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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2

        멸천룡의 게이트에 초대받은 10명의 사람들 중 한 명.

        그리고 초대된 이들 중 유일하게 미성년자인 소녀.

        이제 11살이 된 이유리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와! 높이높이!”

       

        = 높이!

       

        “꺄르륵!”

       

        이족보행 하는 팬더 기사에게 목마를 탄 유리가 소리 높여 웃는다.

        그리고 자기 목과 어깨에 인간 소녀를 태운 이족보행 팬더 기사도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것 지켜보던 여자 경호 헌터는 차마 웃지 못했다.

       

        두웅! 둥!

       

        “…….”

       

        키가 3m는 될 것 같은 거대 팬더가, 그 거대한 몸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웃겠나?

        오히려 저 높이에서 웃고 있는 아이가 대단해 보일 지경이다.

       

        그렇게 한참을 즐기던 아이가 겨우 팬더에게서 내려오고.

        귀여운 팬더의 얼굴로 아이의 앞에 무릎을 꿇은 짐승 기사가 물었다.

       

        = 자. 귀여운 숙녀분? 어디로 모실까요?

       

        “헤헤헤. 저기 그게…….”

       

        귀여운 팬더 인간이 자신을 숙녀로 대우해 주자 좋다고 웃는 소녀.

        뭐…… 그래. 원래 저 나이대 아이들은 어른 취급을 해주면 열에 아홉은 좋아하니까.

        하지만 그런 소녀를 경호해야 하는 처지인 경호 헌터 처지에서는 조금 자중해 주길 바랐다.

       

        ‘내가 왜 애 보기도 같이 해야 하냐고…….’

       

        그래. 안다.

        이것이 전부 그녀가 제비뽑기에서 당첨되어 버린 결과라는 것을.

        그래도 요즘 아이답지 않게 참 착하고 순해서 걱정을 조금 덜었는데…….

       

        = 그렇군요! 기념품 가게라면 소인이 모시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기사님!”

       

        = 허허허! 레이디의 소원에 부끄럽지 않은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네!”

       

        “…….”

       

        뭐라고 해야 하나…….

        저 둘, 묘하게 죽이 잘 맞는 것 같지 않나?

       

        수염처럼 긴 털을 입가에 기르고 있는 팬더 기사가 소녀를 번쩍 들어 올려 자기 한쪽 어깨 위에 올린다.

        소녀는 까르륵 웃으며 팬더의 얼굴을 꼭 끌어안는다.

        그 모습은 마치 할아버지와 손녀를 보는 것 같았다.

       

        = 자! 가 볼까요?

       

        “네에~!”

       

        쿵! 쿵! 쿵!

       

        순식간에 멀어지는 둘을 멍하니 바라보던 경호 헌터가 황급히 둘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유리를 어깨에 올려놓은 팬더 기사가 물었다.

       

        = 먹을 것은 안 된다고 했으니…… 옷은 어떠신가요?

       

        “옷이요?”

       

        = 그렇습니다. 마침 도착이군요.

       

        기사의 말과 동시에 그들은 어떤 가게 앞에 도착했다.

        특이한 디자인의 옷들이 마네킹에 입혀진 채 유리 안쪽에 전시된 가게.

        딱 봐도 옷을 파는 것 같은 가게의 안쪽을 향해 기사가 소리쳤다.

       

        = 내가 왔다!

       

        “시끄러워욧!”

       

        팬더의 우렁찬 목소리에, 가게 안쪽에서 히스테릭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다각다각…….

       

        “나 참. 당신은 교양이라는 것이…… 어머나?”

       

        “?!”

       

        “헉?!”

       

        가게의 주인도, 소녀도, 경호 헌터도 전부 말을 잃어버렸다.

        가게의 여주인은 생각지도 못한 인간 손님이 자기 가게에 찾아왔다는 충격으로 인해, 인간 손님들은 옷 가게의 주인이 인간 여성의 상체를 달고 있는 거대한 거미라는 것에.

        그리고 그 끝은…….

       

        “꺄아아악!”

       

        “꺄아아악!!”

       

        “……!!”

       

        ……이렇게 되었다.

        미리 양쪽 귀를 손가락으로 막고 있던 팬더가 중얼거렸다.

       

        = 역시 젊음은 좋구먼.

       

        다시 시간이 흐르고.

        겨우겨우 진정한 여주인이 천천히 차를 내왔다.

       

        “드세요.”

       

        = 이봐. 내 것은?

       

        “당신처럼 교양은 요만큼도 없는 노친…… 실례. 영감에게 내줄 것은 없습니다!”

       

        팬더에게 버럭 소리친 여주인이 재빨리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바닥에 깔린 커다란 방석 위에 거미의 몸을 눕히곤, 덜덜 떠는 소녀와 경계심을 끌어올린 경호 헌터를 내려다보며 안경을 고쳐 썼다.

       

        “안녕하세요 손님들? 인연의 실잣기에 오신 것을 환영한답니다? 오호호~!”

       

        “…….”

       

        “…….”

       

        “호호호…… 인사가 이게 아닌가? 요즘 인간들은 다르게 인사하던가?”

       

        인간 손님들의 시선을 살짝 피한 여주인이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그녀의 거미 다리가 근처 서랍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들어 인간 상체에게 건네주었다.

        그러곤 재빨리 종이를 넘겨 가며 무언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이쪽 차원 인사 매뉴얼이…… 아니 잠깐, 이건 지난번 차원 거잖아?”

       

        팔락팔락!

       

        종이 뭉치 하나가 그대로 쓰레기통에 담기고.

        새로운 종이 뭉치를 꺼내 든 그녀가 재빨리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인사…… 인사…… 찾았다!”

       

        마침내 찾던 부분을 발견한 그녀의 눈 6개가 재빨리 종이를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재빨리 종이 뭉치를 던져 버리곤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두유 노우 킴치?”

       

        “…….”

       

        “…….”

       

        “……이것도 아닌가?”

       

        가게 안은 침묵으로 가득 차버렸다.

       

       

        *            *            *

       

       

        다우림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랄까? 원래도 사람이 많다고는 느꼈지만…….

       

        “왠지 과하게 많은 것 같은데요?”

       

        = 정확히 보았습니다. 지금은 축제 기간이거든요.

       

        사람을 틈바구니에 휩쓸리려 하던 다우림과 경호 헌터를 각각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린 늑대 인간이 방긋 미소를 지었다.

        다우림과 경호 헌터의 키가 작은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워낙 늑대 인간의 키가 크다 보니 마치 어린아이를 집어 든 꼴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허리를 붙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린 꼴이 되어 버린 다우림이 물었다.

       

        “축제요?”

       

        = 네.

       

        “여기서 축제가 열리나요?”

       

        다우림의 질문에 늑대 인간이 미묘한 얼굴이 되었다.

        두 인간이 의아한 얼굴로 늑대 인간을 올려다보자, 늑대 인간은 어색한 말투로 대답했다.

       

        = 저기…… 저희가 인간은 아니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저희도 축제 정도는 즐길 줄 안다고요.

       

        “……?! 아, 아니! 그런 소리가 아닙니다!”

       

        이 늑대 인간이 지금 무슨 소리를?!

        순식간에 쓰레기가 되어 버린 다우림이 재빨리 변명했다.

       

        “들어 보니까! 여기는 라그나님을 따라서 임시로 머무는 용도의 도시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축제 같은 거창한 행사도 열리냐? 그런 소리였습니다!”

       

        = 아아…… 그렇군요?

       

        머쓱한 표정으로 다우림의 시선을 피한 늑대 인간이 작게 헛기침했다.

        그런 것도 모르고 그만…….

       

        두 인간을 양 옆구리에 낀 채 인파를 헤쳐 나간 늑대 인간이 담장 위로 훌쩍 뛰어 올라갔다.

        황금빛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담장의 위에 두 인간을 내려놓은 늑대 인간이 말을 이었다.

       

        = 큼큼. 일단 말씀드리자면, 축제를 즐기긴 합니다.

       

        다만…… 이라고 말끝을 흐린 늑대 인간이 인파의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수많은 노점과 인형들이 돌아다니는 도시의 광장을 바라보던 늑대 인간이 말을 이었다.

       

        = 다만 자잘한 것보다는 큼지막한 것들만 즐기죠.

       

        “큼지막한 거요?”

       

        = 음. 손님분들의 차원에서도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수확제라고 해야 할까요?

       

        “아. 추석?”

       

        = 비슷한 것이 있는 모양이군요?

       

        늑대 인간과 인간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확실히…… 수확제라면 축제가 벌어져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럼 지금이 수확제인가요?”

       

        = 아뇨?

       

        “……?”

       

        그럼 지금은 무슨 축제인데?

        그런 시선이 담긴 두 인간의 시선에, 늑대 인간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둘을 바라보았다.

       

        = 그야 당연히 우리 도시에 방문한 인간들을 축하하는 축제죠.

       

        “???”

       

        “?!”

       

        늑대 인간의 말에 두 인간이 화들짝 놀랐다.

       

       

        *            *            *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화산의 바로 아래.

        황금빛으로 가득 찬 통로를 내려갈수록 온도가 높아져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은, 사방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는 고온의 공간.

       

        공간의 절반 정도를 황금빛의 마그마가 차지하고 있고, 남은 절반의 한편에는 평소 내가 방송실로 사용하는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방송실이 보인다.

        조금의 광원도 없지만, 동시에 광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밝은 곳.

       

        “이곳이 내 ‘침실’이란다.”

       

        – 침실ㅋㅋㅋㅋㅋ

        – 침실이라닠ㅋㅋㅋ

        – 우리 : 보스 방, 라나님 : 침실

        – 아! 침실이라고욬ㅋㅋㅋㅋㅋㅋ

        – 그녀는 드래곤입니다. 우리와는 사고방식이 다르죸ㅋㅋㅋㅋ

        – 그래도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듯?

       

        그렇다.

        내 침실의 모습을 보여 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그때는 전부 지나가듯 잠깐씩 보여 준 것이 전부였다.

        지금처럼 자세히 보여 준 적은 없었지.

       

        “사실 내 침실이라고 했지만, 인간들의 침실처럼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란다.”

       

        그도 그럴게, 내 본체는 평소 마그마 속에서 생활하는 터라 인간들이 사용하는 침구, 가구 같은 것들이 전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방송하고 있어서 방송실 하나 정도는 마련해 두고 있지만, 그 외에는 딱히 구경할 만한 것이 없다.

       

        – 삭막해 보이긴 함.

        – ㄹㅇㅋㅋ

        – 번쩍번쩍한데 삭막한 것도 재주네요.

        – ㅋㅋㅋㅋㅋㅋㅋ

        – 황금색과 붉은색 가운데에 검은색 하나 보이니까 특별해 보임.

        – ㄹㅇ임

        – 저게 방송실이죠?

       

        “그래. 저 검은색 금속 덩어리가 방송실이란다.”

       

        딱히 내 방송에서 방송실 자체를 보여 준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뜻밖에 알아보는 이들이 제법 있다.

        하긴…… 눈치가 빠른 아이들이라면 금세 알아보는 것도 당연한 일일까?

       

        – 무슨 금속인가요?

        – 일단 지구에 있는 금속은 아닌 것 같은데?

        – 저렇게 새까만 금속은 금속이 아니라 탄소 결합물 쪽으로 가야 할듯?

        – 현직 헌터 관계자인데, 저거 아다만티움 같음.

        – 아다만티움? 그거 마금속 아님?

        – 그 비싼게 저렇게 통째로?

        – 헐?

       

        “오. 알아보는 아이들이 있구나. 그래. 아다만티움이란다.”

       

        어느새 방송실의 앞에 도착한 나는 아다만티움을 한 손으로 툭툭 두드렸다.

        내 침실의 뜨거운 온도에 의해 달구어진 아다만티움이, 내 손에 닿을 때마다 치익거리며 연기를 내뿜었다.

       

        – 흐미!

        – 개 뜨거운가보네.

        – 라나님 손 안 뜨거우신가요?

        – ㅎㄷㄷ하네

        – 그런데 저거 방송실 아니었나?

        – 방송실 내부는 시원해 보였는데, 밖은 뜨거운가요?

       

        “이것이 내가 아다만티움을 방송실로 사용한 이유란다.”

       

        아다만티움.

        비중이 높고 충격 흡수율이 굉장히 뛰어난 금속이다.

       

        미스릴이 ‘마나 전도율’이 가장 뛰어난 금속이라면, 이 아다만티움은 ‘단단함’ 하나로 우주에서 한 손으로 꼽히는 금속.

        하지만 그 단점으로 무게가 상당히 나가고, 가공이 어렵다는 단점을 가진 금속이다.

       

        “그런데 아다만티움의 장점은 그것만이 아니란다.”

       

        단단함에만 집중하다 보니 잘 놓치기 쉬운 특징인데…….

       

        “아다만티움은 온도전도율이 제로에 가까운 금속이란다.”

       

        즉, 방송실의 바깥은 어마어마하게 뜨겁지만, 이 안쪽은 에어컨에 의한 서늘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내 게이트에서 ‘가장 뜨거운 계층’인 내 침실에서, 온도에 민감한 방송 장비들을 무사히 보관하기 위한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다.

       

        – 와씨.

        – 저 비싼걸 그냥 방송 장비 보관한다고 사용하신다고요?

        – 저런 걸 볼 때마다 나랑은 돈 감각이 다르다는 게 느껴진닼ㅋㅋㅋ

        – ㅋㅋㅋㅋㅋ

        – 솔직히 종족이 다르다는 것은 아는데, 볼 때마다 라나님이 부자라는 게 느껴짐.

        –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웃음을 보며 시선을 돌린다.

        방송실의 내부는 평소 방송에서 많이 보고 있으니 딱히 보여 줄 필요는 없을 테고…….

       

        “그래. 내 본체라도 보여주는 게 좋겠구나.”

       

        쿠구구구구궁!!

       

        그와 동시에 나의 본체가 마그마 속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녁 연재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볼일은 잘 봤습니다.

    내일 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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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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