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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8

        우르스 올베인의 한쪽 날개가 찢겨 나갔다.

        그에겐 여러 개의 날개가 모여 형성된 커다란 하나의 날개가 있었고, 찢겨져 나간 것은 그 작은 날개 중 하나에 불과했다.

        게다가 강화된 그의 힘으로 찢겨 나간 날개를 금세 복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지금껏 그는 단 한 번도 멸천룡에게 유효타를 먹이지 못했지만, 멸천룡은 단 한 번에 그에게 상처를 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대로면 죽는다!’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그는 약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물론 힘의 총합을 따지면 그가 더 강하다.

        항성을 삼켜 별의 초월을 이룬 그의 격이 멸천룡보다 높고, 심지어 거기에 멸천의 힘이 더해졌다.

        그는 이전의 그보다 족히 2~3배는 더 강해진 상태고, 만약 이번에 얻은 멸천의 힘을 잘 갈무리해서 정리할 수만 있다면, 더욱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살아 나갈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의 그는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멸천룡이라는 거대한 덫에 걸린 사냥감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의 ‘천적’이 지척에서 송곳니를 드러내 보이는 상황!

       

        = 으아아아악!!

       

        우르스 올베인은 서둘러 몸을 돌렸다.

        더 이상 멸천룡을 상대하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이 행성을 자기 영역으로 삼겠다는 생각도 버렸다.

        지금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살고자 하는 욕망!

        조금이라도 천적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결계를 공격했다.

       

        콰아아앙!

       

        콰과광!

       

        = 빨리! 빨리!!

       

        하늘을 멸하는 힘과 항성의 힘이 용금으로 이루어진 결계를 깨뜨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용금과 멸천의 힘으로 이루어진 결계라고 하지만 직접적인 강대한 공격 앞에서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난 결계는 아니다.

        이대로라면 금세 결계가 무너질 것은 자명한 상황이었으나…….

       

        = 어딜 보느냐.

       

        = ?!

       

        그것은 어디까지나 멸천룡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을 때의 이야기다.

       

        날개에 맺힌 멸천의 힘이 하늘이라는 공간을 부정했고, 멸천룡의 몸은 순식간에 부정된 공간을 통과해 우르스 올베인의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멸천룡의 발톱이 우르스 올베인의 몸을 붙잡았다.

       

        콰드드드득!

       

        = 크아아아아악!!

       

        멸천룡의 발톱이 우르스 올베인의 강건한 육체를 찢어발기고, 이어서 그녀의 발톱에 나 있는 미세한 구멍을 통해 멸천의 독이 주입되기 시작한다.

        아무리 우르스 올베인이 멸천의 독을 삼켜 멸천의 힘을 얻었다고 한들, 그것이 멸천의 독에 면역력을 얻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의 몸 안으로 들어간 멸천의 독이 순식간에 그의 몸 안을 헤집고, 이어서 그의 힘으로 소화된다.

        그리고 그의 힘이 조금 더 ‘멸천’에 가깝게 변질한다.

       

        = 그만! 그만두어라!

       

        우르스 올베인이 황급히 날갯짓하며 도망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곳은 멸천룡이 만들어 낸 결계의 안쪽.

        도망칠 곳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콰드드득!

       

        – 크아아악!!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멸천룡이 일방적으로 우르스 올베인을 공격하고, 우르스 올베인은 그저 다급히 도망치기 바쁜 상황.

       

        그냥 볼 때는 멸천룡의 행위는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멸천룡은 방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신보다 몇 배는 거대한 괴조에게 달려들어 발톱을 박고, 이빨로 물어뜯고 있었으니까.

        그대로 반격이라도 당한다면 곧바로 치명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멸천룡이 상처를 입는 일 따위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공격을 받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었으니까.

       

        콰직!

       

        = 캬악!

       

        멸천룡의 이빨에 의해 뱃살을 한 움큼 뜯겨 버린 우르스 올베인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든 멸천룡을 떼어놓기 위해 공격을 퍼붓지만, 멸천룡은 그 공격을 무슨 산들바람마냥 무시한 채 공격을 이어 나갈 뿐이었다.

        우르스 올베인의 생존 본능이 맹렬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죽는다! 아니,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멸천룡의 모든 공격에는 멸천의 독이 묻어 있었고, 그 독이 자기 몸에 침투할 때마다 그가 이루었던 초월이 근본부터 변질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은 멸천의 힘과 별의 힘이 공존하고 있지만, 이대로 멸천의 독을 계속 허용하다가는 언젠가 멸천의 힘이 별의 힘을 잡아먹고 말 것이다.

       

        그리고 별의 힘은 그가 초월자가 될 수 있도록 해준 초월의 근원!

        그 초월의 근원을 잃는다는 것은, 그가 그저 그런 반푼이가 되어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월자로서는 죽는 것보다 더욱 무시무시한 상황이다.

       

        = 크아아아아아아!!

       

        결국 우르스 올베인은 자기 목숨을 걸고 마지막 도박을 해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꺼내지 않고 있었던 자신의 영역.

        단순히 필멸자의 격을 넘었기에 ‘초월자’라고 불리는 반푼이들과는 달리, 진정으로 ‘초월’을 이루어 낸 ‘진정한 초월자들(오리진 갓)’이라 불리는 이들만이 가진 권능.

        자신의 초월을 담고 있는 하나의 심상이자 하나의 세상.

        ‘영역’이라 불리는 권능이 초월자의 의지에 따라 지상에 현현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결계 안쪽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항성 그 자체의 모습에 백익룡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저 미친놈이?! 여기서 영역을 꺼내 들었다고?!

       

        저것은 정말로 위험하다.

        단순히 ‘영역’이라는 권능이 강한 능력이라서가 아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초월자들에게 필멸자들의 세계는 ‘서리로 이루어진 세계’와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초월자들은 필멸자들의 세계에서 지낼 때, 세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자신의 힘을 제한한다.

        그리고 ‘영역’을 꺼내 든다는 것은, 숨겨두었던 자기 힘을 모두 꺼내 들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 지구가 붕괴되어도 상관없다는 거냐!

       

        쿠구구구구구-!!!

       

        강대한 항성의 중력권이 지구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지구 표면에서 갑자기 태양의 1천 배 이상의 크기와 질량을 가진 항성이 출현한 것과 마찬가지다.

        아직 그 진정한 모습을 완전히 내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전체에 균열이 일어나려고 한다.

       

        백익룡은 비명을 질렀다.

        상대가 ‘영역’을 꺼내든 이상, 이것은 더 이상 결계 따위로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영역’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같은 ‘영역’뿐.

        그리고 현재 ‘영역’에서 지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는…….

       

        = 슈르네!

       

        = 왱?

       

        큰오빠의 부름에 슈르네가 하품하며 나타났다.

        마치 허공에서 뿅 하고 나타난 것 같은 모습은 기괴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 빨리! 결계째로 외우주로 이동시켜!

       

        = 엥? 귀찮은데…….

       

        = 해주면 한 달간 놀아주마!

       

        = 콜!

       

        요정룡 슈르네의 힘이 발휘되며, 그녀의 영역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초상영역.

       

        마치 꿈속 세계를 그대로 구현한 것 같은 모양새의 영역이 호주의 절반을 뒤덮은 결계를 통째로 삼키고, 이내 태양계에서 몇천 광년 떨어진 우주 공간으로 이동시킨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대한 크기의 항성이 주변의 공간을 잠식하며 출현했다.

       

        콰과과과과과광!!!

       

        인간의 인지를 아득히 초월하는 거대한 항성.

        자색으로 발광하는 거대한 별은, 이미 그 자체로 주변의 공간과 시간을 왜곡하는 재앙이 된다.

        그리고 그 항성과 일체화한 우르스 올베인이 소리쳤다.

       

        = 이것이 바로 나의 초월. 나의 격! 나의 모든 것!!

       

        너무나도 막대한 질량에 시공간이 왜곡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항성의 사건의 지평선 안쪽의 공간이 비틀리고,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빛도, 공간도, 시간도…… 모두 예외 없이 항성의 영향을 받는 영역.

       

        = ‘아그라다의 영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나의 천적이여!

       

        = …….

       

        멸천룡은 말없이 거대한 항성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바로 별의 초월.

        공간과 시간조차 비틀어 버리는…… 우주의 근원에 닿아 있는 초월 속성.

       

        = 훌륭하구나.

       

        멸천룡은 상대가 쌓아온 격과 초월을 인정했다.

        이만한 초월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고,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아왔겠는가?

        상대가 적이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만 했다.

       

        = 그럼 나도 보여주마.

       

        그렇기에 멸천룡 역시 자기 영역을 꺼내기로 결심했다.

        때마침 막내딸이 자신들을 외우주로 이동시켜 준 덕분에 지구를 신경 쓰지 않고 힘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스스스스…….

       

        멸천룡의 주위를 돌던 용금이 급격하게 그 크기를 불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멸천의 독이 그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마치 ‘용금으로 만들어 낸 도화지’ 위에 ‘멸천의 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모양새였다.

       

        휘이이이이잉……!

       

        = 바람?!

       

        우르스 올베인은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두 눈을 크게 떴다.

        바람은 커녕 매질조차 없는 우주 공간에 바람이라니?

        하지만 이내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구구구-!!

       

        그것은 황금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황금으로 이루어진 별, 황금으로 이루어진 바다, 황금으로 이루어진 숲…… 그야말로 모든 것들이 황금으로 이루어진 세상.

        황금빛을 띠는 수많은 종족들이 살아가는, 풍족한 세상.

        그리고 모든 것들이 황금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밖에서는, 모든 하늘이 무너지고 있었다.

       

        = 이, 이건…….

       

        언뜻 보기에는 우르스 올베인의 영역보다 한참 초라한 영역이다.

        별 하나를 담아낸 그의 영역과는 달리, 멸천룡의 영역은 너무나도 작았으니까.

        하지만…….

       

        = 내…… 영역이!

       

        멸천룡의 영역이 우르스 올베인의 영역 한가운데에 나타났다는 것이 문제였다.

        영역의 한가운데에 나타난 황금의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의 밖에서부터 무너지는 하늘은, 바로 ‘우르스 올베인의 세상’이었다.

       

        그렇다.

        우스르 올베인이 만들어 낸 항성의 한가운데 출현한 황금의 영역은, 항성의 내부에서부터 모든 것들을 무너뜨리며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 말했지 않았느냐.

       

        = ?!

       

        = 나는 독룡. 나의 초월은 멸천의 독.

       

        그녀의 싸움법은 독을 이용해 상대를 중독시키는 것.

        그리고 중독된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잡아먹는다.

        애초부터 그녀의 독에 중독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중독된 상대라면…… 멸천룡은 결코 지지 않는다.

       

        = 이미 너의 영역 역시, 나의 영역에 침범당한 상태였다.

       

        = 아아아…….

       

        = 이것이 나의 영역인, ‘황금의 영역’이다.

       

        멸천룡의 영역에서부터 수없이 많은 금맥이 뻗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금맥은 마치 뿌리처럼 우르스 올베인의 항성을 내부에서부터 좀먹으며, 그의 항성을 통째로 황금으로 바꿔 버린다.

       

        그가 이루어 낸 초월이 실시간으로 변질되며, 붕괴하기 시작한다.

        거대했던 격이 아래로 떨어지며, 그의 존재를 보잘것없는 반푼이로 격하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사냥감이 완전히 지친 것을 확인한 멸천룡이 그에게 다가갔다.

       

        = 아아아…….

       

        = 보거라. 아그라다의 주인이여.

       

        멸천룡이 선언했다.

       

        = 너의 멸망이…… 여기에 왔으니.

       

        콰드득!!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것으로 끝입니다.

    다음화부터는 아마 다시 일상물(?)로 돌아갈 것 같네요.

    쓰다보니 뭔가 중2병스럽게 되긴 했는데,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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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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