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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7

        최강물소와 황조령.

        둘과 함께하는 잡담(?), 혹은 인터뷰(?) 방송은 생각보다 재미있게 잘 진행되었다.

        일단 둘 다 방송 경험이 있었기에 진행이 매끄러웠고, 무리 동물 특성상 어느 한쪽이 당황하더라도 다른 한쪽이 방송을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최강물소는 이미 나와 한 번 합방을 해 본 경험이 있었고, 황조령은 내 앞에서도 어지간한 말들은 다 할 수 있는 깡을 가진 이였다.

        적어도 내가 두려워서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는 다른 손님들에 비하면 훨씬 용기가 있는 이들이라는 소리다.

       

        “소싯적에 그랬던 적이 있었죠.”

       

        “이야. 대단하십니다 형님.”

       

        “누님. 새꺄. 누님.”

       

        – ㅋㅋㅋㅋㅋㅋ

        – 죽어도 누님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 형님. 추해욬ㅋㅋㅋ

        – ㅋㅋㅋㅋ

        – 엌ㅋㅋㅋ

       

        “추하긴 뭘 추해!”

       

        “아하하하핰”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약간 주객전도가 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뭐.

       

        ‘아이들이 좋아하면 됐지.’

       

        그래도 이 쓸쓸함을 무엇일까?

        그렇게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쓸쓸함을 곱씹고 있을 때였다.

       

        – 그런데 라나님. 뽑힌 것은 10명인데 왜 8명만 왔나요?

       

        채팅창에 그런 글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채팅창이 너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보니 아무 능력이 없는 최강물소는 보지 못한 듯싶었고.

        그때 황조령은 최강물소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던 터라 확인을 못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답했다.

       

        “분명히…… 한 명은 사정이 있어서 못 온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부적합하다고 하여서 뺐다고 들었지.”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왜냐하면 내 게이트에 오는 손님들을 최종 선별하는 권한은 인간 쪽에게 위임했기 때문이다.

       

        일단 드래곤인 내가, 비록 10명밖에 안 된다지만, 인간들의 사정을 일일이 듣고 내 게이트에 올 이들을 최종 선발하는 과정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인간들 사이에서야 직접 찾아가도 되고, 그게 안 되면 전화라는 연락 수단도 있지 않던가?

        그런데 드래곤인 나에겐 그런 수단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하나하나 찾아갈 수도 없고 말이다.

        게다가 당시 내 매니저들과 헌터 협회가 돕겠다고 나선 상황이었기에, 굳이 번거로운 작업까지 내가 처리할 이유는 없었다.

       

        “인간들의 일은 인간들이 잘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재량권을 줬단다.”

       

        “그랬죠.”

       

        옆에서 황조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 부분의 책임자가 이 아이였던가?

       

        “그런데 그 이야기는 갑자기 왜 나왔나요?”

       

        – 지금 찌라시 돌고 있는데요?

        – ㄹㅇㅋㅋ

        – 라그나님이 갑질하고 있다고 막…….

        – 진짜네?

        – ?

        – ??

        – 이왜진?

       

        “읭?”

       

        시청자들의 말에 황조령이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든다.

        그리고 뭔가를 찾아보…… 려다가 이곳이 게이트라는 것을 깨닫고 이마를 탁 쳤다.

       

        “맞다. 게이트에서는 전파 안 터지지…….”

       

        그렇다.

        게이트라는 것은 일종의 다른 차원.

        차원과 차원 단위로 나누어져 있기에, 일반적인 전파나 마나를 사용한 연락 수단으로 게이트 바깥을 연결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일반적으로는 말이다.

       

        – 그러네.

        – 지금 형님은 못보겠구낰ㅋㅋㅋ

        – 지금 찌라시 엄청 돌고 있음.

        – ㅋㅋㅋㅋㅋ

        – 어라? 그런데 지금 방송은 어케 하고있는 거임?

        – ?

        – ??

        – ??

        – ?

        – ?

        – 어라?

       

        “……엥?”

       

        그리고 지금까지 멀쩡하게 진행되고 있는 내 방송을 보곤, 뒤늦게 그것을 깨달은 황조령이 나에게 물었다.

       

        “어? 멸천룡님? 이거. 방송. 어떻게? 전파 안 터지는?”

       

        “당연히 내가 아는 방법으로 인터넷을 연결한 것이지.”

       

        뭔가 특이한 방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이 게이트에서 유일하게 외부와 연결된 출입구.

        그곳을 이용해 ‘유선’으로 인터넷 선을 빼내서 외부와 소통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유선망을 연결하면서, 겸사겸사 각 계층에도 인터넷망을 설치했고 말이다.

       

        참고로 불법은 아니다.

        설치 자체는 이쪽에서 직접 했지만, 인터넷망 자체는 한국 쪽으로 쓰고 있다.

        매달 이용료가…… 아.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던가?

       

        “자.”

       

        허공에 마나를 사용해서 글자를 쓴다.

       

        [EARTH]

       

        – 어스?

        – 지구?

        – 뭔가요?

        – 라나님이 갑자기 지구 언급하니까 의미심장함.

        – 뭐지? 지구가 내 손안에 있다…… 그런 건가?

       

        “와이파이 비밀번호란다.”

       

        “……?”

       

        “???”

       

        – ?

        – ?

        – ??

        – ?

        – ㅋㅋㅋㅋㅋ

        – 미친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나는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 심심해에에에에~!

       

        요정룡 히르 슈르네.

        그녀는 지금 5층 안에서 둥둥 떠다니며 발버둥 치고 있었다.

        바로 심심함의 지옥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 나가고 싶다! 언니랑 놀고 싶다! 오빠들 괴롭히고 싶다! 장난치고 싶다아아아아!!

       

        오늘 손님이 온다는 이유로, 슈르네에게 하루 근신을 명한 라그나.

        얌전히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한 후, 라그나는 슈르네를 5층에 가둔 채 밖으로 나갔다.

       

        = ……나갈까?

       

        심심함을 견디지 못한 슈르네가 섬뜩하게 중얼거렸다.

        슈르네는 어디에도 있을 수 있고, 어디에도 없을 수 있는 요정룡.

        그녀에게는 그 어떤 구속도 통하지 않으며, 그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본래라면 그녀가 5층에 가두어져 있을 리가 없지만…….

       

        = 하지만 엄마가 하지 말랬는데…….

       

        그런 슈르네에게 유일하게 통하는 구속구.

        바로 ‘가족의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구속이 그녀를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제약하고 있었다.

       

        여기서 나가서 장난치고 노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그녀의 어머니가 진짜로 5층을 봉인한 것도 아니고, 그냥 5층에서 나가지 말라고 한 것이 전부이니까.

        당장에라도 시공을 뛰어넘는다면, 다른 곳으로 놀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진짜로 그랬다가 어머니가 슬퍼한다면?

       

        = …….

       

        슈르네는 천진난만하고, 아이처럼 순수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보는 아니다. 오히려 드래곤이기 때문에 두뇌의 성능 자체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머니가 슬퍼할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에혀. 어쩔 수 없지.

       

        이 귀엽고 큐티뽀짝하고 대단한 슈르네님이 참는 수밖에!

        슈르네가 자화자찬을 시작했다.

       

        뿅!

       

        “얍!”

       

        결국 인간의 형태로 변한 슈르네가 허공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스마트폰을 아무거나 하나 집어오곤, 그대로 스마트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띠디딕!

       

        스마트폰의 보안 따위는 그녀에게 무력했다.

        그녀는 그 어떤 곳에도 들어갈 수 있는 요정룡.

        슈르네의 지배력이 스마트폰에 걸려 있는 자물쇠(보안 및 비밀번호)를 무력화 시켰고, 그녀는 그대로 스마트폰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주인이 등록해 둔 카드를 통해 각종 영화들을 마음대로 결제하곤, 멸천룡이 준비해 둔 간식을 마구잡이로 꺼내 들고 놀기 시작했다.

       

        “와하하하핰ㅋㅋ!!! 재미있어!”

       

        드래곤에게 인간의 영화가 취향에 맞을 리가 없었지만, 다행히 그녀는 재미있게 영화를 시청했다.

        다만 공포 영화를 무슨 코미디 영화처럼 보긴 했지만…….

       

        그렇게 스마트폰 주인이 기겁할 정도의 결제를 한 슈르네.

        각종 과자를 와작와작 씹으며 스마트폰을 두드리고 있던 그때였다.

       

        “응?”

       

        스마트폰에 그녀의 흥미를 끄는 것이 떠올랐다.

       

       

        *            *            *

       

       

        블레이즈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야~ 어떤 의미로는 대단한 놈이네.”

       

        “그 한마디로 끝낼 사항이냐?”

       

        이현이 핀잔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부터 터진 찌라시는 저런 감탄사 하나로 끝낼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괴물이 대한민국을 좀 먹고 있다!]

       

        [이번 게이트 방문에 숨겨진 의혹.]

       

        [멸천룡의 숨겨진 이면을 들여다보자.]

       

        마치 짜고 치기라도 한 듯, 일순간 우수수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는 찌라시들.

        물론 대부분은 공신력도 없고, 제대로 된 뉴스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커뮤니티나 동영상 사이트에 게재되는 정도의, 금방 묻혀 버릴 그런 것들.

        하지만 비슷한 내용의 찌라시들이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 탓에, 본래라면 묻혀 버려야 했을 그것들이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말았다.

       

        “이 미친놈들!”

       

        “빨리 막아!”

       

        “추적 들어가!”

       

        “으아아아악!!”

       

        덕분에 헌터 협회는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에 멸천룡이 이 찌라시를 보고 인류에게 적대감을 갖는다면?

        아직 멸천룡에 대항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그랬다가는 그대로 인류 멸망이다.

       

        “나 참. 어머니가 겨우 이 정도로 발끈하실 리가 없잖아.”

       

        “……그럴 분이시기는 해.”

       

        이현이 직접 만나본 멸천룡의 성격이라면, 정면에서 대놓고 욕해도 ‘껄껄껄. 기운찬 아이로구나.’라고 할 것 같았다.

        뭐, 그것도 어디까지나 멸천룡이 압도적인 강자라서 가능한 여유겠지만 말이다.

       

        “슈르네 태어나기 전의 어머니였으면 얄짤 없었겠지만 말이야.”

       

        “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게 있다. 알려고 하지 마라. 다친다 아이가.”

       

        모두가 난리가 난 상황에서 유일하게 분위가 다른 둘.

        옆에서 사람들이 뛰어다니든 말든, 블레이즈와 이현은 과자를 집어 먹으며 방송 화면에만 집중했다.

        때마침 방송 안에서 황조령이 기겁하는 모습이 보였다.

       

        = 이 미친XX들이! XXX해서 XXXX 해버릴…….

       

        – 엌ㅋㅋㅋ

        – 욕 시원하게 하넼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와. 나 저 아줌마가 저렇게 욕하는 거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나도.”

       

        비록 평소 때는 찐형제처럼 티격태격하지만 이럴 때는 찐형제처럼 죽이 척척 맞는 둘.

        드래곤 마스터 콤비는 평소 볼 수 없었던 황조령의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그 후 블레이즈가 새로운 과자를 집기 위해 옆으로 손을 뻗었던 그때였다.

       

        “오빠!”

       

        옆 공간에서 인간형의 슈르네가 튀어나왔다.

       

        뻑!

       

        “쿨럭?!”

       

        ……그리고 슈르네의 발이 인간형인 블레이즈의 명치를 가격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인간형일 때는 급소도 인간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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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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