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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1

        황금 뼈다귀는 일행을 능숙하게 이끌었다.

        그리고 어느 건물을 가리키며 외쳤다.

       

        = 이곳입니다!

       

        “이곳은?!”

       

        “으음?!”

       

        자신만만하게 외친 황금 뼈다귀의 뒤로, 커다란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은 마치 오페라 하우스 같기도 했으며, 동시에 황금 궁전 같기도 한 모습이었다.

        어딘지 감도 안 잡히는 인간과는 달리, 다우림과 그의 경호 헌터를 호위하는 입장이었던 늑대 인간이 외쳤다.

       

        = 여긴 도서관이잖아?!

       

        “?!”

       

        “??”

       

        ……진짜 생각지도 못한 장소가 나와 버렸다.

        다우림과 경호 헌터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황금 뼈다귀를 바라보자, 황금 뼈다귀가 발끈했다.

       

        = 도서관이 뭐 어떻다는 말씀입니까?! 독서는 마음의 양식입니다!

       

        “어…….”

       

        “그…….”

       

        틀린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유익한 말이다.

        ……그 소리를 한 것이 스켈레톤만 아니라면 말이다.

       

        = 무덤가에서 살아 있는 인간을 덮칠 것 같은 외형으로 그런 소리를 하냐?

       

        = 아! 울페 기사님! 너무하십니다!

       

        이젠 만담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콩트를 하는 것인지 모를 늑대 인간과 황금 뼈다귀.

        무심코 늑대 인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던 다우림이 경호 헌터에게 소곤거렸다.

       

        “실제로 뭘 먹을 수 없는 몸이라서, 대신 마음의 배고픔을 채우려 했나 봐요.”

       

        “그러게 말입니다.”

       

        = 거기 인간 손님분들? 실례지만 다 들립니다만?

       

        “크흠!”

       

        “큼!”

       

        뼈밖에 안 남아서 눈물이 나올 리 없는데, 어쩐지 황금 뼈다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환상이 보인다.

        애써 시선을 돌리는 두 인간을 노려보던 황금 뼈다귀가 외쳤다.

       

        = 책! 독서! 미디어 매체! 얼마나 유익합니까?! 이것만큼 유익하고 다양한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는 여가도 없지 않습니까!

       

        = 미친놈아! 그건 평소에나 하는 거고! 관광지에 와서 도서관을 가냐?!!

       

        어느새 투닥거리기 시작한 늑대 인간과 황금 뼈다귀.

        그 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보는 두 인간 사이로, 오크 병사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사과했다.

       

        “미안하다. 손님들. 내가 대신 사과한다.”

       

        “아, 아닙니다.”

       

        “크흠! 그럴 수도…… 쿨럭! 있죠. 크흠!”

       

        그냥 당황하는 정도인 다우림과는 달리, 능력을 각성한 경호 헌터는 기침을 터뜨리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

        민간인인 다우림은 모르겠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은 하나하나가 최소 B랭크 헌터에 필적하는 강함을 보유한 이들이다.

        하나라도 서울 한복판에 등장하면 초 비상사태가 일어날 정도의 괴물들이, 무슨 군대에서 선임 후임끼리 티격태격하는 것처럼 싸우고 있으니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미치겠군.’

       

        경호원으로서 EX급 게이트에 출장 간다고 했을 때는 마냥 좋았는데, 이쯤 되면 슬슬 후회된다.

        그냥 후임에게 짬처리 시키고 자신은 연차나 낼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 때쯤.

        마침내 새롭게 서열 정리를 끝마친 늑대 인간이 터덜터덜 걸어왔다.

       

        = 죄송합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요?

       

        “네, 넵.”

       

        진짜 시베리아 허스키처럼 혀를 쭉 내밀고 방긋 미소 짓는 늑대 인간.

        하지만 그의 뒤에 박살 난 황금 뼈 무더기가 보이니 마냥 웃는 얼굴로만 보이지가 않는다.

       

        그렇게 응징당한 황금 뼈다귀를 내버려 두고 이동하기 시작하는 일행.

        일행의 가장 앞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던 늑대 인간이 다우림에게 물었다.

       

        = 손님은 어떤 것을 보고 싶으신가요?

       

        “……저요?”

       

        = 네.

       

        너 님 맞아요…… 라고 눈짓으로 말하는 늑대인간.

        그 눈빛에 잠시 어버버거린 다우림이었으나, 이내 헛기침하며 할 말을 골랐다.

        보고 싶은 것이라…….

       

        ‘내가 여행 갔을 때 어딜 먼저 갔더라?’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현실에 나타난 이후로 여행은 위험한 일이 되어 버린 현시대.

        공중을 날아다니는 몬스터와 해양 몬스터 때문에 해외여행은 진짜로 목숨을 걸어야 하고, 국내 여행이라고 하더라도 야생 멧돼지 대신 야생 고블린이 튀어나오는 사례 때문에 마찬가지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황당한 시대.

        하지만 그런데도 여행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빠질 수 없는 여가였다.

       

        상대적으로 안전이 확보된 ‘기차’를 운송 수단으로 사용하고.

        마찬가지로 안전이 확보된 ‘도시’나 커다란 ‘관광지’를 목적지로 여행을 한다.

        그리고 다우림 역시 인천 여행이나 부산 여행 정도는 해봤다.

       

        ‘그때 내가 여행 가서 한 일이…….’

       

        횟집 가서 술 마셨다.

       

        ‘……아니. 그래도 다른 것도 있었을 거야.’

       

        모래사장에서 술 마셨다.

       

        ‘……또 뭐가 있었지?’

       

        호텔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 마셨다.

       

        ‘…….’

       

        왜 죄다 술 마신 기억밖에 없지?

        다우림은 자기 처참한 과거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어떻게 여행 가서 한 일이라는 것이 전부 술 마신 것밖에 없지? 내가 그렇게 몹쓸 인간이었던가?!

       

        = 인간 손님? 왜 그러시는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하.하…….”

       

        다우림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를 굴렸다.

        필사적으로 굴렸다.

        굴러라 짱구야! 당장 쓸 만한 의견을 내놓아라! 인간의 뇌가 가진 저력을 보여 줘라!

       

        그런 다우림의 주문(?)이 통한 것일까?

        아니면 위기 상황에 뇌가 한계를 뛰어넘은 것일까?

       

        “아!”

       

        다우림의 머릿속에 여행 갔을 때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여행 가면 역시 여자들 헌팅하는 것이…….”

       

        “…….”

       

        = …….

       

        그들의 주위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덜컥 멈춰져 있던 중, 다우림이 멍한 얼굴로 물었다.

       

        “……제가 방금 무슨 소리를 했죠?”

       

        “…….”

       

        경호 헌터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가 눈빛으로 다우림에게 욕했다.

       

        ‘인간 망신을 시켰습니다.’

       

        ‘오우 쉣!’

       

        다우림은 쥐구멍을 찾고 싶어졌다.

       

       

        *            *            *

       

       

        – 오!

        – 여기가 바로 이계의 도시?

        – 중세 같기도하고, 현대 같기도하고, 원시시대 같기도하고, 현대 도시 같기도하고.

        – 뭔가 많이 섞인 듯?

        – ㄹㅇㅋㅋ

       

        “눈썰미가 있는 아이들이 많구나.”

       

        시청자들의 말대로, 이 도시는 여러 시대, 여러 차원, 여러 문화가 뒤섞여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를 따르는 내 수하들이 각각 다른 차원 출신인 탓이다.

       

        “이를테면…… 저 아이가 보이느냐?”

       

        – 누구요?

        – 두 발로 걷는 악어 비슷한 사람이요?

        – 딱 봐도 라나님보다 2배는 커 보이는데요?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그래. 나보다 2배는 크고 악어처럼 보이는 사람 말이다.

        나를 발견하고 고개를 숙이는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말을 이었다.

       

        “저 아이가 태어난 차원은, 말하자면 너희들이 ‘원시 시대’라고 부르는 시대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차원이었지.”

       

        제대로 된 문화는커녕 문명조차 태동하기 이전의 원시적인 공동체를 이루고 살던 지성체들의 차원.

        이제 막 불을 발견하고, 바퀴를 개발하던 그곳에서 내 수하가 된 아이가 바로 저 아이다.

       

        “반대로, 저 아이가 보이느냐?”

       

        – 뭐임?

        – 로봇? 로봇임?

        – 로봇이라기엔 좀 더 사람 같은데?

        – 안드로이드?

        – 헐퀴.

       

        “저 아이가 태어난 차원은 기계 지성체만이 존재하던 차원이었단다.”

       

        유기 생명체는 하나도 없이, 오로지 기계 생명체들만이 존재하던 차원.

        그곳에서 내가 거두어들였던 아이가 나를 발견하곤 고개를 숙인다.

        마찬가지로 그 아이에게도 손을 흔들어 대답해 준 후, 천천히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렇듯, 이곳에는 수많은 차원 출신들이 섞여 있지.”

       

        여러 차원 출신들이 섞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시도 뒤죽박죽인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왜 확신하는 어조가 아니냐면, 이 도시를 만드는데 내 의사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 라나님은 아예 모르셨나요?

        – 도시 하나가 만들어지는데 모른다고요?

        – 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본래 이 4층은 나를 수행하는 몇몇이 머물 목적으로 숙소를 지었던 것이 시초란다.”

       

        나의 수발을 들 자예와 도화를 비롯한 요괴 시녀들 몇몇, 그리고 간단한 심부름을 하기 위한 기사 몇 명.

        지금처럼 수백 명이 지내는 것이 아닌, 겨우 십수 명 정도만이 지낼 예정이었기에 간단한 숙소를 짓는 것으로도 괜찮았다.

       

        하지만 점점 황금의 영역에서 밖으로 나오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고.

        당연히 하나의 숙소로는 부족해졌기에 추가적으로 새로운 건물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각각 자기들 취향에 맞는 건물을 짓다 보니 저렇게 건물들이 다양해진 것이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하나둘씩 건물을 추가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커다란 도시가 되었다는 것이다.

       

        “정작 난 5층에만 있어서 잘 몰랐지만 말이다.”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웃음으로 가득한 채팅창을 바라보던 중이었다.

        문득 내 머릿속에 괜찮은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그래. 그러고 보니 내 게이트에 오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무언가 상이 있어야겠지.”

       

        – ?

        – ??

        – 큰거 오나?

        – ?

        – 오오오!!

        – 뭔가 오는 건가요?!

       

        나는 슬그머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인종들이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거래하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인간 손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리 이곳이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조금 걱정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까 나름 재미있게 구경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즐기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곳에 놀러 온 이들뿐이다.

        지금 내 방송을 보고 있는 이들은 카메라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할 뿐이지, 직접 내 게이트를 구경하고 체험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정당하게 행운을 겨루어서 뽑힌 10명만 이곳에 초대했다고 한들, 내 방송을 보고 있는 이들이 느낄 박탈감 자체는 어찌할 수 없을 터.

       

        “그러니 너희에게만 보여주마.”

       

        – 오?

        – 뭔가요?

        – 큰거 온다!

        – 오오오오오오!!

        – 대황라나!

       

        떠들썩해지기 시작한 채팅창과 함께 도시를 벗어났다.

        그리고 도시의 뒤편에 존재하는 거대한 화산의 아래쪽으로 이동하자, 이글거리는 마그마가 딱딱하게 굳어 있는 상태로 형성된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 오! 마그마 동굴?!

        – 저거 굳은 건가? 안 굳은 건가?

        – 반쯤 안굳은 것 같음.

        – 그런데 묘하게 익숙한 것 같은데?

        – ㄹㅇㅋㅋ

       

        “아마 이곳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야 그럴 수밖에.

        이곳은 5층과 4층을 이어 주는 플로어 게이트의 입구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현과 내 큰아들을 인터뷰하기 전에, 카메라와 함께 이곳을 지나갔었지.”

       

        – 아!

        – 기억남!

        – 거기였구나!

        – 아하!

        – 어라? 그럼 설마?

       

        “그래.”

       

        내가 놀랄 정도로 눈치가 빠른 아이들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너희에게만 특별히 5층을 구경시켜 주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5층은 주인공의 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지금 주인공은 자기 방 안을 구경시켜주겠다고 한 것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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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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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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