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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게이트라는 것은 일종의 작은 차원이다.

        이해하기 쉽게 말해 보자면…… 거품 속 거품 같은 것이다.

        하나의 거대한 거품(차원)의 안, 혹은 밖에서 일정 공기(공간)을 뚝 떼어낸 다음, 그것을 거품으로 감싼 후에 기존의 거품 안쪽에 집어넣거나 옆에 붙이는 것이다.

       

        이때 기존의 거품 속 공기가 대부분 산소라면, 외부에서 들어온 거품의 안쪽에는 이산화탄소만 가득 들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다른 기체가 들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차원과 게이트 간의 상관관계는 대충 이렇다고 보면 된다.

       

        아무튼 게이트라는 것은 다른 공간을 뚝 떼어서 격리시킨 작은 차원에 가깝기 때문에, 같은 게이트에서도 각각의 공간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여러 개의 공간이 서도 뒤죽박죽 섞이지 않도록 서로 간의 공간을 구분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존재한다.

       

        “그것이 계층이란다.”

       

        나는 내 게이트에서 유일하게 황금빛으로 물들지 않은 섬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게이트가 각 층으로 나뉜 이유는, 각각의 계층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기 때문이지.”

       

        물론 아무리 출신지가 다른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차원으로 묶이게 되면 서로 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 게이트만 하더라도 나의 영향에 의해 각각의 계층이 황금빛으로 변하지 않았던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내 게이트의 3층에 존재하는 황금의 바다. 그리고 그 바다의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이 섬은 참으로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거의 황금색과 검은색만 존재하는 내 세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총천연색을 유지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와.”

       

        “평범한데, 평범해 보이지가 않네.”

       

        – 계속 황금색만 봐서 그런가? 갑자기 녹색 보이니까 반가움.

        – ㄹㅇㅋㅋ

        – ㅋㅋㅋㅋ

        – 역시 자연이 최고인 듯?

        – ㅋㅋ

       

        3층에도 여러 가지 볼거리가 있었지만, 나와 인간들이 이 섬을 3층의 관광지로 선정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모든 것들이 황금색으로 이루어진 내 게이트에서 보는 녹색의 광경.

        인간들은 평소 많이 보던 광경이겠으나, 지금까지 황금색만 바라보던 탓에 피로한 눈으로 익숙한 색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새롭게 보이겠지.

       

        ‘게다가 식사 시간이기도 하니…….’

       

        식사는 편안한 장소에서 하는 것이 제일이 아니겠는가?

        푸르른 나무들 사이로 손님들을 데리고 이동한다.

       

        쿠르르르릉!!

       

        콰과광!

       

        “꺅!”

       

        “헉?!”

       

        – 헉?

        – 화산 터졌다?!

        – 비-상!

        – 도망쳐!!

       

        그 와중에 섬에 존재하는 화산이 터지기도 했지만, 그저 땅이 조금 울리는 것으로 끝났다.

        왜냐하면 화산의 폭발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화산에서 터져 나온 용금이 섞인 마그마가 이 섬에는 조금도 흘러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마그마는 3층의 외곽 지역으로 날아가 비가 되어 내렸고, 몇몇은 황금의 바다 위로 내렸다.

       

        “와…….”

       

        “신기하다.”

       

        “깜짝이야.”

       

        찰칵! 찰칵!

       

        뒤늦게 안전하다는 것을 깨달은 손님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는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온통 황금색으로 이루어진 내 게이트에서, 거의 유일하게 투명한 색을 띠고 있는 맑은 샘.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는 샘 주위는 너른 공터로 이루어져 있었고, 공터에는 꽃과 풀이 자라나 있다.

        그리고 그 위에선 내 지시받은 요괴 시녀들이 미리 식사 준비를 끝내두고 있었다.

       

        “와!”

       

        – 캠핑장인가?!

        – 와! 캠핑!

        – 캠프파이어!

        – 식탁 제대로인데?!

        – 야외 식사?

       

        인간 손님들의 감탄사를 뒤로한 채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요괴 시녀들 중 가장 앞에 서 있던 자예가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그래.”

       

        자예의 인사를 받아주며 주위를 살폈다.

        역시 자예라고 해야 하나? 완벽하게 준비해 두었다.

       

        “그럼,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거라.”

       

        내 말에 손님들이 각각 흩어지며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는다.

        어떤 이는 식탁에, 어떤 이들은 돗자리 위에 앉는다.

        모든 이들이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하자 시녀들이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다.

       

        “와!”

       

        “아, 배고프다.”

       

        “뭘까?”

       

        – ㄷㄱㄷㄱ

        – 난 치킨이나 뜯어야지.

        – 회사 법카로 점심 먹으러 갑니다.

        – ㅋㅋㅋㅋㅋ

        – ㅋㅋ

        – 나도 밥 먹어야지.

       

        모두가 기분 좋게 웃고 있다.

        내가 의도한 일이었기에 나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종족이 다르다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로 웃으며 어울리는 것.

        이것이 바로 올바르게 된 소통이 아닐까?

       

        때마침 시녀들이 음식들을 가져오기 시작한다.

        음식이 식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관함에 넣어져 있으나, 음식의 향기가 새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와.”

       

        “냄새 좋다.”

       

        “아…… 배고프네.”

       

        꼬르르르르륵……!

       

        – 진짜 배고픈가보다.

        – 누구 꼬르륵 소리 났는데? ㅋㅋㅋ

        – 그런데 막 벌레 튀김 같은 거 나오는 거 아니죠?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막 고블린 튀김 같은 거라던가?

        – 슬라임 푸딩 같은 거?

       

        “음? 너희들은 그런 것도 먹느냐?”

       

        저번에 고블린을 먹는다느니, 슬라임을 먹는다느니 하더니만…….

        내 생각보다 인간들은 다양한 먹거리를 개발했나 보다.

       

        – 이걸 이렇게 돌린다고?!

        – 카운터가 너무 아픈데요?

        – 엌ㅋㅋㅋㅋ

       

        “풉!”

       

        “엌ㅋㅋㅋㅋㅋ!!”

       

        채팅창은 물론이고 손님들 중에서 몇몇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끅! 끅! 끅!”

       

        “???”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황조령이 얼굴을 가린 채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뭐 웃긴 말이라도 했나?

       

        “이계의 음식이라서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다른 인간들과 상의해서 결정한 메뉴들이니 말이다.”

       

        음식은 중대 사항이다. 그리고 종족에 따라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이 나뉘는 법이다.

        예를 들어서…… 지렁이는 흙을 먹는다. 하지만 다른 종족은 흙을 먹을 수 없다.

        초식동물은 섬유질을 소화시킬 수 있지만, 육식동물은 섬유질을 소화시킬 수 없다.

        인간에게 양파는 그저 매운 채소일 뿐이지만, 다른 동물에게는 극독이 된다.

       

        이처럼 각 종족에 따라 어떤 음식은 극독이 되고, 극독이 되는 음식이 주식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음식에 관해서는 처음부터 인간들의 의견을 물어볼 생각이었고, 실제로 물어보았다.

        지금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음식들은 그런 과정에서 선택된, 이 차원의 인간들에게 안전한 음식인 것이다.

       

        “저, 질문 있습니다.”

       

        “그래.”

       

        자리에서 살짝 일어선 손님이 주위를 살짝 둘러보고는, 어색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라그나님의 방송을 처음부터 봤는데요, 들어 보니까 라그나님은 이전에 다른 차원의 사람들과도 많이 어울리셨지 않습니까?”

       

        “사람이라…… 인간 말이더냐?”

       

        “아, 네. 인간요. 인간들과 많이 어울리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미 인간들의 식성 같은 것들은 잘 알고 계시지 않나요?”

       

        “호오. 예리한 질문이구나.”

       

        – 오. 그러네.

        – 질문 잘했다.

        – ㅉㅉㅉ

        – 용기 있는 자로다!

       

        그래.

        확실히 나는 수많은 차원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인간들과 만나왔다.

        그중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도 있었지만, 아예 인간들과 부대끼며 지냈던 경우도 많았다.

        지난번에 이야기해 주었던 리온과의 결혼 생활처럼 말이다.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까…….”

       

        – 나왔다.

        – 라나님의 인간 = 개미 취급 떴냐?

        – ㄹㅇㅋㅋ

        – 아! 인간은 개미 취급이라곸ㅋㅋㅋㅋㅋ

       

        내가 언제 너희를 개미 취급했다는 거냐?

        인간들은 이걸 ‘음해’라고 부르던가?

        음해닷!

       

        잠시 채팅창을 흘겨본 후 적당한 비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니까…… 이게…… 적당한 비유가 떠오르지 않네.

        비유를 들어서 간단하게 이해시키려던 계획을 즉각 폐기하고, 그냥 요점만 설명해 주기로 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이 마법… 과학자도 아니고, 그냥 어느 정도 이해가 되게끔만 설명하면 되겠지.

       

        “설명하자면 길어지지만…… 대충 요점만 말하자면, 각 차원의 인간들이 모두 같은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란다.”

       

        내가 ‘인간’이라고 칭하는 존재는, 대충 그 차원에 존재하는 ‘지성체’를 뜻하는 단어다.

        그리고 그 ‘지성체’는, 각 차원의 환경에 따라 신체 구조가 조금씩 달라지고는 했다.

       

        “어느 차원에는 너희들이 ‘엘프’라고 부르는 지성체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었지.”

       

        그리고 인간과 엘프는 당연히 신체 구조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쪽 차원에서 인간들이 광대버섯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이쪽 차원의 인간들도 광대버섯을 즐겨 먹는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차원을 넘나들 때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단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차원이 반드시 나타나거든.”

       

        – 와.

        – 도대체 무엇을 보고 오신 겁니까 센세…….

        – 진짜 별의별 차원이 다 있나 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 보면 광기가 막 차오르나?

        – 진짜 궁금하네.

        – 나중에 이야기해주겠지?

        – ㅋㅋㅋㅋㅋ

       

        설명한다고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

        나는 가볍게 손뼉을 쳐 손님들의 이목을 나에게 집중시켰다.

        뭐, 애초부터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럼,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모두에게 나누어 줄 것이 있단다.”

       

        내 지시에 따라 몇몇 시녀들이 손님들의 앞에 쪽빛의 사기병을 놓아준다.

       

        “아!”

       

        “술!”

       

        “환상도화목의 술!”

       

        그것을 알아본 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바라본다.

       

        그렇다.

        다른 이들은 헌터 협회를 통해 이미 술을 받았지만, 내 게이트에 초대된 이들은 술을 미리 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 게이트에서 직접 주려고 했으니까.

       

        그리고 선물을 받은 듯 기뻐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 역시 미소를 지었다.

        조금 번거로운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잘한 선택 같다.

       

        “오늘의 요리는 그 술과 어울리는 종류로 준비해 보았단다. 반드시 그 술과 함께 먹을 필요는 없으나, 그 술과 함께 즐긴다면 더더욱 맛있을 거란다.”

       

        물론 내가 한 소리는 아니고, 다른 인간들의 말을 빌린 것이다.

        사전답사를 온 인간들과 함께 나도 먹어 봤었는데, 나는 잘 모르겠더라.

        그래도 먼저 왔었던 인간들이 맛있게 먹었으니까…… 그렇겠지?

        슬쩍 자예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물었다.

       

        끄덕!

       

        자예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 믿는다.

       

        “자. 그럼 식사를 시작하자꾸나.”

       

        턱!

       

        탁!

       

        내 지시에 따라 시녀들이 각각의 앞에 음식들을 올리며 식사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일 돕고 왔습니다. ㅠㅠ

    그리고 공지 확인하시면 아시겠지만, 이번 챕터에 오타가 있어서 수정하였습니다.

    주인공의 게이트 등급은 EX등급입니다. SS랭크 등급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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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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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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