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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0

        “대기권으로 진입합니다!”

       

        에이미의 말에, 레이지가 소리쳤다.

       

        “아놀드! 실드 상황은?!”

       

        “만전이야!”

       

        “제인! 기체에 문제는 없지?”

       

        “물론이지!”

       

        팀원들의 보고를 들은 레이지가 이를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가 조종간을 쥔 손에 힘을 주는 것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과자를 입안에 집어넣었다.

       

        “모두 혀 깨물지 않게 조심하고! 간다!”

       

        쿠우우우우웅-!!

       

        콰아아앙!!

       

        행성의 대기권에 진입하자마자 우주선에 큰 충격이 닥친다.

        물론 그 충격의 대부분은 실드가 흡수했고, 나머지 충격 역시 콕핏에 장착된 충격 흡수장치에 의해 감소했지만…….

        그런데도 큰 충격이 콕핏을 강타했다.

       

        “아…….”

       

        퉷!

       

        나는 잘려 나간 혀를 손바닥 위에 떨어뜨렸다.

        실수했네…….

       

        아무도 보지 않은 사이에, 잘려 나갔던 내 혀가 순식간에 용금이 되어 다시 내 몸으로 흡수된다.

        그리고 잘려 나갔던 혀 위로 용금이 솟아나며, 감쪽같이 혀를 재생시켰다.

        이것으로 완전범죄다.

       

        “냠.”

       

        아무렇지 않게 과자를 먹는 사이, 우주선이 완전히 행성의 대기권 안으로 들어갔다.

        아…… 익숙한 바닷물의 짠 냄새.

        오래간만에 맡는 바다 냄새에 내 본체는 물론이고, 내 아바타도 신이 나기 시작했다.

       

        우주에 진출한 문명이 존재하는 차원은 과학 기술이 발달해서 그거 구경하는 맛은 있는데, 상대적으로 이런 자연의 흔적은 접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의 행성은 몇 안 되고, 그런 행성은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든다고 하던가?

       

        “좋아. 그럼 의뢰주의 집으로 찾아가 보자.”

       

        “알겠습니다~!”

       

        = 명령, 수행합니다.

       

        의자에 앉은 채 다리를 달랑거리며 과자를 냠냠 씹었다.

        어차피 나는 우주선 대용이 되어 주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고(물론 이 사실을 아는 것은 레이지 뿐이다), 아바타의 역할을 어디까지나 마스코트니까.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과자나 먹으면 된다.

       

        그렇게 우리는 거대한 도시…… 처럼 보이는 ‘집’에 도착했다.

        놀랍게도 이 도시 자체가 이 주변 성계를 다스리는 리벨롭 백작의 거주지인 모양이다.

       

        “이야…… 역시 귀족 나으리들은 어마어마하시네.”

       

        “그래도 이 규모는 대단하네요.”

       

        아놀드와 에이미가 도시 규모의 집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 그들의 뒤에서 하선 준비를 하던 필립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 리벨롭 백작가가 다스리는 트리미아 성계 영역은 레어 메탈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던 곳이니까요. 이곳의 재력은 제국에서도 알아주는 곳입니다.

       

        “엄청난 부자로군?”

       

        제인이 혀를 차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비록 백작을 직접 만나는 경우는 없겠지만, 그래도 귀족가에 온 이상 행색을 바르게 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 예의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 이쪽이든, 저쪽이든 말이야.

       

        “갈까 라나?”

       

        “……그래.”

       

        본래 나는 그냥 우주선 안에서 대기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레이지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우주선 밖으로 나간 우리를 맞이한 것은, 놀랍게도 리벨롭 백작 본인이었다.

       

        “리벨롭 크루시스 파운 데 블라니토 백작님이시다. 용병들은 무릎 꿇으라!”

       

        백작의 집사로 보이는 남자의 호령에, 나를 비롯한 크루들이 무릎을 꿇었다.

        그 후 집사가 옆으로 물러서자…… 저걸 뭐라고 불렀더라? 아! 기사!

        기사들의 호위를 받는 백작 본인이 우리 앞으로 나왔다.

       

        “그대가 캡틴 골드인가?”

       

        “……그렇습니다.”

       

        “…….”

       

        방금 레이지의 혈압이 꿈틀거렸던 것 같은데?

       

        ‘그렇게 캡틴 골드라는 별명이 싫은 건가?’

       

        음…… 인간의 감성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잘 참아낸 레이지의 앞에서, 백작은 날카로운 눈으로 크루들을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자기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레이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캡틴 혼자서만 날 따라오게.”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레이지가 나에게 눈짓했다. 그에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저것은 여차할 경우 크루들을 나에게 맡긴다는 신호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아주 간단한 일이다.

        나의 신호에 마주 고개를 끄덕인 레이지가 백작을 따라 떠나가고…… 나를 비롯한 크루들은 우주선의 앞에 모여 앉은 채 시간을 때울 수밖에 없어졌다.

       

        “환대는 꿈도 못 꿨지만, 그래도 아예 차 한잔도 안 나오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아놀드가 자기 머리를 긁적거리며 투덜거렸다.

        그의 대머리를 짝 소리 나게 때린 제인이 말했다.

       

        “제발 그런 소리는 혼자서 해! 귀족 모욕죄로 잡혀가고 싶어?!”

       

        “아이 씨! 아프잖아!”

       

        또다시 티격태격하는 둘을 바라보며 과자를 먹었다.

        음…… 이번에 고른 맛도 괜찮구나.

        그러자 내 옆에 앉아 있던 에이미가 나에게 물었다.

       

        “저기…… 라나.”

       

        “왜 그러느냐?”

       

        “그거…… 맛있나요?”

       

        에이미의 시선이 내 과자에 닿는다.

        뭐냐. 먹고 싶은 건가?

       

        “받거라.”

       

        “아, 감사합니다.”

       

        무얼.

        나에게 과자 하나를 받은 에이미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입 안에 넣었다.

        그리고…….

       

        “푸흡!”

       

        “?!”

       

        전부 뱉어냈다.

       

        “에이미?!”

       

        “왜 그래?!

       

        “커헉! 무, 무슨 맛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에이미.

        갑작스러운 사태에 서로 티격태격하던 아놀드와 제인도 화들짝 놀라 에이미를 부축했다.

        그리고 나는 계속 과자를 먹는 중.

       

        “라, 라나…….”

       

        “왜 그러느냐?”

       

        “그, 그거…… 무슨 맛인가요?”

       

        이 과자?

        나는 이 과자의 레시피를 구매할 때 보았던 이름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니까…… 무슨 맛 과자 레시피랬더라?

       

        “바싹 말린 지네 내장 맛이랬던가?”

       

        “…….”

       

        “…….”

       

        “…….”

       

        내 말에 셋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동시에 셋이 날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가 불손해진 느낌이 들었다.

       

        “…….”

       

        뭐? 왜? 뭐?!

        콜로니에서 태어나 인공 합성된 음식물만 먹어온 너희들이 뭘 알아?!

        내장이 얼마나 오묘한 맛을 내는지도 모르는 인간들이 감히!

       

        “옴뇸뇸!”

       

        물론 속으로만 버럭했고, 겉으로는 과자나 먹었다.

        요즘 본체가 직접 뭘 잡아먹은 적이 없다 보니, 본체의 식욕이 저절로 아바타까지 역류하는 바람에 조금 고생이다.

        그래도 우주선인 척하는 동안 뭔가를 잡아먹을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있나…….

       

        그렇게 서로 장난도 치고, 티격태격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 때였다.

        마침내 이야기가 전부 끝난 것인지 레이지가 한 여성을 데리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모두 인사해. 이분이 우리의 호위 대상이야.”

       

        “잘 부탁드립니다.”

       

        레이지가 데려온 인간은…… 인간 맞나? 인간이라기엔 귀가 엘프처럼 뾰족하다.

        하지만 이 차원에서는 워낙 과학 기술이 발전했다 보니 신체 일부를 기계화 의수로 교체하거나, 없던 신체 기관을 만들어 붙인다거나 같은 일들이 가능했다.

        그래서 단지 귀의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 하나만으로 인간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적절했다.

       

        그렇기에 내 본체가 눈을 떴다.

        금속 지배력을 이용해 주변의 카메라 방향을 조금씩 틀어놓고, 우주선 안에서 감고 있던 본체의 천룡안을 떴다.

        그와 동시에 저 소녀의 몸을 이루는 구성성분, DNA, 과거가 속속들이 보여졌다.

        그리고 내린 결론.

       

        ‘인간이 아니구나.’

       

        나는 인간이 아닌 소녀를 바라보았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멜라닌’을 색소로 사용하는 짐승으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초록빛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멜라닌 색소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선명한 붉은색 눈동자.

        물론 아예 멜라닌 색소 자체가 없다면 붉은색 눈동자가 나올 수는 있다. 알비노들이 그러니까.

        하지만 저 소녀는 분명히 색소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멜라닌이 아니었을 뿐.

       

        물론 이 차원의 과학 기술이라면 저런 외모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정도는 간단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저것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진짜 저 아이의 외형이었다.

        게다가 저 아이의 과거까지 보니…….

       

        ‘음…….’

       

        나는 레이지를 비롯한 크루들을 바라보며 명복을 빌어 주었다.

        힘내라! 파이팅!

       

       

        *            *            *

       

       

        – 뭐였는데요?

        – 빨리 말해주세요!

        –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 으아아아아아!!

        – 궁금하면 짖는 개 : 왈! 왈! 왈! 왈! 왈!!

       

        “…….”

       

        늘 생각하지만 이 차원의 인간들은 그 잠깐의 시간조차 기다리지 못하는 것인가 싶다.

        내가 여기서 방송을 종료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잠깐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말을 끊은 것에 불과한데…… 그것 가지고 저렇게 세상이 끝난 것처럼 떠들어 대니 원.

       

        나는 빨대를 쪽 빨며 반개한 눈으로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이 땡깡쟁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잘 교육했다고 하련지…….

       

        – 헉?!

        – 비-상!

        – 저건 우리를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하는 눈이다!

        – 도망쳐!

        – ^^7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ㅌㅌㅌㅌㅌ

       

        “…….”

       

        하여간에 눈치는 빨라가지고.

        나는 한마디도 안 했건만, 시청자들은 눈치 빠르게 내 기분을 알아채고는 알아서 말을 줄였다.

        대신 보이는 것은 오로지 ‘^^7’라거나, 혹은 ‘영차영차’같은 글들뿐이다.

        ……그런데 저게 무슨 뜻이지?

       

        쪼로록!

       

        다 마신 음료수를 옆으로 치워두자, 카메라에 안 잡히도록 옆에 서 있던 도화가 즉시 새로운 음료수로 바꿔 주었다.

        그 즉시 그것도 들어서 빨대를 쪽쪽 빨기 시작했다.

       

        – ㄱㅇㅇ

        – 빨대 문 라나님 진짜 귀엽네.

        – 어떻게 저 외모로 아이 4명 낳은 유부녀일 수 있을까?

        – 황금도 만드시는데, 외모라고 못 만드실까?

        – 엌ㅋㅋㅋㅋ

        – ㄹㅇㅋㅋ

        – 정답이다 연금술사!!

       

        쪼로록!

       

        두 번째 음료수도 원샷 해 버렸다.

        달콤새콤한 맛을 입안에서 느끼며 쩝쩝거리다 작게 목을 풀었다.

        목도 축였으니 이제 다시 이야기를…….

       

        “음?”

       

        그 순간 느껴지는 강렬한 힘의 파동에 고개를 돌렸다.

        게이트 안에 들어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이 강렬한 힘의 파동은…….

       

        – ?

        – ?

        – ??

        – ?

        – 뭔가요?

        – ?

       

        “……아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지금 말해봤자 어차피 인간들은 어찌할 수 없을 테고,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슬슬 알게 될 테니까.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마.”

       

        지금의 나는 내가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00화로군요.
    신작 이벤트에 참가해보겠다고 무작정 쓰기 시작한 소설이, 어느새 제 주력 소설을 제치고 인기 1위가 되어서 100화가 되니 뭔가가…… 뭔가 싶습니다. 진짜로…….
    뭐, 그래도 제 부족한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서 재미있다고 응원해주시니, 작가는 힘내서 쓸 뿐입니다!!

    100화 기념으로 Q&A를 해보려고 합니다.
    공지글에 올려두려고 하니, 저에게 하고 싶으신 질문이 있다면 써주세요~!

    또한 100화 기념으로 투표를 해보려고 합니다.
    원하시는 번호를 댓글창에 써주세요!

    ● 투표!

    1번 : 연참!

    2번 : ‘황제의 약혼녀가 된 마녀님 이야기’의 19금 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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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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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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