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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유일하게 빛나는 길을 따라 나와 손님들, 그리고 내 수하들이 걸어간다.

        다시 숲에 어둠이 찾아오며 본래 이곳에서 서식하던 짐승들이 야성을 드러내지만, 슬쩍 기세를 뿜어내자 황급히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어둠의 숲에 서식하는 짐승들은 인간의 미적 기준으로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닐 테니까…….

        어쨌든 잠시 그렇게 걸어가니, 저 앞으로 황금빛으로 빛나는 화산의 시작 지점이 나타났다.

       

        “오!”

       

        “언제 봐도 비싸 보인단 말이지…….”

       

        – 황금 화산!

        – 지금 흘러내리는 거, 황금임? 아니면 마그마?

        – 황금 마그마!!

        – 무섭기는 한데, 저런 거 볼 때마다 목숨 한 번 걸어보고 싶기는 함.

        – ㄹㅇㅋㅋ

       

        눅진하게 흘러내리는 황금빛의 마그마.

        나의 용금이 소량 녹아들어 있는 마그마가 찬란하게 빛나며 주위를 밝힌다.

       

        나는 손을 들어 일행을 멈추게 시켰다.

        그 후 지배력을 일으켜서…….

       

        ‘……아니지.’

       

        이왕 할 거라면, 인간들에게 좀 더 멋있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까?

        손가락으로 턱을 문지르며 잠시 고민해 본다.

        과연 어떻게 해야 인간들에게 더 멋있어 보일까?

       

        ‘화려하게? 과장되게? 아니면 그냥 깔끔하게?’

       

        이런 문제는 정답이라는 것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많이 어렵다.

        뒤에서 손님들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것을 느끼며 고민을 해 본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뻗어 손가락을 튕겼다.

       

        딱!

       

        스르르륵!

       

        순식간에 마그마들이 옆으로 물러서며, 우리의 앞에 길이 열린다.

        그 후 조금 후회했다.

       

        ‘너무 간결했나?’

       

        요즘 인간들의 유행이 ‘간결’인 것 같아서 간단하게 해 보았는데, 별로 안 멋있어 보였으면 어쩌지?

        살짝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뒤를 확인해 보자…….

       

        “와…… 존나 멋있어.”

       

        “귀여운데 멋있어.”

       

        – 뭐지? 생긴 건 귀여운 쪽인데 존나 카리스마 있어.

        – 손가락 진짜 잘 튕기시네.

        – ㅋㅋㅋㅋㅋㅋ

        – 귀여움. ㅋㅋㅋㅋ

        – 눈나! 날 가져요!!!

       

        “…….”

       

        괜찮았나?

        인간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아무렇지 않은 듯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마그마에 파묻혀 있다시피 했던 거대한 동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3층과 4층을 이어 주는 곳이란다. 너희의 단어로는 플로어 게이트지.”

       

        아직 마그마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다는 듯, 동굴의 모든 곳에서 어마어마한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뭐, 나와 내 수하들은 이 정도 열기엔 아무렇지 않고, 인간들에겐 내가 만들어 준 수호부가 있으니 문제는 없겠지.

        천천히 손님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 그런데 길이 마그마로 뒤덮여 있으면 평소에는 어떻게 지나다니나요?

       

        시청자의 질문 하나가 보인다.

        음…… 확실히 의문을 가질 만한 부분이기는 하지.

        그래서 답해줬다.

       

        “내 수하들은 플로어 게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공간 이동으로 다녀서…….”

       

        “아…….”

       

        “아아…….”

       

        – 아

        – 그렇구나.

        – 그럼 인정이지.

        – ㅋㅋㅋㅋ

       

        물론 이쪽 길을 아예 안 쓰는 것은 아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대량의 물건을 옮길 때는 공간 이동보다는 그냥 짊어지고 이동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촤아악!

       

        캬아아악!

       

        옆의 마그마에서 거대한 뱀, 혹은 지렁이를 닮은 거대한 짐승이 솟구쳐 오른다.

        갑작스러운 괴물의 등장에 인간들이 당황해하지만 이내 그 괴물의 입이 벌려지며 안에서 몇몇 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

       

        “??”

       

        “뭐임?”

       

        – 헐?

        – ???

        – ?

        – 저그임?

        – 뭐임?

       

        본래는 어떤 차원의 사막에서 서식하던 거대한 지렁이 형태의 짐승이, 내 영역에 들어온 후 환경에 맞추어 새롭게 진화한 종이다.

        인간들의 문화 중에서 저 짐승과 비슷한 종으로는…… 데스웜이었나? 그런 이름의 창작물이 있을 것이다.

       

        “본래 저 종은 흙을 파먹으며, 흙 속에 존재하는 먹이를 걸러 먹는 이들이었단다.”

       

        하지만 내 영역에 들어온 이후에는 딱히 흙 속의 먹이를 먹을 이유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주위에 널린 모든 것들이 내 용금이고, 나의 힘이었으니까.

        그래서 본래는 상위 포식자 중 하나였으나, 내 영역에서는 나름 온순한 토식(土食)동물이 된 녀석이다.

       

        “물론 본래 최상위 포식자였던 흔적은 남아 있어서, 마그마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는 녀석이란다.”

       

        가죽이 워낙 두꺼워야 말이지.

        어쨌든 그렇다 보니 내 수하들 중 하나가 아이디어를 냈다.

        저 짐승의 가죽도 상당히 두껍고, 나름 온순해서 훈련시키면 말도 잘 들으니 운송 수단으로 쓰는 것은 어떠냐고 말이다.

        덕분에 지금은 4층과 3층을 연결하지만 동시에 마그마에 파묻혀 있는 플로어 게이트를 연결하는 수단으로 써먹는 중이다.

       

        “원래는 마도구로 몸을 지키고, 그 상태로 마그마 속을 직접 헤엄치며 운반했다고 했거든.”

       

        “…….”

       

        “…….”

       

        “…….”

       

        뭔가 말이 없어진 인간들의 시선이 내 등 뒤에 꽂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저 앞에서 나에게 인사하는 수하들에게 손을 흔들어 준다.

        운반 힘내라!

       

        어쨌든 3층을 벗어나 4층에 닿는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도시?”

       

        “어어어?”

       

        – 뭐야? 왜 도시가 여기 있어?

        – ?????

        – 에반데?

        – 헐

        – ??

        – ㄹㅇㅋㅋ

       

        그것은 수많은 차원, 수많은 공간, 수많은 시간대의 건물들이 모여 있는 도시.

        내 황금의 영역에서 나와 나를 모시기 위해 이 게이트 안에 자리를 잡은, 나의 수하들이 지내는 곳.

        내 게이트에서 ‘가장 번화한 계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이 마지막 목적지인 4층이란다.”

       

        “…….”

       

        “…….”

       

        “…….”

       

        이번에는 무서운 동물도, 무서운 광경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손님들은 입을 떡 벌린 채 말이 없었다.

        ……왜지?

       

       

        *            *             *

       

       

        블레이즈는 피곤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 오빠! 빨리 움직여!

       

        탁탁탁!

       

        블레이즈의 머리 위에서 앞발로 큰오빠의 이마를 툭툭 치던 슈르네의 모습이 어느새 저 앞으로 이동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블레이즈에게서 다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왜 그래?”

       

        “아…….”

       

        이현의 의문에 블레이즈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런 파트너의 모습에, 이현이 엄한 얼굴로 다그쳤다.

       

        “얌마. 그러면 안 되지. 오빠잖냐? 그런 귀여운 여동생에게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안 되지.”

       

        “귀여운 여동생이라…….”

       

        이현의 말에 블레이즈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말이 맞다. 속이 새까만 헤니시아에 비한다면…… 슈르네는 진짜 귀여운 여동생이긴 하다.

        귀여운 녀석이기는 한데…….

       

        “자! 얼굴 피고! 그래도 우리 도와주겠다고 저러고 있잖아?”

       

        “…….”

       

        이현의 말에 블레이즈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 주위에 포진해 있는 헌터 협회의 전투 요원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

        현재 이들은 방금 전 일어난 찌라시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특범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본래라면 이렇게 빠른 퇴치는 힘들었을 것이다.

        단순히 힘 싸움이라면 S랭크 헌터가 출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보통 이런 범죄조직은 자신들의 본거지를 꽁꽁 숨기기 때문이다.

        만약 슈르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빠른 시간에 특범조직의 본거지를 찾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좀 말괄량이 같지만, 그래도 기특하네. 엄마가 모욕당하니까 바로 나서고, 오빠 도와주겠다고 바로 달려오고 말이야.”

       

        “……그렇게 보이냐?”

       

        이현의 말에 블레이즈가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블레이즈의 말투에 이현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뭐야? 왜 그래?”

       

        “이현. 넌 좀 더 우리들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어.”

       

        블레이즈는 협회의 전투 요원들이 범죄자들의 본거지를 포위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본거지의 입구를 비롯한 비밀통로, 탈출 수단.

        그 외의 모든 것들.

       

        모두 슈르네가 보고 온 미래 시간대의 차원을 통한 정보들.

       

        “이현. 넌 슈르네가 착하다고 생각하냐?”

       

        “어? 어어…….”

       

        블레이즈의 말에 이현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네 말투를 보니까 아니라는 것 같다?”

       

        “아니. 맞아. 슈르네는 분명히 착한 아이지.”

       

        장난꾸러기지만 말이야…… 라며 사족을 단 블레이즈가 손가락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슈르네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그런데 파트너. 과연 슈르네의 ‘착함’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착함일까?”

       

        “뭐?”

       

        “내가 알기로, 슈르네의 ‘착함’은 우리 가족을 기준으로 한다.”

       

        ‘착하다’의 기준은 늘 달라진다.

        토끼를 사냥하는 여우는, 토끼의 기준으로 보면 ‘나쁜 동물’이다.

        하지만 여우를 기다리는 새끼 여우들의 기준으로 보면 ‘착한 동물’이다.

       

        “그래. 슈르네는 천진난만하고 착하지. 너희 인간들에게도 그렇게 보일 거야. 그런데 그거 아냐?”

       

        5살 정도의 어린아이는 방긋 웃으면서 잠자리의 날개를 떼고 가지고 놀다 버린다는 것을.

        블레이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돌입해!

       

        꼼짝 마라!

       

        크아아악!!

       

        사람들의 고함 소리.

        무언가가 터져 나가는 소리.

        폭발하는 소리.

       

        수많은 소음을 배경으로 둔 채, 블레이즈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슈르네가 착하고 귀여운 동생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 일단은 나도 드래곤이니까. 하지만 너희 인간들 처지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

       

        블레이즈의 말이 끝난 후 이현은 허공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허공에 둥둥 뜬 채, 세로로 갈라진 노란 동공으로 인간들을 내려다보는 슈르네의 모습이 보였다.

       

        = 꺄르륵! 더 싸워라! 싸워!

       

        “…….”

       

        마치 어린아이가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서로 싸움 붙여놓고 즐기는 모습 같다고 느꼈다면…… 착각일까?

        이현은 소름이 돋은 팔뚝을 문지르며 고개를 떨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정보 : 슈르네는 엄마를 모욕한 인간들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이걸로 핑계 들고 놀러 나간 것이다.

    태풍 조심하십시오. 저도 아침부터 놀랐네요.

    덕분에 조금…… 아니, 많이 늦기도 했고요. 죄송합니다. ㅠㅠ

    공지에도 올리겠지만, 내일은 사정이 있어 휴재가 될 것 같습니다.

    즉, 이번주는 3일 휴재인 것이지요.

    최대한 비축분을 비축해서 오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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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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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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