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53

        – 와.

        – 남자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모야모야

        – 와씨. 거기서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함.

        –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재미있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나 역시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그가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단다.”

       

        그때 크쉬타르는 나에 대하여 크나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나를 애써 ‘숲의 일족의 어린아이’라고 생각하려 했고, 내 정체를 직시한 후에는 나와 떨어지려고 했다.

       

        “어찌 보면 현명한 판단이었단다. 필멸자가 초월자와 함께하는 것은, 마치 개미가 인간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만큼 힘든 일이니까.”

       

        그렇기에 크쉬타르가 나를 떠나겠다고 했을 때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그리고 그가 다시 나의 앞에 나타났을 때 놀라워했던 것이고.

        특히 내가 놀랐던 것은, 그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난 이유였다.

       

       

        *            *            *

       

       

        나는 다시금 내 앞에 나타난 크쉬타르를 바라보았다.

        나를 납치하려 했었던 이들을 대충 옆으로 치워 놓던 그가 내 시선을 느끼곤 물었다.

       

        “뭐냐?”

       

        “왜 다시 왔느냐?”

       

        나의 질문에 그가 나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내 시선에, 결국 크쉬타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그냥 모른 척해주면 안 되나?”

       

        “모른 척해주기를 원하는가?”

       

        “…….”

       

        내 말에 크쉬타르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마 내 말이 진심인지, 혹은 빈말인지 가늠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말은 진심이었다.

        나는 그가 ‘모른 척해 줘’라고 한다면, 기꺼이 모른 척해 줄 생각이었다.

        그가 그것을 원하는데, 굳이 그것을 어겨 가면서까지 그와 불편해질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의도를 알아챈 것일까?

        두 눈을 크게 뜬 그가 나를 바라보며 피식 미소 지었다.

       

        “무시무시한 존재라도, 우리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참 모르는군.”

       

        “음? 그야 당연한 것 아니냐.”

       

        나와 너희들은 종 자체가 다른데 말이다.

        당연히 나는 너희들에 대해 모르고, 너희들도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파핫!”

       

        탁!

       

        손으로 자기 얼굴을 덮은 크쉬타르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겨우 이런 것 때문에 고민했었나……?”

       

        “……?!”

       

        그 순간, 크쉬타르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공포, 혼란 따위의 감정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참으로 흥미로운 광경에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크쉬타르는 천천히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그의 얼굴은, 어딘가 후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자 란가.”

       

        “응?”

       

        “부르투름에선 밤에 숙소를 잡는 편이 좋다.”

       

        “…….”

       

        “숙소에 가서 계획을 세워 보지.”

       

        “……알겠다.”

       

        앞장서는 크쉬타르의 모습에,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케에엑!”

       

        “살려…….”

       

        ……우리의 뒤에 버려진 납치범들은 싹 무시한 채 말이다.

       

       

        *            *            *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납치범 뭐얔ㅋㅋㅋㅋ

        – 그보다 크쉬타르 멋지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 왜 멋지지?

        – 무슨 애니메이션 속 쿨계 남자 주인공 같음.

        – ㅇㅇㅇㅇ

        – ㅇㅇ

        – ㅋㅋㅋ

       

        “호. 뜻밖에 크쉬타르가 너희에게 인기가 좋구나.”

       

        ‘인간’이 아니기에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줄은 몰랐는데, 내 예상외로 크쉬타르가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런 내 의문에 시청자들이 답해주었다.

       

        – 성격이 좋음.

        – 성격 마음에 들어요.

        – 외형은 모르겠는데, 일단 성격은 마음에 듬.

        – ㄹㅇㅋㅋ

        – 성격 좋네요.

        – 딱 남주 성격임.

       

        “성격이라…….”

       

        그렇군.

        이쪽 차원의 인간들은 크쉬타르와 같은 성격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인가? 새로운 사실을 배웠다.

        머릿속에 새로운 사실을 잘 기억하며, 나는 이들에게 말했다.

       

        “어쨌든 나와 크쉬타르는 다시 뭉쳤고, 그는 나의 여행을 도와주겠다고 했단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확고했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기에 나 역시 그의 도움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숙소에 모여 다음 여행지를 궁리하고 있을 때였다.

       

       

        *            *            *

       

       

        “이곳에는 암야의 동굴이 존재한다.”

       

        “가능하다면 다른 종족의 영역도 여행해 보고 싶은데…….”

       

        “머메일족은 모르겠지만, 코볼트들의 땅은 힘들 거다.”

       

        약간의 갈등도 있었고, 헤어짐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모였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다음 목적지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크쉬타르는 오랫동안 이 대륙을 떠돌아다녔고, 그 덕분에 이곳저곳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의 여행지는 빠르게 정리될 수 있었다.

       

        “종착지는 어디로 할 거냐?”

       

        “종착지?”

       

        “그래. 내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여행에는 종착지가 있다고.”

       

        “흠.”

       

        크쉬타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모든 여행은 결국 끝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여행을 끝마치는 마지막 종착지는, 그 여행을 마무리하는 의미이자 목적이다.

       

        모든 여정은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고, 어떤 여정을 고르든 결국에는 종착지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종착지를 고르느냐에 따라, 여정의 과정도 달라지는 것이 당연할 터.

       

        “종착지라…….”

       

        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여행의 종착지?

        어디를 종착지로 정해야 좋을까?

       

        쿠당탕탕탕!!

       

        꺅!

       

        으악!

       

        “음?”

       

        “뭐지?”

       

        한참 고민에 빠져 있던 그 순간, 아래층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나와 크쉬타르의 시선이 바닥을 향하고, 동시에 바닥에서부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냐?

       

        맞습니다 두목!

       

        전부 뒤져서라도 잡아!

       

        아무래도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한 무리가 여관을 습격한 모양이다.

        나는 바닥을 향해 아바타의 천룡안을 떴다.

        그러자 아바타의 눈이 바닥을 투과해, 1층의 상황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음? 저기, 아까 날 납치하려던 이들이 보이는구나.”

       

        “젠장.”

       

        창문을 살짝 열어 밖을 확인한 크쉬타르가 한숨을 내쉬며 짐을 챙겼다.

        그러고는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수많은 발소리를 들으며 자기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셋을 말하면 문을 박차고 달릴 거다.”

       

        “알겠다.”

       

        “……미리 말하지만 내가 됐다고 하기 전까진 힘을 사용하지 말거라.”

       

        “???”

       

        왜지?

        의아한 시선을 크쉬타르에게 보냈지만, 그는 내 시선을 싹 무시한 채 문을 바라보며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이내 우리가 있는 방문 앞에서 발소리가 멈춘 순간…….

       

        “셋!”

       

        콰지직!!

       

        “끄악!”

       

        “아악!”

       

        단숨에 휘둘러진 크쉬타르의 몽둥이가 문짝을 그대로 날려 버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문밖에 있던 3~4명의 오크들을 덮쳤다.

        그리고 그 사이로 뛰쳐나간 크쉬타르가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크랴압!”

       

        부우우웅!!

       

        퍽퍽퍽!

       

        그의 몽둥이가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한 명의 오크들이 쓰러졌다.

        투박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었다.

       

        순식간에 길이 열리고, 크쉬타르가 그 틈을 빠져나갔다.

        ……그의 뒤를 따르던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잡아라!”

       

        “우랴아아아!!”

       

        쿵쾅쿵쾅!

       

        뒤에 남아 있던 남은 오크들이 우리를 뒤쫓기 시작했다.

        동시에 우리가 달려가던 복도 끝, 계단을 통해 또 다른 오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저기 있다!”

       

        “잡아라!”

       

        “쳇.”

       

        앞뒤로 포위된 상황.

        나는 크쉬타르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테냐?”

       

        “일단 네가 나서면 안 된다. 일이 커져.”

       

        단숨에 내 도움을 거절한 크쉬타르가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나를 집어 들어 옆구리에 끼고선, 바로 옆의 문을 뻥 차버렸다.

       

        콰직!

       

        “히익?!”

       

        “실례하지!”

       

        방 안에서 자고 있었던 다른 손님에게 한마디 사과를 남긴 크쉬타르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쾅!

       

        “흡!”

       

        창문이 뜯겨 나가고, 그와 나의 몸이 허공을 난다.

        동시에 우리의 몸은 바로 옆 건물의 옥상을 굴렀다.

       

        쿠당탕!

       

        “큿! 괜찮나?”

       

        “괜찮단다.”

       

        나보다는 네 걱정을 하는 것이 더 나을 텐데?

        그런 의미로 크쉬타르를 바라보았지만, 어느새 우리가 뛰쳐나온 창문을 통해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기 있다!”

       

        “쫓아라!”

       

        “빌어먹을!”

       

        타다닷!

       

        크쉬타르와 나는 건물 옥상을 달리기 시작했다.

        납치범들은 그런 우리를 위와 아래에서 쫓기 시작했다.

       

        “쏴!”

       

        “던져!”

       

        피이잉!

       

        휘리릭!

       

        “흡!”

       

        텅! 틱!

       

        빠르게 도망치는 우리를 향해 화살, 창, 그물 등이 날아왔다.

        그리고 그것들은 크쉬타르의 몽둥이에 의해 하나씩 격추되었다.

       

        “젠장. 이놈들, 패밀리의 일원이었나?”

       

        “패밀리?”

       

        “부르투름의 거대 범죄 조직이다. 사실상 이 도시를 지배하는 것들이지.”

       

        “아하.”

       

        말하자면, ‘마피아’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되나?

        아무래도 이 교역 도시는 ‘패밀리’라는 여러 개의 조직에 의해 분할 통치되고 있고, 지금 우리를 쫓는 이들은 그런 ‘패밀리’ 중 하나인 모양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아마 나를 납치하려 했었던 그 3명의 납치범들일 것이고.

       

        콰앙!

       

        “큭!”

       

        우리를 향해 날아온 돌덩어리를 피해낸 후 옥상을 박찼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우리가 서 있었던 자리로 그물이 떨어져 내렸다.

       

        “도와주랴?”

       

        “…….”

       

        나는 마지막으로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런 내 질문에, 크쉬타르는 이번에도 무시할 순 없었던 모양이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그가 나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저번처럼 눈에 띄게 하지는 말아라.”

       

        “선처해 보지.”

       

        아무래도 크쉬타르는 내가 너무 강한 힘을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적절하게 힘을 조절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적들이 착용하는 금속을 조종해 은밀하게 공격하는 것.

        하지만 그것은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철기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대륙의 대부분이 사막으로 이루어진 세상이고, 당연히 ‘불’을 피우기 위한 ‘장작’을 구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땅이 ‘사막’이고, 이런 사막에서는 훌륭한 장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무’에 해당하는 식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기본적으로 불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다.

       

        게다가 철광석이나 코크스, 석탄 등을 채집할 장소도 없다.

        왜냐하면 그런 장소는 이미 한 줌의 모래가 되어 버렸을 테니까.

        물론 그 대신이라고 해야 할지, 이 세상의 사막에는 대량의 ‘사철(沙鐵)’이 섞여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 사정 때문에 이 세상은 ‘철기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

        그 대신, 강철에 버금가는 강도를 가진 ‘석재’나 동물의 뼈를 활용한 도구 제작 기술이 발전했다.

        실제로 크쉬타르가 휘두르고 있는 검은색 돌 몽둥이나, 우리에게 날아오는 뼈 화살, 뼈 창, 하늘 위로 던져지는 ‘식물 점액을 굳혀 만들어 낸, 젤리와 비슷한 재질의 그물’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볼까?”

       

        주르륵!

       

        나의 손에서 황금이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용금으로 만들어진 아바타의 몸에서 직접 창조해 낸 황금이, 나의 지배력에 의해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촤아악!!

       

        후두둑!

       

        그리고 단숨에 휘둘러진 채찍은 음속을 돌파했고, 동시에 우리를 향해 날아오던 모든 것들을 튕겨 내 버렸다.

        이 기술에 이름을 붙이자면…… ‘채찍의 황금술’ 정도로 할까?

       

        “?!”

       

        “헉!”

       

        “뭐야?!”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그리고 나는 우쭐한 기분으로 크쉬타르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정도면 되겠느냐?”

       

        “되겠냐!!!”

       

        “???”

       

        크쉬타르에게 혼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꼭 한 번은 써보고 싶었던 도주씬.

    너무 좋아영!! ㅎㅎ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