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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3

        나는 빌딩 위에서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어둠이 내린 하늘 아래에 인위적인 불빛으로 가득한 광경.

        드래곤인 나의 시선에서 평가하자면…….

       

        “멋지군.”

       

        내 마음을 떨리게 만든다거나, 심금을 울린다거나 같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내 기준에선 멋지게 보였다.

       

        아무렴.

        저 우주에서 빛나는 별빛도 아름답게 보이는 법인데, 이런 어둠 속에서 빛나는 인위적인 불빛의 집합체도 멋지게 보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저 광경을 바라보는 내 처지에서는 멋있게 보였다.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을 바라보다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인간들이 말하는 ‘정장’을 입은 블레이즈를 바라보며 말했다.

       

        “풍경이 멋진 곳이구나.”

       

        “그럼요.”

       

        큰아들이 미소를 지어 준다.

        그리고 그 옆에서 블레이즈의 얼굴을 쭉 밀어내며 슈르네가 튀어나왔다.

       

        꾹~!

       

        “우억?!”

       

        “엄마엄마! 나도!”

       

        “그래. 슈르네도 예쁘구나.”

       

        “에헤헤…….”

       

        내 칭찬에 인간의 형상을 한 막내딸이 방실방실 웃는다.

       

        팔다리를 휙휙 흔드는 슈르네를 안아 들어 옆에 마련된 의자에 얌전히 앉혔다.

        그리고 슈르네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큰아들에게 물었다.

       

        “벨제투스와 헤니시아는 부르지 않느냐?”

       

        “벨제투스야 인간들의 무리 사이로 들어오는 것은 싫어하지 않습니까? 헤니시아도 자기 영역 다시 정리한다고 바쁠 테니까요.”

       

        블레이즈의 말이 맞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노래 방송이 끝나고 다음 방송을 미리 계획하고 있을 때였다.

        블레이즈가 나에게 연락하더니, 가족끼리 함께 인간들의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당연히 가족 모임이라는 문화는 드래곤 사이에는 없는 문화였기에, 나는 장장 1만 년 만에 가족 모임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아쉽구나.”

       

        이왕의 가족 모임이라면, 다른 아이들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 내 반응에 큰아들이 대답했다.

       

        “기회가 되면 또 자리를 만들면 됩니다. 그때는 동생들도 불러 보겠습니다.”

       

        “그래. 기대하마.”

       

        “나도나도!”

       

        “그래. 우리 슈르네도 불러야지.”

       

        “헤헤헤…….”

       

        혀 짧은 발음으로 조잘거리는 슈르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내 맞은편에서는 블레이즈가 나와 슈르네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도의 미소를…… 응?

        다시 확인해 보니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였지? 뭔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던 것 같은데?

       

        ‘음…… 상관없나?’

       

        별거 아니겠지.

       

        그렇게 간만에 큰아들, 막내딸과 함께 화기애애한 모임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인간들 사이에서 고급 레스토랑이라고 불리는 식당의 별실 문이 열리고, 그 너머에서 종업원과 요리사가 카트를 밀며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귀한 분들의 요리를 책임질 임형원 수석 셰프라고 합니다.”

       

        하얀색 조리복과 조리 모자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인간 남자가 과하지 않은 예절로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그런 요리사의 인사에, 나는 장난을 치려는 슈르네를 말리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수고가 많구나. 자네의 요리를 기대하겠네.”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감정은 두려움과 긴장으로 떨리지만, 겉으로는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드래곤인 우리를 눈앞에 두었기에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것을 갈무리하고 컨트롤하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제 파트너와 종종 오는 식당입니다. 이곳의 고기 요리가 정말 마음에 들었기에, 꼭 어머니께 대접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후훗. 그러니?”

       

        큰아들의 예쁜 말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요리사가 조리를 준비하는 사이, 함께 들어온 종업원이 우리 앞에 식기를 세팅하고 와인을 따른다.

        검붉은 빛의 와인이 짙은 포도 향과 미량의 알코올 향을 흘리며 잔에 담겼다.

       

        “식전주입니다. 이 와인의 이름은…….”

       

        “아아. 그건 말하지 않아도 되네.”

       

        “알겠습니다.”

       

        블레이즈의 말에 종업원은 고개를 숙이곤 뒤로 물러선다.

        그의 시선이 내 뿔에 살짝 닿았지만, 금세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음…… 역시 인간들의 시선엔 이 뿔이 특이한 것일까?

       

        “푸하! 달콩한데 써!”

       

        “슈르네…….”

       

        내 뿔을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슈르네는 자기 몫의 와인을 원샷해 버렸다.

        입가와 옷에 포도주를 잔뜩 적신 채 떠드는 슈르네를 향해 블레이즈가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냈다.

        물론 우리의 똥꼬발랄한 막내딸은 큰오빠의 시선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 딸. 엄마가 인간의 문화를 따를 때는 뭐라고 했지?”

       

        “우음……. 잉간의 예저를 존준해야 한다고 해써요!”

       

        “그래. 그런데 지금의 우리 딸은 엄마의 말을 지키고 있니?”

       

        “…….”

       

        물론 드래곤으로서의 독립성이 강한 슈르네라고 하더라도 내 말은 제법 잘 들어 준다.

        그리고 지금은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문화를 즐기기 위해 온 상태.

        애초에 드래곤의 모습으로, 드래곤으로서 이곳에 온 것이라면 모를까……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들의 문화를 즐기러 왔는데 인간들의 예절을 최소한으로도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다.

       

        “그래. 부탁하마.”

       

        “네에~!”

       

        포도주에 적셔진 슈르네의 옷을 마법으로 원상 복구시킨다.

        그 후 조금 전보다는 얌전해진 슈르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식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모든 준비를 끝마친 임형원 요리사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조리를 시작하겠습니다.”

       

        스윽.

       

        요리사가 고기 두 조각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이쪽에 있는 것이 소고기의 안심, 이쪽이 채끝살입니다.”

       

        치이익!

       

        고기를 먼저 확인시켜 준 후 요리를 시작하는 것인가?

        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지만,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직접 고기를 구우며 조리를 하고, 중간중간 요리사가 요리에 대해 설명도 해주고.

        요리의 과정까지 식사의 하나로 만들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방식이다.

       

        “재미있구나.”

       

        “그렇죠?”

       

        내 말에 큰아들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기뻐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워하는 나와는 달리, 우리의 막내딸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꼬기가 짜가…….”

       

        요리사가 굽고 있는 고기 조각은 각각 인간의 주먹보다 작은 정도.

        아무래도 슈르네는 그 작은 고기 조각이 불만인 모양이다.

       

        “으이구. 저렇게 몇 번 더 나올 거야.”

       

        “구로치만 배부르지 않을 거 가튼데……?”

       

        “이런 곳은 배부르려고 오는 곳이 아니라, 맛있는 것을 많이 먹으려고 오는 곳이거든?”

       

        “아니거든? 먹을 거눈 배부르게 먹는 고고든?!”

       

        어느새 싸우기 시작하는 두 아이들.

        물론 진짜로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 아닌, 서로의 말로만 싸우는 장난 수준의 싸움이다.

        그 귀여운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나는 요리사에게 물었다.

       

        “그렇다는구나. 혹시 고기의 양을 더 늘릴 수 있겠느냐?”

       

        “네. 물론 가능합니다.”

       

        고개를 숙여 보인 요리사가 종업원에게 무언가를 지시한다.

        그리고 요리사가 굽기 시작한 안심이 다 구워질 무렵, 안심과 채끝살 조각이 두 개씩 더 들어왔다.

       

        “양을 세 배로 늘렸습니다. 혹시나 부족하시다면…….”

       

        “그 정도라면 충분할 것 같구나.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어서 고맙구나.”

       

        “아닙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요리사의 모습에 미소로 화답한 후 슬쩍 천룡안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 식당의 한쪽에 모여 앉아 있는 헌터 협회의 사람들이 순간 이동까지 사용하며 요리 재료를 옮겨 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들에게는 나중에 사례해야겠다.

       

        그러는 사이, 요리사가 먼저 구워진 안심을 한입 크기로 자르고, 그 위에 무언가를 더 얹어서 각자의 접시에 덜어 주었다.

        레스팅이라는 작업까지 진행되고, 소금과 후추도 뿌려졌고, 고기 위에 얹어진 것은 버섯인가?

       

        “미디엄 레어로 구운 샤토브리앙…… 최고급 한우 안심입니다. 위에 얹은 것은 독일에서 건너온 브리샤 트러플입니다. 첫 한 입은 소스를 찍지 않으시고 그냥 드시길 추천드립니다.”

       

        “맙소사. 브리샤 트러플? 그거 독일의 한 던전에서만 채집할 수 있는 버섯이잖아?”

       

        블레이즈가 화들짝 놀란다.

        ……이게 그렇게 귀한 버섯인가?

       

        슈르네의 입안에 먼저 고기를 집어넣어 주고, 다음엔 내 고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요리사의 추천대로 한입…….

       

        “음. 맛있구나.”

       

        버섯의 향기가 고기의 육향에 더해지며 풍부하게 퍼져나간다.

        비록 맛은 일반적인 구운 고기의 맛이지만, 이 특이한 버섯의 향이 맛에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겠지.

        다만 버섯의 향이 너무 강해서 고기의 맛을 조금 누르는 느낌이 강한 것 같다.

       

        “젠장. 너무하는 것 아니야 셰프? 현이랑 종종 놀러 올 때는 이런 귀한 버섯은 내주지도 않았으면서.”

       

        “하하하. 저희 레스토랑도 이번에 겨우 소량을 얻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고기를 굽는 요리사.

        그리고 그런 요리사에게 친근하게 투덜거리는 큰아들.

        어느새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뜬 채 고기만을 빤히 바라보는 막내딸.

        그 흐뭇한 광경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다음은 간을 한 채끝살입니다. 소스를 준비했으니, 취향에 따라 드시면 됩니다.”

       

        “잘 먹으마.”

       

        이번에는 조각째로 우리 접시에 담긴다.

        미리 준비되어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잘라 먹어보니, 이것은 이것대로 풍부한 맛과 식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우리 처지에서 엄청 맛있게 느껴진 것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구운 고기에 비하면 확실히 맛이 좋은 고기였지만, 결국에는 구운 고기에 향신료로 간을 맞춘 것에 불과하다.

        인간들이야 가격이나 주변 분위기에 취해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만, 드래곤인 우리는 다르다.

       

        ‘하지만 좋구나.’

       

        이 고기의 가격이 어떻고, 인간들이 우리를 대접하는 것이 좋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좋다고 평한 것은 나의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식사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게걸스럽게 고기를 먹어 치우는 슈르네.

        그런 슈르네를 바라보며 머리를 잡는 블레이즈.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난감하게 웃는 요리사와 종업원.

        그 모든 광경이 나에겐 너무 좋게 보였을 뿐이다.

       

        환하게 웃으며 나는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언젠가는 벨제투스와 헤니시아도 함께 이런 곳에서 모임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계속 즐겨볼까?’

       

        나는 슈르네와 블레이즈를 달래며 요리사를 바라보았다.

        큰아들이 주문한 요리는 총 22개의 코스 요리고, 아직 20개의 요리가 남아 있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 고기 먹고 싶어지네요.

    좋아! 오늘은 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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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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