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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나는 내 왼쪽과 왼왼쪽을 바라보았다.

        살랑미미와 최강물소의 기분이 좋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야 이번 합방도 실패로구나.’

       

        인간들은 이것을 ‘징크스’라고 부르던가?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합방을 할 때마다 방송이 실패하는 징크스가 생길 것 같다.

        ……그럴 수는 없지!

       

        “둘이 기운이 없어 보이는구나.”

       

        – 없을 만도 하지.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분위기 X창 났는데 어케함.

        – ㅋㅋㅋㅋㅋㅋ

        – 분위기 망쳤으니 책임져!

        – 읍읍읍!!!

       

        채팅창에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글이 어쩐지 날카롭다.

        ……그러고 보니 이 방송은 내 방송이 아닌, 살랑미미의 방송이었지?

       

        내 방송은 내가 설정해 놓은 언약에 의해, 시청자들 스스로가 말을 조심하도록 한다.

        그렇기에 내 방송에 올라오는 채팅은 대부분이 순화되며, 간간이 도가 넘는다고 판단되는 채팅만 매니저가 쳐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송은 살랑미미의 방송.

        당연히 내 언약 같은 것은 존재할 리가 없고, 당연히 시청자들의 채팅이 저절로 매서워질 수밖에 없다.

       

        중간중간 욕설이라든지, 혹은 성희롱의 의미가 담긴 글이라든지, 생각 없이 썼다는 것이 딱 보이는 채팅이 눈에 띈다.

        시청자들은 그저 익명성이라는 가면 뒤에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쓸 뿐이지만…….

       

        ‘나에겐 다 보이는데.’

       

        예전에도 말했듯, 나에게는 저들의 정체는 물론이고, 위치까지 전부 보인다.

        겨우 익명성 하나만으로 내 눈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물론 이 정도로 내가 저들을 응징하러 움직일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주의는 주어야 하겠구나.’

       

        살랑미미의 매니저로 보이는 이가 열심히 도가 넘는 채팅을 삭제하고 있다만, 힘들어하는 것이 보인다.

        나로 인해 평균 시청자 숫자가 크게 늘어난 탓일 것이다.

       

        “아이들아.”

       

        우선 한 번 시청자들을 불러 주의를 끌고…….

       

        = 조용히 하거라.

       

        용언을 사용해 시청자들 모두에게 내 의지를 전달한다.

       

        “…….”

       

        “…….”

       

        내 ‘용언’의 영향권 안에 들어간 살랑미미와 최강물소마저 입을 딱 다물고, 쉴 새 없이 글이 올라오던 채팅창도 멈췄다.

        이번에 사용한 ‘용언’은 단순히 의사소통의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닌, 나의 기세와 강제력을 담아 내뱉은 ‘용언’이었다.

        그렇기에 나의 강제력이 담긴 언어가 저들의 행동을 ‘강제’, 혹은 ‘지배’하게 되었기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뭐…… 그렇게 많은 강제력을 담은 것은 아니었기에 헌터 정도쯤 되는 이들은 금방 풀려났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러니 시청자들이 아무런 말도 못 할 때, 저들에게 경고 한 번 해준다.

       

        “아이들아. 지금 호주라는 나라에 큰일이 일어난 것은 잘 안다. 그로 인해 너희의 분위기가 술렁거리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빌미로 다른 이들에게 상처가 될 말을 하면 안 되지 않느냐.”

       

        왜냐하면 인간들은 무리 동물이니까.

        무리끼리 뭉치고, 화합하고, 협력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이들이, 어째서 같은 무리끼리 헐뜯고 비난하는 것인가?

       

        “지금은 그저 경고로 끝내겠지만, 만약 한 번 더 무리의 화합을 해치려 드는 이가 있다면…….”

       

        그렇다면…… 어…… 으음…… 아! 그래!

       

        “그 아이의 금전운을 72시간 동안 압수하겠다.”

       

        – ?

        – ??

        – ?

        – ???

        – ?

       

        슬슬 내 ‘용언’의 속박이 풀리는지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말에 의문을 품는 시청자들에게, 나는 보충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참고로 황금으로 궁전을 세울 정도로 부자였던 이의 금전운을 7일 동안 압수한 적이 있는데, 5일 만에 가진 재산을 전부 탕진했더구나.”

       

        – ?????????

        – 미친.

        – 헉!

        – 제 채팅은 전부 고양이가 쳤습니다.

        – 판사님! 살려주세요!

        – 거짓말이죠?

        – 농담이죠?

        – 자! 고양이좌! 나와주세요!

        – ㅎㄷㄷ

        – 존나 무섭네.

       

        그렇게 나와 시청자들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어디가 ‘원만한 합의’냐고 묻는다면, 누구도 피를 흘리거나 죽지 않았으면 원만한 합의가 맞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다?’

       

        도를 넘는 시청자들과 원만한(?) 합의를 한 것은 좋지만, 대신 분위기가 더욱 차가워진 기분이다.

        내 옆에 있는 살랑미미와 최강물소는 축 처지다 못해 내 눈치를 살피고 있고, 채팅창도 내 눈치를 보는 느낌이다.

        음…… 이거 진짜 망한 것 같은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방송은 참 어려운 것 같다.

       

        최강물소와 살랑미미도 더 이상 방송을 이어 나갈 겨를이 없어 보였기에, 그냥 이대로 방송을 종료해야 하나 싶은 생각 마저 들 때였다.

       

        띠링!

       

        [ggMAN님의 1,500 츄르 감사하다냥~! : 라그나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도 되나요?]

       

        “음?”

       

        갑자기 나를 향해 도네이션이 보내져 왔다.

        살랑미미의 방송에서, 살랑미미가 아니라 나를 향해 도네이션이 날아왔다고?

       

        살짝 호기심이 생겨 본체의 천룡안을 떴다.

        그리고 저 도네이션을 보낸 이를 확인했는데…….

       

        ‘음?’

       

        저건…….

       

        띠링!

       

        [ggMAN님의 120,000 츄르! 영상! 고맙다냥! : 영상 확인]

       

        도네이션을 보낸 의외의 인물에 잠시 당황하는 사이, 그 아이에게서 또다시 도네이션이 보내져 왔다.

        심지어 이번에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닌, 영상을 보내는 도네이션이었다.

        자동 재생으로 설정되어 있는지, 영상 도네이션은 저절로 저장된 영상을 재생시키기 시작했다.

       

        [= 안뇽하새오! 저~눈 샛별 유치원 햇님반 김정우! 라고 합니다!]

       

        “아.”

       

        영상 속에서 4~5세 정도로 보이는 인간의 남자아이가 어색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나에게는 익숙한 아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휴방일 때 보았던…… 능력이 폭주하던 아이로구나.’

       

        만약 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능력이 폭주해서 죽거나 크게 다쳤을지도 모르는 아이.

        불과 관련된 능력을 각성한 아이였기에, 그 능력의 폭주는 상당히 위험했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나도 잠시 잊고 지냈었는데…….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보이는구나.’

       

        아이의 능력이 진정할 때까지 안고 다닌 보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옆에는 협회 관계자처럼 보이는 이와 그 아이의 어머니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저 여인도 참 대단했지.

       

        ‘자식을 지키기 위해 나에게 매달렸으니 말이야.’

       

        나 역시 어머니이기에, 그 마음은 잘 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영상 속 아이가 다시 한번 나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 그때 도와주셔서 감사함미다!]

       

        그렇게 외치고는 후다닥 달려가 자기 엄마의 뒤로 숨는다.

        그런 아이를 달래며, 이번에는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섰다.

       

        [= 안녕하세요. 갑자기 이런 영상을 받으셔서 당황스러우시죠?]

       

        “…….”

       

        조금…… 당황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상황도 상황이고, 나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이었으니까.

       

        [= 사실 그때 감사 인사를 제대로 못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답니다.]

       

        내가 아이를 구해줬을 때. 나의 도움 덕분에 아이가 무사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의 어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이를 구해 준 나에게 제대로 된 감사 인사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뒤늦게 내 정체를 알게 되고, 그땐 이미 내가 떠난 상황.

       

        [= 처음에는 정체를 듣고 많이 놀랐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많은 방법들을 사용해 봤다고 한다.

        헌터 협회에 문의를 해 본다든지, 아니면 내 방송에 찾아와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든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헌터 협회에서는 나와의 만남은커녕 편지나 영상의 전달도 조심스러워했고, 내 방송에서는 영상 도네이션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내 방송의 채팅 몇 줄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에는 성의가 부족해 보이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다른 이들과의 현실 합방을 위해 살랑미미의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살랑미미의 방송은 수익화가 신청되어 있기에 영상 도네이션도 활성화가 되어 있고 말이다.

       

        [= 저희 정우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더 인사를 한 후, 모자가 나란히 마지막 감사 인사를 하면서 영상은 끝을 맺었다.

        영상이 끝난 후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나의 감정을 추슬렀다.

       

        ‘그렇구나.’

       

        아이의 어미가 하는 정중한 감사의 표시에, 나의 표정이 푸근하게 풀렸다.

        물론 채팅창에서는 ‘저 영상도 협회의 농간 아님?’같은 말을 하고 있었지만…….

       

        ‘저건 누구의 재촉도 없는, 오로지 저들의 순수한 마음이로구나.’

       

        영상에 나오는 협회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아이의 능력을 관리해 주는 지도 교원에 불과하다.

        지금 영상을 찍고, 도네이션으로 보내는 모든 행동은 다른 이들의 의도가 없는…… 오로지 저들의 의지로 행한 일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매우 흡족했다.

       

        “도덕과 은혜를 지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다.”

       

        야생의 삶에서는 비겁하고 야비한 이들이 오래 살아남는다.

        왜냐하면 생존의 문제에서는, 비겁하고 야비한 것이 바로 ‘지혜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야생의 생존경쟁이고, 그렇기에 그것에 반하는 도덕과 은혜를 지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자기 의지로 행하는 것은 고귀한 일이지.”

       

        내 본체의 천룡안이 저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영상에 나오지 않은 다른 한 사람.

        저 아이의 아버지이자, 어미의 남편 되는 이의 모습을 뒤쫓는다.

        그리고 그가 있는 곳은…….

       

        “……이런.”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인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에 내가 한 말을 번복하게 되겠지만…… 어쩔 수 있나?

        이렇게 마음에 드는 선물을 시청자에게서 받아버렸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인간들을 위해 움직이지 않겠다고 했으나…… 한 가족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

       

        = 그렇지.

       

        내 아바타의 판단에, 본체가 마그마 속에 잠겨 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선의가 버스터 콜을 움직인다!!!

    그리고 안 좋은 소식이 있는데, 아무래도 이번주도 연참은 힘들 것 같습니다.

    어머니 가게 일이 바쁘셔서, 저도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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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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