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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7

        – 뭐임?

        – ㅎㄷㄷ

        – 허미

        – 너모 야해욧!

        – 푸쉬식!

       

        채팅창이 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다른 채팅으로 매니저들의 대표가 ‘처리할까요?’라고 물어왔지만,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로 단속을 할 것은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음료수를 마시며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빠르게 올라가던 채팅창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모두가 진정한다.

       

        “진정했느냐?”

       

        – 네.

        – ㅔ

        – 넨

        – 네

        – 넹

        – 부끄!

       

        그래. 또 손을 쓰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 나의 부끄러운 옛날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 주었다면 다행이로구나.”

       

        – 좀 숭하긴 했음.

        – 백익룡이 그렇게 태어났구나.

        – 텔레비젼에서 뭔가 멋있게 나오던데, 사실은 불장난으로 태어난 아이(웃음)

        – 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그런데 남편분이 라나님보다 쎘나요?

       

        시청자의 질문에 잠시 고민해 본다.

        남편이 나보다 강했냐라…….

       

        “지금과 비교하면 내가 더 강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남편이 나보다 강했단다.”

       

        단순히 체급 차이라던가, 상성 차이 때문은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나에게도 그 당시의 남편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수단은 있었으니까.

        철을 부식시키는 부식독 같은 것들 말이다.

       

        그 당시의 남편이 나보다 강한 이유는 하나다.

        바로…….

       

        “그때의 남편은 이미 초월자가 되었기 때문이란다.”

       

        – ??

        – ?

        – ?????

        – ??

        – ???

        – 헐?

       

        시청자들이 놀란다.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때때로 그 당시를 떠올리며 혼자서 놀라고는 하니까.

       

        “내가 속한 드래곤족에겐 역사를 기록하는 문화나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 이전에 다른 엘더 드래곤이 존재했는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그것은 배제한다.

        그 상태로 감히 말하건대…….

       

        “내 남편은 최초의 엘더 드래곤이었단다.”

       

        – 헉!

        – 허크!

        – ?!!

        – 맙소사.

        – 매번 레전드네.

       

        시청자들이 놀라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 어느 시청자가 채팅을 쳤다.

       

        – 그럼 남편분이 황금을 몸에 둘렀다는 게, 그 이유인가요?

       

        “그렇단다.”

       

        본래 내 남편은 일반적인 ‘강철’만을 둘렀다.

        ‘지룡’에 속하는 남편은 철광석이 섞인 돌과 흙을 먹고, 몸속의 특수한 기관에서 철 원소만을 분리해, 그것을 이용해 비늘을 형성했다.

       

        “하지만 내가 남편을 쫓아내기 위해 둥지 주변에 철을 부식시키는 독을 잔뜩 깔아두었었지.”

       

        황산과 염산을 발생시키는 독초나 물질들을 잔뜩 설치해 둔 덕분에, 내 둥지에 올 때마다 남편의 비늘은 큰 피해를 입었어야 했다.

        심지어 철을 녹슬게 하는 이끼류나 포자도 설치했었기에, 내 둥지에 올 때마다 남편은 녹슬어 버린 비늘을 벅벅 긁으며 돌아가야만 했다.

        물론 그 사이로 피부병을 유발시키는 곰팡이 포자가 들이닥치는 것도 당연했고 말이다.

       

        다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그 정도로 악독한 독들을 깔아두었음에도 남편이 내 둥지에 찾아오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 정도랄까?

        심지어 내가 크게 다쳤을 때는 매번 가려움에 몸을 벅벅 긁적거리면서도 매일매일 먹이를 가져와 주고, 내 배설물을 밖에 가져가 버려주기까지 했다.

       

        – 와.

        – 이건 순애 인정이네.

        – 저렇게 정성 쏟았으면 인정임.

       

        “후후후……. 참 미련한 남편이었지.”

       

        만약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남편을 매몰차게 대하던 과거의 나부터 한 대 때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한다.

       

        아무튼 남편은 그때의 경험이 생각보다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완전히 회복한 후, 나에 의해 밖으로 쫓겨난 남편은 부족한 뇌의 능력을 가동해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었다.

        바로 나의 독에 저항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그 당시의 남편이 그런 생각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첫 번째 이유로는 내 독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몸에 자기 냄새를 묻히고, 혀로 핥아주고, 얼굴을 비비고 싶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매번 내가 독으로 그를 쫓아냈던 것이, 그에겐 일종의 시험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 시험요?

        – 엌ㅋㅋㅋ

        – 아, 설마?

        – ㅋㅋㅋㅋㅋㅋ

        – 뭔 시험인가요?

        – 엌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이런 것이지. ‘이 정도의 독도 어쩌지 못하면, 너의 구애를 받아 주지 않겠다!’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 모양이더구나.”

       

        물론 그 당시의 나는 그냥 ‘저리 꺼져!’ 정도의 의미밖에 없었다.

        그냥 남편 혼자서 착각한 것이라고 할까나?

       

        마지막 이유는…… 인간식으로 말하자면 조금 ‘남사스러운’ 이유였다.

        나와 짝짓기를 할 때 독에 의해 중간에 끊기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던가?

       

        – 엌ㅋㅋㅋㅋ

        – 앜ㅋㅋㅋ

        – 앜ㅋㅋㅋㅋㅋ 중요하긴 하짘ㅋㅋㅋ

        – 부부의 행위는 중요하긴 함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푸쉬식!!

        – 꺄! 헨타이!!ㅋㅋㅋㅋ

       

        “…….”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남편은 내 독에 저항할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다.

        거의 모든 독성 물질에도 반응성이 적은 데다,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고, 동시에 자기 겉모습을 멋지게 꾸며줄 수도 있는 최상의 금속을 말이다.

       

        – 아! 그게 설마?

        – 아! 그래서?

        – 아하!

       

        “그래. 그것이 바로 황금이었단다.”

       

        황금은 어지간한 독성 물질에도 반응하지 않는 물질이다.

        물론 몇몇 물질에는 반응하긴 한다. 이곳에서는 ‘왕수(王水)’라고 부르는, 질산과 염산을 혼합한 물질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 중에서 황금과 반응하는 물질은 매우 적다.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다는 것.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의아할 수 있다. 황금이 구하기 쉬운 금속이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철이나 구리 같은 금속을 기준으로 할 때의 이야기다.

       

        “미스릴이나 오리하르콘 같은 금속에 비하면야, 황금 정도는 희귀한 금속도 아니지.”

       

        – ?!

        – 일리가…… 있어?!

        – 맞는 말임.

        – 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겉모습을 꾸밀 수 있다는 것도…… 이건 생략하겠다.

        인간들도 역사적으로 황금을 이용해 자신들을 치장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내가 설명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튼, 내 남편은 황금을 이용해 자기 비늘을 강화하기로 했단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철광석을 먹고, 그 철광석에서 철 원소만 분리해 내는 남편의 신체 기관은 오로지 ‘철(Fe)’이라는 원소만을 분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신체 기관으로 황금을 뽑아내려 하니, 당연히 될 리가 없었다.

       

        “내가 그를 쫓아낸 후, 발정기가 오기 전까지 그가 나를 찾지 않았던 이유가 그것이라고 하더구나.”

       

        자신의 철 비늘을 황금 비늘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매일 황금이 섞인 금광석을 집어삼키고, 황금을 소화시키지 못해 탈이 나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깨어나면 다시 금광석을 삼키고…….

        나였다면 차라리 돌연변이 가챠를 통해 황금을 소화할 수 있는 신체 기관을 만드는 시도를 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내 남편에겐 그 정도의 지능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매번 나에게 쫓겨나면서도 나를 찾아왔던 그 우직함과 무식함으로 계속 시도를 했고…….

       

        “결국 남편은 성공했단다.”

       

        – 심지어 성공했어?!

        – 미친!

        – 엌ㅋㅋㅋㅋ

       

        식사 중에 느껴졌던 ‘세상이 울리는 느낌’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 때 남편은 초월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기 한계를 넘어선 남편은 초월자가 되었다.

        비록 제대로 된 ‘초월’을 이루어 낸 ‘오리진 갓’이 아니라 반푼이라 불리는 ‘데미 갓’이라고 하더라도, 분명히 그는 초월자가 된 것이다.

        그렇게 그는 황금으로 이루어진 비늘을 만들었다. 그리고 금속을 조종하는 지배력을 일깨웠다.

       

        “그때 토사 속에서 내 몸을 휘감았던 것이 바로 남편이 조종했던 금속이었지.”

       

        그 금속에 팔다리가 묶인 채, 그대로 남편의 아랫배 쪽에 딱 붙었었다.

        그러고는…….

       

        – 오우.

        – 드래곤식 들ㅂ…….

        – 그만! 모두 키보드에서 손 떼!

        – 이건 공명의 함정이다!

        – 판사님! 이건 제 고양이가 썼습니다!

       

        “…….”

       

        ……뭐, 그런 것이다.

       

        “아무튼 계속 이야기해 보자면, 짝짓기를 한 후 떠날 거로 생각했던 그이는 떠나지 않았단다.”

       

       

        *            *            *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한 지 벌써 3개월 정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 지금, 이 주변에는 거대한 우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쏴아아아아아아-!!

       

        ‘…….’

       

        나는 철로 만들어진 동굴 안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폭우를 바라보며 몸을 둥글게 말았다.

        동시에 두 배 이상으로 커진 내 배를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이상한 기분이야…….’

       

        괴물의 아이를 임신하기 싫어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나는 내 배 속에서 자라고 있을 나의 아이를 떠올릴 때마다 포근한 마음이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모성애’라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내 괴물의 육체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내 뇌에 마약 물질을 분비시키는 것일까?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의 이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오랜만에 느끼는 이 평화로움과 여유로움 속에서라면 더더욱 말이다.

       

        쿵! 쿵!

       

        ‘왔구나.’

       

        땅을 울리는 발걸음 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폭우 같은 빗속을 뚫고, 거대한 황금의 드래곤이 내가 있을 둥지 안으로 들어온다.

       

        촤악!

       

        주르륵~!

       

        거대한 몸을 적시던 빗물이 동굴의 바닥에 흐르며 작은 웅덩이를 만든다.

        그런 자기 몸을 흔들어 빗물을 털어낸 철룡이 조심스럽게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젖은 자기 몸이 나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여, 물고 있던 영양이 가득한 먹잇감을 내려놓는다.

       

        = 부인. 먹이 잡아 왔다.

       

        낑낑낑…….

       

        덩치는 산만한 주제에 혹시라도 내 심기가 불편하지는 않은지, 혹은 내가 아프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눈치를 본다.

        나보다도 더 강한 데다, 현재 배가 불러온 상태라 날아서 도망치지도 못하는 ‘약자’인 나에게 보일 행동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런 철룡의 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푹신한 동물의 털, 가죽, 이끼 등을 모아 만든 침상에서 천천히 나온다.

        그리고 그가 나를 위해 사냥해 온 먹잇감을 지나친다.

       

        = 부인.

       

        크릉!

       

        접근하는 나를 피해 뒷걸음질 치려는 녀석에게 이를 드러내 보이며 경고한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 버린 녀석을 향해 다가가, 천천히 녀석의 얼굴을 혀로 핥아주었다.

       

        할짝!

       

        = ?!!!

       

        휙!

       

        넋이 나갔는지 그대로 정지해 버린 녀석에게서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먹이를 물고 내 침상으로 이동했다.

       

        콰득! 콰드득!

       

        ‘쳇. 한 번뿐이니까.’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나를 보살펴 주고, 지켜 주고, 먹이도 잡아 와주고, 체온을 잃지 않도록 몸으로 가려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일 뿐이다.

        아직 나는 저 녀석에게 마음을 연 것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되뇌이며 먹이를 물어뜯었다.

        내 얼굴에 비늘이 없었다면 얼굴이 붉어졌을 정도로 얼굴에 혈류가 모이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며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설탕은 적당이……

    [부와악!!]

    으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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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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