”

       

        “라나님이다.”

       

        “실제로 보니까 더 귀여워.”

       

        “저 대사를 실제로 들을 줄이야.”

       

        애초에 방송에서 뽑은 이들이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이들이 실제로 보는 라그나의 모습을 보며 두 눈을 빛냈다.

        당연히 라그나와 직접 합방을 했던 다우림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 보니까 더 신기하네.’

       

        기본적으로 라그나의 방송은 ‘캠방’이었다.

        카메라로 방송인의 실제 얼굴을 보여 주면서 진행하는 방송이라는 뜻이다.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 라디오 방송, 버튜버 방송, 라튜버 방송과는 달리, 방송인의 인상착의는 물론이고 자칫 인적 사항이 모두 오픈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방송 방법이다.

        하지만 실제 얼굴을 보여 주면서 방송을 진행하기에, 다른 방송 방법과는 달리 시청자들과의 친밀감이 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뭐, 요즘은 죄다 라튜버 방송하지만 말이지.’

       

        캠방과 버튜버 방송의 장점만 취한 방송 방법인 ‘라튜버’가 나온 이후로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어쨌든 다우림도 라그나의 방송을 보았고, 당연히 라그나의 외형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실제로 보니 알 수 있었다.

       

        ‘카메라가 실물을 못 담았네.’

       

        태양 빛 아래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은발.

        그리고 그 은발 사이사이에서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반짝하게 금빛이 반짝인다.

        머리의 양옆에는 뿔이 솟아나 있고, 그녀의 노란색 눈동자는 파충류의 그것처럼 세로로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는 붉은색의 한복 비슷한 드레스의 뒤로, 황금색의 거대한 도마뱀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었다.

       

        “???”

       

        저건 뭐지?

        뒤늦게 다른 이들도 라그나의 꼬리를 확인했는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의 반응을 확인한 라그나가 말했다.

       

        “이 꼬리가 궁금한 것이냐?”

       

        “…….”

       

        “…….”

       

        “…….”

       

        말은 하지 않았으나, 모두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방송에서는 저런 꼬리를 본 적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생겨났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간단했다.

       

        “이 드레스가 보기보다 무겁기 때문이란다.”

       

        다른 차원에서 머물 당시에 유행했던 드레스인데, 보기보다 상당히 무거운 드레스라고.

        그쪽 세계에서는 과학이 상당히 발달해서 드레스 아래에 파워드 슈트를 입어서 걸어 다닌다고 한다.

       

        “헐?”

       

        “그 무슨…….”

       

        “허미…….”

       

        무슨 그딴 세상이 존재하는가 싶은데,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말하면 믿을 수밖에 없어진다.

        실제로 드래곤이나 되는 존재가 허풍을 떨 리도 없고, 떨 이유도 없고.

        황당해하는 사람들에게 라그나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나는 그냥 입고 돌아다닐 수 있지만, 아무래도 무게 중심이 잘 맞지 않는단다.”

       

        그래서 꼬리를 만들어서 무게 중심을 맞추는 거라고…….

        라그나의 설명에 사람들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라그나와 그녀의 꼬리를 바라보았다.

        ……일단 어울리니까 됐다고 칠까?

       

        “자. 그럼 다들 이것을 받거라.”

       

        그 순간 라그나의 시녀들이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황금을 아주 정교하게 세공하여 만들어 낸, 황금의 꽃.

        괴물의 형상을 한 시녀들이 그것을 모든 인간들의 가슴에 꽂아주는 것을 확인한 라그나가 말했다.

       

        “그 꽃은 나의 힘을 담은 금으로 만든 장식이란다. 그것을 몸에 가지고 있는 한, 내 게이트 안에서 그 어떤 습격도 받지 않을 것이고, 내 게이트의 환경이 그대들을 위협하지도 않을 것이란다.”

       

        그 말에 황조령은 자기 가슴께에 달린 황금꽃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 온도가 평균 120˚를 넘나드는 멸천룡의 게이트에 어떻게 민간인들을 들여보낼 것인지 궁금했는데, 역시 다 생각이 있었던 모양이다.

       

        ‘만약을 대비해서 방열복을 준비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나 보네.’

       

        그 후 라그나가 몇몇 주의점을 설명하고서야 사람들은 멸천룡의 게이트에 입장할 수 있었다.

       

        우우우웅!!

       

        마치 물결과도 같은 파문을 지나친 사람들의 감겼던 눈이 천천히 떠지고…….

       

        “우와아아!!”

       

        “와!”

       

        “이야아아~!”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사람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밤하늘처럼 새까만 하늘.

        하지만 밤하늘처럼 보이는 천장에는, 마치 별처럼 반짝거리는 광물들이 빼곡하게 박힌 채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광원이라고 할 수 있는 ‘태양’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으나, 일행의 시야는 문제가 없었다.

        그야 그들이 밟고 선 대지, 나무, 풀, 동식물 기타등등… 대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으니까.

       

        “와…… 끝내준다.”

       

        이미 라그나의 방송으로 알고 있었던 광경이었으나, 모니터 너머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다우림은 자신도 모르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나무를 쓰다듬었다.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기에 황금을 만지듯 금속의 감촉이 느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신기하게도 따뜻한 나무껍질의 온기가 느껴졌다.

       

        “다우림씨.”

       

        “아, 죄송합니다.”

       

        주의를 주는 경호 헌터의 말에 다우림이 서둘러 손을 뗐다.

        그러고 보니 여기, EX랭크 게이트였지?

       

        “자. 그럼 이제 슬슬 방송을 시작할 거란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말하거라.”

       

        라그나의 말에 다른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당연하지만 그 누구도 ‘저 준비 안 되었습니다!’라고 외치는 이들은 없었다.

        준비는 이미 게이트 밖에서 완료하고 왔으니까.

       

        그러는 사이, 방송을 돕기 위해 온 양지 엔터테인먼트의 직원들과 도화가 각자 카메라와 장비들을 챙겨 일어났다.

        도화의 OK 사인을 확인한 라그나가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딱!

       

        번쩍!

       

        지이잉!

       

        그 순간 일행들의 앞에 커다란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홀로그램 위로 글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 오! 방송 켜졌다!

        – 라하!

        – 용하!

        – 뭐임?

        – 벌써 게이트 안인가?!

        – 오! 시작!

        – 부럽다!!!

       

        “반갑구나 아이들아.”

       

        본격적으로 방송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것도 어찌보면 시참 방송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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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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