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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6

        호주의 울루루 바위.

        그 바위에 존재하는 EX랭크 게이트를 지키는 호주의 파수꾼들 중 하나.

        제임스는 크게 하품했다.

       

        “으하암~!”

       

        아…… 피곤하다.

        살짝 새어 나온 눈물을 닦기 위해 썬팅이 된 방탄 고글을 살짝 든다.

        그러자 눈을 찌를 것 같은 태양 빛이 직통으로 그의 눈을 찔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끙!”

       

        재빨리 눈물만 닦아낸 후 다시 방탄 고글을 썼다.

       

        지구의 남부에 존재하는 호주는 오존층이 상당히 얇아진 지역이었고, 그 때문에 호주에서 느끼는 태양 빛은 상당히 따갑다.

        그들이 썬팅이 된 고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시야를 확보하기 위함도 있지만, 태양에서 쏟아지는 유해 방사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그들은 하나하나가 전부 능력을 각성한 헌터고, 이 정도에 시력 감퇴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한 번 망가지면 어쩔 수 없고, 그렇기에 잘 챙길 수 있을 때 잘 챙겨야 하는 법이다.

       

        “이봐 헨리. 시각은 얼마나 남았지?”

       

        제임스는 자신과 함께 C초소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동료에게 물었다.

        그러자 동료로부터 대답이 들려왔다.

       

        “재촉하지 마 제임스. 아직 30분은 남았어.”

       

        “이런.”

       

        경계 근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동시에 너무 지루한 임무이기도 하다.

        작게 한숨을 내쉰 제임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 그러니까 울루루 게이트가 존재하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우우웅!

       

        언제나처럼 특이한 울림을 흘리고 있는 울루루 게이트가 보인다.

        지금은 썬팅한 고글을 쓰고 있기에 잘 보이지 않지만, 고글을 벗고 맨눈으로 본다면 푸른색을 띠고 있겠지.

       

        주기적으로 호주 최강의 헌터들이 들어가 개체 수를 줄이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EX랭크 게이트가 EX랭크인 이유가 있다는 것일까?

        초입 부분에 나오는 몬스터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S랭크가 섞여 있는 헌터 팀이 몇 마리 조금 사냥하고 내빼야 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즉, 전 세계의 헌터들이 EX랭크 게이트에 주기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게이트가 터지는 것을 늦추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소리다.

       

        ‘저것도 언젠가는 터지겠지?’

       

        그래도 바라건데, 영영 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면 자신과 자기 가족이 안전한 곳에 있을 때 터지면 더 좋고.

        동북아시아의 백두산 게이트였나? 거기는 이미 터진 것 같긴 하지만 운이 좋게도 보스 몬스터가 인류에 친화적이라서 아무 일도 없었다고 들었다.

        오히려 보스가 인터넷 방송을 한다고…….

       

        ‘……심심하군.’

       

        헌터 협회의 헌터로 살아온 지 오래되었지만, 이런 경계 근무만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제임스가 멍한 표정으로 C초소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였다.

       

        파지직!

       

        그 누구도 바라보고 있지 않던 울루루 게이트의 표면이 붉게 변하며, 거칠게 스파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            *            *

       

       

        “반갑구나 아이들아.”

       

        – 라하!

        – 라하라하!

        – 라나님! 하이요!

        – 라하!!!

        – 라하하!

        – 보고 싶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인사를 한 후 방송을 시작한다.

        미소를 지으며 오늘의 콘텐츠를 선언했다.

       

        “어제 큰 콘텐츠를 했으니…… 오늘은 간단하게 이야기나 들려주려고 한단다.”

       

        – 와!

        – 키타!

        – ㄷㄱㄷㄱ

        – 드디어 돌아온 이야기 시간!

        – 빨리 집합!

        – 할머니 이야기 푸신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어째 어제보다 반응이 더 좋지 않나?

        나는 환호하는 시청자들의 채팅창을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미리 옆에 준비해 두었던 음료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그럼 오늘 해 줄 이야기를 정해야 하는데…….”

       

        – 우주선이야기요!

        – 지난번처럼 러브 스토리 더 없나요?!

        – 오크랑 결혼했다는 그거요!

        – 무협지 이야기!

        – 외신들과 싸웠다는 이야기요!

       

        이번에도 이런저런 요청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내가 조금씩 풀어 준 이야기가 좀 있다 보니, 시청자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한 번에 하나뿐이고, 그렇기에 이번에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도 하나뿐이다.

        음…… 무슨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을까?

        시청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도 다양하고, 나 역시 다양한 경험담을 알고 있다 보니 하나를 딱 정하기가 힘들다.

       

        어떤 이야기를 해 줘야 할지 곰곰이 생각할 때였다.

        문득 채팅창의 글귀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 어제 라나님 게이트 보니까 SF섞인 판타지 같던데…….

       

        “흠…….”

       

        SF라…….

        분명히 SF가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의 약자였던가?

        현 인간의 과학 기술로는 도달하지 못한 가상의 세계를 뜻하는 단어였던가?

       

        저 말을 떠올리니, 어제 내 게이트에서 전자제품을 사 갔던 인간 손님들이 떠올랐다.

        ……그래. 떠오른 김에 그것과 연관된 이야기를 해볼까?

       

        나는 작게 헛기침하곤,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            *            *

       

       

        알리네시아 제국의 트리미아 제 3번 성계.

        ‘제 3번 트리미아’라는 이름이 붙은 항성과, 그 항성의 주위를 도는 5개의 행성이 존재하는 성계.

       

        그중 항성과 2번째로 가까운 암석 행성은 생명체가 거주하기 적합한 행성이었기에 적절한 테라포밍이 완료된 곳이었고.

        그 외의 행성들은 생명체 거주에 적합하지 않지만, 적당한 자원을 가진 행성들이다.

        그리고 행성들 밖으로 소행성대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 소행성대는 행성에 출입할 권한이 없는 민간인들의 주요 자원 채굴 장소이자, 해적들과 용병, 그리고 군인들의 소요가 일어나는 지대이기도 하다.

       

        그런 소행성대의 한 곳에서 숨죽이고 숨어 있는 우주선이 하나.

        트리미아 제 3번 성계가 속한 알리네시아 제국의 분류 기준으로 ‘중형 우주선’에 속할 정도의 크기를 가진 우주선이었으나, 그 외형은 대단히 심상치 않았다.

        전신이 황금색으로 번쩍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어둡고 광활한 이 우주 공간에서는 맨눈으로 상대를 식별하지 않는다.

        기본이 사이버닉 레이더를 사용한 탐지고, 상황에 따라 열원 탐지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그렇기에 어지간히 가까이 붙지 않는 한 맨눈으로 서로의 우주선을 확인할 일은 거의 없고, 조금 별난 취미를 가진 캡틴들은 자기 우주선에 별의별 장식을 하고는 했다.

       

        “흐아아아암~!”

       

        그리고 그 황금색 우주선의 콕핏 안쪽에서 커다란 하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지루하다…….”

       

        오른손이 기계 의수로 대체되어 있던 떡대가 의자에 몸을 축 늘어뜨리며 중얼거렸다.

        대머리 떡대의 중얼거림에, 그의 뒤에 앉아 있던, 누가 봐도 로봇이라고 할 법한 존재가 입을 열었다.

       

        = 작전 종료까지 3시간 21분 남았습니다. 필요하실 경우 각성제를 섭취하시길 권장…….

       

        “아, 알았어. 조용히 할게. 됐냐?”

       

        한숨을 푹 내쉰 대머리 떡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는 대머리 떡대가 이 콕핏의 가장 상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에 앉은 남자를 향해 물었다.

       

        “캡틴! 저 깡통 언제 버릴 거야? 나 답답해 죽겠어!”

       

        = 전 깡통이 아닙니다. 제 이름은 ‘필립’. 개체번호는…….

       

        “캡틴!!!”

       

        괴롭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는 대머리 떡대.

        근육이 울퉁불퉁한 대머리의 반항에 캡틴이라 불린 젊은 남자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놀드. 진정해. 필립도 거기까지만 하고.”

       

        = 명령 수령. 알겠습니다 캡틴.

       

        “크으으……. 죽겠구만.”

       

        언제나처럼 티격태격하는 아놀드와 필립을 바라보던 캡틴 레이지가, 이번에는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에이미. 신호는?”

       

        “아직 없…… 어?!”

       

        에이미라 불린 갈색 머리 소녀가 다급히 홀로그램 창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주선의 메인 홀로그램 모니터 위로 수많은 정보들이 떠올랐다.

       

        “목표 포착 확인! 의뢰주로부터 명령 수신! 작전을 시작하라고 합니다!”

       

        “좋아! 드디어 싸움이다!”

       

        오퍼레이터인 에이미의 말과 동시에 화기 및 실드 관리 요원인 아놀드가 거친 미소를 지었다.

        그 광경을 보게 된 에이미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금발의 여성이 쭉 뻗은 다리를 까닥거리며 혀를 찼다.

       

        “시끄러워 대머리 새끼야!”

       

        “뭣?! 대머리?! 너 이 새끼가……!”

       

        금방이라도 서로 싸울 것 같이 으르렁거리는 둘.

        아놀드는 오른손의 기계 의수를 내보이며 으르렁거렸고, 금발을 포니테일로 거칠게 묶은 여자는 허리에 매달아 놓았던 스패너를 쥐고 으르렁거렸다.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캡틴 레이지가 말했다.

       

        “싸움은 작전이 다 끝난 이후에 하자고. 아놀드. 웨폰 시스템 온라인. 제인. 전투 기동에 들어갈 거야. 생명 유지 장치와 엔진을 다시 점검해.”

       

        “알겠어 캡틴!”

       

        “라저!”

       

        금방이라도 싸울 듯 으르렁거렸던 둘이 순식간에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화기 관리자와 엔지니어에게 카리스마를 뿜어낸 캡틴 레이지가, 이번에는 필립이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에게 시선을 옮겼다.

       

        “필립. 설치한 디코이들의 조종은 너에게 맡기겠어.”

       

        = 걱정하지 마세요 캡틴.

       

        엄지를 축 펼쳐 보인 필립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은 레이지가, 이번에는 나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그가 앉아 있는 메인 조종석의 바로 옆자리.

        각자 다른 역할이 있는 크루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아무런 역할 없이 캡틴의 옆에 앉아 있는 나를 향해 그가 말했다.

       

        “라나. 출발하자.”

       

        “알았다.”

       

        = 메인 시스템 온라인.

       

        내 지시를 따라 우주선의 AI를 맡은 에코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멈춰있던 우주선이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작전 개시!”

       

        캡틴 레이지의 말과 동시에 우주선.

        ……정확히는 우주선인 척하는 내 본체가 숨어 있던 소행성 뒤에서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이야기는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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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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