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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5

        은혜의 땅, 지펠토.

        지표면의 80%가량이 사막인 이 행성에 서식하는 지성체들이 자신들의 세상을 지칭할 때 부르는 단어다.

       

        내가 이 세상을 둘러봤을 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지성체는 단 세 종류였다.

       

        자신을 ‘오크’라 부르는 초록 피부를 가진 근육질의 지성체.

        자신을 ‘코볼트’라 부르는 갈색 피부를 가진 털이 난 지성체.

        자신을 ‘머메일’이라 부르는, 바다에서 살아가는 지성체.

       

        이 중에서 ‘머메일’족은 행성의 드넓은 바다와 섬을 중심지로 살아가기에 다른 지성체와 부딪치는 일이 없었다.

        문제는 ‘오크’족과 ‘코볼트’족.

       

        지표면의 80%가 사막인 이 세상에서,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유리한 땅을 두고 경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오크족과 코볼트족은 같은 지성체로서 생존에 유리한 땅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일상이었다.

        게다가 지표면의 80%가 사막이다 보니 이 행성의 생명체들은 특이한 진화를 거쳤는데…….

       

        = 밤이군.

       

        나는 달이 뜬 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본래라면 밤이란 잠을 자는 시간이겠지만, 이 행성에서는 오히려 밤이 더 활기차다.

        왜냐하면 밤이 된 순간부터 사막의 모래 아래에서 수많은 식물들이 줄기를 뻗기 시작하니까.

       

        쿠구궁!

       

        파스슥!

       

        이 세계의 동식물들은 낮엔 뜨거운 햇빛을 피해 모래 아래로 몸을 숨긴다.

        그리고 밤이 된 순간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생명의 활동을 시작한다.

        식물은 모습을 드러낸 후 달빛을 받아 광합성을 시작하고, 초식 동물은 그런 식물을 먹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육식 동물은 그런 초식 동물들을 사냥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 …….

       

        즉, 이 행성은 밤에 더 시끄럽다.

       

        ‘어찌 이런 행성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이 세상에서 완벽한 고요함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진정으로 고요함을 느끼고 싶다면 자기 청각 기관을 없애든, 아니면 우주 공간으로 나가는 것이 제일이니까.

        행성의 지하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시끄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모르겠는가?

        어지간한 소음 정도는 나도 우습게 넘기며 잠을 잘 수 있다.

        하지만 이 행성의 시끄러움은 내가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긴 지 오래다.

       

        낮에는 사막의 모래 속을 움직이는 대형 생물들의 소음에 의해 시끄럽고, 밤에는 모래 속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생물들의 소음에 의해 시끄럽다.

        시끄럽고…… 시끄럽다.

        어떻게든 무시하려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시끄러울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지상은 그럭저럭 참아줄 만하구나.’

       

        내가 지하를 포기하고 밖으로 나와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몇 번 자리를 옮겨 다니며 마그마에 몸을 담가 봤지만, 도저히 지하에서는 평화롭게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바다 쪽으로 옮겨볼까도 생각은 해봤는데, 바닷물은 영 취향이 아니라서 포기했다.

       

        ‘이번엔 느긋하게 자는 것은 포기해야겠군.’

       

        저절로 튀어나오는 한숨을 참지 않으며 용금을 뽑아냈다.

        그러고는 아바타를 만들어 냈다.

        어차피 잠도 못 자는 거, 구경이나 해볼까?

       

       

        *            *            *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 얼마나 시끄러웠길랰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게 웃긴 이야기인가……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내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가끔 이때 생각하며 피식거릴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웃긴 이야기가 맞지.

       

        “그때 생각하면 나도 가끔 웃고는 한단다.”

       

        – 본인이 생각해도 웃긴가봄.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저희랑 웃음 코드 맞는 거 처음 아닌가요?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뭐, 지금은 그저 웃고 넘기는 정도지만, 그 당시에는 꽤 심각했단다.”

       

        내가 차원을 넘나들기 위해서는 ‘코즈믹 에너지’라는 것을 필요로한다.

        그리고 ‘코즈믹 에너지’란 마나의 상위에너지이자, 초월자도 함부로 다루기 힘들어하는 힘이다.

        당연히 그런 힘을 사용해 억지로 차원을 열고 이동하는 것은 나에게도 큰 부담이다.

       

        내가 늘 잠을 자는 이유는 그냥 내가 잠을 자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차원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몸이 지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초월자인 내가 필멸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 역시 못 할 짓이니…….

       

        “내가 할 일이 없는데, 잠이나 자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 엌ㅋㅋㅋㅋ

        – 그거 변명아닌가욬ㅋㅋㅋ

        – 그런데 맞는 말이긴 함.

        – ㅋㅋㅋㅋㅋ

        – 라나님은 주무셔도 예쁘심.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때 잠을 자지 못했던 나는 상당히 예민한 상태였단다.”

       

       

        *            *            *

       

       

        본체는 지상…… 그것도 이 행성에서 유일하게 만년설이 내린 높은 산 위에 간단한 둥지를 틀고 선잠이 들어갔다.

        그리고 아바타인 나는 지상을 나아가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심하군.’

       

        하긴, 잠을 자려는데 계속 방해를 받았으니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본체로부터 지원되는 연산 능력이 어딘가 느릿한 부분이 있는데, 당연히 피곤함 때문일 터.

        그래도 만년설이 내릴 정도로 높은 산꼭대기라면 그나마 덜 시끄러우니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콰르르르릉!!!

       

        “…….”

       

        나는 천둥을 휘감은 새 떼가 본체가 있을 산꼭대기로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째서 이 행성은 이렇게 시끄러운가?

       

        쿠과과과광!!

       

        곧이어 시끄러워진 높은 산을 뒤로한 채 나는 사막을 횡단하기 시작했다.

       

        드넓은 사막이라는 것인지, 하늘에서 내리쬐는 열과 지상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상당했다.

        용금으로 만들어진 온도계를 꺼내 온도를 재보니, 대략 20~30º 정도.

        그냥 보기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 온도가 땅에서 올라오는 온도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아스팔트가 녹는 온도가 32~34º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대지가 이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 알 수 있다.

       

        하늘 위에서는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고, 대지에서는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운 지열이 올라온다.

        심지어 바람조차도 제대로 불지 않고, 그늘 한 점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체가 살기에는 극악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낮에는 내가 알고 있는 사막과 같구나.’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사막을 걸어가며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사막의 모래바람 너머로 거대한 지렁이를 닮은 생명체가 거대한 바위를 박살 내며 모래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마 이곳에 있는 사막은 본래 암석과 자갈로 이루어진 ‘암석 사막’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밤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식물, 그리고 방금 본 거대한 지렁이를 닮은 생명체가 모래 속을 유영하며 천천히 암석들을 모래로 바꿔나간 것이겠지.

        그렇기에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의 사막이 고운 모래나 자갈로 이루어져 있는 것일 테다.

       

        나는 손에서 용금을 뽑아냈다.

        그리고 그 용금을 이용해 사막의 모래를 파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4m 정도 파냈을까?

       

        “여기서부터는 수분이 묻어나는구나.”

       

        젖은 모래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거대하고 뜨거운 사막이었기에 민물은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뜻밖에 사막 지하에서 민물의 흔적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식물의 뿌리가 얽혀 있는 부분도 보이고, 동물이나 곤충의 ‘굴’로 보이는 구멍도 나왔다.

        몇몇 뿌리에선 거대한 ‘혹’이나 ‘주머니’처럼 보이는 기관도 보였는데, 아마 저것들 안에는 ‘줄기’나 ‘잎’과 같은 기관이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보였다.

       

        키이익!!

       

        작은 설치류로 보이는 생물이 나에게 이를 드러내다가 땅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다시 모래를 덮었다.

        아직 이 세상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수많은 생명들이 번성한 것을 보면 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알아보면 될 일이겠지.’

       

        모래를 다시 덮는 작업이 완료된 이후, 삽 용도로 사용했던 용금을 회수했다.

        그리고 사막을 향해 얼마나 걸어갔을까?

       

        콰드드득!

       

        “음?”

       

        갑자기 내가 밟고 서 있던 모래가 아래로 쓸려 내려가더니, 어느새 ‘유사’가 되어 나를 아래로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끝에 존재하는 것은 거대한 집게 턱을 벌리고 있는 존재.

        마치 전생의 지구에서 보았던 무슨 ‘~귀신’이라는 이름의 곤충과 닮은 방식의 덫을 이용하는 생명체가 있었다.

       

        “호오. 그래도 낮에 활동하는 생명체가 없지는 않구나.”

       

        키이익!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녀석이 쉴 새 없이 모래를 나에게 뿌리기 시작한다.

        아마 일반적인 먹잇감이라면 이곳에 빠진 순간, 자신에게 흩뿌려지는 대량의 모래에 휩쓸려 아래로 굴러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아래로 흘러내리는 중이고.

       

        팔짱을 낀 채 눈앞에 있는 거대한 생명체를 관찰한다.

        나는 이런 황량한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생존한 생명체의 진화 방식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나 역시 진화하는 생명체라서 그럴까?

        다른 차원에서 새로운 진화 방식을 목격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감탄하고는 한다.

       

        ‘그럼 슬슬 빠져나가 볼까?’

       

        죽일 것까지는 없다.

        그저 모래 속에 섞여 있는 사철을 끄집어내 적당한 구조물을 만들어 밖으로 나간다면…….

       

        “가만히 있어라!”

       

        “음?”

       

        탓!

       

        그 순간 처음 들어 보는 언어가 내 귀에 들어왔다.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하늘 높이 뛰어오른 인간형의 생명체가 보였다.

       

        휘이익!

       

        콰직!

       

        키에에에에에에엑!!

       

        녹색 피부를 가진 근육질의 지성체 손에서 벗어난 뼈로 만든 창이 생명체…… 대충 ‘괴물’의 몸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괴물이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하는 사이, 내 옆에 떨어진 녹색 피부의 지성체가 내 팔을 잡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꽉 잡아라!”

       

        “???”

       

        파바밧!

       

        흘러내리는 모래 경사로를 빠르게 뛰어 올라가는 지성체.

        자신을 ‘오크’라 부르는 종족의 한 개체가 나를 구해 낸 것이다.

       

       

        *            *            *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것이 오크 족이자 추방자였던 ‘크쉬타르’와의 첫 만남이었단다.”

       

        – 와씨.

        – 영화 찍나?

        – 오오오오!!

        – 순애로군요.

        – ㅋㅋㅋㅋㅋㅋㅋㅋ

        – 왜 다 영화 같냨ㅋㅋㅋㅋ

        – ㅋㅋㅋㅋ

       

        언제나처럼 채팅창은 또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이야기의 배경은…… 대충 사하라 사막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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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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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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