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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보수를 받은 후 우리는 남쪽을 향해 나아갔다.

        낮에는 사막을 나아갔고, 밤에는 물과 식량을 채집한 후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크쉬타르는 나에게 사막의 규칙에 대해 알려주었다.

       

        “낮에는 사막의 악몽을 주의해야 한다.”

       

        “사막의 악몽?”

       

        “그래. 보는 사람을 현혹하는 끔찍한 사막의 환영이지.”

       

        “…….”

       

        그거, ‘신기루’를 말하는 것인가?

        이쪽 세상에도 신기루는 존재하는구나?

       

        …이런 식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지혜를 하나씩 배우는 나날이었다.

        그리고 그날도 같은 날이었다.

       

        “후욱! 후욱!”

       

        “…….”

       

        뜨거운 태양 빛이 모래를 달구고, 달궈진 모래는 뜨거운 복사열을 피워올린다.

        만약 고기를 땅에 내려놓는다면, 그대로 익기 시작할 정도로 뜨거운 온도.

        기온은 대략 30º를 넘나들고 있고, 지면의 온도는 90º에 육박하는 중이다.

       

        지구의 모래와는 달리, 이쪽 사막의 모래에는 열전도율이 높은 광물과 금속이 섞여 있었다.

        그러므로 한낮에 이렇게까지 모래가 빠르게 달궈지고, 밤에는 빠르게 식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모래층을 파고 내려가면, 반대로 수분을 머금은 진흙과 비슷한 지층이 튀어나온다.

        이 사막의 식물들은 대부분 그 지층에 뿌리를 내리고 서식한다.

        그리고 그 치밀한 지층을 파고 내려가면, 곧바로 지하수가 흐르는 지층이 나온다.

       

        어쨌든 그런 특이한 환경을 가진 행성이기에, 한낮에는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다.

        그리고 이 행성에서 살아남은 오크와 코볼트들은 뜨거운 햇빛에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특수한 진화를 거쳤다.

       

        오크의 경우에는 화상에 잘 걸리지 않는 내열성 피부를.

        코볼트는 통풍이 잘되고 열을 막는 데 특화된 털을.

        하지만 그런 종족들이라고 하더라도, 역시 더위 자체를 어찌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괜찮으냐?”

       

        “후우. 저기서 잠시 쉬었다 가지.”

       

        크쉬타르가 사막의 모래밭 한가운데 자리 잡은 커다란 기둥을 가리켰다.

        겉보기에는 그냥 석재 기둥으로 보이지만, 사실 저 기둥은 식물의 일종이다.

        표면에 석재로 보이는 위장을 덧붙임으로써 햇빛으로부터의 보호와 위장을 동시에 해내는 종류의 식물이었던가?

       

        콰직!

       

        검은색을 띠는 석재 몽둥이를 휘둘러 껍질을 부수자, 안쪽에서 진득한 점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번 더 몽둥이를 휘두르자, 우리 두 사람이 들어가기 딱 알맞은 공간이 튀어나왔다.

        줄기의 내부에 존재하는 공간인데, 식물이 워낙 크고 굵다 보니 두 사람 정도는 충분히 들어가서 쉴 수 있는 정도의 크기가 나온다.

       

        “이곳에서 쉬도록 하지.”

       

        “그래.”

       

        안쪽으로 들어서자마자 점액이 흘러내리며 입구를 막기 시작했다.

        마치 상처가 났을 때 혈소판이 상처를 막는 것처럼, 줄기 내부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점도가 높은 점액이 상처를 틀어막으려는 것이다.

        물론 이대로 점액이 입구를 막을 경우엔 공기가 출입할 수 없게 되니, 안쪽에서 휴식할 때는 꾸준히 점액을 걷어내야 한다.

       

        크쉬타르는 몽둥이를 입구에 몇 번 휘젓는 것으로 입구가 점액에 완전히 막히는 것을 방지했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물주머니를 꺼내 들이켰다.

       

        “…푸하! 너도 마시겠나?”

       

        “괜찮다.”

       

        크쉬타르의 제안을 좋게 거절했다.

        아바타의 몸은 딱히 무언가를 섭취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데다, 우리가 들고 있는 물자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딱히 필요 없는 나보다는, 꼭 필요한 이에게 먼저 물자가 공급되는 것이 옳은 일이겠지.

       

        추가로 약간의 소금과 열매로 배를 채운 크쉬타르가 다시 한번 몽둥이를 휘둘러 점액을 걷어냈다.

        그러자 사막의 뜨거운 공기와 함께 모래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음?”

       

        사막에서 모래가 섞인 바람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에 부는 모래바람은 무언가가 심상치 않았다.

        그것을 깨달은 크쉬타르가 굳은 얼굴로 잠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되돌아왔을 때, 크쉬타르의 얼굴은 매우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모래 폭풍이다.”

       

        “폭풍?”

       

        내가 이 사막을 관찰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 사막은 세찬 돌풍은커녕 잔잔한 바람조차 거의 불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폭풍이 분다고?

       

        “이 시기에 이 정도의 모래 폭풍이 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난감하군.”

       

        크쉬타르의 말에 나는 잠시 감각을 넓혀보았다.

        혹시나 이 모래 폭풍이 인위적인 현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래 폭풍은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아무래도 운이 없었던 모양이다.

       

        휘이이이이잉!!

       

        이내 단숨에 모래 폭풍이 우리가 있는 곳을 덮쳤다.

        일부러 치우지 않은 점액이 마치 투명한 젤리 벽처럼 입구를 덮었고, 그 점액 벽이 모래바람에 휘날리며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숨을 쉬기 위해 뚫어둔 구멍으로 거친 바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는 이곳에서 머물 수밖에 없겠군.”

       

        “그래.”

       

        나는 상관없겠지만, ‘모래’라는 이물질이 총알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저 폭풍 속을, 일반적인 생물체가 멀쩡하게 돌아다닐 가능성은 작었다.

        적어도 총알을 막을 정도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든가, 아니면 적절한 공간에 몸을 숨기고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지.

        그리고 우리는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몸을 숨기기로 했다.

       

        점액으로 이루어진 문에 제대로 숨구멍을 뚫어둔 크쉬타르가 등에 메고 있던 짐을 풀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식물 섬유로 감싼 고기와 물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식사 준비하겠다.”

       

        “나도 돕지.”

       

        “그래.”

       

        크쉬타르는 식재료를 다듬고, 나는 불을 피웠다.

        본래라면 식물의 내부라는 습한 환경에서, 장작도 없이 불을 피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마법’의 힘이 있었다.

       

        화르륵!

       

        “?!”

       

        이미 몇 번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다는 얼굴로 허공에서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는 크쉬타르.

        그렇게 불을 바라보던 그가 평평한 돌을 그 위에 깔았다.

        그리고 평평한 돌이 충분히 달궈졌을 때, 그 위에 자른 고기를 올려 굽기 시작했다.

       

        치이익!!

       

        크쉬타르의 손짓에 따라 구워지는 자른 고기와 자른 열매.

        마치 버터처럼 녹은 열매의 과육이 고기에 침투하며, 고기의 맛과 향을 조금씩 잡아주는 것이 보였다.

        이 열매가 이쪽 세계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향신료인가?

       

        “먹어라.”

       

        “잘 먹겠다.”

       

        크쉬타르와 함께 식사했다.

       

        휘이이이이익!

       

        펄럭! 펄럭!

       

        점액질의 벽은 어느새 딱딱하게 굳었는지, 조금 전처럼 심하게 펄럭거리지 않았다.

        다만 약간의 탄성은 남아 있어, 총알의 속도로 날아오는 모래알들을 어렵지 않게 튕겨내고 있었다.

        만약 뛰어난 장인들이 이 점액을 보게 된다면, 신물질을 찾았다고 좋아할 것 같다.

       

        “란가.”

       

        “왜 그러느냐?”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여러 감정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크쉬타르의 얼굴이 있었다.

       

        “넌 누구지?”

       

        “…….”

       

        이곳에서 처음으로 듣는 크쉬타르의 질문.

        아니, 그에게서 들은 첫 질문은 내 이름을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그에게서 들은 제대로 된 첫 질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나는 천천히 크쉬타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혼란과 불안함, 그리고 공포의 감정이 혼재되어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리고 그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들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어봐야 할 것 같군.”

       

        “…….”

       

        “란가. 너는 누구냐?”

       

        크쉬타르의 질문에 나는 입을 열었다.

       

       

        *            *            *

       

       

        “이제 방송 종료 시간이구나.”

       

        – 갸아아아아악!!

        – 아아아악!!

        – 절단 마공!

        – 크아앙!!

        – 주화입마!!

        – 끄아악!!

       

        내 말에 채팅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방송해 달라느니, 아직 우리는 만족하지 않았다느니, 이렇게 이야기를 끊는 것이 어디 있냐느니…….

        그런 시청자들을 향해, 나는 여상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이들아. 내가 방송 종료 시간을 어긴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

       

        – 어…….

        – 없었죠?

        – 아마?

        – 집들이 때?

        – 아님. 집들이때도 귀신처럼 시간 맞췄음.

        – ㅎㄷㄷ

        – ㄹㅇㅋㅋ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시청자들.

        그들에게 나는 선고했다.

       

        “알았다면 포기하거라.”

       

        – 갸아아아아악!!

        – 안 돼애애애애애!!

        – ㅠㅠㅠㅠㅠㅠㅠ

        – 흙흙흙.

        – 너무 슬프다.

        – 용바

        – 추워…… 엄마…….

        – 라나님. 여긴 너무 추워요.

       

        내 말에 이상한 채팅들을 올리기 시작하는 시청자들.

        이런 것을 인간들은 ‘꼴값 떤다’라고 하던가?

        ……아닌가? 헷갈리네.

       

        어쨌든 종료 시간이 다가왔기에,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란다. 모두 재미있었느냐?”

       

        – 뒷이야기 있었으면 더 좋았을 뻔?

        – 재미있었음.

        – 이대로 끝나면 너무 아쉬워용 ㅠㅠ

        – 아. 바람피러 가야겠다.

        – ㅠㅠㅠㅠ

       

        “나 원 참. 내일 이어서 이야기해 줄 터이니 너무 섭섭해하지 말거라.”

       

        내 말에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방송 종료를 받아들였다.

        나는 언제나처럼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한 후, 천천히 방송을 종료했다.

       

        방송이 끝난 후엔 항상 습관적으로 하는 기지개를 켜고 있었는데, 방송실 한쪽에 다소곳하게 서 있던 자예가 나에게 다가왔다.

        ……음? 도화가 아니라 자예가 있다고?

       

        “주인님.”

       

        “자예? 네가 여긴 무슨 일이냐?”

       

        자예는 나 대신 내 수하들을 다스리는 입장에 선 아이다.

        그렇기에 평소에는 굉장히 바쁘다.

        평소 자예가 아닌 도화가 내 수발을 들어 주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자예가 매우 바빠서 날 돌봐줄 시간이 없으니까.

        그런 자예가 날 직접 찾아왔다는 말은…….

       

        “다른 초월자에게서 사절이 찾아왔습니다.”

       

        “…….”

       

        자예의 말에 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뒷이야기는 다음 이시간에.

    본래는 좀 더 페르시아의 왕자(영화)처럼 쓰고 싶었는데, 슬슬 방종 시간이라 한 번 끊고 가겠습니다.

    원래는 다이나믹한 전개를 하다가 끊으려고 했는데, 한 번쯤 이런 전개도 필요할 것 같아서 이렇게 끝맺음 했습니다.

    다음화부터는 다이나믹한 전개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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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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