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5

        도화가 내 본체를 여러 각도에서 카메라로 촬영한다.

        그리고 내 아바타는 내 본체의 옆, 위, 아래에서 여러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 와씨!

        – 너모 예쁘다!

        – 한쪽은 웅장하고, 다른 한쪽은 예쁘고.

        – ㄱㅇㅇ

        – 멋있는 거랑 예쁜 거가 같이 있으니 너무 좋은데?

        – ㄹㅇㅋㅋ

       

        이게 뭐가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시청자들이 좋아하니 문제 될 것은 없겠지?

        그렇게 시청자들을 달래고 있을 때였다.

       

        – 그런데 뜻밖에 라그나님이 작네?

        – ㄹㅇㅋㅋ

        – 보기엔 엄청 거대해 보였는데, 막상 비교해 보니까 그렇게 안큼.

        – ㅇㅇㅇㅇ

        – ㅇㅇ

        – 진짜네

        – 왜지?

       

        시청자들의 말에 아바타의 눈으로 내 본체를 올려다보았다.

        내 본체의 눈으로는 그냥 평범해 보이지만, 아바타의 눈에는 제법 커 보이는 내 본체.

        하지만 내 본체의 크기를 따져 보면…… 이곳 기준으로 5m 언저리 정도의 키를 가지고 있는 정도랄까?

        이 정도라면 인간들이 지은 1층 높이의 건물 정도의 크기 정도쯤 되지 않을까?

       

        – 뭐임?

        – 왜 작음?

        – 뭔가 작은데?

        – ㄹㅇㅋㅋ

        – 커 보이는데, 왜 작아 보이지?

       

        점점 의문을 보이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기에, 나는 설명해 주기로 했다.

       

        “내 본체는 너희 생각보다 크지 않단다.”

       

        물론 크기를 키우고자 한다면 더 키울 수 있기는 하다.

        지금은 관절과 뼈를 접은 상태여서 좀 더 작아 보이는 것이고, 몸을 쭉 늘이면 대략 8m 정도까지는 더 늘어나니까.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7m 정도가 나의 키다.

        인간에 비하면 확실히 크지만, 인간들이 생각하는 드래곤의 거대함을 생각해 보면 확연하게 작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너희들이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생물은 반드시 크기가 크다고 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크기가 크다고 무조건 생존 경쟁에서 유리했다면, 모든 생명체는 다른 무엇보다 몸 크기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고, 나 역시 몸 크기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일단 나는 ‘비룡’이기에 몸 크기를 너무 키울 경우 하늘을 나는데 제약이 생긴다는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초월을 이루고 난 후로는 영구적으로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드래곤 코어’라는 기관이 생겨나서 굳이 몸 크기를 키울 필요도 없어졌다.

        즉, 나는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몸 크기가 작다는 소리다.

       

        “너희들이 날 거대하다고 느낀 이유는, 단지 격의 차이 때문이란다.”

       

        너무 강대한 존재를 맞닥뜨렸을 때, 약한 쪽은 강한 쪽을 ‘태산 같다’와 같이 표현하고는 한다.

        그 대상이 실제로는 작더라도, 너무 강대한 존재감으로 인해 거대하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작지만, 인간들이 나를 거대하다고 느낀 이유가 이것이다.

        비록 나 스스로 내 기세를 감추고, 용금으로도 내 기세를 최대한 줄였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필멸자들과 나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격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나에게선 미처 숨길 수 없는 기세가 새어 나오고, 필멸자들은 그런 나의 기세에 의해 내 본체를 실제 크기보다 크다고 느끼게 되어 버린다.

       

        “자. 보거라. 내 본체는 사실 그렇게 크지 않지만 어쩐지 거대하게 느껴지지 않느냐?”

       

        – ……진짜네?

        – 헐.

        – 신기하네.

        – ㄹㅇㅋㅋ

        – 눈으로 보는데도 이해가 안 되네?

       

        내 아바타보다 4~5배 큰 키를 가진 본체의 실제 크기.

        하지만 인간들은 내 본래 키보다 2~3배는 더 거대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대충 내 키를 20m쯤 정도로 느끼고 있지 않을까?

       

        – 그럼 거기서 더 커지지는 않나요?

       

        “딱히 커질 이유가 없으니, 보통은 여기서 몸집을 더 키우지는 않는단다.”

       

        몸집을 키운다는 것은, 결국 몸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열량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몸집이 커진 만큼 더 크고 강한 사냥감도 사냥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음식을 담아 둘 수 있는 위장의 크기도 늘어나니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열량을 다룰 수 있게 되겠지.

        드래곤들이 일정 이상의 크기를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게다가 나는 드래곤 코어까지 가지고 있기에, 딱히 먹지 않아도 큰 육체를 유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허나,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데 몸을 키울 이유가 없지.”

       

        – 그것도 그렇긴 함.

        – ㅇㅇ

        – 그러네요.

        – 그래도 드래곤이면 뭔가 좀 더 컸으면 했는데.

        – ㅋㅋㅋㅋㅋㅋ

        – 생각해 보면 라나님이 빌딩과 어깨동무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는 듯?

        – 작은 고추가 맵다!

        – 그럼 몸 크기를 갑자기 키워야 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여기서 몸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일부러 몸을 성장시켜야 하는데, 그럴 경우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단다.”

       

        뼈, 근육, 내장 기관, 신경 등등의 모든 것들을 성장시켜야 하기에 시간이 좀 걸린다.

        아무리 성장호르몬을 급하게 당겨 와도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편법을 조금 사용해 몸집을 키우는 것이다.

        키우고 싶은 크기까지 용금을 늘여서 내 몸집을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말이지.”

       

        꾸물꾸물…….

       

        아바타의 말과 동시에 내 본체를 뒤덮고 있던 용금이 꾸물거리며 그 양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내 본체는, 전신에 두터운 금속 갑옷을 입은 형태가 되어 있었다.

        당연히 키와 크기도 커진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말이다.

       

        – 아이언 드래곤?!

        – 드래곤에게 슈트를 입힌다고?!

        – 이 무슨 혼파망??

        – 안 돼! 더 이상 장르를 섞지마!!

        – 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

        – ㅋㅋㅋㅋㅋ

        – ㄴㅇㄱ (상상도 못한 정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는 또다시 ‘ㅋㅋㅋ’로 가득 찬 채팅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끔 아이들이 이유 없이 웃던데, 나는 왜 이 아이들이 이렇게 웃는 것인지 가끔 궁금하다.

       

        “주인님.”

       

        “음?”

       

        그때 자예가 나의 뒤에서 나타나 나를 불렀다.

       

        – 깜짝이야!

        – 뭐임?

        – ㅎㄷㄷ

        – 어디서 나타난 거임?

        – 개 깜놀했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아,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나는 시간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의 콘텐츠를 끝마칠 시간이 되었다.

       

        – 그 와중에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시계 무엇?

        – 방금 드론 지나가지 않았나?

        – 아닠ㅋㅋㅋㅋ 은근슬쩍 SF섞지 말라고욬ㅋㅋㅋ

        – 미치겠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나는 다시 한번 더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다시 4층으로 올라가서 도시에 들어갔다.

        5시간 전에 해산했던 그 자리에 가자, 먼저 도착해 있던 인간 손님들과 내 수하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외곽에서 인간 손님들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온 아이들까지…….

       

        “…….”

       

        이런 말 하면 인간 손님들에게 실례일 것 같아서 말은 안 하겠는데.

        동물원이라고 하던가?

        어쩐지 거기서 동물 구경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광경이다.

       

        “우리의 신이시여!”

       

        = 주인님!

       

        = 주군!

       

        “위대하신 분이시여!”

       

        나의 등장에, 주변에서 인간 손님들을 구경하던 모든 이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비록 이곳에 있는 나는 본체가 아닌 아바타고, 그것을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나를 향해 취하는 예의는 극진했다.

        그만큼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 나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겠지.

       

        뭐…… 애초에 날 따라서 머나먼 차원 여행을 결심할 정도의 이들이니까.

        어찌 보면 이들은 인간들이 말하는 광신도에 가까운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에게 극진한 숭배의 예의를 차리는 수하들에게 답례 인사를 한 후 천천히 인간 손님들에게 다가갔다.

        짧은 시간이나마 재미있게 즐겼는지, 모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주머니도 뭔가 불룩했다.

       

        “…….”

       

        아니 뭐, 그래.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살 수도 있고, 옷도 좀 살 수 있고, 이것저것 살 수 있지.

        그걸 위해서 내가 저들에게 용돈도 좀 주었고 말이다.

        하지만 저들이 산 홀로그램 단말기나 전자제품은 좀 문제가 있다.

       

        ‘저거…… 운영체제가 달라서 밖에서는 못 쓸 텐데?’

       

        게이트 안쪽에서는 내 AI인 에코가 직접 조율해 주기 때문에 바깥의 운영체제와 이쪽 운영체제가 호환된다.

        하지만 밖에서는 에코의 서포트가 없으므로, 운영체제끼리 호환이 되지 않는다.

        즉, 저걸 그대로 밖으로 가져가 봤자 쓸 수가 없을 텐데?

       

        “…….”

       

        잠깐 고민해 봤지만 그냥 말 안 하기로 했다.

        진짜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저 전자제품들을 샀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데다, 설사 모르고 있었더라도 저 전자제품을 살 때 설명을 들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곳 인간들은 몰라도, 내 수하들은 무언가를 팔 때 주의사항과 유의해야 할 사항을 꼭 설명한다.

       

        당연히 저들도 주의사항 정도는 들었을 것이고, 당연히 밖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 것일터.

        그런 상황에서 내가 다시 한 번 더 주의를 줄 이유는 없다.

        그리고 주의사항도 들은 상황에서 제품의 결함 문제 이외의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산 사람의 실책이다.

       

        ‘그래도 사용할 수 없는 전자제품을 왜…… 아! 그냥 기념품으로 산 것인가?’

       

        ……이거네.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고는 인간 손님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모두 재미있게 즐겼느냐?”

       

        “””네!”””

       

        “재미있었습니다!”

       

        “오늘 초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하하하!!”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구경하다 말을 이었다.

       

        “이것으로 오늘의 콘텐츠를 끝내고자 한단다.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아아아!”

       

        “아쉽다.”

       

        “더 놀고 싶은데…….”

       

        손님들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의 감정이 크게 묻어나온다.

        그런 손님들의 모습을 즐겁게 구경하다 나의 수하들에게 눈짓했다.

       

        피이이이잉!

       

        퍼엉!

       

        파바밧!

       

        “우왓?!”

       

        “와!”

       

        “불꽃놀이!”

       

        어둠으로 가득 찬 게이트의 하늘 위로 불꽃놀이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물론 화약을 사용한 불꽃놀이가 아닌, 마법을 이용한 불꽃놀이다.

        내 게이트는 기본적으로 초고열이라서 화약은 순식간에 점화되기 때문이다.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길게 느껴졌던 초대 콘텐츠는 끝을 맞이했다.

       

       

        *            *            *

       

       

        참고로 멸천룡의 게이트에서 SF스러운 홀로그램 단말기를 구입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냐면…….

       

        [$%^(!@#%%$$&@…….]

       

        “이거 어디 언어야?!”

       

        멸천룡의 가호가 사라지고, ‘다언어 통역’이 되지 않게 되며 홀로그램에 떠오른 언어를 아예 못 읽게 되어 버리거나…….

       

        [운영체제가 맞지 않습니다.]

       

        “뭐야?! 이거 왜 작동 안 해!!!”

       

        운영체제가 달라서 인터넷 접속이 안 된다거나.

       

        [파손을 확인. 자폭 시퀸스 개시!]

       

        “으아아악!!”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시도하다가 자폭하는 등의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보안 대책도 확실한 Maid In 멸천룡 제품.

    참고로 1화에서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던 ‘1층 크기가 거대한가요?’에 대한 답이 오늘 나왔습니다.

    사실 1화에 쓴 것은 오늘자 설정을 위한 일종의 빌드업이었는데, 생각보다 주인공 본체가 방송에 제대로 출연할 기회가 없어서 이제야 나왔습니다.

    이제라도 출연했으니 뭐…… (먼산…….)

    제 소설에서 멸천룡의 크기가 갑자기 커진다면, 전부 용금으로 황금 갑주를 두텁게 껴입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헐X버스터 입은 드래곤!!!

    다음화부터 다시 썰풀이 들어가겠습니다.

    점심 맛있게 드셔요~!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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