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59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지.”

       

        – 오오오오!!

        – 최고다!!

        – 우와아아아!!

        – 빨리! 빨리 시청각 자료를!

        – 테잌 마이 머니!

        – ㅋㅋㅋㅋㅋ

       

        내 말에 채팅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채팅창은 원래 시끄러웠던가?

       

        “알았다. 이 녀석들아.”

       

        어디 보자.

        여기서 이걸 이렇게 하면…….

       

        슈르르륵!

       

        나의 지배력에 의해, 내가 만들어 낸 황금이 내 앞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나의 의지에 따라 형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때가…… 이렇게였던가?’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분명히…….

       

        – 어우!

        – 저거 뭐임?

        – 와씨. 너무 그로테스크한데?

        – 징그러움.

        – 내 눈!

        – 혐주의 좀!

       

        “음?”

       

        갑자기 채팅창이 다른 의미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내가 황금으로 재현한 ‘가르진(폭주 모습)’이 너무 징그럽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겨우 이 정도가 징그러우냐?”

       

        – 네.

        – ㅔ

        – 넹

        – 맞아요.

        – 전 메뚜기도 징그러움.

        – 모기도 징그러운데요?

        – 도마뱀도 징그러움.

        – 네네네네네네

       

        “…….”

       

        나약한 아이들이로다.

        나는 시청자들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 어우.

        – 매도하는 눈빛 짜릿함.

        – 할머니의 매도하는 눈빛!

        – ㅗㅜㅑ

        – 캬! 포상!

        – 이건 포상이지!

        – 그만해 미친놈들앜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ㅗㅜㅑ

       

        “…….”

       

        왜 좋아하는 걸까?

        심지어, 대부분은 장난이 분명한데, 일부 중에선 진짜로 기쁨의 감정을 느끼는 이들까지 있었다.

        과연 이것은 일부의 특이한 이들인 것일까? 아니면 그냥 이쪽 차원의 인간들에겐 이게 보통인 것일까?

       

        평생 알 수 없을 고민을 끝내며 지배력을 다시 행사했다.

        가르진(폭주 모습)이 너무 징그럽다니, 조금 모습을 뭉뚱그려서 다시 만들었다.

        이 정도라면 됐나?

       

        – 이제 안 징그러워요.

        – ㄳㄳ

        – 고마워영.

        – 좋아용. ㅎㅎ

        – ㅋㅋㅋ

       

        “그래. 그럼 이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마.”

       

        나는 기억을 더듬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크르라아악!!

       

        가르진을 집어삼킨 살덩어리가 거대화한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앞으로 나선 크쉬타르가 자기 몽둥이를 휘둘렀다.

       

        투우우웅!!

       

        그륽!

       

        “흡!”

       

        오른팔과, 몽둥이가 부딪쳤다.

        그리고 그 결과는, 두 질량체가 부딪쳤다고는 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서로 부딪친 두 질량체 사이에서 가장 먼저 퉁겨져 날아온 것은 공기의 충격파.

        그리고 그 뒤로 소리의 충격파가 울려 퍼지고, 이어서 오른팔과 몽둥이가 퉁겨져 나갔다.

       

        쿠과과과광!

       

        “큭!”

       

        강화된 자기 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크쉬타르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나는 황금을 뽑아내 다시 한번 크쉬타르의 몸을 받아주었다.

       

        “괜찮으냐?”

       

        “…….”

       

        멍한 표정의 크쉬타르.

        그는 자기 손을 몇 번 쥐어 보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힘…… 굉장하군.”

       

        “빠르게 익숙해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적어도, 저놈보다는 빨리.”

       

        크와아아앙!!

       

        쿵! 쿵!

       

        크쉬타르와 같이 뒤로 튕겨 나갔던 살덩어리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저쪽 역시, 이제 막 생성된 자기 육체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상태다.

        즉, 이 싸움은 강화된 자기 힘을 가장 먼저 컨트롤할 수 있는 쪽에게 승산이 기운다는 소리다.

       

        “걱정하지 마라!”

       

        타다닷!

       

        쿠과광!

       

        자신만만하게 외친 크쉬타르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속도가 가볍게 음속을 돌파하고, 이어서 그가 지나간 자리의 공기층이 뒤틀리며 소닉붐이 발생했다.

        이윽고, 살덩어리의 앞에 나타난 크쉬타르가 양손으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흐읍!”

       

        투콰아앙!

       

        터져 나오는 폭음과, 단숨에 터져 나가는 살덩어리의 머리.

        머리를 터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은 충격파가 살덩어리의 몸을 출렁거리게 만들었다.

        이것만 보아서는 크쉬타르의 승리처럼 보이겠으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큭?!”

       

        츄르륵!

       

        근육, 뼈, 장기 등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조직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머리를 다시 재생한다.

        그러고는 이목구비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괴상한 머리가 다시 완성되더니, 그대로 크쉬타르를 향해 박치기를 시도했다.

        물론, 살덩어리의 이마 쪽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박혀 있기에, 정석적인 박치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랐지만 말이다.

       

        “핫!”

       

        투쾅!

       

        살덩어리의 박치기를 재빨리 말로 박차고 탈출하는 데 성공한 크쉬타르.

        그가 내 앞에 착지한 채 물었다.

       

        “이제 말해라! 가르진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현재 가르진의 상태를 말하자면, 다른 이들로부터 갈취한 생명력이 서로 섞이며 폭주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해 보자면…… 마치 다른 성분들끼리 섞여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은 상태라고나 할까?

        아니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 아니, 브레이크가 애초에 없는 기관차?

        이건 비유를 고르기가 조금 힘들군.

       

        어쨌든 그런 상황이기에, 사실 가장 깔끔한 방법은 가르진을 죽이는 것이다.

        지금, 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주술진은 가르진을 핵으로 하고 있기에, 가르진을 죽인다면 폭주 중인 생명력도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고, 이 주술도 멈추겠지.

       

        “그건 안 된다!”

       

        “안다. 그렇기에 남은 것은 불완전한 두 가지 방법뿐이다.”

       

        첫 번째는 이 주술진을 역산해, 저 살덩어리에서 생명력을 다시 빼내는 것.

        그렇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폭주 중인 생명력이 빠져나갈 테니, 가르진도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다만, 생명력을 구별해서 빼낼 수는 없다.”

       

        즉, 폭주 중인 생명력과 함께 가르진 본인의 생명력 역시 빠져나가게 된다는 소리다.

        그리고 육체에 대량의 정제되지 않은 타인의 생명력을 집어넣고, 다시 대량의 생명력을 빼내는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다.

        작게는 수명이 줄어들 것이고, 크게는 육체 능력이 극도로 노화되기까지 하겠지.

       

        “가능한 방법인가?”

       

        “가능하고말고. 지금 내가 그걸 시도중이지 않으냐.”

       

        우우웅!

       

        나는 내 황금으로 다시 그려진 주술진을 가리켰다.

        동시에 더 이상 생명력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치해 둔 다른 사람들도 가리켰다.

        지금, 이 수고를 하는 이유가, 전부 크쉬타르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함인 것이다.

       

        “다만, 이 방법은 시간이 좀 걸린다. 주술이 워낙 엉망인 터라…….”

       

        “……두 번째 방법은 무엇이냐?”

       

        “저 살덩어리의 생명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박살 내면 된다.”

       

        “그게 낫겠군.”

       

        스르릉!

       

        단순한 방법이 마음에 든다는 듯, 크쉬타르가 몽둥이를 든 채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아압!”

       

        파바밧!

       

        음속을 한참 뛰어넘는 속도로 움직이며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하는 크쉬타르.

        그리고 소닉붐을 동원한 몽둥이찜질이 살덩어리에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광!

       

        크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는 살덩어리.

        내부에서 솟아오르는 생명력이 끊임없이 살덩어리를 재생시켰으나, 애초에 음속을 넘어선 속도로 움직이는 크쉬타르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저 살덩어리는 제대로 된 생각이나 의지조차 없는, 그저 생명력의 폭주에 불과하다.

        그저 생명에 대한 본능으로 움직이는 것이, 저런 상황을 제대로 헤쳐 나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으랴아아압!”

       

        마침내 살덩어리의 재생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유하고 있던 생명력이 점점 고갈되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재생되는 부분보다, 파괴되어 가는 부분이 점점 더 늘어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살덩어리의 움직임 역시 점점 더 굼떠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가르진!”

       

        “흠.”

       

        희망을 느낀 듯, 크쉬타르의 움직임 역시 더욱더 거침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의 몽둥이가 살덩어리의 머리를 다시 한번 날려 버리려던 그 순간이었다.

       

        쩌저적!

       

        콰직!

       

        “큿?!”

       

        음속을 넘어선 속도를 버티지 못한 크쉬타르의 석재 몽둥이가 박살 나버렸다.

        아무리 특별한 방법으로 만들어 낸, 철제 무기에 버금가는 석재 몽둥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석재’에 불과하다.

        음속을 돌파한 속도를 계속 견뎌 내기엔, 저 몽둥이는 너무 연약했다.

       

        “젠장!”

       

        얼굴을 구기는 크쉬타르.

        결국 무기를 잃어버린 그는 살덩어리에게 일격을 날리지 못했고, 기회를 잡은 살덩어리는 크쉬타르를 향해 거대한 오른팔을 휘둘렀다.

        이대로는 크쉬타르가 당하는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으나…….

       

        우우웅!!

       

        “음?”

       

        그 순간 나는 보았다.

        자루만이 남은 몽둥이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크쉬타르의 마나를 말이다.

       

        비록 그 형태는 불완전했고, 성질은 난폭했으며, 기술은 조악했을지언정.

        그것은 분명히 물질적인 성질을 띤 마나였다.

        다른 차원의 말로 하자면…… ‘검기’, 혹은 ‘오러’라 부르는 그것.

       

        “흐아아압!”

       

        부우우웅!!

       

        나를 놀라게 한 그것이 살덩어리를 날려 버리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감탄했다.

        본래라면 크쉬타르가 사용하기엔 불가능한 고위의 기술이었을 텐데, 그는 그에게 허락되지 않은 기술을 사용했다.

        그것은 초월자인 나로서도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가르진! 가르진!!”

       

        “…….”

       

        나는 애타게 자기 친구를 부여잡고 소리치는 크쉬타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놀라운 일이긴 했으나, 지금은 뒷정리하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

       

        “어쨌든, 이것으로 한 건 해결이로구나.”

       

        이럴 때 사용하는 단어가 맞겠지?

        나는 점점 떠오르는 태양 빛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 아닠ㅋㅋㅋ

        – 설명은 뭔가 부실한데, 시청각 자료가 대박이넼ㅋㅋㅋ

        – 눈으로 보는 게 역시 좋은 듯?

        – 그냥 시청각만 해주시면 안 되나요?

       

        “…….”

       

        나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랬다고 합니다.

    지금 밤 새서 글쓰고 있는데, 밤새는 것은 정말 못할 짓입니다.

    여러분은 밤새지 마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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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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