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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직종을 잘못 선택해 버린 슬라임을 지나친 이후에도 다양한 이들을 만났다.

       

        “우끼끼끼……!”

       

        황금으로 이루어진 체모를 가진(멸천룡의 게이트에 서식하는 모든 것들은 반드시 어딘가에 황금이 섞여 있었다) 원숭이가 진지한 얼굴로 요리를 하고 있다던가.

       

        “크르르릉!”

       

        밖에서는 트롤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거인이 솜사탕을 팔고 있다던지.

       

        = 게임하고 가세요~!

       

        어딘가 에일리언 닮은 괴생명체가 보드게임으로 보이는 체험 노점을 운영하고 있다던지.

       

        “…….”

       

        솔직히 이곳에 있는 이들이 전부 ‘인간’이었다면, 뜻밖에 평범해 보였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냥 사방에서 황금빛이 번쩍거리고, 돌아다니는 이들이 인간이 아닐 뿐.

       

        쿵!

       

        = 어이쿠! 미안합니다 인간분들.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 하하하. 재미있게 놀다 가세요!

       

        봐라.

        방금 만난 거인도 흉악하게 생긴 외형과는 달리, 행동과 매너는 완벽한 젠틀맨이었지 않았던가?

        이걸 보면 사람은 내면을 봐야 한다는 말이 엄청난 진리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인지부조화 올 것 같네.’

       

        밖에서는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한 괴물들인데, 이곳에서는 그냥 동네 친절한 이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제 상식과 백만 광년쯤 떨어진…….

       

        = 상식이라는 것은 나라 하나만 건너가도 달라지는 것이죠.

       

        늑대 인간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제 고향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가 나고 자란 부족에서 캐비언…… 이쪽 차원에서는 ‘양파’라고 부르던가요? 아무튼 그것은 독초였습니다. 상식이었죠.

       

        “아…… 양파.”

       

        = 그런데 옆의…… 리자드맨이라고 하시면 이해가 될까요? 그런 종족이 사는 부족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양파를 모든 요리에 사용하더군요. 거기서는 양파가 식재료인 게 ‘상식’이었던 거죠.

       

        “아…….”

       

        하긴. 개에게 양파는 독이라고 하니까.

        이해가 될 듯 안 될 듯 미묘한 기분으로 늑대 인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두 인간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인간들에게, 늑대 인간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아무튼 요점은, 겨우 부족 하나만 건너가도 상식이 뒤바뀐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차원 단위는 어떻겠습니까?

       

        “아하…….”

       

        그 말에 다우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 이곳은 수많은 차원 출신들이 모인 곳이고, 이곳에서 상식을 따져 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게 보이긴 하네요.”

       

        하나하나가 전부 옳은 말에 다우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고로 외눈박이의 마을에서는 두눈박이가 비정상이라고 한다.

        이런 괴이들만 존재하는 곳에서는, 오히려 인간인 그들이 비정상이겠지?

       

        = 그나저나 음식을 드실 수 없다면 축제의 재미가 반은 줄어들 텐데요. 아쉽네요.

       

        “아아아…….”

       

        그 말에 다우림도 울상을 지었다.

        주위에서 먹음직스러운 음식 냄새가 솔솔 풍기고 있는데, 그것들을 단 하나도 입에 대지 못하니 너무 슬프고 괴로웠다.

       

        다우림은 자기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경호 헌터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만 눈감아주면 음식 한두 개 쯤은 꿀꺽해도 모르지 않을까?

        그런 시선을 눈치챈 경호 헌터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됩니다.”

       

        “…….”

       

        이런 단호박 같은 사람!

        물론 이렇게 빡빡하게 구는 이유는 잘 알고 있다.

       

        게이트가 막 생성되기 시작할 무렵.

        그 당시에는 게이트에 대한 지식이나 위기의식이 많이 부족할 때였다.

       

        게이트 내부의 몬스터가 너무 늘어나는 바람에 게이트가 열려 버리는…… 소위 ‘게이트가 터졌다’라고 표현하는 사태도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게이트보다는 국내에서 말썽을 부리는 ‘능력자’들에 좀 더 골치를 썩이고 있었던 시절.

        그때 게이트를 탐사하러 들어갔던 이들이 식량을 잃어버리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게이트 깊숙이 들어간 탓에 식량 없이는 오래 버티기가 힘들었고, 결국 그들은 게이트 내부에 존재하는 나무 열매와 짐승들을 사냥해 끼니를 때웠다.

        긴급 상황이었으니 이해되는 일이었고, 덕분에 대부분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귀환한 이들 중 몇몇이 ‘이계 기생충’에 감염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게이트 내부에 존재하는 음식을 통해 감염되었다는데, 그 때문에 한동안 세계적으로 팬데믹 현상을 크게 겪었다고 한다.

       

        = 그런 일이 있었군요?

       

        “네.”

       

        뭐, 결과적으로 치유 능력을 각성한 헌터들로 인해 팬데믹 현상은 어떻게든 종결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때의 위험성이 사라지진 않았다.

        딱히 기생충이 아니더라도 각각의 게이트에는 외계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얼마든지 존재하고, 그로 인해 지구에서는 여러 질병들이 발병하고 있으니까.

        실제로 아프리카 쪽에서는 좀비 바이러스 비슷한 것이 나타나서 나라 하나가 통째로 좀비 아포칼립스 상태가 된 적도 있었다.

        

        다행히 공기 감염의 경우에는 대책이 나와서 안전하지만 점막 접촉이나 구강 섭취 같은 경우를 통한 감염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게이트에 출입하는 헌터들은 반드시 들어갈 때와 나갈 때 건강검진을 반드시 시행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게이트 내에 존재하는 것들은 물 한 방울도 함부로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사실 멸천룡이 나누어 준 술이나 음식을 약간의 조건을 붙여서 민간인들에게 나누어 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뭐, 사실 게이트가 터지거나 할 때 병원균도 같이 나오고는 해서 별 의미 있는 일은 아니지만…… 혹시 모른다고 계속 지켜지고 있는 거죠.”

       

        = 호오. 저희 쪽에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그런지 신기하게 들리는군요.

       

        다우림의 말에 늑대 인간이 신기하다는 듯 두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인간인 그의 처지에서는 이곳의 모든 것들이 신기한데, 뜻밖에 이곳 사람들의 처지에서는 인간 쪽의 이야기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런 늑대 인간에게 다우림이 물었다.

       

        “여기는 다른 차원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병원균 대책은 없나요?”

       

        = 저희는 딱히 없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를 따지자면 3가지가 존재한다.

       

        우선 첫 번째.

       

        = 저희는 하나 같이 몸이 강건해서, 어지간한 병원균은 자체적인 면역력으로 해결할 수 있거든요.

       

        “아…….”

       

        다우림과 경호 헌터가 건장한 늑대 인간의 몸을 한 번 힐끔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여긴 어마어마한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EX랭크 게이트였다.

        저 정도 육체 스펙이면, 어지간한 병 정도는 감기 앓듯 조금 앓다가 끝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

       

        = 지금 손님분들은 주인님의 가호 덕분에 실감이 안 나시겠지만, 기본적으로 주인님의 공간은 초고열입니다.

       

        그렇다.

        멸천룡은 기본적으로 마그마에 몸을 담그는 것을 좋아하고, 당연히 마그마가 존재하는 공간은 온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곳은 총 5층의 공간 전체로 마그마가 흐르는 EX랭크 게이트.

        각층 마다 기온이 다르지만, 가장 온도가 낮은 1층의 온도가 평균 40˚를 넘나드는 정도다.

        그 정도로 뜨겁다 보니, 어지간한 병원균은 이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죽어 버린다.

       

        = 약한 놈들은 뒤져나가는 거죠.

       

        “어우…….”

       

        “…….”

       

        살벌한 말에 두 인간이 몸을 움츠렸다.

       

        어쨌든, 마지막 세 번째 이유.

       

        = 여러 차원에서 온 이들이 모이다 보니, 여러 차원의 의료 지식도 모이거든요.

       

        차원은 다양하고, 각 차원마다 발전하는 지식도 다르다.

        덕분에 다양한 차원에서 모이는 이들은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고 있었고,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며 독자적인 지식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 예를 들어 보면…… 저기.

       

        늑대 인간이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녹색의 십자가 모양의 간판이 보이는 것이, 딱 봐도 병원으로 보이는 건물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녹색 십자가는 병원 표식으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겉모습을 보면 고대 시대의 신전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마치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새랄까?

        하지만 그런 병원 앞에서 전동 휠체어가 드나들고, 최신식 의료기기가 즉석에서 환자의 외상을 돌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인지부조화가 온다.

        심지어 최신식 하이테크놀로지 의료기기 옆에서는 간호사 복장을 한 외계인이 마법으로 다친 사람을 돌보고 있다.

       

        “…….”

       

        “…….”

       

        이미 각오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의 상식에 적응하려면 아직 먼 모양이다.

        두 인간이 입을 떡 벌리고 저 광경을 바라보는 사이, 늑대 인간은 낄낄거리며 말을 이었다.

       

        = 보다시피 치유 마법이 발달한 곳의 지식과 외과 의료가 발달한 곳의 지식, 그 외에 우주를 날아다니던 곳에서 모아온 지식도 있고.

       

        아무튼!

       

        = 여러 차원의 지식이 모이다 보니 어지간한 병은 저희 선에서 치유가 가능하거든요.

       

        “…….”

       

        “…….”

       

        딱 봐도 그래 보인다.

        어딘가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의료기기가 병원 밖에서 기동하고 있을 정도인데, 병원 안쪽에서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하면 무슨 기기와 마법이 튀어나올지 두려울 정도다.

        겉보기에는 몸 정결하게 씻고 신에게 기도나 드릴 것 같은 모양새면서…….

       

        ‘어라? 그러면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여기가 지구보다 더 발전한 것 아니야?’

       

        다우림은 새삼 떠오르는 무시무시한 생각에 몸을 떨었다.

        사실 기술적 야만인은 인간들이고, 이 사람들은 SF에 나오는 초 과학력을 가진 외계인?!

       

        삐리리리리~!

       

        지잉!

       

        = 응? 여보세요?

       

        그리고 그 생각은 늑대 인간의 머리 옆에 떠오르는 홀로그램에 의해 순식간에 증명되었다.

        마치 전화라도 받는 것처럼 중얼거리는 늑대 인간. 그리고 그의 머리 옆에 떠오른 홀로그램.

       

        “…….”

       

        “…….”

       

        슬쩍 주머니에서 최신식 스마트폰을 꺼내서 확인해 본 두 인간이 조심스럽게 자기 기기를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쪽팔리니까 스마트폰은 꺼내지 말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실 기술적으로 따지자면 멸천룡의 게이트쪽이 압도적이긴 합니다.

    문화는 각 차원마다 다르기에 우월성을 따질 수는 없지만, 기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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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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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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