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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6

        상황이 대충 정리된 후.

        간신히 진정한 일행은 미네라는 소녀…… 아니, 미네 황녀에게 남은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황녀에게서 나온 이야기는 나에겐 익숙한 이야기였다.

        그야 이전 세계에서 많이 보고 경험했던, 흔해빠진 권력다툼의 이야기였으니까.

       

        “……해서 현재 정통 후계자는 저와 제 동생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동생이 저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고요.”

       

        “…….”

       

        “…….”

       

        미네 황녀의 이야기를 들은 크루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상당히 귀찮은 일에 얽혀 버렸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나 역시 다른 차원에서 몇 번 인간들의 권력 다툼에 엮인 적이 있었는데, 하나 같이 전부 귀찮은 일들뿐이었지.

       

        “저에겐 남아 있는 세력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지금 저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레지아 성계를 다스리는 아스카 공작의 협조를 받는 것뿐이예요.”

       

        “아.”

       

        “그래서 목적지가…….”

       

        그제야 이번 의뢰의 목적을 알게 된 일행들.

        모두가 각자의 고민을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거리는 가깝더라도, 이미 동생의 세력이 길을 막고 있었죠. 그렇기에 누구도 이 임무를 받아 주지 않았지만…….”

       

        미네 황녀가 레이지를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레이지님만은 달랐어요. 어릴 때의 약속대로, 절 구하러 달려와 주셨죠.”

       

        “……??”

       

        “???”

       

        “?!!”

       

        = !!!

       

        어두운 얼굴로 고민하던 크루들이 죄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레이지를 바라보았다.

       

        “어릴 때의…….”

       

        “……약속?”

       

        “첫눈에 반한 게 아니라…….”

       

        = ……아는 사이였습니까?

       

        멍하니 레이지를 바라보는 크루들의 뒤에서.

        미네 황녀가 양 볼을 손으로 감싼 채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어릴 적, 레멘타르 콜로니에서 길을 잃은 저를 레이지님이 도와주셨어요.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레이지님을 잊어본 적이 없답니다.”

       

        “크흠!”

       

        레이지가 얼굴을 붉히며 크루들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런 레이지와 미네 황녀를 멍한 얼굴로 번갈아 바라보는 크루들.

        그러고는 이내 그들의 입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냥 커플이 아니라…….”

       

        “소꿉친구 커플이었어…….”

       

        “죽어라. 리얼충들은 죽어라. 죽어…….”

       

        = 고문 방법 검색 중…….

       

        그리고 이내 약속된 업보가 레이지를 덮치기 시작했다.

       

       

        *            *            *

       

       

        – 와 씨!

        – 내가 다 화나네.

        – 그냥 첫 만남에 반한 것도 아니고, 소꿉친구 속성이라고?!

        – 전생에 나라를 몇 개 구한 거임?

        – 나였다면 바로 칼침 놓았음.

        – 제발 한 대만…….

        – ㅂㄷㅂㄷㅂㄷㅂㄷㅂㄷㅂㄷㅂㄷ

       

        채팅창에서부터 느껴지는 분노와 질투의 감정에, 나는 설명하다 말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

        저번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이 차원의 인간들은 뜻밖에 남의 짝짓기 사정에 민감한 것 같았다.

       

        “저번에 리온과의 이야기에서는 아무 말 하지 않더니, 왜 지금은 화를 내느냐?”

       

        그때도 연애 이야기였고, 지금도 연애 이야기인데 말이다.

        나로서는 같은 주제인데, 왜 그때와 지금의 반응이 다른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나의 질문에, 시청자들이 대답하기 시작했다.

       

        – 다름.

        – 다르죠.

        – ㅇㅇ

        – 아무튼 다름.

        – 달라요.

       

        “??”

       

        뭐가 다른 데?

        그런 나의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한 시청자가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 그때는 라나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1인칭 시점인데다, 애초부터 로맨스 이야기라고 못을 박고 들어갔으니까 저희도 대비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미리 이야기를 듣지 못한 데다, 3인칭 시점에서 이야기를 들었기에…….

       

        뭔가 길게 쓰인 문장이었지만, 대충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는 파악했다.

        내 처지에서는 비슷해 보였지만, 인간들에게는 그런 것 하나하나가 전부 다른 모양이다.

        그래도 무슨 느낌인지는 대충 이해가 되었다.

       

        “요약하자면, 리온과의 이야기는 내 1인칭 시점이었기에 마치 너희가 직접 연애하는 것처럼 들렸고, 이번에는 3인칭이기에 남이 연애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느꼈다는 것이로구나.”

       

        – 맞긴 한데, 그렇게 객관적으로 분석하시면 뭔가가 뭔가임.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맞긴 한데 부끄러워욤.

        – ㅋㅋㅋㅋ

       

        맞잖아.

        나는 이 질투쟁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 시점에서 보자면, 저런 쓸데없는 질투에 감정을 쏟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질투를 통해 얻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 질투로 의욕이나 동기를 얻지 않나요?

       

        “그건 맞다.”

       

        그런데 의욕이나 동기는 다른 방법으로도 얻을 수 있지 않던가?

       

        “특히, 살아 있는 존재라면 가장 큰 의욕을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더냐.”

       

        바로 생존 욕구 말이다.

        죽고 싶지 않고, 배고픔을 달래고 싶고, 짝을 만나서 아이를 낳고 싶은 것.

        살아 있는 존재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욕구들.

       

        “그것들이 아주 큰 의욕이고 동기인데, 거기에 질투로 새로운 의욕과 동기를 더한다고 한들… 얼마나 바뀔 수 있겠느냐?”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드래곤인 내 관점이다.

        인간들의 관점에서는 조금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

       

        “그냥 내 관점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거라.”

       

        – 네.

        – 알겠습니다.

        – 그래도 신기하네요.

        – ㄹㅇㅋㅋ

        – 신기하네.

        – 저게 저렇게도 해석되는구나.

        –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렇다 보니 내 관점으로 질투는 쓸데없는 감정이라고 생각되는구나.”

       

        질투를 할 시간에, 그냥 내가 할 일을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어차피 남을 질투해봤자, 나와 상대방은 전혀 다른 개체이다.

        남처럼 되고 싶어서 노력한다고 한들, 나는 절대로 남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남처럼 되고 싶어서 질투하고, 그 질투심으로 의욕을 얻는다고 한들…… 나는 결코 남처럼 될 수 없다.

        그러니 남을 질투할 바엔, 그냥 나의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단점은 보완하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뭐…… 이렇게 말했지만,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이것은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 드래곤의 관점이란다. 무리 생활을 하는 너희의 입장은 또 다르겠지.”

       

        – 아주 틀린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요?

        – ㅇㅇㅇㅇㅇ

        – ㄹㅇㅋㅋ

        – 이상하게 틀린 소리는 아님.

        – ㅋㅋㅋㅋㅋㅋㅋ

        – 약간 이상론처럼 들리기는 하는데, 틀리지는 않는 것 같아요.

        – ㅇㅇㅇ

       

        그런가? 인간들도 이런 부분을 제법 고민한 모양이다.

        잠시 음료수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런데 말이다.”

       

        – ?

        – ??

        – ?

        – ?

        – 네?

        – ?

        – 왜요?

       

        그 순간 문득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옛날 이야기하다가 다른 주제로 잡담을 하고, 시청자들이 질투하다가 웃고 울고, 이러는 모든 순간보다 중요한 사실.

        방송하는 것이 매우 즐거워서 나도 모르게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

       

        “어느새 방송 종료 시간이 되었구나.”

       

        – ?!

        – 헉!

        – 갸아아악!

        – 헉!

        – 헉!

        – 허크!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다.

        나는 다 마신 음료수 잔을 옆으로 치운 채, 천천히 방송 종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안 돼요!!!

        – 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

        – 가지 마세요!

        – 엉엉!

        – 우리가 잘할게! 가지 말아요!

        – 마망…… 추워…….

       

        “어허! 떽! 어디서 떼를 쓰느냐?”

       

        요즘 방송 종료를 할 때마다 격하게 나를 붙잡는 것 같더니, 이제는 채팅창에 쓰는 멘트들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그중 몇몇은 나도 참신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방송 종료를 철회할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끌었다가는, 저녁에 방송을 켜는 다른 인터넷 방송 선배들에게 민폐일 테니까.

        ……솔직히 지금도 조금 의문이긴 하다. 왜 아직 내 방송에 이렇게 시청자들이 몰려드는지 말이다.

       

        – 갈 때는 가더라도 이야기는 다 해주시고 가셔야죠!

        – ㅠㅠ

        – 그래서 뒷이야기는요?

        – 내일 다 해주시는 거죠?

        – ㅠㅠ

        – ㅠㅠㅠㅠㅠ

        – ㅜㅜㅜㅜ

       

        “내일 당장은 힘들고…… 기회가 되면 그때 해 주마.”

       

        내일은 최강물소와의 합방이 있는 날이었으니까.

       

       

        *            *            *

       

       

        다트 스트림에서 ‘살랑미미’라는 닉네임으로 라츄얼 방송을 하고 있는 ‘송지혜’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냐하면 얼마 전에 다우림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콜! 돼아쓰!]

       

        “후우~!”

       

        이 메시지 덕분에 한숨 덜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긴장감이 닥쳐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과거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내가 왜 그런 소리를 해서…….”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언제나처럼 게임 방송을 하던 중, 또다시 사소한 실수로(그것이 진짜 사소한 실수였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1등의 기회를 놓쳐 버린 직후였다.

       

        “갸아아아악!! 왜! 또! 왜! 왜 나만!!!!!”

       

        고양이 수인 모습으로 머리를 박박 긁으며 땡깡을 부리는 송지혜…… 아니, 살랑미미.

        그리고 그런 모습에 시청자들은 연신 ‘ㅋㅋㅋ’을 치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시작했다.

       

        그렇게 1분 정도는 진심으로, 나머지 1분 정도는 수금각을 보며 일부러 땡깡을 부리던 중이었다.

       

        “물소 오빠에게 코칭이라도 받아야 하나?”

       

        살랑미미는 무심코 절대로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 최.강.물.소!!!

        – WA! 최강물소 아시는구나?

        – 오오오오오!!

        – 합방인가요?

        – 그럼 라그나님도 합방?

        –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아?”

       

        현재 인터넷 방송계에서 가장 핫한 주제가 바로 멸천룡의 방송이었고, 인간 중에서 그녀와 합방한 유일한 방송인이 바로 최강물소였다.

        당연히 최강물소는 현재 인터넷 방송계에서 상당히 유명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리고 최강물소가 유명해지면 나타난 부작용이 하나 있다.

        바로 그와 과거 인연을 맺었던 이들에게도 여파가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록 멸천룡 본인은 실패한 합방이었다고 한들, 시청자들은 멸천룡이 또다시 다른 방송인들과 합방하기를 원했다.

        그것이 자기 최애와 멸천룡이 합방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라든지, 아니면 약간 뒤틀린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라든지 말이다.

       

        그리고 그 불길이 아직 잠잠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살랑미미가 최강물소를 언급해 버린 대가는 참혹했다.

       

        – 합방 드가자!

        – 모금 올림.

        – 가즈아!!

       

        {최강물소와 합방할 거면 가져가세요 : 10,000원}

       

        {라그나님과 합방할 거면 가져가세요 : 50,000원}

       

        악질 시청자들이 연합해서 살랑미미를 꼬드기기 시작한 것이다.

        도네이션 기능 중 하나인 ‘미션 도네이션’을 이용해, ‘모금액’이라는 이름으로 살랑미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안 할 거거든요? 얼마를 준다고 해도 안 넘어갈 거다냥!”

       

        당연히 살랑미미는 저 말에 넘어가지 않으려 했으나…….

       

        {최강물소와 합방할 거면 가져가세요 : 100,000원}

       

        {라그나님과 합방할 거면 가져가세요 : 2,050,000원}

       

        “…….”

       

        안 넘어가기엔 너무 많은 돈이었다.

       

        결국 살랑미미는 돈 앞에 굴복했고, 때마침 멸천룡의 게이트에 놀러 가기를 앞둔 최강물소에게 ‘HELP’를 외쳤다.

        그리고 현재.

       

        “현실 합방을 어떻게 해!!!!!”

       

        송지혜는 과거의 자신을 욕하며 침대에서 발버둥 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우주선 이야기는 여기서 잠시 끊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까요.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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