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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4

        콰과광!

       

        = 큭!

       

        블레이즈가 신음을 흘렸다.

       

        ‘각오는 했지만, 역시 상상 이상의 강함이다.’

       

        단순히 힘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힘의 차이도 분명하지만, 무엇보다 상성이 좋지 않았다.

       

        상대의 속성은 보이는 것만 봐도 ‘불’, ‘별’, ‘하늘’, ‘항성’.

        백익룡은 ‘빛’을 다루는 초월자이기에, 빛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항성’, 열에 면역인 ‘불’ 속성을 가진 상대에게 약했다.

        그나마 지구에서는 격의 차이로 상성 차이를 무시할 수 있었지만……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초월자 상대로는 아무래도 힘들었다.

       

        ‘힘의 차이만 없었어도 어떻게든 해봤을 텐데!’

       

        해룡인 벨제투스라면 저놈이랑 좀 싸워볼 만하려나?

        평소라면 꼴도 보기 싫을텐데, 오늘따라 재수 없는 얼굴이 그리워진다.

       

        쿵!

       

        치이이익!!

       

        아그라다의 주인이 발을 내딛자, 그가 밟은 대지가 비명을 지르며 녹아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주위의 모든 것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런 화염 지옥의 한가운데에서, 아그라다의 주인이 백익룡을 올려다보았다.

       

        = 감히 날 내려다보다니.

       

        = 큭!

       

        = 건방지군.

       

        그 순간 아그라다의 주인이 지배력을 발산한다.

        그리고 그 지배력의 영향권에 들어온 블레이즈의 몸이 순식간에 추락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 크아아악!

       

        불타오르는 대지 위에 추락하게 된 블레이즈가 비명을 질렀다.

       

        일반적인 불꽃이었다면 드래곤인 그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주변을 불태우는 불꽃은 일반적인 불꽃이 아니었다.

       

        ‘아그라다의 주인’은 하나의 항성을 삼킨 존재.

        즉, 저 초월자 하나가 항성 하나만큼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가 발휘하는 열, 빛, 불꽃은 모두 그것들의 근원인 ‘항성’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힘이다.

       

        쉽게 말해서, 지금, 이 주변을 불태우는 불꽃 하나하나가 태양의 불꽃이라고 보면 된다.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불태울 수 있는 그런 불꽃.

       

        = 큭! 아직 닻도 없을 텐데…… 어떻게 이 정도의 힘을?

       

        블레이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초월자는 필멸자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상위의 격을 얻은 존재다.

        하지만 강대한 힘을 얻은 대가로, 필멸자들의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없게 된다.

        ……아니, 정확히는 영향을 끼치는 수준을 넘어서 파괴하는 수준까지 치닫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초월자에게 필멸자들의 세계는 마치 서리로 이루어진 세계와 같다.

        사방이 서리로 이루어진 세계에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36.5˚의 체온을 가진 인간이 가만히 서서 숨만 쉬어도 주변의 서리는 빠르게 녹기 시작할 것이고, 그냥 서 있기만 하더라도 발밑의 서리는 짓눌릴 것이다.

        이렇듯 초월자의 시선에선 필멸자들의 세계가 너무나도 연약하기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끼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초월자가 필멸자들의 세계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시행해야 한다.

        초월자들이 ‘닻’이라고 부르는 ‘계약자’를 얻어 그 세계에 일부 순화되는 것.

        또는 자기 힘을 봉인하여 격을 낮추는 것.

       

        백익룡은 이현이라는 인간과 계약함으로써 ‘닻’을 얻었고, 멸천룡의 경우에는 용금을 몸에 둘러 격을 억누른 경우다.

        그리고 지금 블레이즈가 상대하는 ‘아그라다의 주인’은 당연히 계약자가 없으니 자신의 격을 억눌렀을 터.

       

        본래라면 대기권에 닿자마자 지구의 모든 대기권을 불태웠어야 할 항성의 불꽃이, 단순히 주변만 태우는 이유다.

        그 주인의 힘이 억눌려 있기에 본래의 성능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블레이즈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눈앞의 초월자는 자신의 격을 낮추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블레이즈 자기 격을 무시하고 지배력을 행사한 것일까?

       

        = 나는 아그라다의 주인. 불의 주민이자, 모든 날개 달린 것들의 우두머리다.

       

        = 날개 달린 것들의 우두머리?

       

        = 모든 날개 달린 것들은, 나의 지배를 받을지어니.

       

        그제야 블레이즈는 자신에게 행사한 상대의 지배력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 젠장. 우두머리였나?

       

        ‘우두머리’인 초월자.

        다른 초월자들도 각각 자신들이 이룬 초월에 따라 까다로운 상대가 되지만, 우두머리였던 개체가 초월자가 된 경우엔 상당히 까다롭다.

        왜냐하면 우두머리였던 초월자들은 자기 초월에 따른 지배력뿐만이 아니라 우두머리로서의 지배력 역시 행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속성이나 현상에 대한 지배력이 아닌, 하나의 종족, 혹은 개체에 대한 지배력.

        상당히 까다로운 지배력이다.

       

        번쩍!

       

        = 흠?

       

        그 순간 블레이즈의 몸이 빛으로 변한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 도망쳤나?

       

        그가 잠시 고민에 들어갔다.

        저 초월자를 쫒을지, 아니면 그냥 보내줄지 말이다.

        그리고 결정했다.

       

        = 흥!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약자다.

       

        콧방귀를 뀐 아그라다의 주인이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는 한 항성의 주인이자, 항성 그 자체.

        그에게서 뻗어 나간 빛이 지구를 휘돌며 지구상의 모든 것들을 살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 하찮은 행성이군.

       

        그저 필멸자들만이 사는 행성.

        초월자가 될 씨앗은커녕, 변변찮은 초월자들조차 존재하지 않는 연약한 행성이다.

        물론 초월자가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게이트가 몇몇 보이지만…….

       

        = 상관없다.

       

        그들이 밖으로 나올 때면 이미 이 행성은 자기 것이 되어 있을 테니까.

       

        아그라다의 주인이 자기 날개를 펼쳤다.

        여러 날개가 뭉쳐진 거대한 불꽃의 날개가 펼쳐지며 지구의 대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초월자의 격을 담아, 그가 소리쳤다.

       

        = 나는 아그라다의 주인, 모든 날개 달린 것들의 우두머리. 우르스 올베인이다.

       

        우르스 올베인의 음성이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 지구에 존재하는 필멸자들에게 하는 선포이자, 지구에 존재하는 초월자들에게 하는 경고.

       

        = 이 행성은 이제부터 나의 영역이다. 불만이 있는 놈은 덤벼라!

       

        너무나도 노골적인 영역 선포.

        하지만 강자이기에 허락되는 오만함.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날개 달린 생물체들이 우두머리의 등장에 고개를 숙이고,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체들이 강대한 ‘신’의 등장에 몸을 떨 때였다.

       

        쩌저적!

       

        = 음?!

       

        공간이 찢어졌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찢어진 공간의 틈 사이로, 황금의 용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 그건 봐줄 수 없겠군.

       

        = ?!

       

        우르스 올베인의 불꽃 깃털이 치솟았다.

        마치 고양이가 털을 세우듯, 갑자기 나타난 강자의 기세에 우르스 올베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쿠우웅!!

       

        항성의 열기로 열기의 지옥이 되어 버린 호주의 대지 위로 내려앉은 황금의 드래곤.

        멸천룡 그랑 라그나가 입을 열었다.

       

        = 나의 이름은 라그나. 멸천룡 그랑 라그나.

       

        철컥철컥!

       

        멸천룡의 날개가 펼쳐지고, 이어서 그녀의 용금에 장착되어 있던 모든 무장들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 하늘에 속한 존재의 종말이자, 모든 금속을 지배하는 존재. 황금의 부를 부여하는 자다.

       

        스스스스스스……!

       

        그녀의 지배력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녹아내린 대지에서 금속 원소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을 거슬러 오르는 용처럼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하는 금속 기둥의 한가운데에서, 멸천룡이 선언했다.

       

        = 경고하겠다 아그라다의 주인이여.

       

        그녀가 숨겨두었던 초월자의 기세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 이 대륙을 그대의 영역으로 인정하겠다. 단, 이곳에 하는 필멸자들은 건드리지 말아라. 영역 밖의 필멸자들도 건드리지 말아라. 그렇지 않는다면…….

       

        멸천룡이 오만하게 우르스 올베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 그대를 멸(滅)하겠노라.

       

        쿠구구구궁!!

       

        멸천룡의 선언과 동시에 두 초월자의 기세가 부딪치기 시작했다.

       

       

        *            *            *

       

       

        쿵!

       

        = 크…….

       

        “블레이즈!”

       

        이현은 바닥에 쓰러진 블레이즈의 모습에 헐레벌떡 달려갔다.

       

        블레이즈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그가 자랑스러워하던 하얀 비늘은 새까맣게 타버렸고, 몸도 자글자글하게 익어 버린 상태였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파트너의 심각한 부상에, 이현이 눈물을 쏟을 기세로 블레이즈의 얼굴을 때렸다.

       

        “정신 차려! 잠들면 안 돼! 힐러! 힐러~!”

       

        = ……시끄럽다! 안 죽어 새꺄!!

       

        조금 누워서 쉬려고 했는데 쉬이펄…….

        파트너의 호들갑에 혀를 찬 블레이즈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 아야야! 아뜨뜨뜨…….

       

        “블레이즈!”

       

        = 에이 씨. 엄청 따갑네.

       

        사실은 ‘따갑다’의 수준은 아니었다.

        그야 인간으로 따지면 2~3도 전신 화상을 입은 셈이나 마찬가지니까.

        따갑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순화해서 표현한 거지, 느껴지는 고통은 그 이상이었다.

       

        “괜찮은 거 맞아?”

       

        = 드래곤의 회복력을 우습게 보지 마라. 며칠 푹 자면 금세 회복될 테니까.

       

        물론 그동안은 바깥 활동은 일절 삼가고 회복에만 전념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블레이즈는 자신에게 붙으려는 힐러들을 다른 인간들에게 보낸 채 시선을 돌렸다.

        헌터가 아닌 이들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섬뜩한 기세가 흘러나오고 있는 곳.

       

        = 그나저나…… 어머니가 오실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러게? 안 오신다고 하지 않았어?”

       

        = 내가 아는 어머니라면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오실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라그나가 자기 자식들을 어느 정도 아는 것처럼, 블레이즈도 자기 어머니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았다.

        그가 아는 어머니는 단순히 인간들이 가엾다고 초월자와 싸우러 나타날 드래곤이 절대 아니다.

        다만…….

       

        = 저놈이 어머니를 도발했기에 오신 거겠지.

       

        “도발? 아, 설마?”

       

        = 그래.

       

        아그라다의 주인인 우르스 올베인이 지구 전체를 향해 선언한 ‘영역 선포’.

        그것은 말하자면, 지구 전체를 자기 영역으로 삼겠다는 선전 포고와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자기 게이트와 동북아시아 주변을 반쯤 자기 영역으로 삼은 멸천룡의 심기를 건드리게 된 것이다.

       

        = 멍청한 놈. 하필이면 어머니를 건드리냐…….

       

        백익룡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이 호주 정도만 영토로 삼는 것에 만족했다면 죽을 일은 없었을 것을…….

       

        = 파트너.

       

        “왜?”

       

        = 협회에 연락해서 결계 능력자는 죄다 불러와라.

       

        백익룡의 지배력이 발현되며, 빛이 형상을 이루어 초월자들의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빛으로 이루어진 결계가 초월자들의 기세에 요동치는 것을 바라보며, 마저 말을 이었다.

       

        = 오세아니아 대륙이 가라앉는 꼴 보기 싫다면 말이야.

       

        “…….”

       

        백익룡의 섬뜩한 경고에, 이현이 재빨리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초월자 VS 초월자.

    빅매치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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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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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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