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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1

        “……했을 때 제가 그랬죠.”

       

        살랑미미가 목소리를 굵게 변조하며 말을 이었다.

       

        “아이스 따블이요!”

       

        – 엌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대충 웃는 이모티콘)

       

        살랑미미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웃는다.

        물론 나는 웃지 않았다. 나에게는 재미있는 내용인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인간들의 유머 코드가 이런 식인가?’

       

        이런 유머와 같은 부분은 아무래도 문화와 역사의 측면이 강하다 보니, 나로서는 흉내 내기조차 난감한 분야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방송하다 보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웃음을 뻥 터뜨리고는 하지 않던가?

        나는 왜 웃는지 이해를 못 하고, 시청자들은 그저 ‘ㅋㅋㅋ’만 채팅창에 치고. 그런 거 말이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주문 잘못 나오면 명확하게 요구할 줄 아셔야 해요?”

       

        – 네!

        – 네ㅔㅔㅔ

        – ㅔㅔㅔㅔㅔ

        – 넹

        – 알겠슘다!

       

        살랑미미의 말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동시에 그녀가 손뼉을 짝 치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것으로 ‘핀핀’님의 고민 해결! 다음으로 갈게요.”

       

        살랑미미가 다음 시청자들의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렇다.

        지금 우리가 하는 콘텐츠, 살랑미미가 이름 붙이길… ‘살랑미미의 냥냥 토크쇼’라 불리는 콘텐츠는 내가 알고 있던 그런 토크쇼가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던 토크쇼가 방송인들끼리 여러 주제로 잡담하는 방식의 콘텐츠였다면.

        살랑미미가 가져온 토크쇼는 이름만 토크쇼일 뿐. 내용은 사실상 시청자들의 사연을 읽고, 그것을 주제로 우리끼리 대화를 나누어 적절한 대답을 들려주는 것에 가까웠다.

        ……이것도 어찌 보면 토크쇼라고 봐야 하나?

       

        ‘그래도 재미는 있구나.’

       

        인간들이 고민이라며 가져오는 사연들은, 드래곤인 내 처지에서 봐도 재미있었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살랑미미와 최강물소는 ‘자신들로는 상상할 수 없는 사연’, 이를테면 뒤로 넘어졌는데 위에서 떨어진 돌멩이에 코가 깨져 버리는 것 따위의 사연을 듣고 웃었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냥 인간들의 사연 자체를 들으며 웃었다.

        나에게는 별 고민도 되지 않는 일들인데, 인간들은 그런 일들을 고민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으니까.

       

        방금만 하더라도 ‘카페에서 주문을 시켰는데, 알바생이 잘못된 메뉴를 줘서 항의 한 번 하지 못하고 그냥 마셨다는 고민’이었다.

        내 처지에서는 딱히 고민할 거리가 아닌데, 이런 것을 고민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의 사고방식이 신기했달까?

       

        참고로 나였다면 애초에 잘못된 메뉴가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용금 덕분에 금전적인 불운은 나에게 거의 오지 않기 때문이다.

        자고로 황금은 대부분의 차원에서 ‘부’를 상징하는 금속이고, 그 덕분에 남편이 남겨 준 용금은 수많은 차원을 돌아다니며 ‘금전운’을 끌어모으는 일종의 신물이 되었다.

        ……솔직히 쓸데도 없는 ‘금전운’ 같은 것보다는, 맛있는 것이 몰려오는 ‘미식운’ 같은 거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자. 그럼 다음 사연은…….”

       

        “…….”

       

        “??”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연스럽게 다음 사연을 확인하는 살랑미미였지만, 나에게는 보였다.

        살랑미미와 최강물소가 부자연스럽게 서로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는 것.

        동시에 둘의 혈압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불안감에 질린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묘하군.’

       

        그러고 보니 이 둘, 방송을 시작하기 전부터 묘했지.

        물론 드래곤의 시점에서는 인간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묘하게 보이긴 하다. 그래서 둘의 모습이 조금 묘하더라도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넘긴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둘은…… 그래.

       

        ‘마치 고양이에게 방울을 달려고 하는 쥐와 같은 꼴이지 않은가?’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그런 모양새다.

        여기서 쥐의 역할은 저 둘일 테고, 그렇다면 고양이의 역할은?

       

        ‘나?’

       

        거기서 나는 살짝 기대가 되었다.

        자고로 쥐는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지만 그것을 구경하는 고양이는 재미있어하는 법이다.

        지금의 내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저 둘은 나에게 어떤 ‘방울’을 달기 위해, 재미있는 장면을 보여 줄 것인가?

       

        “스위트칩님의 사연이네요!”

       

        첫 포문을 연 것은 살랑미미였다.

        메일함에 도착한 메일 중 하나를 집어 든 그녀가,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건 라나님께 도착한 사연이네요. 읽어 주실 수 있나요?”

       

        “흠. 그러마.”

       

        나에게 살짝 자리를 비켜준 살랑미미 대신 마우스를 잡았다.

        그리고 나에게 왔다는 사연의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어라?

       

        “안녕하세요 라그나님. 저는 25살 신입사원입니다. 제가 오늘 아침에…….”

       

        메일의 내용은 길었지만, 요약을 하자면 이렇다.

        사연의 주인공은 무역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신입사원으로서 이번에 호주 쪽 회사와 계약을 맺으려 했단다.

        하지만 호주에서 갑자기 EX랭크 게이트가 터졌다는 뉴스 속보가 나와서 프로젝트를 망쳤다는데…….

       

        “……해서 라그나님께 묻고 싶습니다. 호주는 망하는 건가요?”

       

        “이야~! 그러고 보니 저도 봤죠. 뉴스 속보.”

       

        “그렇지. 진짜 끔찍한 일이지.”

       

        내가 메일을 다 읽기 무섭게 추임새를 넣는 살랑미미와 최강물소.

        감정은 온데간데 없고, 대신 약간의 두려움과 떨림 만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에 나는 일의 전말을 눈치챌 수 있었다.

       

        “헌터 협회에서 부탁이라도 받았느냐?”

       

        “히끅?!”

       

        “쿨럭쿨럭!”

       

        나의 직구에 눈에 띄게 당황하는 둘.

        이런 비슷한 일들을 워낙 많이 겪다 보니, 인간 사회에 조금 어두운 나라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하긴…… EX랭크 게이트는 현재의 인간들로는 막아 낼 수 없는 재앙이다.

       

        나와 같은 상급 초월자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초월에 들어간 존재가 들어 있는 것이 바로 EX랭크 게이트의 정체다.

        그리고 초월자는 아무리 하찮은 이들이라도 필멸자로서는 어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 뭐임?

        – ?

        – ??

        – 무슨 일인가요?

        – 갑자기 뭔솔?

        – 우리도 좀 알자!

        – 협회에서 우리 미미님에게 뭐 시켰나?

        – 두식아! 뭐냐!!!

        – 헉! 희생양?!

        – 아! 호주 EX게이트?!

       

        시청자들은 일부 눈치챈 이들도 보이고,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이들도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시청자들에게 신경을 쓸 때가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방송인으로서의 라그나’가 아닌, ‘드래곤으로서의 그랑 라그나’가 나서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 인간들의 사정은 잘 안단다. 지금 호주라는 지역에서 EX랭크 게이트가 열린 것도, 그곳에서 나올 보스 몬스터를 너희들이 상대할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애초에 모를 리가 없었다.

        EX랭크 게이트의 내부에 존재하는 초월자가 자기 힘을 내뿜으며 게이트를 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그 힘의 파동을 모를 리가 있을까?

        아마 내 아이들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블레이즈는 인간들에게 경고도 했을 것이고.

       

        “하지만 내가 인간들을 위해 그곳으로 향하는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 거란다.”

       

        – 헉?!

        – 왜요?

        – ??

       

        왜냐고?

        그 이유야 아주 간단하다.

       

        “내가 그래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지.”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드래곤이다.

        비록 인간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서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통’을 위해서다.

       

        “너희 인간들에게 ‘협력’하기 위함도, 인간들과 ‘같은 편’이 되기 위함도 아니라는 것이다.”

       

        즉, 나는 어디까지나 인간들과 대화를 나누는 ‘이웃’의 포지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웃으로서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그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옆집이 무너졌다고 해서 내가 그들을 도와줘야만 하는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물론 너희들이 말하는 ‘도의적’인 방식으로 도와줄 수는 있겠지.”

       

        하지만 드래곤적 관점으로 볼 때는 내가 도와줘야 할 그 어떤 이유도 없다.

        그리고 내가 드래곤이라는, 인간과 다른 종족이라는 사실은 방송 초기부터 꾸준히 설명해 왔다.

       

        “물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인 너희 인간들은 나에게라도 도움을 요청하고 싶겠지.”

       

        그렇기에 내 분노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나에게 친분이 있는 이들을 이용해 살살 유도하는 방식으로 나의 도움을 이끌어내려고 했겠지.

        이 부분은 딱히 문제 될 것이 없다. 나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고.

        왜냐하면 이것은 약자로서의 당연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분명히 밝히마.”

       

        나는 인간들을 위해 직접 나설 마음은 없다.

       

       

        *            *            *

       

       

        백익룡 스카투야 블레이즈는 혀를 찼다.

       

        = 나 참. 진작에 내 말을 들었으면 좀 좋아.

       

        백익룡이 이상함을 감지했을 때, 그는 호주에 존재하는 EX랭크 게이트가 심상치 않다는 말을 이현을 경유해 헌터 협회에 전달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상이 없다’라는 것뿐이었다.

       

        이것은 딱히 인간들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들이 확인했을 때는 EX랭크 게이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백익룡의 말만 믿고 계속해서 EX랭크 게이트에 전력을 주둔시킬 수는 없었으니까.

        물론 울루루 게이트를 지키는 방위군의 숫자를 두 배로 늘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여러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저 그 모든 준비가 아무런 소용이 없었을 뿐이다.

       

        이 사실을 백익룡도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답답해서 푸념 좀 늘어놓았을 뿐.

       

        “우랴!!”

       

        퍼어어엉!

       

        저 아래에서는 그의 계약자이자 파트너인 이현이 날뛰고 있었고, 하늘에서는 백익룡이 열선을 내뿜으며 학살을 이어 나간다.

        아무리 S랭크 이상에 버금가는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그들 역시 한낱 필멸자일뿐.

        초월자인 백익룡과, 그런 초월자의 계약자인 이현에게는 조금의 피해조차 입힐 수 없었다.

        A랭크를 지나, 이젠 S랭크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울루루 게이트를, 사실상 단둘이서 틀어막고 있는 셈이었다.

       

        = 문제는…….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는 울루루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

        게이트 안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연하게 느껴지는 보스의 기운은 블레이즈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였다.

       

        = 이 정도면 평소의 어머니에 버금가는 힘인데……?

       

        그렇다면 블레이즈로서는 결코 상대할 수 없다.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상태의 힘이 평소 어머니 급의 힘? 그걸 어떻게 이기라고…….

       

        적외선을 응축한 열선으로 S급 몬스터 하나를 태워 죽여 버린 블레이즈가 다시 한번 혀를 찼다.

        보스 몬스터가 누가 되었든…… 그 녀석이 나오는 순간 최대한 시간 끌다가 튀어야지.

       

        쩌저적!

       

        = ?!

       

        ……그렇다고 지금 나오기를 바란 것은 아닌데요?

        게이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보스의 기운에, 블레이즈가 버럭 소리 질렀다.

       

        = 비-사아아아아앙!!!!!!

       

        X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연참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지난주 연참하고, 이번주에도 연참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다음 이시간에 뵈여!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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