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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8

        우우웅!!

       

        공간이 열리고, 열린 공간을 통해 나의 아바타가 서울에 존재하는 헌터 협회 건물 안쪽에 나타난다.

        정확히는 ‘제발 여기로 와주세요!’라고 인간들이 준비해 둔 내 전용의 방이라고나 할까?

       

        “오셨습니까.”

       

        “어서 오십시오.”

       

        “잘 찾아오셨습니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인간들이 즉시 허리를 90˚로 꺾으며 인사한다.

        과하게 간단해 보이는 인사지만, 저것이 이 차원의, 이 나라의 정중한 예절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상관하지 않는다.

        사실 저것보다 더 정중한 예절인 ‘절’이라는 것도 있긴 한데, 그것은 ‘손님’이 아니라 ‘상관’에게 하는 예절이라고 들었으니까 말이다.

       

        “반갑구나.”

       

        이번에도 내 변덕으로 급하게 잡혀 버린 합방.

        솔직히 갑작스러운 내 결정으로 인해 고생한 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든다.

        하지만 동시에 딱히 미안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 양지 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는 내 매니저이자, 내가 고용한 이들이다.

        그들이 일하는 만큼 보수를 지급하니, 나로서는 내가 행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뿐이다. 계약대로 말이다.

       

        헌터 협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크게 보자면 강력한 몬스터(?)인 내 움직임에 헌터 협회가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작게 보자면 그저 일개 방송인(?)인 내 아바타가 친분이 있는 다른 방송인과 현실 합방을 하는 것뿐이다. 내 본체가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아바타가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내 본체가 움직이는 일이라면 모를까, 겨우 내 아바타가 움직이는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헌터 협회의 사정을 내가 일일이 헤아려줄 이유는 없다.

       

        “차량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원하신다면, 저희가 모셔도 되겠습니까?”

       

        “그러도록 하거라.”

       

        그래도 내 편의를 봐주니, 나도 되도록 그들에게 배려를 해주는 것뿐.

        나는 인간들의 안내를 받아 차량에 탑승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흠?”

       

        나는 양지 엔터테인먼트의 본사 건물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소식이 이상하게 전달되었나?

       

        “아이들아.”

       

        “……네?”

       

        잠깐 반응이 늦은 협회의 관계자가 나에게 바짝 붙었다.

        혹시 ‘아이’라고 불러서 못 알아들은 것인가?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잠시 무시한 채 궁금한 점을 물었다.

       

        “나는 오늘 최강물소와 살랑미미라는 방송인과 합방하러 온 것이란다.”

       

        “아, 네.”

       

        “그런데 이곳은 그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가 아닌 것 같은데?”

       

        분명히 내가 그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는 살랑미미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방송인의 집이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매니저로 삼고 있는 양지 엔터테인먼트의 본사 건물.

        아무리 내가 인간 사정에 어둡다고 하더라도, 이곳이 약속 장소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잘 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 것이냐?”

       

        나는 협회 관계자에게 물었다.

        잘못된 장소에 나를 데려온 것은 내가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일단은 한 번 참았다.

        일단 중간에 뭔가 착오가 생겼을 수도 있고, 이 아이는 그저 위에서 시킨 대로 했을 뿐일 테니까.

       

        그런 나의 질문에 협회 관계자는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당장 알아보겠습니다!”

       

        “…….”

       

        아니…… 내가 죽이겠다는 것도 아닌데 반응이 왜 이러지?

        마치 나에게 살해 협박이라도 받은 것처럼 동분서주하며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협회 관계자.

        그리고 그 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보던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몬스터로부터 인간들을 지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리 구성원이 이렇게 간이 작아서야…….’

       

        물론 눈앞의 이 인간은 아무런 이능도 가지지 못한 인간이니, 헌터라는 이들과 같은 담력을 바랄 수는 없겠지.

        그래도 저렇게 강한 반응은 하지 않았으면 했다.

       

        한심하다는 생각을 숨기며 협회 관계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어딘가로 전화를 하며 확인을 하는 것 같은데, 통화 내용을 들을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듣지는 않았다.

        어차피 곧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내 생각대로 협회 관계자는 나에게 다가와 답했다.

       

        “계획이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계획이?”

       

        “네.”

       

        그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 특범 범죄조직이 나를 대상으로 찌라시를 유포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일망타진을 하긴 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특범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일반인의 집에 들어간다?

        나를 노린 테러에 민간인들이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틀린 소리는 아니구나.”

       

        감히 나에게 하찮은 인간 따위가 덤비겠느냐…… 라는 소리는 안 한다.

        나는 인간을 하찮다고 생각한 적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 안 하니까.

       

        게다가 지성을 가진 이들은, 때때로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기도 한다.

        실제로 시청자들에게 해주었던 내 옛날이야기 속에서도, 강대한 힘을 가진 나에게 수작을 부리려던 인간들의 사례가 있었지 않았던가?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지성체들의 이런 특성은 어느 차원에서건 비슷했다.

       

        “그래서 이곳으로 장소를 변경했다는 뜻이로구나.”

       

        “그렇습니다. 따로 연락을 드리려 했지만,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나에게 연락이 오지 않은 점은 좋지 않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머무는 곳은 인간들이 EX랭크 게이트라고 부르는 곳이고, 그런 곳으로 연락을 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그럼 들어가자꾸나.”

       

        “모시겠습니다.”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양지 엔터테인먼트 본사의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빌딩 건물의 로비로 들어가자, 미리 기다리고 있었을 직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미래를 비추는 꿈의 빛! 양지 엔터테인먼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고객님!”

       

        “반갑구나.”

       

        나는 직원들의 가장 앞에서 나를 맞이하는 양지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이재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가?

        아무튼 그의 환대를 받으며 손을 내밀었다.

       

        잠시 내 오른손을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본 이재운이었지만, 이내 알아차리고는 재빨리 자기 오른손을 바지에 문질렀다.

        그러고는 내 손을 마주 잡았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인간들 사이에서 가장 보편화된 인사법인 악수!

       

        “……그런데 왜 오른손을 바지에 문지른 것이냐?”

       

        “아. 그. 상급자를 대할 때의 예의입니다.”

       

        “??”

       

        그런 예의가 있었던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간들의 예절에 대한 인터넷 검색 기록을 떠올려 본다.

        ……그런 내용은 없었던 것 같은데?

       

        “자! 다른 분들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 다들 기다리겠구나.”

       

        아직 약속 시간이 되기에는 이르지만, 그렇다고 딱 맞춰서 들어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했었지?

        그렇게 이재운의 안내를 받으며(대표가 날 안내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고용인으로서 고용주를 접대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옳은 소리라서 나도 납득했다.) 회사 내부를 걷기 시작했다.

       

        “저희 회사는 자체적으로 라츄얼 팀을 결성, 운용 중입니다. 현재 1기가 데뷔를 했고, 그들을 위해 준비된 전문 방송 부스와 기숙사, 그 외 시설도 준비가 되어 있죠.”

       

        “호오. 대단하구나.”

       

        잠깐 알아본 바로는, 단순한 인터넷 방송 전문의 회사가 이런 시설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고 하던데 말이다.

        단순히 대기업처럼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냥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인들은 컴퓨터와 장비, 그리고 방송 부스만 마련되어 있다면 밖에 나갈 필요 없이 방송을 할 수 있다.

        즉, 이렇게 회사 내에 방송 장비를 설치해봤자 사용할 일 자체가 거의 없다는 소리다.

        그럴 바에는 그냥 방송 장비를, 계약한 방송인들의 집에 보내서 설치해 주는 쪽이 더 싸게 먹히니까.

        실제로 나만 하더라도 그냥 내 침실에서 방송하지 않던가?

       

        ‘비록 5층짜리 빌딩이라고 하더라도, 이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다른 쪽으로도 일을 꾸미고 있겠구나.’

       

        회사 건물 안쪽에 기숙사와 방송 부스도 마련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내가 알아보았던 다른 매니지먼트 회사와는 확실히 그 의도가 다르다.

        좀 더 큰 뜻을 그려보려는 의도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내가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나와의 계약 이후에 회사 이름을 ‘양지 매니지먼트’에서 ‘양지 엔터테인먼트’로 바꾼 것도, 내가 지급한 보수로 이 건물을 통째로 사들인 것도, 그가 좀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한 것도.

        나에게는 아무것도 상관이 없었다. 그냥 나와의 계약만 잘 지켜 주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최강물소와 살랑미미라는 이름의 방송인이 기다리고 있다는 방송 부스에 도착했을 때였다.

       

        = 야 새끼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응?”

       

        “어?”

       

        문밖까지 들려오는 최강물소의 목소리.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뒤지지 않을 고음이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 오빠야말로 미쳤어?! 지금 그걸 의견이라고 내놓냐!!!

       

        = 뭐? 이 호빵 반죽이!

       

        = 뭐래 오징어 새끼가!

       

        “…….”

       

        “…….”

       

        참고로 말하지만, 양지 엔터테인먼트에서 마련한 방송 부스는 기본적으로 ‘방음’ 기능이 우수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방 안쪽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굴더라도 밖에서는 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했던가?

        그런데도 이렇게 소리가 밖까지 쩌렁쩌렁하게 들린다는 것은, 지금 방 안쪽에서 둘이 엄청 시끄럽게 소리치고 있다는 뜻이다.

       

        “음…….”

       

        이제 곧 방송 시간인데…… 말려야 하나?

        모두가 쩍 굳어 버린 상황에서,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송 전 뻘쭘…….

    전에 ‘드래곤님의 FLEX’ 편에서는 ‘양지 매니지먼트’라고 적었었는데, 어느새 ‘양지 엔터테인먼트’로 오타를 냈더군요.

    그렇다면 설정 추가닷!!!!! 이거시 바로 작가의 이화접목 신공!!

    잘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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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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