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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2

        – 하…….

        – 용병도 연애하는데, 왜 난…….

        – 악!

        – 어? 뭐지? 눈에서 땀이…….

       

        “…….”

       

        이상하다? 왜 시청자들이 아파하는 것일까?

        나는 과자 봉지를 뜯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왜…… 우린…… 연애를…… 크흑!

       

        “……그래도 짝짓기 정도는 다들 하지 않느냐?”

       

        어지간히 도태된 개체라거나, 혹은 짝짓기 자체가 필요 없는 종이 아닌 이상 짝짓기 정도는 일생에 한 번 정도는 하지 않나?

        그런 의미로 한 말이었으나…….

       

        – 우우우우!!

        – 드래곤이 인간에게 싸움 걸었다!

        – 이건 전쟁하자는 소리죠?!

        – 라나님! 너무해요!

        – ㅠㅠㅠㅠㅠㅠㅠ

        – ㄹㅇㅋㅋㅋ

        – ㅠㅠㅠㅠㅠㅠㅠㅠ

        –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

       

        아, 아니…… 이 아이들이 갑자기 왜 이래?

        갑자기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시청자들의 감정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까지 방송하면서 시청자들이 이렇게 격렬하게 감정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뭐, 물론 방송 역사가 이제 13일밖에 안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 걱정 말거라. 그래도 앞으로 미래가 남아 있지 않더냐.”

       

        살면서 설마 짝짓기 한 번 못 해보겠느냐?

        연애나 결혼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짝짓기를 한 번 못 해볼까?

        아무리 철벽같은 여자라고 하더라도, 발정기가 왔을 때 살살 꼬드기면…….

       

        – 인간은 발정기 없는데요?

        – ?

        – 뭔 솔?

        – 발정기 없는데요?

       

        “아…….”

       

        이쪽 차원의 인간들은 발정기가 없었던가?

        워낙 다양한 차원을 돌아다니고, 워낙 다양한 차원의 인간들을 만나다 보니 자꾸 이런 사소한(?) 것들은 헷갈리곤 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내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다.”

       

        – 빠른 사과 인정합니다.

        – ㅇㅈ

        – ㅇㅈ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ㅇㅈ

        – ㄹㅇㅋㅋ

       

        뭐…… 그래도 짝짓기를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못 하지는 않겠지?

        성 비율이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수컷과 암컷은 서로 눈이 맞게 될 테니까.

       

        “…….”

       

        나는 이 주제에서 고개를 돌리기로 했다.

        이 이상 이야기하다가는 양쪽 다 피해를 입을 것 같았으니까.

       

        – 그런데 그 엘프? 그 소녀 정체가 뭐였나요?

       

        “음…… 그게 궁금한가 보구나.”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지 잠깐 고민했지만, 이것은 미리 말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소설을 쓰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나에겐 인간들이 듣기 좋게 이야기하는 재주도 없다.

        그러니 되지도 않는 기교를 부리느니, 그냥 무난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말하자면…… 알리네시아 제국의 황녀였단다.”

       

        – 미친ㅋㅋㅋㅋ

        – 그런 그 레이지라는 놈은 황녀랑 눈 맞은 거임?

        – 와앀ㅋㅋㅋ

        – 무슨 드라마 한 편이 뚝딱!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

        – 팝콘 가져와!!!!

        – 이건 팝콘 각이닼ㅋㅋㅋ

        – 잠시만! 치킨 옴!

        – 나도!

       

        나도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알리네시아 제국의 황족은 대대로 인간이 아니라 다른 종족이었던 모양이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 왜 모르시나요?

        – ㅇㅇ

        – 모르실수 있나?

       

        “내가 알아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모르지.”

       

        내가 인간들의 일에 깊숙이 관여할 이유도 없고, 생각도 없는데 왜 그런 속사정까지 알아야 한단 말인가?

       

        “그 당시의 나는 어디까지나 ‘우주선’역할 만 해 줄 뿐이었단다.”

       

        인간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그냥 돈과 장비만 지원해 주고 뒤에서 구경하는 역할이라고나 할까?

        그걸 뭐라고 부르더라? 서포터? 도우미? 그러니까…….

       

        – 후원자?

        – 투자자?

        – 뒷배?

       

        “대충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그래서 그 당시의 나는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어지간한 일들은 손쉽게 풀렸겠지만, 그랬다가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가 되었겠지?

       

        “그럼 이야기를 계속해 볼까?”

       

        나는 과자를 와작와작 씹으며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작은 문제가 생겼다.

        현재 우주선에 존재하는 방은 총 5개.

        안드로이드라서 따로 방이 필요 없는 필립은 그렇다고 치고, 나를 비롯한 각 크루들에게 방 하나씩 돌아가면 딱 맞는 숫자다.

       

        하지만 이번에 용병선에 탑승하게 된 호위 대상이 문제였다.

        그녀에게 줄 방이 없다는 것.

       

        “누가 방을 비워줘야 하나?”

       

        “음…….”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크루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을 비운다고 해도, 남자 방을 비워주기는 좀 그렇지 않아?”

       

        “심지어 남자라고 해 봤자 하나는 캡틴이고, 다른 하나는 저 모양이니…….”

       

        “……싸우자는 거냐?”

       

        저 모양(아놀드?)이 발끈했다.

       

        어쨌든 손님의 방 문제는 두 가지로 좁혀졌다.

        여자 크루 한 명이 방을 비워주거나, 혹은 손님을 임시로 크루 한 명과 같은 방에 묵게 하거나.

       

        “그래도 호위 대상인데, 같은 방 안에 묵게 하기에는…….”

       

        “하지만 곧바로 방 하나를 비우기도 좀…….”

       

        크루들이 심각한 얼굴로 회의를 할 때였다.

       

        툭툭!

       

        “??”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느낌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레이지의 손이 보였다.

        시선을 위로 들어 올리자, 크루들을 바라보는 상태로 눈동자만 나에게 돌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눈짓으로 뭔가를 애써 부탁하는 모습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딱!

       

        부탁을 들어 준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튕겨 주자, 레이지는 박수를 짝짝 치며 입을 열었다.

       

        “잠깐. 모두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우주선에는 방이 6개라는 것을 잊었어?”

       

        “……응?”

       

        “엉?”

       

        “네?”

       

        = ???

       

        모두의 시선이 레이지에게 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이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 보라고.”

       

        모두를 이끌고 방이 존재하는 침실 구역으로 향한다.

        그리고 가장 첫 번째 방부터 숫자를 세기 시작하는 레이지.

        본래라면 5번째에서 끝났어야 했으나…….

       

        “여섯? 여섯?!!”

       

        “무슨?!”

       

        “뭐야 이거?!!!”

       

        있을 리 없는 6번째 방의 등장에 크루들이 단체로 혼란에 빠졌다.

       

        “내가 헛것을 보고 있나?!”

       

        “홀로그램이 분명해!”

       

        “어? 이거 꿈인가? 에헤헤…….”

       

        = 메모리 오류 발견. 오류 수정…….

       

        오. 이것이 바로 인간들이 말하는 ‘멘탈 붕괴’인가? 줄여서 ‘멘붕’?

        간만에 보는 재미있는 광경에 말없이 과자만 씹는 사이, 레이지는 텅 비어 있는 방을 둘러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방치해 뒀지만, 이 정도면 적당할 거…… 우왁?!”

       

        아놀드에게 멱살을 잡힌 레이지.

        자신이 선장님의 멱살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놀드는 번들번들한 대머리를 바짝 들이대며 으르렁거렸다.

       

        “이봐 캡틴! 이 방 뭐야? 엉?!”

       

        “진정해 아놀드! 너 지금 머리에 열이 너무 올라갔…….”

       

        “이 방 뭐냐고?!!”

       

        탈탈탈탈…….

       

        흥분한 상태로 레이지의 멱살을 잡고 탈탈 털기 시작하는 아놀드.

        하지만 보통 때라면 그를 막아야 할 크루들로부터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야 다른 크루들도 아놀드와 비슷한 표정으로 레이지를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순식간에 레이지를 둘러싼 크루들.

        그 모습은 흡사 마녀사냥을 하던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못 참아!”

       

        “자꾸 얼버무리려고 하는데, 이젠 제대로 설명해 줘야겠어!”

       

        “이 우주선 뭔가요?!”

       

        = 캡틴께 제대로 된 설명을 요구합니다!

       

        다들 분노에 찬 모습으로 레이지를 추궁하는 3 인간 + 1 안드로이드 조합.

        그런 크루들의 반란에, 레이지가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표정으로 응수했다.

       

        “이 우주선? 딱 보면 몰라? 이 캡틴 골드님의 골드쉽…….”

       

        “캡틴 골드 이 지랄 하고 있네!”

       

        “제대로 설명하라고!”

       

        이 배에서 근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아놀드와 제인이 근육으로 레이지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바보인 줄 알아?!”

       

        “저 덩치가 오기 전에는 방 4개였는데, 덩치 오자마자 방 5개 된 것도 설명 안 해줬거든?!”

       

        = 방 개수가 계속 바뀌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합니다.

       

        “설마 유령선 같은 거 아니지?!”

       

        쉴 새 없이 근육을 사용해 레이지를 협박하는 크루들.

        나는 그저 방관자로서 구경만 하는 입장이지만, 지켜보다 보니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아놀드야. 그렇게 목을 조르면 말을 할 수가 없지 않느냐.”

       

        “아!”

       

        “켁켁켁!!”

       

        그리고 앞으로 5초만 더 목을 조르고 있게 되면, 산소 부족으로 기절할 거다.

        봐라. 지금도 얼굴이 파랗게 질리지 않았느냐?

       

        그런 내 의견을 받아들인 덕분에 간신히 기절만은 면한 레이지.

        하지만 아직 크루들의 분노는 진정되지 않았고, 그동안 쌓이고 쌓인 업보가 고스란히 레이지를 덮친다.

       

        ‘쯧쯧쯧. 그러게 적당히 하라니까…….’

       

        방 개수가 순식간에 바뀐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내가 하나 새로 만든 거다.

       

        이 우주선은 사실상 용금으로 뒤덮인 내 본체고, 당연히 그 내부는 내 입맛대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내 용금은 나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황금의 영역’과 이어지는 통로이기도 하기에, 마음만 먹으면 황금의 영역에 존재하는 물건도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다.

        즉, 방금 전 레이지가 나에게 보낸 신호는 ‘방 하나만 새로 만들어 줘!’라는 부탁이었다.

       

        뭐, 선장님의 부탁이었기에 들어 주긴 했다.

        하지만 그 업보와 변명은 고스란히 레이지의 몫이었고, 그동안 쌓이고 쌓인 괴현상(?)의 업보가 레이지에게 돌아온 상황!

       

        ‘힘내라.’

       

        나는 안절부절못하는 호위 대상을 데리고 새롭게 만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음?!”

       

        – 위이이이잉!!

       

        = 드라이브 재킹 감지! 드라이브 재킹 감지!

       

        비상 경고음과 함께 에코의 목소리가 선실 내에 울려 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현상에 ‘익숙함’당한 크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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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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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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