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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크르르르…….

       

        검치호랑이 드래곤…… 이름이 헷갈리기에 내 편의상 ‘타이거 드래곤’이라고 이름을 붙인 놈이 이빨을 드러낸다.

        그에 나 역시 이빨을 드러내며, 동시에 이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한다.

       

        ‘왜지?’

       

        혼란스럽다.

        왜 저 최고 포식자가 나에게 이빨을 들이대는 것일까?

       

        지금의 나는 온몸에서 독을 내뿜고 있는 중이다.

        고약한 악취와 고약한 맛을 내는 독이 섞여 있기에, 이런 독을 온몸에 흘리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입맛을 싹 달아나게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또한 내가 이렇게 독을 흘리는 것으로, 내 안에는 치명적인 독이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알리기까지 했다.

        아무리 멍청한 짐승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보여줬는데도 굳이 독이 든 위험한 먹이를 노린다고?

       

        ‘이해가 안 돼.’

       

        아무리 최고 포식자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아무한테나 시비를 걸지는 않는다.

        당장 아무런 힘도 없어 보이는 초식동물만 하더라도, 까닥 잘못했다간 육식동물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 바로 야생이다.

        초식동물이 이런데, 본격적으로 이빨과 발톱을 갈고닦은 육식동물을 사냥할 경우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위협을 감수해야 할까?

       

        독을 사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편하게 사냥할 수 있는 나만 하더라도 그렇다.

        내가 노리는 사냥감은 대체로 덩치가 크고, 무리를 짓지 않고,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짐승뿐이다. 조금 전 노렸던 맥돼지 같은 놈들 말이다.

        초식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이빨이 없지는 않고, 아무리 단단한 비늘을 가진 나라고 하더라도 초식동물의 이빨에 물리면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나에게 피해를 줄 것 같은 사냥감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주 급한 상황이라면 또 모르지만…….

       

        ‘잠깐.’

       

        급한 상황?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시선을 내린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저놈의 영역이 아니야.’

       

        본래 저놈의 영역은 이곳보다 더 서쪽이다.

        내가 저놈을 피하고 있었기에 잘 안다.

        본래라면 이곳에서 저놈을 볼 일은 없어야 했다.

       

        ‘하지만 이곳에 나타났어.’

       

        그 말은, 저놈이 자기 영역을 떠나 이곳까지 올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상위 포식자가 자기 영역을 떠나는 경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더 강한 포식자에 의해 쫓겨나는 것.

        다른 하나는…….

       

        ‘원한.’

       

        그리고 지혜가 부족한 짐승이 원한을 가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적어도…….

       

        스윽!

       

        앞발을 움직여 내가 사냥감으로 점찍어 두었던 맥돼지의 흔적을 더듬었다.

        그러자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동물의 사체를 뜯어먹은 흔적을.

       

        ‘젠장. 이것이었나!’

       

        초식동물은 기본적으로 풀을 뜯어 먹는 이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초식동물이 육식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이 없는 데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동물을 습격할 필요가 없어서 초식을 할 뿐이다.

        만약 그들의 앞에 저항할 수 없게 된 동물의 사체나 부상당한 작은 동물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굶주렸다면 그들은 망설임 없이 육식을 행할 것이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양질의 단백질과 열량을 마다할 동물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맥돼지는 기본적으로 초식동물이지만, 상황에 따라 동물의 사체나 곤충도 잡아먹는 ‘잡식성’에 더 가까운 녀석이다.

        이때 맥돼지는 상황에 따라 사냥에 나서기도 하는데, 그 대상은 주로…….

       

        ‘다른 짐승의 새끼!’

       

        크르르르르르…….

       

        내가 발견한 흔적을 확인한 놈의 살기가 더욱 짙어진다.

       

        그렇다.

        정황상, 내가 사냥감으로 점찍었던 놈은 서쪽에서 저 타이거 드래곤의 새끼를 잡아먹고는 이곳까지 도망친 놈이었던 듯하다.

        저놈은 자기 새끼를 물어간 놈을 추격해 이곳까지 따라온 것이겠지.

        그리고 우연히 그사이에 내가 끼어들며, 어쩌다 보니 내가 저놈의 새끼를 잡아먹은 것으로 오해를 받은 모양이다.

       

        ‘억울해!!!’

       

        이건 억까잖아!!!

        이 환장의 상황에 분노가 치솟는다.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구강구조와 지혜가 없어서 오해를 풀 수도 없고, 설사 대화가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오해를 풀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상대는 무조건 나를 죽이겠다는 듯 살기를 내비치는 상황.

        가능하면 여기서 도망치고 싶지만…… 피막을 당한 상태에서는 날아가기도 힘들다.

       

        ‘아니, 도망친다고 하더라도 저놈은 끝까지 쫓아오겠지.’

       

        모성애가 상당히 강한 개체로 보인다.

        자기 새끼를 잡아먹은 맥돼지를 쫓아 자기 영역을 벗어날 정도였으니까, 내가 여기서 도망쳐도 저놈은 끝까지 나를 쫓아올 것이다.

       

        ‘젠장. 성가신 일에 걸려들었군.’

       

        이를 바득바득 갈 때였다.

        일순간 녀석의 칼날 꼬리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나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콰직!

       

        캬아아악!

       

        ‘큭!’

       

        녀석의 꼬리가 쭉 늘어나더니, 끝에 달려 있던 칼날이 내가 있던 자리를 지나치며 뒤쪽의 나무를 관통했다.

        사냥감 포착을 위해 진화된 내 시력으로도 일순간 놓칠 정도의 스피드.

       

        ‘쳇.’

       

        타이거 드래곤이라는 이명대로, 녀석의 외형은 검치호랑이를 닮았다.

        그렇기에 주의해야 할 점은 녀석의 강력한 신체 능력과 발톱, 이빨…… 이지만, 동시에 저 꼬리 역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저 칼날 꼬리는 길이가 늘어나기에, 거리를 벌려도 안심할 수 없다.

       

        ‘환경도, 체급도, 신체 능력도, 거리도 나에게 불리해.’

       

        온통 나에게 불리한 싸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죽어 줄 생각은 없다.

       

        위협용 독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독의 성질을 바꾼다.

        몸에서 흘러내리던 고약한 냄새의 독이,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무취의 독으로 바뀐다.

       

        그와 동시에 녀석의 꼬리가 다시 한번 사라진다.

        서둘러 궤적을 읽고, 다시 한번 몸을 날린다.

        동시에 나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칼날.

       

        ‘좋아. 이대로 시간을 보낸다면…….’

       

        우우우웅!!

       

        그 순간 나는 보았다.

        타이거 드래곤의 입안에 응축되기 시작하는…… 거대한 에너지의 격류를.

        그것은 나와 같은 ‘드래곤족’의 비장의 기술이자, 내가 나의 종족을 ‘드래곤’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

       

        ‘브레스?!’

       

        콰아아아아앙!!

       

        좀 더 결정적인 순간 사용할 것으로 생각했던 비장의 수단이 나에게 쏘아졌다.

        녀석의 꼬리 칼날을 피하고자 몸을 날렸던 나는 미처 피할 수 없었고, 결국 차가운 서리의 브레스가 나를 직격했다.

       

        ‘컥!’

       

        캬아아아악!!

       

        콰과과과광!!

       

        나무를 몇 그루나 부수며 나의 몸이 나가떨어진다.

        온몸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시야를 점검했다.

       

        ‘다행히…… 눈은 다치지…… 않은 모양이군.’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에 시선을 내리고서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내 몸의 반이 얼어붙어 있었다.

       

        내 몸의 오른쪽이 녀석의 브레스에 직격당한 듯,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어쩐지 감각이 둔하더라니…….

       

        ‘제기랄…….’

       

        서둘러 왼쪽 앞발과 뒷발로 몸을 일으키려 시도하지만 오른쪽 반신이 얼어붙은 상태로는 그저 땅을 기는 정도가 전부다.

        오른쪽 날개까지 얼어붙은 탓에, 하늘을 날 수도 없는 상황.

       

        턱!

       

        크르르르르르르…….

       

        그리고 아무것도 못 하는 나의 앞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자기 아이의 시체를 입에 문 타이거 드래곤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나는 그에게 어떠한 공격도 성공 시키지 못했건만, 신기하게도 놈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툭!

       

        놈이 아이의 시체를 나의 눈앞에 떨어뜨린다.

        그것은 죽은 자기 아이에게 사죄하라는 녀석의 의도였을까?

        만약 그렇다면, 내가 그 아이에게 할 사죄 따위는 없을 것이다.

       

        ‘내가…… 안 죽였다고…….’

       

        피눈물을 흘리는 녀석의 뒤로, 온몸에 버섯을 피워올린 채 죽어 있는 맥돼지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 이 사달을 일으킨 놈이었다.

        나에게 이런 폭탄을 떠넘길 줄 알았다면, 좀 더 고통스러운 독을 집어넣었을 것을…….

       

        ‘젠장. 여기까지인가?’

       

        어차피 날아오르지 못한 시점에서 이길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다.

        죽는 것도 각오했지만…… 그렇지만…….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런 괴물의 몸이 된 이후, 나의 꿈은 오로지 하나였다.

        내 본래의 세계로 되돌아가, 가족의 곁으로 향하는 것.

        비록 괴물이 되어 버렸지만……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는 방법이 생길 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크르르르르르르…… 캬아악!

       

        날카로운 거대한 이빨이 내 머리를 깨부수기 위해 휘둘러진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며, 나는 독샘에 가두어 두었던 독성 포자를 풀었다.

       

        ‘죽더라도…… 혼자 죽지는 않겠다.’

       

        비록 나는 죽지만, 이 포자에 감염된 너도 죽을 것이다.

        그렇게 나의 죽음이 다가온 순간이었다.

       

        퍼억!

       

        콰아아아아앙!!

       

        ‘?!’

       

        녀석의 모습이 사라졌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두 눈을 깜빡거리자, 이내 내 시야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마치 철갑옷을 입은 ‘고릴라’를 닮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커다란 도마뱀의 꼬리를 달고 있었고, 머리는 거대하고 굵직한 드래곤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두껍고 짧은 다리와 거대하고 두터운 ‘손’의 형태를 가진 앞다리로 상체를 비스듬히 세운 거대한 철룡.

       

        ‘저놈은…….’

       

        그래. 모를 수가 없다.

        나에게 계속해서 구애를 하는 그놈이었으니까.

       

        내가 아무리 사납게 쫓아내도, 매몰차게 대해도 항상 비 맞은 강아지와 같은 얼굴로 낑낑거리던 녀석.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녀석은 내가 알던 그 녀석이 아니었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쾅! 쾅! 쾅! 쾅!

       

        핏발이 선 두 눈.

        고릴라처럼 양손? 앞발? 그것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분노의 함성을 내지른다.

        철과 철이 부딪치는 거친 소리와 함께…… 거대한 투기가 이곳에 내려앉았다.

       

        = 내…… 여자에게…… 손… 대지…… 마… 라!

       

        ‘……???’

       

        뭐라고?

        나는 일순간 머릿속에 울린 목소리에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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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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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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