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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 그리고…… 그리고?!

        – 그리고 다음은요!

        – 빨리! 빨리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 빨리이이이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

        – 헥! 헥! 헥!

        – 왈왈왈!! (궁금하면 짖는 개!)

       

        “옴뇸뇸…….”

       

        시청자들이 재촉하지만 나는 느긋하게 과자를 먹고 음료수를 마셨다.

        허허허. 나도 마실 것은 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 와…… 라나님. 이젠 육수들 조리 잘하시넼ㅋㅋㅋ

        – 엌ㅋㅋㅋ

        – 감개무량함ㅋㅋㅋㅋ

        – ㄹㅇㅋㅋ

        – 그보다 먹는 모습도 귀여움.

        – 다 귀여움.

        – 라나님 하고 싶은 거 다 해!!

       

        잠시 시간을 끌며 과자와 마실 것을 먹는다.

        이것으로 나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얻을 수 있고, 더불어서 시청자들을 조금 더 애타게 할 수 있다.

        이쪽 속담으로는 ‘일석이조’라고 하던가?

       

        “흠. 그럼 계속 이야기해 볼까?”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            *            *

       

       

        3번 디코이에서 쏘아진 비장의 무기가 은밀하게 적 대형선의 사각지대에서 접근한다.

        그리고 적의 초대형 실드에 직격한다.

        보통이라면 실드에 막혀야 했지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큭!”

       

        “으윽!”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대형선의 한쪽이 그대로 붕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우주선 한쪽을 원형으로 파먹힌 것 같은 모양새가 된 대형선이 그대로 침묵했다.

       

        “휘유~! 보스 킬이다!”

       

        “언제 봐도 미친 무기라니까…….”

       

        “난 진공에서 어떻게 이런 굉음이 울려 퍼질 수 있는 것인지가 더 궁금해.”

       

        = 동감입니다.

       

        레이지가 싱글벙글하고, 다른 크루들은 폭삭 늙은 얼굴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처럼 과자를 먹었다.

       

        이 세계의 우주선들은 필수적으로 ‘실드 장치’를 사용한다.

        아무리 우주선의 장갑을 두껍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레이저나 미사일은 그런 우주선의 장갑을 손쉽게 뚫어 버리니까.

        그렇기에 장갑을 두껍게 만드느니, 차라리 실드를 강하게 만드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물론 실드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런 실드를 뚫기 위한 무기도 강해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만들어진 것이다.

        실드를 무효화 하는 장치가…….

       

        물론 이런 장치가 장착된 미사일은 상당히 비싸다.

        게다가 대형선쯤 되면, 실드의 강도도 강도이지만, 이런 실드 무효화 장치를 단 미사일에 대한 대비로 되어 있다.

        사각지대에 설치된 요격용 소형 포대도 있지만, 만약 이런 소형 포대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서 실드를 이중으로 설치한다.

        겉의 실드가 무효화 되더라도, 그 안쪽의 실드는 무사하도록 말이다.

       

        ‘하지만 저건 다르지.’

       

        지금 대형선을 격추시킨 무기는, 다른 차원에서 가져온 기술들을 나의 수하들이 조합해 만들어 낸 미사일이다.

       

        ‘이름이 뭐랬더라…… 디멘션 미사일이었던가?’

       

        미사일의 전면에는 적의 본체를 록온하는 기능이 있다. 그 목표물 사이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목표물을 향해 짧은 거리를 ‘텔레포트’하는 것이다.

        그리고 목표물에 닿으면 그대로 펑~!

        심지어 이 세계에 존재하는 기폭식 미사일이 아닌, 소형 블랙홀을 발생시켜 목표물을 뭉개버리는 방식이다.

       

        진공이어야 할 우주 공간임에도, 폭발 시에 굉음이 울리는 것 역시 그런 이유다.

        공간 자체를 구겨 버리는 방식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 세계의 ‘실드 무효화 미사일’…… 그러니까 정식 명칭으로는 ‘대함 미사일’이 상대의 실드에 구멍을 뚫어서 통과한다면.

        방금 3번 디코이에서 발사된 ‘디멘션 미사일’은 실드를 우회해서 통과하는 방식이다.

        눈치챈 이들도 있겠지만, 마법 기술이 사용된 미사일이다.

       

        “좋아! 대형선은 처리했다! 이제 잔당 소탕이다!”

       

        “……그래.”

       

        “라져…….”

       

        “네에에…….”

       

        = 명령 수행합니다.

       

        의욕이 넘치는 레이지와 이미 잔뜩 지쳐 버린 크루들의 활약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            *            *

       

       

        “적 기체! 전부 침묵했습니다!”

       

        “웨폰 시스템 오프라인!”

       

        = 상황 종료입니다 캡틴.

       

        마침내 적들이 전부 전멸했다.

        적의 대형선이 침몰하고, 이어서 차례차례 중형선 두 척도 침몰하자 적들 중 일부는 도주를 시도했다.

        당연하게도 레이지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처리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나도…….”

       

        크루들이 하나같이 축 늘어졌다.

        이제는 따로 화낼 기운조차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크루들의 모습을 쓴웃음과 함께 바라보던 레이지가 손뼉을 쳤다.

       

        “제군들! 모두 수고했다. 뒤처리는 내가 할 테니까, 모두 들어가서 푹 쉬어.”

       

        “예이…….”

       

        “네…….”

       

        “어…….”

       

        = 전 더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만.

       

        그나마 안드로이드라 피로를 모르는 필립이 자원했기에, 필립을 제외한 다른 크루들은 터덜터덜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사라진 후…….

       

        = 캡틴.

       

        “왜?”

       

        = 이번 습격, 보통 일이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필립의 얼굴 역할을 하는 판넬 위로 (◎_◎)모양의 이모티콘이 출력된다.

        그러고는 추궁을 하듯 레이지를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귀족의 호위 의뢰이기에 다소의 습격이 있을 것 정도는 예측했습니다. 다른 귀족의 사병이 습격하는 것도 예측했죠.

       

        하지만 이번 습격은 단순히 귀족의 사병이 습격한다는 것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 제국군은 의미가 다릅니다.

       

        제국군. 그러니까 나라에서 운용하는 정식 군대.

        이들이 그들을 습격했다는 것은 그 의미가 한참 다르다.

        왜냐하면 군대에게 손을 쓸 수 있는 존재가 습격을 지시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심지어…….

       

        = 단순히 호위 대상이 지명수배범이라면, 성계군이 이렇게 무작정 습격할 일도 없었습니다. 먼저 경고를 보냈겠죠.

       

        하지만 성계군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무작정 그들을 습격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들을 습격한 제국군 역시 떳떳하지 못한 이유로 공격을 가해 왔다는 소리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뭐야?

       

        = ……캡틴. 저는 이 함선의 부함장입니다.

       

        비록 알리네시아 제국에서는 인권조차 제대로 보장받기 힘든 것이 기계 지성체지만, 그런데도 레이지는 쓰레기장에 버려졌던 그를 이 함선의 부함장으로 취임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는 부함장이기에…….

       

        = 저도…… 알아야 할 사실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그는 캡틴을 신뢰하고 있다.

        만들어진 고물 AI 따위가 인간의 감정을 따라 해 봤자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부함장이고, 만약 함장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크루들을 책임질 사람은 바로 그다.

       

        그렇기에 그는 사건의 전말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고, 지금, 이 자리를 빌려 그에게 요청하는 것이다.

        물론 캡틴이 이상한 의뢰를 받지 않았을 거라고 믿고는 있지만…… 있지만…… 있지…….

       

        = …….

       

        ……진짜로 이상한 의뢰 받은 것은 아니죠 캡틴?

       

        그렇게 물어 오는 필립의 간절한 시선(이모티콘)에 레이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 역시 옆에서 레이지에게 한마디 했다.

       

        “레이지. 설명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라나.”

       

        “너의 걱정은 잘 알고 있다.”

       

        괜히 부하들이 위험할까 봐, 위험한 진실은 전부 자신이 떠안겠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내 처지에서 보자면, 레이지의 행동은 자칫 독선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행동이다.

        무엇보다…….

       

        “우두머리라면 때로는 부하들을 믿을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

       

        내 말에 레이지가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내 진한 한숨과 함께, 필립에게 말했다.

       

        “방금 보내놓고 미안하지만…… 모두를 휴게실로 불러 주겠어?”

       

        = 명령 수신. 이행하겠습니다.

       

        “라나는 가서 미네양을 데려와 줘.”

       

        “알겠다.”

       

        레이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벌써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인가?

       

        ‘요즘 아이들은 진도가 빠르구나.’

       

        와삭!

       

        나는 과자를 우물거리며 손님이 있을 방으로 걸어갔다.

       

       

        *            *            *

       

       

        모두가 휴게실에 모인 후.

        레이지의 설명과 설득에 의해, 결국 미네라는 소녀는 자기 신분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황녀님?!”

       

        “미친?!”

       

        “헉!”

       

        = ???

       

        크루 모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은 이 미네라는 소녀가 귀족 가문의 영애라는 것 정도는 예상했지만, 설마 이 알리네시아 제국의 황녀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미네라는 소녀에게 직접 들었을 레이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진짜?”

       

        “??”

       

        ……네가 왜 놀라는 거냐?

        나는 다른 크루들과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표정의 레이지를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어쨌든 자기 신분을 밝힌 미네라는 이름의 소녀는 일행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저 때문에 이런 일이…… 정말 죄송해요!”

       

        “아, 아닙니다 황녀님!”

       

        “맞아요!”

       

        “그러니 고개 안 숙이셔도 돼요!”

       

        감히 황족이 자신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것일까?

        크루들이 양손을 휘적휘적 흔들며 미네의 행동을 막았다.

        크루들의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아서, 저들도 정신이 없어 보였다.

       

        “……일단 모두 진정해.”

       

        간신히 당황에서 빠져나온 레이지가 크루들을 막아보았다.

        하지만 신체 능력으로 볼 때, 레이지는 이 배에서 에이미 다음으로 최약체다.

       

        “진정은 무슨!”

       

        “얌마 캡틴! 이런 비밀을 숨기면 어떻게 해!”

       

        “꾸엑!!”

       

        이 배의 무력 최강인 아놀드와 제인이 그 근육을 들이밀며 레이지를 제압했다.

       

        “꺄악! 레, 레이지님!”

       

        우리에겐 일상과 같지만, 이런 일상은 겪어본 적도 없는 미네 황녀님은 기겁하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되었을 때 아놀드와 제인을 막아야 할 에이미는…….

       

        “에헤~ 황녀님. 황녀님이라니…… 에헤~!”

       

        음. 맛이 가 버렸군.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필립이 보인다.

       

        = 삐빅! 오류! 오류!

       

        “…….”

       

        얘도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나는 난장판이 되어 버린 곳에서, 느긋하게 과자를 씹어먹었다.

        그러고 보니 인간들의 언어로 이런 상황을 뭐라고 부르더라……?

       

       

        *            *            *

       

       

        – 개판?

        – 개판 아님?

        – 개판

       

        “그래. 그거다.”

       

        딱 개판인 상황이었지.

        나는 허허거리며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늦었습니다.

    이제 오늘 첫 끼 먹고, 내일자 소설 쓰러 가봐야겠네요.

    갈치 먹어야지…… 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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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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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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