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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어쨌든 잠시 머리를 굴려서 적당한 질문지들을 뽑아낸다.

        지난번의 경험과,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정보들을 취합하여 이 상황에 적합한 질문들을 선별한다.

        그 모든 과정이 단 10초 내외로 이루어졌다.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지난번처럼 인터뷰의 역할을 빼앗기는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하며, 우선은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그래. 식사는 어떠했느냐?”

       

        인간의 취향을 최대한 고려해서 만들어 본 음식이었으나, 본래 취향이라는 것은 같은 종족 내에서도 천차만별로 갈리는 법.

        아무리 대중적인 인간들의 취향을 최대한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한들, 이곳으로 온 인간 손님들 중에선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이들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조금 긴장되는 마음으로 황조령과 최강물소를 바라본다.

       

        “어…….”

       

        “그거요.”

       

        “??”

       

        그런데 어쩐지 둘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긍정하기도 그렇고 부정하기도 그렇다는 애매한 얼굴.

       

        – 아. 그건 좀…….

        – ㅋㅋㅋㅋㅋ

        – 질문이 진짴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마저 반응이 이상하다.

        내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한숨을 내쉰 황조령이 내 말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음식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무얼. 맛있게 먹었다면 다행이구나.”

       

        맛있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방금 전의 그 이상한 표정은 뭣 때문이었던 것일까?

       

        “육즙이 아주 가득한 게…… 예. 맛있었죠. 네.”

       

        옆에서 최강물소가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거짓은 아닌데, 그렇다고 진실인 것도 아닌 것 같다.

        이상하게 흔들리는 최강물소의 맥박을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최강물소에게 말을 걸려던 찰나였다.

        황조령이 주위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 라그나님. 이곳은 어떻게 유지되나요?”

       

        “음?”

       

        여기? 3층의 ‘어둠의 섬’ 말이냐?

        나는 황조령의 손짓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별이 뜬 밤하늘 같은 천장.

        그 아래에서 황금빛으로 빛을 내뿜는 대지 위에서, 유일하게 황금빛을 띠지 않는 섬.

        황금빛으로 물들지 않았기에, 본래라면 빛이 없어 어둠에 잠겨 있어야 하는 섬.

       

        “라그나님의 게이트는 황금빛 대지에서 광원이 확보되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곳은 본래 어두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 ㅇㅇㅇ

        – 나도 그게 의문이었는데.

        – ㄹㅇㅋㅋ

        – 맞음ㅋ

        – 형님 최고다!

       

        “아아. 그것이 궁금했던 것이로구나.”

       

        확실히 그녀의 말이 맞다.

        하늘에 떠 있는 항성이 광원의 역할을 하는 바깥과는 달리, 내 게이트는 대지의 황금이 광원의 역할을 하는 기이한 세상이다. 말하자면 땅이 빛난다고 할까나?

        그렇기에 황금빛으로 물들지 않은 유일한 지역인 ‘어둠의 섬’은, 이름 그대로 본래 어둠에 잠겨 있어야 하는 섬이었다.

        그런 땅이 왜 어둠 한 점 없이 밝은가?

       

        “손님을 맞이해야 하니, 잠시 마법으로 밝게 해둔 거란다.”

       

        “아…….”

       

        “아하.”

       

        – 아.

        – Aㅏ

        – 그렇구나.

        – 이해는 되는데, 뭔가가 뭔가임.

        – 좀 더 스펙타클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는뎈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반응이 왜 이러지?

        어딘가 실망한 것 같은 인간들의 반응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생에는 나도 인간이었고, 오랜 시간 인간들을 관찰했지만, 여전히 인간들은 어렵다.

       

        ‘오래전에 인간다움을 버리지 말았어야 했는가?’

       

        차라리 그랬다면 지금,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뭐, 그때는 인간다움을 버리지 않았다면 생존할 수 없었을 테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때는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지만, 지금에서는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아쉬움은 이 정도로 멈추자.

        대신, 이번에는 내가 이들에게 질문했다.

       

        “내 게이트는 어떠했느냐?”

       

        아직 내 게이트의 구경이 전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왕 시간이 조금 생겼으니까 지금 미리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침 이 자리에는 손님 일행의 책임자인 황조령과, 나와 친분이 있으며 손님 중 한 명인 최강물소가 있으니까.

        질문을 할 대상으로는 적절하겠지.

       

        “일단 굉장했다…… 라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최강물소가 답했다.

       

        “제가 이과라서 명확한 표현이 안 되고 있는데, 아마 영상으로 본 본들도 공감하실걸요?”

       

        – ㄹㅇ임

        – 맞아요

        – 영상으로 봤는데도 전율했는데, 직접 보면 얼마나 끝내주겠음?

        – 라나님! 또 관광객 받으실 생각 없으신가요?

        – 저도 구경해 보고 싶어요. ㅠㅠ

        – 특히 황금색인 게 특이함.

       

        “크흠! 다들 그렇게 극찬을 해주니 기쁘구나.”

       

        비록 이 게이트는 내 황금의 영역을 작게 복제한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저렇게 좋게 봐주니 나도 기쁘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꼬리가 제 마음대로 흔들릴 정도로…… 잠깐. 꼬리?

       

        – 엌ㅋㅋㅋㅋ

        – 라나님! 꼬리 흔들려요!

        – ㅋㅋㅋㅋㅋ

        – 강아지인갘ㅋㅋㅋ

        – ㄱㅇㅇ

        – ㄱㅇㅇ

        – ㄹㅇㅋㅋ

        – 귀엽네요. ㅋㅋㅋㅋ

        – 용도 꼬리로 감정을 알 수 있다. 메모메모…….

       

        크흠!

        그러고 보니 지금은 무거운 옷 때문에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서 임시로 꼬리를 생성하고 있었지? 잠깐 잊고 있었다.

        서둘러 흔들리는 꼬리를 멈춘다.

       

        – 라나님 얼굴 빨개짐.

        – 엌ㅋㅋㅋㅋㅋ

        – ㄱㅇㅇ

        – 이건 희귀한데요?

        – 바로 클립땀!

        – 우횻! 라나님 흑역사 하나 겟또다제!

       

        이런. 지금 내 육체가 인간의 육체다 보니, 이런 부분은 바로바로 표가 나버린다.

        재빨리 육체를 조절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내가 그러고 있는 사이.

        잠시 미소 짓고 있던 황조령이 내 옷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라그나님이 입으신 옷, 굉장히 무겁다고 하셨죠?”

       

        황조령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내 옷을 내려다본다.

        그녀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엘그랑드라는 금속으로 만든 옷이지.”

       

        “처음 들어 보는 금속이네요?”

       

        “그럴 수밖에. 우주에서도 상당히 희귀한 축에 들어가는 금속이니까.”

       

        이 엘그랑드 금속은, 말하자면 ‘우주의 황금’이라고 불리는 금속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우주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금속 중 가장 매장량이 적고,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금속이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황금이라는 금속은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지 않으냐.”

       

        지구에서 가장 희귀한 금속은 황금이 아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외형과 무궁무진한 활용도 덕분에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인간들이 만들어 낸 전자제품부터, 장신구, 옷, 심지어 먹는 용도까지.

        이 ‘엘그랑드’라는 금속은 황금보다 ‘더 한 희귀성’과, ‘더 한 아름다움’, 그리고 ‘더 한 활용도’를 가진 금속이다.

       

        “사실 우주에서 황금은 그렇게 희귀한 금속이 아니란다. 하지만 이 엘그랑드는 다르지.”

       

        행성이나 항성의 가장 심층에 존재하는 내핵, 그리고 그 내핵의 가장 가운데에서 가장 강력한 중력과 에너지를 오랜 시간 받아야만 생성되는 금속이 바로 이 엘그랑드다.

        그러므로 이 엘그랑드를 얻기 위해서는 수명이 다한 별이 폭발할 때 튀어나온 미량의 물질을 수거하거나, 아예 행성 하나를 통째로 분해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기에, 우주로 진출한 문명이 존재하는 차원에서는 대부분 비싼 가치를 가지고는 했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금속들의 특징을 뛰어넘는 활용도에.

        마치 우주를 그대로 떼어온 것 같은 아름다운 외형.

        우주 단위의 희귀성.

       

        “유일한 단점으로는 질량이 너무 크기에, 무게가 무겁다는 것이지.”

       

        하지만 그 단점도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우주 공간에서는 상관이 없어진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SF 세계관이라고 불리는 차원에선, 대부분의 우주선이나 주요 기관에 이 엘그랑드가 소량이나마 반드시 사용된다.

        실제로 내 본체의 ‘강척력 엔진’의 주요 회로에도 엘그랑드가 사용되었고 말이다.

       

        “내 용금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금속 중 하나가 바로 이 엘그랑드지.”

       

        만약 내가 금속과 관련된 초월을 이루었다면 모르겠으나, 내 용금은 어디까지나 남편이 남겨 준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금속을 조종하는 지배력이나 용금의 능력에 어느 정도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고, 용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금속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 그럼 이 드레스가 전부 그 희귀한 금속으로……?”

       

        – 뭐임?

        – 왜 그런 금속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 거임?

        – 그 무슨 낭비…….

        – ㅋㅋㅋㅋㅋ

       

        채팅창과 양옆의 인간들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 역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너희가 왜 이해를 못 하는 것이지?”

       

        “네?”

       

        “역사적으로 너희들도 해온 일이지 않더냐.”

       

        – ?

        – ??

        – ?

        – 네?

        – 뭐가요?

       

        “황금으로 몸을 치장하는 것 말이다. 사치라고 하던가?”

       

        예를 들자면, 향신료가 귀한 시대에서 귀족이라고 하는 상위 계층들이 음식에 향신료를 잔뜩 뿌리는 것으로 사치를 일삼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상위 계층으로서의 지위를 다른 개체들에게 명확히 내보이는 행위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솔직히 내 처지에서는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행위들 말이다.

       

        “이 옷 역시 마찬가지란다. 희귀한 금속을 통째로 써서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지.”

       

        그러므로 파워드 슈트를 입어야만 멀쩡히 행동할 수 있는 이런 비효율적인 옷이 유행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쪽 차원에서도 과거에 이것과 비슷한 복장이 유행한 적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 앜ㅋㅋㅋㅋ

        – 그거였구낰ㅋㅋㅋㅋ

        – 확실히 이해되넼ㅋㅋㅋ

        – 프랑스 혁명 마려워지는 유행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아핰ㅋㅋㅋㅋㅋ”

       

        “아. 바로 이해했습니다. 크크큭!!”

       

        “아하하학!”

       

        “큭큭큭…….”

       

        시청자들과 내 옆에 앉아 있는 둘은 물론이고, 저 옆에서 우리를 몰래 지켜보고 있던 몇몇 인간들 역시 웃음을 터뜨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 우주시대인 SF에서도 닌겐은 닌겐하는 존재입니다.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금사로 만든 80kg짜리 옷을 입기 위해 옷 밑에 입는 로봇 장착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미열이 조금 있어서 늦잠을 자버렸네요.

    다행히 많이 아픈건 아니어서, 연재는 정상적으로 합니다.

    작가는 안아픕니다! 모두 안심하고 내일을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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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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