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4

        다른 차원의 음식.

        이렇게만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외국 음식보다는 좀 더 이질적인 음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리고 다우림은 천천히 자기 앞에 놓이는 음식을 바라보며 기대에 찼다.

       

        ‘뭘까?’

       

        멸천룡의 EX등급 게이트는 그의 상상 이상으로 신기한 곳이었다.

        방송인들 중엔 헌터가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도 있었고, 그중에서는 게이트 내부의 광경이나 전투 장면을 찍어 편집한 영상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게이트 내부의 환경이 지구와 다르다는 것 정도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고, 다우림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영상들은 어디까지나 ‘오지에서 살아남기’라던지, ‘게이트 VS 나’ 같은 느낌일 뿐이었다.

        애초에 대부분의 게이트들이 인류에 적대적인 환경이었으니 틀린 소리는 아니랄까…….

       

        그런 의미에서, 멸천룡의 게이트는 마치 여행 가이드를 대동한 채 쥐라기 공원을 구경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본래라면 긴장을 놓지 못했을 극지의 환경을 느긋하게 여행하게 된 덕분이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시대.

        예전과는 달리 해외여행은커녕 국내 여행도 쉽사리 할 수 없는 시대에서 게이트 관광이라니.

        어찌 이런 사치가 있을까?

       

        ‘고민만 아니었어도 더 재미있었을 텐데.’

       

        지금도 머릿속에서 계속 흔들리고 있는 고민만 아니었어도 순수하게 즐기기만 했을 텐데 말이다.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실례하겠습니다냥!”

       

        “아, 네.”

       

        서양의 메이드 복, 혹은 동양의 시녀 복으로도 보이는 특이한 옷을 입은 고양이 귀를 단 시녀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다우림의 앞에 메인메뉴를 올려 두었다.

        잠시 고양이 귀를 단 시녀의 허리 뒤로 삐져나온 두 개의 고양이 꼬리를 바라보던 다우림의 시선이 자기 앞에 놓인 음식으로 향했다.

       

        “이건…….”

       

        상상만 하던 이계의 음식.

        같은 불고기라고 하더라도 각 가정집마다 불고기의 레시피가 조금씩 다르고, 조금 더 범위를 넓혀보면 강원도와 부산의 음식이 다르고, 다우림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지만, 한국과 일본의 음식이 다르다.

        이렇게 가정집, 지역, 나라가 다른 것만으로도 음식의 맛과 향이 다른 데, 차원 단위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다우림은 그 궁금증을 드디어 풀 수 있었다.

       

        “스테이크네?”

       

        ……뜻밖에 이쪽과 비슷했다.

       

        “엥?”

       

        “뭐지?”

       

        “벌레 튀김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아니, 뜻밖에 특이한 몬스터 고기일지도 몰라.”

       

        다우림 이외에 다른 이들도 조금 늦은 점심으로 나온 스테이크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기대한 것이 나오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표정들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스테이크가 나온 것치고는 특이하게 접시가 약간 우묵하긴 했지만, 그런 것 정도는 사소하게 넘길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이 나온 것은 맞는데…… 맛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뭔가 차원의 차이를 느끼게 하는…… 그래도 벌레 튀김 같은 것은 아니니 다행이긴 한데…… 이게 참…….

        사람들의 표정이 실망으로도, 기쁨으로도 치우치지 못한 애매한 표정이 되어갈 때였다.

       

        “음. 모두 맛있게 즐긴다면 좋겠구나.”

       

        “아, 네.”

       

        모두가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멸천룡이 식사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그 옆에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살짝 애매한 표정을 지은 황조령이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

        와…… 사회생활 잘하네.

       

        ‘그래. 일단 먹자.’

       

        먹어보면 그래도 뭔가가 다르겠지.

        ……그렇겠지?

       

        다행히 식기는 익숙하게 포크와 나이프가 나왔다.

        다우림은 살짝 주위의 눈치를 봤다.

        식기는 익숙했지만, 혹시나 다르게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

       

        ‘이계 음식이잖아? 포크로 썰고 나이프로 찍어 먹을 수도 있지.’

       

        그런데 다우림 이외에도 다른 이들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역시 사람들 생각은 거기서 거기인 것일까?

       

        = 도와 드릴까요?

       

        “헉?!”

       

        그 순간 코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우림이 깜짝 놀랐다.

        고개를 들자, 사람의 주먹만 한 작은 몸집을 가진 여자아이가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황금빛 금발을 늘어뜨리고, 몸에는 다른 시녀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등에는 곤충의 날개와 같은 것을 빠르게 파닥거리는…….

       

        “요정?”

       

        = 네. 도와 드릴 일이 있으신가요 손님?

       

        난생 처음으로 보는 요정의 존재에 다우림이 입을 쩍 벌렸다.

        지구에 요정의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요정이나 페어리라는 존재는 지구 처지에서는 반갑지 않은 존재였다.

        심한 경우에는 거의 해충 취급을 할 정도였으니까.

       

        그렇기에 다우림은 요정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고, 인간에게 이렇게 친절한 요정을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잠시 어버버 거렸으나,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요정의 모습에 서둘러 대답했다.

       

        “아, 괜찮습니다. 맛있게 잘 먹을게요.”

       

        = 네. 그럼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불러 주세요 손님!

       

        포르르…….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요정 시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식기를 들었다.

        그래.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가 뭐가 중요한가? 그냥 맛있게 먹으면 장땡이지.

        익숙하게 포크로 고기를 고정하고, 나이프로 썬다.

       

        푸슉!

       

        “윽?!”

       

        그 순간 고기 안쪽에서 육즙이 터지듯 뿜어지며 접시 안쪽에 고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큼지막한 스테이크라고 하더라도 고기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런데 접시에 고이기 시작한 육즙의 양은 스테이크를 거의 스튜로 보이게 할 정도로 많았다.

       

        ‘이래서 약간 우묵한 그릇을 쓴 건가?’

       

        얼굴에 튄 육즙을 쓱 닦아낸 다우림이 손에 묻은 육즙을 살짝 맛보았다.

       

        “?!”

       

        단순히 육즙, 그러니까 맛있는 기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맛은 육즙이라기보단 육수에 더 가까운 맛을 하고 있었다.

        육즙이 아닌 것은 아닌데, 육즙보다는 좀 더 담백하고 복잡한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와!”

       

        “이게 무슨…….”

       

        “존맛이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감탄사를 흘렸다.

        육즙이 이 정도의 맛을 가지고 있다면, 과연 고기의 맛은 어떨까?

       

        ‘아니, 애초에 구운 고기인데 육즙에 잠기면 맛이 떨어지는 것 아닐까?’

       

        다우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육즙에 잠겨 버린 스테이크를 바라보았다.

        본래 구운 고기는 육수 같은 것에 담가 버리면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요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

       

        ‘일단은 먹어볼까?’

       

        스테이크의 소스와 섞여 버린 육즙? 육수? 아무튼 육즙에 적셔진 스테이크를 포크로 찍어 들어 올렸다.

        그리고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

       

        그의 걱정과는 달리 고기는 충분히 바삭하고 말랑거렸다.

        분명히 육즙에 적셔졌음에도 불구하고 바삭함을 잃지 않은 고기는 만족스러운 식감을 주었고, 바삭한 겉을 지나치면 연한 속살이 부드러운 맛을 전해준다.

        그리고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지방질을, 소스가 섞인 육즙이 매끈하게 씻어 준다.

       

        ……아니, 이런 건 전부 부수적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입안에 집어넣은 고기를 씹는 순간에 이미 벌어졌으니까.

       

        ‘육즙이?!’

       

        그것은 육즙의 폭발이었다.

        이미 고기를 썰었을 때 전부 쏟아져 나왔다고 생각했으나, 입안에 집어넣은 고기를 씹는 순간 또다시 육즙이 폭발하듯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푸슈슈슉!!

       

        “푸컥?!”

       

        ……그런데 그 폭발력이 좀 심상치 않은.

        다우림은 입안에서 저절로 분출되는 육즙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            *            *

       

       

        푸슈슈슉!

       

        푸콱!

       

        “왁!”

       

        “푸헉?!”

       

        나는 입에서 육즙을 뿜어내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캘러미티의 고기와 아플렌 버섯을 사용한 스테이크가 마음에 들었나보구나.”

       

        “콜록콜록!”

       

        마찬가지로 입 주위에 육즙을 잔뜩 묻힌 황조령이 거칠게 기침했다.

        바닥에 흘려 버린 육즙은 내 요괴 시녀들이 재빨리 닦아냈으니 걱정 없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인간들의 취향을 알기 위해 조사해 보니, 너희들은 육즙을 가둔 고기 요리를 선호하더구나.”

       

        수많은 매체에서 ‘고기를 이렇게 구우면 육즙을 가둘 수 있다’라던지, 혹은 ‘육즙 손실 없는 고기 굽기 방법’이라던지 같은 것들을 이야기 했었다.

        때마침 시녀들 중 육즙을 ‘가득’ 채운 고기 요리할 수 있는 이가 있었기에, 나는 사전답사를 온 인간들을 대상으로 몇 가지 시험 요리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들이 OK 사인을 준 것이 바로 이 스테이크 요리다.

       

        “다이아몬드 재질의 뼈를 가진 이 짐승은 뼈의 영향으로 특이한 맛을 가지고 있는데, 그 고기에 대량의 수분과 지방을 머금을 수 있는 아플렌 버섯을 섞어 구운 것이다.”

       

        덕분에 스테이크 안에 들어 있는 아플렌 버섯은 고기가 내뿜는 모든 육즙을 흡수하고, 스테이크를 자르는 과정에서 버섯까지 함께 자르게 되면 지금처럼 대량의 육즙이 흘러나오게 된다.

        그야말로 이 차원의 인간들이 꿈꾸는 요리라고 할 수 있다.

       

        “다들 좋아해 주는 것 같으니 다행이구나.”

       

        “푸컥!”

       

        “워어어억!!”

       

        푸슈우우우우욱!!

       

        – 저게…… 만족?

        – 아니, 할모니! 육즙이 너무 많아요! 많다구요!

        – 아닠ㅋㅋㅋㅋ 육즙을 얼마나 쑤셔 넣은 거얔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 육즙이 너무 많아서 헤엄도 칠 수 있겠다!!!

        – 앜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봐라. 채팅창에서도 육즙이 많다고 좋아하지 않더냐.

        역시 내 선택을 틀리지 않았다.

       

        ‘다음에는 더 많은 육즙을 압축할 수 있는 요리를 개발해 보라고 해야겠구나.’

       

        더 많은 육즙을…… 더 맛있게…….

        나는 행복해할 인간들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육즙의 대폭발 (진짜)

    참고로 사전답사 인원들은 ‘어쩔 수 없다’라는 마음으로 이 요리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다른 요리들은 대체로 육즙 폭발로 바위를 박살내는 요리라던가, 너무 뜨거워서 살이 타버릴 정도의 요리라던가…….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