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7

        말하다 말고 잠시 음료수를 마셨다.

        음! 자몽이라는 과일의 과즙으로 만든 음료수라고 했던가? 이거 맛이 괜찮구나.

       

        – 우주 미쳤다!

        – 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우주선 코스프레는 무엇?

        – ㄹㅇㅋㅋ

        – 엌ㅋㅋㅋㅋ

        – 센세! 도대체 무슨 삶을 살아오신 것입니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 ㄹㅇㅋㅋ만 치라곸ㅋㅋㅋㅋ

        – ㄹㅇㅋㅋ

        – ㄹㅇㅋㅋ

        – ㄹㅇㅋㅋㅋ

       

        잠깐 말이 끊겼다고, 채팅창이 불타오를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내 이야기의 어디에서 저렇게 재미있게 이야기할 요소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말해 두겠다만, 우주로 진출한 지성체가 존재하는 차원에서 난 보통 우주선 행세를 하고는 했단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따져 보면 3가지의 중요한 이유 때문이다.

        일단 첫 번째.

       

        “내 본체 스스로가 우주선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지.”

       

        일단 내 본체를 뒤덮고 있는 용금은 에너지만 공급되면 대부분의 금속을 무한하게 생성해 낼 수 있다.

        게다가 내 용금에는 개조에 개조가 거듭되어, 이제는 특이점이 와버린 AI인 에코가 존재한다.

       

        즉, 용금에서 여러 금속을 만들어서 내 몸에 두르고, 안쪽에 에코의 도움을 받아서 지성체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나 조종석 같은 공간을 만들기만 한다면, 훌륭한 우주선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잘되었고…….

       

        –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 WA! 드래곤 셔틀!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두 번째 이유로는, 내 정체를 들키면 많이 귀찮아지기 때문이란다.”

       

        지성체들은 보통 신체 능력이 낮은 대신, 그 낮은 신체 능력을 지혜로 극복한다.

        그것이 인간과 같은 ‘과학 기술’이든, 혹은 요정과 같은 ‘마법’이든 말이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말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사이버 펑크’, ‘매직 펑크’같은 SF의 세계관에서는 지성체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아진다.

        ……아니, ‘매직 펑크’는 SF가 아닌가?

        아무튼 간에, 그런 곳에서 본체인 내가 뚝 떨어진다고 생각해 봐라.

       

        “내가 지지는 않는데, 상당히 귀찮다.”

       

        그냥 마법 조금 쏘아대고 칼과 창으로 덤벼드는 ‘판타지’같은 세계와 각종 빔 병기와 중력 병기 들고 와서 덤벼드는 ‘스페이스 오페라’같은 세계는 귀찮음의 정도가 상당히 다르다.

        전자는 느긋하게 지내다가 1~2달 정도에 한 번쯤 잘 타이르면 충분하지만 후자는 거의 2일에 한 번 정도로 귀찮게 군다고.

       

        – 엌ㅋㅋㅋㅋ

        – 그건 그렇겠네욬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이유가 하나 같이 웃기냨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유로는…….”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재미있다.”

       

        – ?

        – ??

        – ?

        – ?

        – 네?

        – ?

        – ?

        – ?????

       

        “잘못 들은 거 아니니까 ‘?’ 기호 막 쓰지 말거라.”

       

        재미있다고.

        내가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 지성체가 직접 조종해서 날아다니는 것을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으로 구경하고 체험하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게다가 우주에 진출한 지성체들이 존재하는 차원에 자주 방문한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적게 방문했다.

        그러니까 가끔 이런 식으로 놀아도 되지 않을까?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또다시 ‘ㅋㅋㅋ’로 도배되기 시작한 채팅창을 바라보며 나는 음료수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새 음료수를 도화에게 주문하고, 작게 목을 풀었다.

       

        “큼큼.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마.”

       

       

        *            *            *

       

       

        ‘트리미아 제 3번 성계’의 5번째 행성인 ‘제 3번 트리미아 – 5’.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의 목성과 비슷하게 생긴 이 가스 행성의 주위에는 수많은 위성들이 존재하고, 그 위성들 중 적당한 크기의 위성을 개조해 만들어 낸 콜로니가 하나 존재한다.

        그리고 그 콜로니를 향해 황금빛의 우주선이 도킹했다.

        ……그래. 나다.

       

        쿠웅!

       

        = 도킹 완료.

       

        “끄아아!! 이제 좀 쉴 수 있겠다!”

       

        아놀드가 힘차게 기지개를 켰다.

        그런 아놀드의 뒤에서 캡틴 레이지가 말했다.

       

        “제군들! 모두 수고했어. 내가 낼 테니까, 이번에 푹 쉬자고.”

       

        “이예이! 캡틴 최고!”

       

        “술! 술 마시러 가자!”

       

        아놀드와 제인이 크게 기뻐했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제인은 벌써 품속에서 합성 술이 들어 있는 캔을 꺼내더니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었다.

       

        그런 제인의 행동에 질 수 없다는 듯 아놀드가 재킷을 벗었다.

        그러자 그의 재킷 아래에서 2D 캐릭터의 모습이 그려진 티셔츠가 나타났다.

       

        “오늘은 두근두근 러브 시뮬레이션 2기를 전부 독파한다!”

       

        “…….”

       

        “…….”

       

        제인과 필립이 미묘한 눈빛으로 아놀드를 바라보았다.

        아니, 필립의 경우에는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이곳에 있는 다양한 이들이 아놀드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 저거 볼 때마다 저놈 근육이 안타깝단 말이지…….”

       

        “아하하…….”

       

        제인이 이마를 부여잡고, 에이미가 어색하게 웃음을 흘린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레이지가 필립에게 물었다.

       

        “필립. 시간 있나?”

       

        = 이 시간 이후로 전 점검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래? 아쉽네.”

       

        어깨를 으쓱거린 레이지가 이번엔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라나.”

       

        “왜 그러느냐?”

       

        와삭!

       

        합성품으로 만든 과자라는 것을 먹으며 레이지에게 시선을 보낸다.

        그러자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나에게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그래.”

       

        나는 그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제인은 술 마시기.

        에이미는 방에서 정보 수집.

        아놀드는 자기 방에서 고전 애니메이션을 시청.

        필립은 정기 점검…… 이라는 핑계를 대고 에코와 대화 중이군.

       

        그리고 나는 레이지와 함께 우주선(내 본체)에서 나와 ‘제 3번 트리미아 – 5 콜로니’의 상업 구역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외계 종족도 보이는 콜로니를 걸어가다 보니, 언제나처럼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와. 예쁜데?”

       

        “어디서 디자인했지?”

       

        “캬~! 돈 많은 놈인가?”

       

        기본적으로 내 아바타의 외형은 인간 기준으로 미형인 모양이다.

        물론 단순히 생김새만 눈에 띄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일단 내 머리카락 색은 일반적인 인간의 DNA로 나올 수 없는 은발이다.

       

        물론 차원에 따라서는 천연 은발이 가능한 DNA를 가진 인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은발은 중간중간 금빛이 섞인 은발이라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빛 아래에서 내 머리카락을 보면, 은빛 사이사이에서 금빛이 반짝반짝하는 그런 생김새인 것이다.

        보통 자연의 생물이 보호색을 띠도록 진화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눈에 띄는 색상은 천연으로 나오기 힘들다.

       

        게다가 내 눈동자의 홍채 색깔은 호박색이다.

        심지어 일반적인 호박색이 아닌, 마치 잘 가공된 보석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던가?

        이런 눈을 보석안이라고 부르더랬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이 차원은 워낙 과학 기술이 발전했다 보니 외형 정도는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덕분에 이런 외형으로 밖을 돌아다녀도 눈에 조금 띌 뿐이지, 다른 차원처럼 마녀로 몰리거나 여신으로 추앙받는 등의 일은 없었다.

       

        레이지는 상업 구역에 존재하는 고급 음식점으로 나를 데려갔다.

        하층 구역의 상업 구역에 존재하는 음식점이라서 중층, 상층에 비하면 손색이 있는 곳이었으나, 어쨌든 이곳의 음식 가격은 상당히 비싼 것으로 알고 있었다.

        평소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지 않는 레이지가 이곳으로 나만을 데려오다니?

       

        “비록 인조육 뿐이지만, 좋아하는 거라도 있어?”

       

        “흠…….”

       

        레이지의 말을 들으며 메뉴판을 살펴본다.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단말기로 메뉴를 하나하나, 신중하게 고르다 하나를 선택했다.

        그런 나에게 레이지가 물었다.

       

        “어차피 맛은 비슷할 텐데, 신중하게 고르는 의미가 있어?”

       

        “인간들에겐 비슷하게 느껴지더라도, 잘 느껴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

       

        인간들은 이 미묘한 차이를 잘 못 느끼더라고.

        아무리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고기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자동 조리기를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합성 조미료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리 과정에 따른 맛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나의 설명에 레이지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난 잘 모르겠지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동시에 우리가 들어와 있는 개인방으로 음식이 담긴 드론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차려진 상 위에서, 레이지는 고급 합성주를 자신과 나의 잔에 따라 주었다.

       

        “진짜 술이 1% 섞여 있다고 하더라고. 그런 주제에 이 술 한 병이 3000데르카나 한다니까?”

       

        “그렇구나.”

       

        짠!

       

        건배를 한 후 술을 살짝 맛보았다.

        본체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뛰어난 감각을 가진 아바타의 미각으로 판단하건대…….

       

        “……1%가 아니라 0.1%밖에 섞여 있지 않구나.”

       

        “큭큭큭. 어쨌든 섞여 있다는 점에 놀라야 하나?”

       

        나의 말에 레이지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후로는 나름 즐거운 식사 자리였다.

        비싼 가격을 어떻게든 채우겠다는 것인지, 음식 이외의 것은 하층 구역의 시설이라기엔 썩 훌륭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개인방은 좋았다. 우리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벌써 2년인가?”

       

        레이지가 붉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기억나 라나? 2년 전…… 나와 네가 만났을 때 말이야.”

       

        “그래. 기억한단다.”

       

        레이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그때를 잊을 수 있을까?

        그때는 내가 이 차원에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였는데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실 스페이스 오페라나 사이버 펑크 같은 SF 세계관은 디스토피아도 겸임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주인공에게는 무다무다……!!

    그리고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표지가 많이 늦어질 것 같습니다.
    현재 돈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가 주인공인 라그나의 이미지를 잘 못 잡고 있다는 것이 제일 큽니다.
    본래가 신작 이벤트 때 살짝 충동적으로 시작한 소설이라서 그런지 주인공의 이미지라고 해야하나…… 조금 어렵네요.

    그래도 최대한 빠르게 표지 신청을 해보려고 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노력하겠습니다!!

    긴 후기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