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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0

        한 16곡을 불렀을 때였다.

        이번에 신청받은 곡은 짧은 곡이었는데, 신청자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불러달라고 해서 그렇게 해주었다.

        제목이…… ‘학교 종이 땡땡땡’이라고 하는군.

       

        – 아닠ㅋㅋㅋ

        – 목소리는 어린애인데 발음은 아니얔ㅋㅋㅋ

        – 발음 이슈!

        – 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

       

        그리고 시청자들은 또 웃었다.

        뭐가 웃겼던 것일까?

       

        “그럼 다음 곡으로…….”

       

        띠링!

       

        “음?”

       

        17번째 곡을 부르기 위해 준비할 때였다.

        매니저들이 사용하는 비밀 채팅창을 통해 메시지가 도착했다.

       

        – 라그나님! 급보입니다!

       

        “음?”

       

        다음 곡을 익히기 위해 노래를 재생하는 사이에도 매니저의 비밀 채팅이 계속 올라온다.

        매니저의 말로는, 내가 맨 처음 불렀던 ‘꽃님’이라는 연예인이 지금 간단한 노래 합방을 해도 괜찮냐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호오.’

       

        우연이 아닌, 의도적인 느낌이 난다.

        하지만 딱히 해를 끼치려는 의도는 아니고, 그저 기회가 되니 시도해 본다는 느낌에 더 가깝달까?

       

        ‘흠…….’

       

        잠시 고민해 보다 허락하기로 했다.

        나쁜 의도도 느껴지지 않은 데다, 맨 처음 노래를 불렀을 때 내가 그녀의 목소리를 본의 아니게 훔쳤지 않았던가?

        그러니 그 보상을 할 겸, 시청자들을 더 재미있게 해 줄 겸 이 제안을 받아들여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물론 그 전에 시청자들의 허락이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다음 노래를 부르기 전, 나는 입을 열었다.

       

        “아이들아. 한 가지 소식이 있단다.”

       

        – 뭔가요?

        – ?

        – ??

        – ?

        – ?

       

        “꽃님이라는 가수가 나에게 합방 제의를 하였구나. 마침 지금 딱 시간이 된다고 하는데…….”

       

        – 오오오오오오오오오!!

        – 월클 라나님!

        – 끝내준다!

        – 가수와 합방!

        – 이건 고지!

        – 고고고고!!

        – 가즈아!!

        – ㄹㅇㅋㅋ

       

        이 합방을 하게 되면 남아 있는 14개의 곡은 더 이상 부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려 했는데, 이미 시청자들의 머릿속에서는 그 사실이 날아간 모양이다.

        하나 같이 합방을 원하는 모양인데?

       

        잠시 시끌시끌한 채팅창을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비밀 채팅을 이용해 매니저들에게 OK 사인을 보냈다.

        이제 남은 일들은 매니저들이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

       

        ‘그런데 이번 합방도 괜찮을까?’

       

        지금까지 내가 한 합방은 두 번이다.

        첫 번째 합방은 최강물소와 함께 한 게임 방송. 결과는 실패.

        두 번째 합방은 최강물소, 살랑미미와 함께 한 잡담 방송. 결과는 호주 사태로 인한 중단.

        결과적으로 모두 변변치 않은 결과만 내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 할 합방은 과연 좋게 끝낼 수 있을까?

        앞선 두 사례처럼 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걱정들이 들었다.

       

        ‘…….’

       

        뭐, 망하면 망하는 거지.

        어차피 시청자들도 원하고 있고, 합방 제의도 저쪽에서 먼저 한 것이다.

        나야 하루 정도 방송이 망한다고 하더라도 별 상관은 없는 데다, 때로는 이런 의외성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매번 이렇게 계획 이외의 일들이 일어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하루 정도는 상관없지 않을까?

       

        매니저들이 뭔가 물밑에서 준비하기 시작하고, 그사이에 나는 시청자들과 간단한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매니저들로부터 준비가 다 되었다는 사인이 왔을 때였다.

       

        띠롱!

       

        = “안녕하세요!!!”

       

        “??”

       

        토크코드 채널에 입장하자마자 어마어마한 성량이 내 귀를 강타했다.

       

        – 악!

        – 내 귀!

        – 내 고막!

        – 엌ㅋㅋㅋㅋ

        – 목소리 왤케 컼ㅋㅋㅋㅋㅋ

        – 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

        – 내 고막 돌려 줘!

        – ㄹㅇㅋㅋ

       

        튼튼하게 만들어진 아바타의 몸임에도 일순간 고막이 먹먹해질 정도의 성량.

        과연. 이 정도의 성량은 가지고 있어야 가수라는 직업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반갑구나.”

       

        = “반갑습니다!!!”

       

        꽃님이라는 아이는 생각보다 활발한 아이였다.

        기운이 넘치고, 활달하고…… 마치 우리 막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약간 든달까?

        무엇보다 이쪽 차원에 온 이후로 처음 보는 유형의 인간이었다.

       

        이쪽 차원에 온 이후로, 나와 대화를 한 인간들은 대부분이 겁에 질리거나, 혹은 눈치를 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내 정체를 모르던 방송 초기에는 화를 내거나 놀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것도 그 이튿날 바로 끝났다.

       

        ‘그러고 보니 그때 날 칼로 찌르겠다고 했던 시청자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닉네임이 ‘메루땅사랑해’였던가?

        그때 내 본체를 칼로 찌르려다가 좌절되었었는데, 그 이후로는 방송에서 본 적이 없었다.

        뭐, 잘살고 있겠지.

       

        잠깐 다른 생각에 잠겼었지만, 지금은 이쪽에 집중해야지.

        나는 생각을 접으며 입을 열었다.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것이 인간들의 예의라는 것이라고 들었다.”

       

        볼륨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아이야. 자기소개를 부탁해도 되겠느냐?”

       

        = “꺅! 그럼요 그럼요!”

       

        “???”

       

        꽃님이 비명을 지르며 좋아한다.

        ……도대체 내 말 어디에서 좋은 점을 느낀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 “안녕하세요? 꽃님이라고 해요~!”

       

        – 와아아ㅏㅏㅏㅏ

        – 꽃님! 꽃님! 꽃님! 꽃님!

        – 최고다!

        – 오시의 방송에서 또 다른 오시를 볼 수 있다니…… 너무 좋아.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최고다!

        – 앙! 기모띠!

       

        = “감사합니다 여러분~! 사랑해요! 앙~★ 이양~☆”

       

        – 저희도요!

        – 꺄!

        – 따랑해요!

        – 으아앙!!

       

        “…….”

       

        그런데 이 꽃님이라는 아이, 생각보다 시청자들과 잘 맞는 것 같다.

        일단 나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니 주눅 들지 않고, 타고난 성격도 상당히 활달해 보인다.

        요즘 인간들의 말로는 ‘텐션이 높다’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시청자들과 제법 죽이 맞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정도는 되어야 연예계라는 곳에서 수많은 인간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이 정도라면, 이번 합방은 기대해 볼 만 하겠구나.’

       

        하긴.

        지금껏 진행했던 합방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합방 대상자가 내 눈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합방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매력을 보여 주면서 티키타카를 나누어야 했는데, 상대방이 내 눈치를 보는 바람에 본인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 주지 못했다.

       

        실제로 최강물소의 방송을 보면, 그는 제법 입담이 있는 방송인이었다.

        하지만 나와 합방을 할 때는 바짝 굳어서 제대로 말을 못 했었다.

       

        “그런데 아이야.”

       

        = “네?”

       

        “합방을 하기에 앞서,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단다.”

       

        = “넵! 뭐든 물어보셔도 됩니다!”

       

        “이렇게 갑자기 나와 합방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

       

        다만 합방을 하기 전에 이 부분은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단 타이밍이 공교로운 데다, 나는 타인의 사사로운 욕망에 함부로 이용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물론 꽃님에겐 빚진 것이 하나 있으니, 이 아이는 한 번쯤 용서해 줄 생각이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천룡안을 발동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자. 과연 이 아이는 어떤 답을 할까?

       

        = “대표님이 시켜서요.”

       

        “……음?”

       

        어라?

       

        = “아니 글쎄, 오늘 오후 스케줄 다 취소됐다고 했단 말이죠? 그런데 알고 보니까 라그나님이랑 합방해 볼 생각 없냐는 거예요!”

       

        “그, 그렇구나.”

       

        = “그거 쉰다는 핑계로 무급 봉사를 노리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

       

        그런데 이 아이, 내 예상보다 더 솔직했다.

        내가 인간들 사회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저런 정보는 비밀로 하지 않던가?

        아니면 이쪽 차원은 저 정도 정보쯤은 공개해도 상관이 없는 건가?

       

        슬쩍 눈동자를 굴려 비밀 채팅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비밀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들을 확인한 후 확신했다.

        그냥 저 아이가 별종이구나…… 라는 것을 말이다.

       

        ‘이런 인간은 또 오랜만이구나.’

       

        과거 다른 차원에서 만났던 ‘용사’를 떠올리게 하는 성격이다.

        오지랖을 떠는 것 같지만, 차마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성격이랄까?

       

        = “……해서 대표님과 딱 담판을 졌죠. 그래서 지금 제 방에서 뒹굴고 있는데!”

       

        “그래. 그만 말해도 된단다.”

       

        = “그래요? 참! 저 치킨 시켰는데, 라그나님도 치킨 드셔보셨나요?”

       

        “…….”

       

        거, 말이 참 많은 아이로구나.

        나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반갑지만, 저 정도면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예의가 없는 수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뭐, 나는 인간이 아니라서 딱히 상관없지만 말이다.

       

        이쪽 차원에서는 처음 만나 보는 유형의 인간이라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이런 인간과 하는 합방이라면 실패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고, 동시에 이런 성격의 인간을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이 인간에게 작은 빚을 지고 있었으니…….

       

        “그러고 보니 너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있단다.”

       

        = “네? 뭐요?”

       

        “내가 네 목소리를 함부로 사용했단다.”

       

        = “네? 그게 무슨…… 아! 그거요?!”

       

        뒤늦게 생각났는지 꽃님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리고 나는 꽃님의 비난이든, 분노든 기꺼이 감수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꽃님의 반응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 “그거 진짜 신기했어요! 대박!”

       

        “……응?”

       

        = “그거 한 번만 더 해주시면 안 돼요?!”

       

        “???”

       

        뭐, 뭐라고?

       

        = “제 목소리로 ‘모에모에 뀽!’ 한 번만요!”

       

        “???????”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슬슬 내 머리도 과부화되기 시작했다.

        설마…… 이것이 바로 ‘세대 차이’라는 것인가?!!

        나는 상상 이상의 상황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임자 제대로 만난 드래곤님.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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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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