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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1

        나는 간만에 이쪽 차원의 옷을 입었다.

       

        “음…… 이 정도면 괜찮은가?”

       

        “아름다우십니다.”

       

        아름다우십니다!!

       

        내 치장을 도와주던 자예와 요괴 시녀들이 한목소리로 말했다.

        아름답다니…… 듣기는 좋구나.

       

        “그럼 잠시 외출하고 오마.”

       

        “다녀오십시오.”

       

        우우웅!! 나는 공간을 찢고, 단숨에 목표한 곳으로 이동했다.

        마법이 아니라 그냥 무식하게 공간을 찢을 뿐이지만, 이런 짓도 하도 많이 하다 보니 이젠 요령이 생기고 말았다.

       

        “오셨습니다.”

       

        “그래.”

       

        목표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인간들이 나를 맞이했다.

        내 매니저라고 할 수 있는 양지 엔터테인먼트의 직원과, 헌터 협회에서 나온 이들이다.

        양지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인간 세상에서 내 안내를 해 줄 인원을, 헌터 협회에서는 경호 인력을 보내주었다.

        즉, 이들은 오늘 하루 나를 수행할 인원들이다.

       

        “출발하자꾸나.”

       

        “네.”

       

        나의 말에, 내가 탄 리무진이라는 자동차가 출발했다.

       

        “오늘 일정은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매니저가 말해주는 오늘 일정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전에 받아본 일정과 큰 차이가 없었던 탓이다.

       

        그렇게 차를 타고 이동할 때였다.

        내 옆에 앉은 채 나를 힐끔힐끔 훔쳐보는 경호 헌터의 모습에,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신기하느냐?”

       

        “헉! 아, 아닙니다!”

       

        인간들 중에서도 상당히 젊은 축에 들어가는 경호 헌터가 딱딱하게 굳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긴장을 아예 푸는 것도 그렇겠지만, 그렇다고 긴장을 너무 하는 것도 좋지 않을 텐데?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봐도 괜찮단다.”

       

        “아, 아닙니다. 그저…… 저희에게만 경호를 맡기셔도 되는지…….”

       

        “…….”

       

        아니라고 말은 하는데, 그런 와중에도 질문은 또 질문대로 하고 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또 다른 경호 헌터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이쪽을 훔쳐보는 것이 보였다.

        음…… 아무래도 이 아이는 돌아가서 크게 혼날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그것은 이 아이의 일이다.

        나는 지금 내 일을 해결하기로 했다.

       

        “내가 홀로 이곳에 나온 이유가 궁금한 모양이구나.”

       

        “아, 아닙니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경호 헌터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조수석에서 보내오는 경호 헌터의 눈빛도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음…… 아이야. 네 의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한 가지 내가 물어보겠다.”

       

        “넵!”

       

        “너희들이 ‘경호원’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무슨 목적으로 생겨났느냐?”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대답은 시원시원하다.

        그런 경호 헌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경호원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지. 그것이 암살자든, 자연재해든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초월자이자, 드래곤인 나에게 과연 경호원이 필요할지 말이다.

       

        “어…… 드래곤이라도 눈먼 칼에 찔리면 피 흘리지 않나요?”

       

        “음? 후후후…… 그래. 그것도 그렇구나.”

       

        너무 순수한 질문이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버렸다.

        인간들 중에서도 이 나이에 이 정도의 순수함을 지닌 이들은 흔치 않을 텐데…… 재미있구나.

        조수석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어린 경호 헌터를 노려보는 이를 향해 손짓으로 진정시킨 후,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린 경호 헌터에게 말했다.

       

        “혹시 날붙이를 가지고 있느냐?”

       

        “네? 어…… 넵!”

       

        내 말에 어린 경호 헌터가 허리에서 단검을 뽑았다.

       

        “저…… 미…… 친…… 개…….”

       

        “…….”

       

        조수석에 있던 경호 헌터가 게거품을 물 것처럼 어린 경호 헌터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들어 보니 호위 대상 앞에서 무기를 꺼내 드는 것은 금기사항이라나?

        음…… 난 괜찮지만, 저들에겐 저들의 규칙이 있는 것이겠지?

       

        어린 경호 헌터에게 못 할 짓을 한 것 같아서 그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그 후 그의 단검을 받아 내 팔목을 그었다.

       

        사악!

       

        “헉?!”

       

        “라그나님!”

       

        갑작스러운 사태에 모두가 놀란다.

        하지만 단검이 지나친 자리엔 그 어떤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놀라는 어린 경호 헌터에게, 그의 단검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멀쩡한 내 팔을 보여 주며 말했다.

       

        “상처가 없지?”

       

        “어…… 네.”

       

        “초월자라는 존재는 이런 것이란다.”

       

        필멸자에 속한 그 어떤 것도, 초월자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

        아무리 강대한 이도 눈먼 칼에 찔리면 상처를 입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초월자는 아무리 눈먼 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필멸자에 속한 것이라면 피해를 보지 않는다.

        ……초월자가 원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렇기에 초월자들은 경호원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단다.”

       

        애초에 초월자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초월자뿐이다.

        그렇기에 초월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상대도 초월자라는 뜻이고, 그런 초월자로부터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경호원 역시 초월자여야 한다.

        당연히 이런 경우가 흔할 리가 없다.

       

        “어…… 그럼 저희, 필요 없는 것 아닙니까?”

       

        “효율성으로만 본다면, 그렇겠지.”

       

        인간들 중에서는 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이들이 없고, 내 아바타 역시 어지간한 인간들은 손쉽게 상대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 세상을 안내해 줄 가이드지, 경호원은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나에게 경호원을 붙인 것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닌 너희들의 선택이 아니었느냐.”

       

        “아…….”

       

        그렇다.

        사실 나는 경호원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이 없었다.

        그냥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랄까?

       

        그렇기에 경호원에 대한 부분은 미리 설명해 두었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경호원을 붙인 것은 인간 쪽의 판단이었다.

        뭐라고 했더라……?

        ‘보여주기’식이라도 필요하다고 했던가?

       

        “아하! 뭔가 알 것 같습니다! 경호원 붙어 있으면 뭔가 대단해 보이니 말입니다!”

       

        “뭐…… 나는 그 부분은 잘 모르겠구나. 인간들 사이에서 통하는 뭔가가 있는 것이겠지.”

       

        어느새 어린 경호 헌터의 긴장이 다 풀린 듯, 나와 그는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경호 헌터는 피눈물을 흘릴 것 같은 얼굴로 어린 경호 헌터를 훔쳐보고 있었다.

        원망의 감정이 상당히 높은데?

       

        “도착했습니다.”

       

        “음?”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이번 광고 촬영이 진행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우리를 맞이한 것은 정장을 차려입은 늙은 인간이었다.

        겉모습은 젊어 보이지만, 나에게는 그가 보내온 세월의 흐름이 보였다.

        저 정도면 대략 80년 정도인가?

       

        “저는 강바다라고 합니다. ‘강냉이’라는 회사를 운영 중이기도 하죠.”

       

        “반갑구나 아이야. 나는 멸천룡 그랑 라그나라고 한단다.”

       

        강바다라는 아이가 내민 명함을 받은 후 인사를 돌려주었다.

        그런 내 인사에, 강바다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부끄럽게도, 저 역시 라그나님의 방송 시청자라서…….”

       

        “호오. 그렇구나.”

       

        강바다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떴다.

        ……밖에서 내 시청자를 만나는 것은 처음인데?

       

        “재미있는 일이로구나.”

       

        “하하하. 정말 그렇군요!”

       

        웃음을 터뜨리던 그가 손을 내밀었다.

        잠시 그 의미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깨닫고는 나 역시 손을 내밀었다.

       

        꽉!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노력해 보마.”

       

        나와 강바다는 악수를 했다.

       

       

        *            *            *

       

       

        강바다 회장은 환호성을 지르고 싶은 것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해냈어! 우리가 해냈다고!’

       

        그의 눈앞에서 신비로운 외형을 가진 소녀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겉보기엔 그저 뿔이 달린 예쁜 소녀지만, 그 정체는 우주 단위에서 세는 것이 빠를 정도의 드래곤!

        그리고 오늘의 광고 주인공을 멋지게 뽐내줄 손님!

       

        사실 강바다 회장은 이 일이 진짜로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멸천룡 그랑 라그나를 호신용 무기의 광고 모델로 사용한다?

        그럼으로써 떨어진 호신용 무기 매출을 끌어올린다?

       

        아무리 그가 엉뚱한 생각을 자주 한다고 하더라도, 그도 현실을 볼 줄은 안다.

        그리고 정작 말을 꺼낸 그는 이 일의 가능성이 한없이 낮다고 생각했다.

        그냥 답답한 마음에, 그리고 그의 엉뚱한 발상이 사고를 쳤을 뿐.

       

        ‘그냥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해봤던 것인데…….’

       

        요청하기 전에, 대상에 대해 알고 싶어서 직접 방송을 시청했다.

        이미 회사 차원에서 멸천룡의 방송에 대해 다각도의 분석하고 있었지만, 정작 회사의 회장인 그는 그녀의 방송을 보지 않았다.

        회사 일이 워낙 바빠야 말이지.

       

        그래도 엉뚱한 말을 꺼낸 책임감으로써, 그리고 약간의 호기심으로 인해 시간을 내서 그녀의 방송을 시청했다.

        ……그리고 무섭게 빠져들었다.

       

        ‘재미있어!’

       

        다른 종족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보는 관점이 아예 다르기 때문일까?

        그녀의 방송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것은 강바다 회장의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했다.

       

        반쯤 농담으로 꺼냈던 멸천룡의 광고 모델 섭외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헌터 협회에 로비도 벌이고, 양지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멸천룡에게 제안도 보냈다.

        그리고 라그나 본인이! 실물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들어가실까요?”

       

        “그러자꾸나.”

       

        살풋 미소를 짓는 라그나의 모습에 강바다의 얼굴이 헤벌쭉…… 해지려다 멈췄다.

        아무리 덕질이 좋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그는 어디까지나 비지니스적인 용건으로 나온 한 회사의 회장!

        사실 상대가 그 유명한 드래곤만 아니었다면, 애초에 그가 나올 정도의 일이 아니기도 했다.

       

        ‘무기 매출도 올리고, 사심도 채우고. 좋구만 좋아.’

       

        강바다 회장은 80년 인생에 처음으로 덕질을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 회장님이 스트리머 덕질 하는 썰 푼다. 다들 착석해라.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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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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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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