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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0

        내 잠자리로 돌아온 후 하루는 푹 쉬었다.

        간만에 전력을 냈더니 몸이 조금 쑤신다고 해야 하나?

        덕분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마그마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아바타에게 뇌의 연산력을 쓰는 것도 귀찮아서 방송도 하루 쉬었다.

        다행히 시청자들은 이해해 주었더라.

       

        그렇게 이쪽 차원의 시간으로 24시간 정도를 푹 쉬었더니, 다시 활력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마그마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푹 쉬셨사옵니까 주인님.”

       

        = 그래.

       

        미리 기다리고 있었는지, 자예가 다소곳한 몸짓으로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어딘가로 손짓하더니, 마그마의 온도가 더욱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 으음…… 좋구나.

       

        뜨끈뜨끈한 것이 아주 좋다.

       

        나는 평소 멸천의 독이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신에 용금을 두른 채 생활한다.

        나에게 부족한 방어력을 보완해 주기에 나쁘지는 않지만, 어지간한 에너지는 전부 흡수해 버리는 용금을 온몸에 두르고 있기에 어지간한 온도로는 뜨거움이나 차가움을 느끼기 힘들다.

        그렇기에 내가 마그마를 마치 온천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마그마 정도의 온도는 되어야 용금을 두른 내 몸이 ‘그나마’ 뜨끈하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럼…….

       

        노곤노곤하게 풀어져 있다가 용금을 풀어냈다.

        그리고 나에게서 흘러나온 용금은 순식간에 내 아바타의 형태를 빗어낸다.

        슬슬 방송할 시간이다.

       

        “주인님.”

       

        “음?”

       

        자예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자, 자예가 내 침실 한쪽에 놓여져 있는 ‘머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은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흠…….”

       

        우르스 올베인이라는 이름이었던가?

        다른 부위는 전부 먹어 치웠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머리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고민해 본다.

        어차피 초월자들은 이미 필멸자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들이기에, 저 머리만으로도 언젠가는 부활할 수 있다.

        물론 가지고 있던 ‘격’과 ‘초월’은 온전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살아날 수 있다는 부분이 중요하겠지.

       

        ‘그렇기에 전부 먹지는 않았다.’

       

        죽이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완전히 잡아먹는 것을 보류하고 머리만 남겨 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저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 으음…….

       

        “으음…….”

       

        본체와 아바타 모두 고민에 빠져들었다.

        드래곤으로서의 자아가 더 강한 본체와 필멸자쪽의 감각에 더 가까운 아바타의 두뇌가 활발하게 돌아가며 이번 사태에 대한 결론을 궁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우선은 가둬두거라.”

       

        “네.”

       

        어차피 지금 당장 부활하지도 않을 것이고, 부활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여 년의 시간은 필요하겠지.

        상황에 따라 더 걸릴 수도 있고, 더 짧아질 수도 있지만 말이다.

       

        ‘지금 당장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일단 상황을 보고, 살려 준다면 살려주면 된다.

        하지만, 만약에 죽여야겠다는 판단이 선다면…….

       

        ‘……그건 그때 생각하면 되겠지.’

       

        나는 새의 머리를 바닥에 질질 끌며 멀어져가는 자예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저 새의 머리가 크긴 하더라도, 자예가 저 정도도 못 들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러 질질 끌고 간다는 소리는…….

       

        ‘자예도 화가 났구나.’

       

        저 아이도 참.

        비록 ‘초월’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초월자가 되었는데도 가끔 저렇게 철없는 모습을 보여 주고는 한다.

        물론 그만큼 날 좋아해 준다는 뜻이어서 이 늙은이는 기쁘지만 말이다.

       

        “그럼 오늘 방송도 힘내볼까?”

       

        솔직히 방송을 켜기가 조금 껄끄럽다.

        아니…… 이것은 두렵다는 감정에 더 가까우려나? 그보다는 슬픔 쪽?

       

        2일 전에 나는 인간의 어머니 되는 아이의 마음에 감동해서, 그리고 아그라다의 주인이 했던 도발에 이끌려 호주로 날아갔었다.

        그리고 간만에 초월자와의 싸움을 벌이고 말았다.

       

        솔직히 싸움 자체는 별생각이 없다.

        내가 전생에 인간이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드래곤이다. 그리고 드래곤은 걸어오는 싸움을 애써 피하는 존재가 아니다.

        상대가 나보다 강하다면 당연히 피하겠지만, 해볼 만하다고 생각된다면 굳이 피할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들이 나를 두려워하게 된다면?

        그래서 더 이상 인간들과 소통할 수 없게 된다면?

       

        이전에도 말했지만, 두려워하는 이들과는 소통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 사태로 인간들이 나를 두려워하게 된다면, 더 이상 인간들과의 소통은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방송도 계속할 이유가 없어지겠지.

       

        그런 싱숭생숭한 감정을 가진 채 방송을 켰다.

        그리고…….

       

        – 라하!

        – 라하하!

        – 드래곤 펀치! 드래곤 펀치!!

        – 라나님! 기다렸습니다!!!!

        – 왜 이제오셨어요! 엉어어어엉어어어ㅗㅓㅇ랴ㅏㅓㅗㄻ놔 ㅠㅠ

       

        “…….”

       

        ……그래. 그러고 보니 그랬지.

        이 아이들은 참…… 한결같은 아이들이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말이다.

       

       

        *            *            *

       

       

        시청자들을 진정시킨 후 나는 입을 열었다.

       

        “우선 갑작스러운 휴방은 미안하구나.”

       

        – ㅠㅠ

        – ㅠㅠㅠㅠㅠ

        – ㅜㅜㅜㅜㅜㅜ

        – ㅜㅜ

        – 잠깐! 이건 혹시 우리를 조련하기 위한 라나님의 큰 그림이 아닐까?

        – 미안 하면 오늘은 24시간 방송 어떠신가요?

        – 저번에 했던 우주선 이야기 계속 좀!

        – ㅠㅠㅠ

       

        “그러니 오늘 방송은 이틀 전의 이야기해볼까 했는데…….”

       

        – 오오오오?

        – !!

        – 그건 나쁘지 않을지도?

        – 그런데 이미 뉴스에서 너무 많이 나와서 좀 식상한데

        – 본인에게 듣는 뒤풀이썰? 이거 못 참거든요.

        – ㄹㅇㅋㅋ

       

        사정을 보아하니 이미 인간들의 ‘뉴스’라는 것을 통해 많은 것들이 알려진 것 같았다.

        하긴…… 그때 결계 주위에 수많은 인간들이 있었고, 합방에서도 내가 직접 카메라를 가져가서 중계를 해주었었다.

        그것을 가지고 인간들끼리 궁리하고 분석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시점’이다.

        필멸자에 불과한 아이들의 시선과, 그 당사자인 내 시선이 같을 리는 없는 법.

        그렇기에 여기서 내가 설명을 하는 것이 더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겠지만…….

       

        “지금 마음이 바뀌었단다.”

       

        – 헉?!

        – ???

        – 왜요?!

        – 아 현기증 나요!

        – 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

        – ㅠㅠ

        – 제발 뒤풀이 썰 풀어 주세요!!

       

        채팅창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들의 채팅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나는 말했다.

       

        “어지간한 설명은 이틀 전 합방에서 전부 해주지 않았더냐.”

       

        비록 마지막의 영역전은 인간들의 정신이 붕괴할 위험성이 있어서 일부러 보여 주지 않았지만, 그 이전의 싸움은 내 아바타가 직접 하나하나 중계를 해주었다.

        그렇기에 이제 와서 또다시 설명을 할 이유는 없었다.

        어지간한 설명은 그때 해주었고, 그 외의 이야기는 이미 그 ‘뉴스’라고 부르는 것으로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오늘은 이미 했던 이야기 대신, 내가 초월에 들었던 당시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단다.”

       

        – 전 언제나 라나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 ^^7

        – ^^7

        – 충성충성!

        – ^^7

        – 라나님은 역시 신이야!!

        – 믿고 있었다고요!!

       

        하여간에…… 태도를 뒤집는 것은 드래곤인 나도 놀랄 정도로 뛰어난 이들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기억나는구나…….’

       

        그럴 수밖에.

        나에게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었으니까.

       

        “그것은 내가 아직 흔한 독룡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란다.”

       

       

        *            *            *

       

       

        끼루룩! 끼룩!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는 짐승이 풀을 뜯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하늘에서 그 짐승을 살피고 있었다.

       

        ‘위치는 적절하다. 주위에 다른 포식자는 보이지 않아.’

       

        비록 주변에 나무가 우거져 있어 시야를 방해하지만 그 정도는 사소하다고 해도 좋은 정도다.

        어차피 사냥에서 ‘완벽한 순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최적의 순간’만이 존재할 뿐.

        오히려 사냥하기 완벽한 순간이 된다면 절대로 사냥에 나서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다른 포식자의 ‘덫’일 테니까.

       

        캬아아아아악!

       

        단숨에 하늘에서 지상을 향해 쏘아진다.

        그리고 먹잇감이 눈치채기 전에 독발톱을 목표물의 피부 아래쪽에 찔러넣는 것에 성공했다.

       

        키이이이익!!

       

        타다다다닷!

       

        나의 습격을 받은 먹잇감이 강력한 각력을 이용해 나를 공격한다.

        그에 저항하지 않고 녀석을 놓아주며 하늘로 상승한다.

        그러는 사이, 목표물은 나에게서 벗어나 달아나기 시작했다.

       

        먹잇감을 놓쳐 버린 상황이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독’은 확실하게 목표에 주입되었으니까.

       

        ‘냄새는…… 이쪽이군.’

       

        녀석에게 주입된 독은 세 가지.

       

        첫 번째는 ‘방광의 작용을 일으켜서 저절로 소변을 흘리게 만드는 종류의 독’이다.

        즉효성의 독이기에, 먹잇감이 도망친 자리를 따라 진한 소변 냄새가 남는다.

        이것은 먹잇감의 추적을 위해 주입한 독이다.

       

        두 번째 독은 녀석의 움직임을 둔하게 하는 ‘신경독’.

        보통의 먹잇감은 이 신경독을 맞은 상황에서 얼마 못 가서 쓰러져 죽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군.’

       

        이런 녀석들이 있다.

        나의 신경독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든지, 아니면 신경이 마비되어도 금세 복구할 수 있는 특수한 신체 구조를 가진 녀석들이라든지 말이다.

        그렇기에 그런 녀석들을 겨냥한 세 번째 독이 활약할 때다.

       

        녀석의 소변 냄새와 피 냄새를 따라 하늘에서 추적을 개시한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날아갔을까…….

       

        키기기기기긱……!!

       

        움찔! 움찔!

       

        온몸에 버섯을 닮은 것이 피어난 사냥감이 바닥에 쓰러진 채 몸부림치는 것이 보였다.

        내가 저놈에게 주입한 세 번째 독인 ‘포자독’의 효과다.

        단백질을 사용해 만들어 낸 독에는 면역력이 있는 이들을 겨냥한 변종 곰팡이균을 이용한 독.

        지효성이라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효과는 보다시피 좋다.

       

        펄럭! 펄럭!

       

        쿵!

       

        콰직!

       

        완벽하게 무력화된 사냥감의 목을 부러뜨린다.

        그리고 먹잇감을 물고 자리를 옮긴다.

        좀 더 안전한 곳에서 식사하기 위해서…….

       

        ‘오늘의 먹잇감은 이것으로 충분하겠구나.’

       

        나는 배부르게 포식할 생각에 기분 좋게 날아올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에는 주인공의 과거 시점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좀 장편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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