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35

        – 우오오오오오!!

        – 쩔어어어어어!!

        – 최고다!

        – 사이다! 사이다다!

        – 사이다 최고!

       

        채팅창이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자기들 이야기도 아닌데 저렇게 좋아하다니…….

       

        조금 어색한 감정도 들지만, 어쨌든 좋아해 주니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슬펐던 과거의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지금 나의 역할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방송인’이다.

        약간은 나의 푸념이 들어 있긴 하지만 시청자들이 재미있어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때는 정말 기적이었다고 밖에 할 수 없었지.”

       

        나는 과거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몸을 구성하는 수천만 개의 모든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그 모든 돌연변이가 성공했으니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100면체 주사위를 수천만 번 굴려서 모두 1만 나오는 확률이라고 할 수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의 확률.

       

        – 헐

        – 진짜 운이 좋으셨네?

        – ㅇㅇ

        – ㅎㄷㄷ

        – 무시무시하네.

       

        “게다가 그때 파괴의 고대신이 나에게 힘을 사용했던 것도 운이 좋았지.”

       

        내 초월인 ‘멸천’은 ‘파괴’에 속하는 초월이다.

        그때 나는 전신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중이고, 그 와중에 ‘파괴’에 속하는 초월의 힘을 받았다.

        당연히 변이 중인 내 유전자가 그 힘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 리 없었다.

       

        뭐, 보통이라면 파괴의 힘을 접한 순간 죽었을 테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나를 오랫동안 전리품으로 삼고 싶어 했던 고대신들이, 불사의 권능을 사용해 내가 죽지 못하게 하고 있었으니까.

        그 덕분에 나는 충분히 파괴의 힘에 노출될 수 있었고, 결국에는 ‘멸천’의 초월을 이루어 내며 초월자가 되었다.

       

        – 캬!

        – 이게 역전이지.

        – 용생역전!

        – 무슨 영화보는 것 같네.

        – ㄹㅇㅋㅋ

       

        “그래. 그들의 오만함이, 결국 그들을 죽음으로 이끈 것이란다.”

       

        나는 잠시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잔을 들었다가, 음료수가 벌써 다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옆으로 잔을 내밀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도화가 새로운 음료수를 따라주었다.

        음…… 맛있군.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겠다.”

       

       

        *            *            *

       

       

        끄아아아악!!

       

        살려 줘!

       

        아아악!!

       

        저벅!

       

        세상이 불타오르고 있다.

        오색찬란했고, 신성하기까지 했던 모든 것들이 자색의 불꽃에 의해 탁하게 타오른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수많은 이들이 쓰러진다.

       

        = 왜, 왜 꺼지지 않는 거야?!

       

        “아아악!!”

       

        = 살려 줘!!!

       

        자색의 불꽃에 온몸이 타오르는 한 신의 몸이 급격하게 쪼그라들기 시작한다.

        그의 온몸이 자색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이내 그의 격이 급격하게 쪼그라들기 시작한다.

        그의 신앙이 흩어지고, 그의 힘이 타오르며, 이내 그의 존재 자체가 사라져간다.

       

        “시, 싫어!”

       

        “이렇게 사라지고 싶지 않아!”

       

        “으아아아악!!”

       

        내가 걸어갈 때마다 자색의 불꽃이 번지고, 그것은 이내 세상을 불태운다.

        수많은 신들이 불을 끄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불…… 그러니까 ‘연소’라는 현상은 ‘산소’, ‘연료’, ‘온도’의 3요소로 이루어진 현상이다.

        그렇기에 천을 덮어 ‘산소’의 공급을 차단하든, 물을 끼얹어 ‘산소’와 ‘온도’를 차단하든, 그냥 ‘연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든 하면 언젠가는 꺼진다.

       

        하지만 지금, 이곳을 태우는 ‘멸천의 독염’은 다르다.

        저것은 ‘나’를 제외하고 모든 것들을 태우는 불꽃.

        나무도, 물도, 공기도, 빛도, 공간도…… 저것은 마치 ‘세상이라는 생명체의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독’처럼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며 모든 것들을 태운다.

       

        = 하늘을 죽이고, 별을 죽이고, 공간을 죽이는 독. 그 독을…… ‘하늘’이라고 자칭하는 너희들이 감당할 수 있겠나?

       

        = 이놈!!

       

        나의 멸천의 독염 안으로 뛰어드는 신이 나타났다.

       

        = 네놈을 죽이면 해결될 일이다!

       

        자기 온몸이 타오르고, 그의 격과 초월이 뒤틀리는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검을 휘두르는 신.

        자기 자신을 희생하여 동료들을 구하겠다는 그 용기는 가상했으나…….

       

        텅!

       

        = 아닛?!

       

        통하지 않는다.

       

        = 뭐 하나? 날 죽인다고 하지 않았나?

       

        텅! 텅! 텅!

       

        = 이, 이럴 리가…….

       

        연신 나의 몸을 향해 검이 휘둘러지지만, 그 공격이 나에게 통하는 일은 없었다.

        그야 당연했다.

        저 신이 휘두르고 있는 검은 이미 내 멸천 속성으로 물들어 버린 후이기 때문이다.

       

        = 왜?! 내 신검이 왜!

       

        = 신검이라…….

       

        나는 이미 자색으로 물들어 버린 녀석의 검을 바라보다 피식 미소를 흘렸다.

        그러고는 녀석을 무시한 채 다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신의 비명을 들으며, 나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 세상의 끝.

        이젠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곳에 다다라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 찾았다.

       

        = 히이익!

       

        = 꺄아악!

       

        이 모든 일들의 원흉.

        감히 내 남편을 죽이고, 그 죽음마저 모독한 존재.

        나는 하늘의 신이라는 놈과 사랑의 여신이라는 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도망은 여기까진가?

       

        = 으아아악!!

       

        쿠르르르릉!!

       

        하늘의 신이라는 놈이 힘을 발산한다.

        태풍이 몰아지고, 번개가 휘둘러진다.

        태양 빛이 나를 태울 듯 쏘아지고, 동시에 유성우가 나를 향해 쏘아진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내 몸을 휘감고 있는 멸천의 독에 닿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그, 그럴 수가…….

       

        = 아아아…….

       

        자신들의 힘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두 신의 얼굴 위로 절망이 어린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새롭게 얻은 나의 육체와 힘을 가늠한다.

       

        ‘이 힘.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겠어.’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힘이었으나, 신기하게도 나는 이 힘을 본능적으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본능에 따라, 나의 몸에서 뿜어진 자색의 불꽃이 공간을 불태우며 나의 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꺄아아악!!

       

        = 저, 저리 가!

       

        두 신이 내 불꽃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힘을 쏘아 보내지만, 내 멸천의 독은 그들의 힘마저 자신들을 불태울 연료로 삼아 번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온몸이 자색의 불꽃으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 꺄아아악!

       

        = 아아아악!

       

        온몸을 태우는 작열통…… 아니, 그들의 힘, 격, 존재를 불태우고 멸하는 불꽃.

        그 흉악한 맹독에 감염된 두 신이 비명을 내지른다.

       

        그들의 격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더더욱 맹렬하게 저들을 태워 버리는 불꽃이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내 힘을 최소로 억누르고 있었다.

       

        ‘쉽게 죽이지 않는다.’

       

        내 멸천의 독으로 빠르게 죽는 것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불태울 것이다.

        우선은 저들의 힘을 변질시키고, 저들의 격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저들의 고통을 천천히 곱씹으며, 저들의 발버둥을 지켜볼 것이다.

        마침내 저들의 영혼마저 망가졌을 때…….

       

        = 영혼마저 불태우리라.

       

        나는 몸을 돌렸다.

        이제 남편의 시체를 되찾고, 고통받은 남편의 영혼을 풀어 주어야…….

       

        = 으아아악!! 이 악마야!

       

        = 왜! 우리가 무슨 짓 했다고 이러는 것이냐!!

       

        우뚝!

       

        하지만 녀석의 말에 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왜 그러냐고?

       

        드드드드드드드-!

       

        억눌러 놓았던 나의 분노가 자색의 불꽃이 되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서 흘러나온 자색의 불꽃…… 아니, ‘자색의 맹염’이 하늘의 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 크아아아아아악!!

       

        녀석이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한다.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 발톱을 찔러넣고, 그대로 갈라냈다.

        보통이라면 감히 내 발톱 따위에 상처 날 리 없는 육체지만…….

       

        촤악!

       

        이미 멸천의 속성으로 ‘격이 끌어내려진’ 신의 육체는 나의 발톱으로도 어이없이 갈라진다.

       

        = 꺽! 꺽! 꺽!

       

        = 너희들은 왜 그랬지?

       

        콰직!

       

        나는 금색의 피를 흩뿌리며 쓰러진 녀석의 뒤통수를 밟았다.

        녀석의 몸을 휘감은 자색의 불꽃이 더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 왜 나의 남편을 죽였지?

       

        = 꺼억!! 끄억!

       

        = 왜 내 남편의 죽음을 모독했지?

       

        = 그, 그만…….

       

        = 왜? 왜! 왜! 왜왜왜왜왜왜왜-!!

       

        쾅! 쾅! 쾅! 쾅! 쾅!

       

        촤악!

       

        촤직!

       

        신앙이 스며들어 있는 황금빛 피가 튀고, 이어서 멸천의 독에 불타오르며 자색으로 변질한다.

        나의 발톱과 이빨이 하늘의 신을 파헤치고 물어뜯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내 이빨과 발톱에서 흘러나오는 더욱 진한 멸천의 독이 녀석의 몸을 급격하게 오염시키기 시작한다.

       

        = 그, 그만둬라 사악한 괴물아!

       

        = …….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사랑의 여신이라는 년이 덜덜 떨며 나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 이, 이러고도 무, 무사할 성 싶으냐?!

       

        = …….

       

        = 우, 우리는 위대한 고대신이다! 너 같은 미천한 괴물 따위가…….

       

        = …….

       

        저벅!

       

        “괴, 괴물 따위가…….”

       

        저벅.

       

        나는 초주검이 된 하늘의 신을 지나쳐 사랑의 여신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갈 때마다 그녀의 몸이 움츠러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앞에 섰을 때…….

       

        “왜…… 왜… 내 격이…….”

       

        사랑의 여신…… 아니, 이젠 그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나의 격에 짓눌려 덜덜 떨기 시작한다.

        그래도 하늘의 신이라는 놈은 아직 ‘신’으로서의 격은 유지하고 있건만…….

       

        = 하찮군.

       

        우리는 겨우 이런 존재에게 그런 꼴을 당했단 말인가?

        갑작스럽게 허탈하다는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허탈감의 뒤로, 더더욱 거대한 분노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륵!

       

        “꺄아아아아악!!”

       

        나의 분노로 말미암아 멸천의 독염이 더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모든 신들, 이 공간, 이 세상, 이 우주 전체를 태울 정도로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더 이상 복수가 아니었다.

        이것은 죽음조차 모독당한 나의 남편을 위한 장례식.

        이들의 비명 소리는 남편을 위한 장송곡이다.

       

        = 울부짖어라 버러지들아.

       

        꺄아아아악!!

       

        아아아악!

       

        신들의 비명을 배경 삼아 남편의 머리를 찾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 멈춰주세요!

       

        = ??

       

        나는 선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런. 하루 정도 더 나갈 것 같네요.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