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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2

        잠시 소란이 지나간 후.

        나는 꽃님에게 물었다.

       

        “그런데 꽃님아.”

       

        = “네! 왜 그러세요 귀여운 라그나님?”

       

        “…….”

       

        나에게 장난도 치고, 참으로 별난 아이란 말이지.

        물론 싫다는 뜻은 아니다.

       

        어쨌든 할 말은 해야겠지.

       

        “우리 합방의 목표는 노래 방송 아니었느냐?”

       

        = “네. 맞는데요?”

       

        “그런데 조금 전부터 애교밖에 안 하는 것 같지 않느냐?”

       

        = “아…….”

       

        – 앗.

        – 앗! 아아…

        – Aㅏ…

        – 아차!

        – 알파! 목표가 눈치챘다!

       

        “…….”

       

        혹시 다들 잊어버리고 있었다거나, 혹은 알면서도 일부러 말하지 않았던 것인가?

        나는 한심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아이들을 어찌할꼬…….

       

        “인사와 장난은 이 정도면 되었으니,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떠하느냐?”

       

        = “음. 조금 아쉬운데…….”

       

        – ㅋㅋㅋㅋ

        – 염불 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앜ㅋㅋㅋ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

       

        요즘 아이들은 다 이런가?

        1만 살 이상의 인간이 아닌 할머니는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따라잡기가 힘들구나.

       

        “그래도 빨리하는 것이 나을 것 같구나.”

       

        = “네에에? 그래도 전 라그나님 애교 더 듣고 싶은데요?”

       

        “방종까지 2시간밖에 안 남았거든?”

       

        = “헉?!”

       

        – 헉

        – 헉

        – 허크

        – 헐

        – 맙소사

        – 헉

        – 아차!

        – 맞아! 방종이 있었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보인다.

       

        = “으으. 어쩔 수 없네요. 그럼 노래 방송으로 들어가죠!”

       

        – 예에에에~!

        – 이것도 좋다!

        – 이예이

        – 오오오오

       

        그래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만약 꽃님과의 대화 방송을 더 좋아했다면 아예 그쪽에 집중하는 것도 생각해 봤을 텐데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

       

        = “당연히 서로 부르고 싶은 노래를 번갈아 부르는 거죠!”

       

        그렇게 말한 꽃님이 무언가를 조작한다.

        그러고는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자~! 꽃님이 부릅니다! 해변 위를 나는 순간!!”

       

        – 와아ㅏㅏㅏㅏㅏ!!

        – 사랑해요 꽃님!

        – 꽃님! 꽃님! 꽃님!

        – 아이 좋아!

       

        그렇게 우리의 노래 방송은 시작되었다.

       

       

        *            *            *

       

       

        방송이 끝나고.

        방송을 종료했음에도 불구하고 꽃님은 나와의 통화를 종료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청자들과 같은 다른 눈들이 사라지자마자 본색을 드러내듯, 좀 더 적나라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 “언니라고 불러도 되나요? 아니면 할머니? 그래도 언니가 좋은데…….”

       

        “음…… 원하는 대로 부르거라.”

       

        = “네! 언니!”

       

        “…….”

       

        이걸 인간들은 뭐라고 불렀더라?

        아! 리미터가 풀렸다고 하던가?

       

        어쨌든 나로서도 딱히 나쁠 것이 없었다.

        어차피 방송을 종료한 이후에는 딱히 할 일도 없었던데다, 이렇게, 마치 인간처럼 인간과 수다를 떠는 경험도 거의 없었기에 조금 신선했다.

       

        물론 인간과 수다를 떤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경우에는 대부분이 내 정체를 숨긴 경우였고, 내 정체를 드러낸 경우에는 인간 쪽에서 나와 수다를 떨어 주지 않았다.

        그냥 무서워하거나 눈치를 봤지. 아니면 아부를 떨거나.

       

        = “그런데 언니.”

       

        “왜 그러느냐?”

       

        = “언니는 연예인 해 보실 생각 없으세요?”

       

        “연예인?”

       

        꽃님의 말에 잠시 생각해 봤다.

        이쪽 세상에서 연예인이라 함은…… 가수나 연기자와 같은 예능 활동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을 총칭하는 단어였던가?

        그리고 그런 직업을 내가 한다고?

       

        “음…… 글쎄다?”

       

        = “왜요? 언니라면 가수 잘하실 것 같은데요?”

       

        꽃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조금 전 노래 방송 때 시청자들과 꽃님이 나를 보고 노래를 잘한다고 해주기는 했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육체의 구조를 간단히 바꿀 수 있는 나였기에 가능했던 기예다.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도록 신체 구조를 조금씩만 뒤바꾸면 됐으니까.

        게다가…….

       

        “가수나 연기자라면 이전에도 몇 번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

       

        = “헐? 언제요?”

       

        이전에 이쪽 차원과 비슷한 문명과 발전도를 가진 차원에 갔었을 때의 이야기다.

        드래곤으로서의 내 존재를 꼭꼭 숨긴 채 인간 행세하면서 지낼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적당한 직업을 찾다가 가수가 되거나, 혹은 연기자가 되었던 차원이 있었다.

       

        “그쪽 차원에서는 제법 유명했었지.”

       

        = “오마나? 이거, 제가 선배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후후후. 그럼 선배님이라고 불러 보겠느냐?”

       

        = “네! 선배님!”

       

        “허허허.”

       

        넉살도 좋은 아이로다.

        친화력이 뛰어나면서도, 결코 선을 넘지 않는다.

        이 정도의 화술은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데, 이 아이는 그것을 경험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해내고 있었다.

       

        = “그래서 선배님. 저랑 같이 가수 안 하실래요?”

       

        “글쎄…… 굳이 따지자면 지금의 나 역시 연예인 아니겠느냐?”

       

        인터넷 방송인도 따지자면 연예인이 아닐까?

       

        – “오! 그것도 그러네요!”

       

        “그렇지.”

       

        꽃님이 이해했다는 듯이 감탄했다.

        그러고는 곧 아쉽다는 양 입맛을 다셨다.

       

        = “크~ 아쉽당. 언니라면 진짜 월드 스타 되실 것 같았는데요.”

       

        “이미 한 번 경험해 보았는데, 굳이 또 경험할 필요는 없겠지.”

       

        = “헐! 지금 자랑하시는 건가요?”

       

        “후후후.”

       

        꽃님의 귀여운 반응에 웃음이 나왔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그러니까…… 아!

        인간이 강아지의 행동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애완동물이 재롱을 부리는 것 같구나.”

       

        = “……그거 칭찬 맞죠?”

       

        꽃님이 찝찝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물론 칭찬 맞다.

        ……표현이 조금 이상했나?

       

        “인간들 사이에서는 애완동물 같다는 표현이 일반적이지 않느냐?”

       

        = “그거, 때로는 욕으로도 쓰여요.”

       

        “……그러느냐?”

       

        이런. 실수했네.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            *            *

       

       

        헤니시아는 자기 본래 본거지로 돌아왔다.

       

        = 흠.

       

        이곳은 이쪽 차원의 지구 중에서도 가장 숲이 가득한 곳.

        이전에도 아무런 도구나 도움 없이는 인간이 함부로 살아가기 힘들었고, 지금에 와서는 아예 인외마경이 되어 버린 곳.

        그런 주제에 지구 식물들이 생산하는 산소량의 70%를 담당하는 지구의 허파.

        ‘아마조니아’라고 불리는 아마존 우림의 한가운데에서 헤니시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군.’

       

        코를 바닥에 대고 냄새를 맡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자기 힘을 아마존 우림에 퍼뜨리며, 본래 자신이 사용했던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우끼끼끼!

       

        끼이익!

       

        캬오!

       

        단순히 격의 차이 때문에 거대하게 느껴지는 멸천룡과는 달리…… 진짜 물리적인 의미로 거대한 헤니시아가 정글의 한가운데를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녀의 등에 존재하는 숲과 아마존 정글 사이로 수많은 생물들이 자리를 옮기기 시작한다.

       

        드래곤의 힘을 진하게 흡수한 용목의 잎만을 먹는 애벌레를 위해 헤니시아의 등 위로 날아드는 형광색의 나비.

        짝짓기를 위해 헤니시아의 등 위에서 아마존 정글로 들어가는 원숭이를 닮은 몬스터.

        헤니시아의 등 위에서 벗어나는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

        그 외 기타 등등.

       

        이미 변해 버린 아마조니아 환경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어 버린 헤니시아를 중심으로 수많은 삶과 죽음의 맥동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맥동의 한가운데 존재하는 헤니시아는, 그 모든 것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평소의 루틴으로 아마조니아 지역을 빙빙 돌 뿐이다.

       

        ‘일단 영역을 체크하고, 그 이후에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해야겠네. 산란기라고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어.’

       

        휙! 휙! 휙!

       

        인간은 개미가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 없다.

        마찬가지로, 높은 격을 가진 엘더 드래곤은 필멸자들이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헤니시아의 등과 아마존 우림 사이를 오가는 생물들 역시 헤니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아무리 강하고 포악한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대자연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크와아아앙!!

       

        캬악!

       

        한동안 잠들어 있던 아마존 정글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영역의 주인이 돌아왔기에…….

       

       

        *            *            *

       

       

        침대에 풀썩 드러누운 꽃님.

        아니, 한예지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아흐아으~!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매니저 언니, 그다음에는 회사 대표님의 은근한 권유에 못 이겨 시작했던 합방이었는데, 뜻밖에 재미있었다.

       

        물론 불만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오후 일정은 취소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쉬면 된다고 들었는데…… 사실은 쉬는 것이 아니었다고?!

        이건 누가 들어도 빡치는 소리다. 원래 줬다 뺏는 것만큼 악질적인 것이 없지 않던가?

       

        게다가 대본 하나 없이 갑작스럽게 인터넷 방송을 하라고?

        지금껏 대본이라는 가이드라인이 미리 정해져 있었던 방송만 하던 한예지에게는 황당하게만 들릴 이야기였다.

       

        심지어 합방 상대는 또 누구던가?

        바로 얼마 전에 호주 대륙을 반쯤 파괴했다가 복구시킨……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드래곤이지 않던가?!

        까닥 잘못했다가는 한국도 그 꼴이 날지도 모를 정도로 무시무시한 그런 존재 말이다.

       

        그렇기에 방송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서웠었다.

        매니저 언니와 대표님에게도 땡깡을 부렸고, 안 한다고 난리를 피웠다.

        뭐, 결국에는 합방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데 그렇게 재미있는 언니일 줄이야.”

       

        일단 예뻤다.

        ……속물처럼 보였지만, 이건 뜻밖에 중요한 문제다.

        머리에 뿔이 달려 있긴 했지만, 어쨌든 예뻤다.

        그리고 한예지는 상당한 얼빠였다.

       

        게다가 성격도 생각보다 시원시원했다.

        자신이 조금 버릇없이 굴어도 흐뭇하게 바라봐 주고, 어지간한 요구도 들어주고, 심지어 대표님보다도 대인배였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아! 우리 할머니 같았어!”

       

        ……이건 좀 욕이려나?

        한예지는 자기 입을 찰싹찰싹 때렸다.

       

        “아! 또 같이 놀고 싶다!”

       

        한예지는 자기 스케줄을 확인했다.

        다음에 다시 멸천룡과 만날 날을 위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좀 늦었습니다.

    죄송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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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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