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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2

        오늘의 광고 촬영의 주인공은 인간들의 ‘호신 무기’라는 것이었다.

       

        내가 출연하기에 내가 주인공이지 않은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출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광고’다.

        그리고 광고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광고로 돋보이고자 하는 물건일 수밖에 없다.

       

        ‘철저한 조연의 역할이라…… 이런 것도 오랜만이구나.’

       

        내가 이 ‘광고 촬영’에 흥미를 느낀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단순한 인터넷 방송 촬영과는 달리, 인간들의 본격적인 촬영 현장에 대한 흥미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멸천룡을 조연으로 사용하겠다’라는 의도가 상당히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초월자가 된 이후로 내가 조연이 된 경험이 얼마나 되겠는가?

        심지어 다른 초월자에 의한 것도 아니고, 필멸자가 초월자인 나를 조연으로 사용하겠다니 말이다.

       

        “기대되는구나.”

       

        “하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 말에, 오늘 광고 촬영을 담당한 PD라는 사람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PD라는 사람의 뒤로는, 이 촬영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일하는 이들로 보이는 인간들이 서 있었다.

        그들도 PD를 따라 나에게 고개를 숙인다.

       

        “대본은 숙지 하셨나요?”

       

        “그래.”

       

        PD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쯤이야,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좋습니다! 그럼 촬영 들어가 보겠습니다!”

       

        “효과팀! 준비해 주세요!”

       

        “카메라팀! 스탠바이!”

       

        “조명!”

       

        내 말에 인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저것이 이곳에서 사용하는 카메라인가?’

       

        내가 방송에서 사용하는 ‘캠’이라 부르는 카메라보다 확연하게 크다.

        크기가 큰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은 내 호기심을 채울 수는 없지.

       

        “분장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

       

        일단은 촬영부터 해보자.

       

       

        *            *            *

       

       

        이번에 촬영할 광고의 내용은 간단했다.

       

        몬스터에 의해 위협을 당하는 일반인.

        그때 여신이 나타나 호신 무기를 일반인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일반인은 그 호신 무기를 이용해 위기에서 탈출한다.

       

        많이 생략된 내용이지만, 큰 줄기만 보자면 저렇다.

        그리고 저기 있는 ‘여신’이 바로 내 역할이었다.

       

        ‘여신이라…….’

       

        나는 하얀색의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나의 지난 세월에서 여신으로서 숭배받은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신’하면 내 남편의 일 때문인지 좋지 않은 느낌부터 받고는 한다.

        뭐, 이제는 단순히 ‘신’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지만 말이다.

       

        “어머! 피부가 참 좋으세요!”

       

        “혹시 따로 애용하시는 미용 제품 있으세요?”

       

        내 얼굴에 화장을 해주던 여인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해봤다.

        미용 제품이라…….

       

        “화장품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단다.”

       

        “아, 그럼 타고나신 피부인가요?”

       

        “음…… 그렇다고 해야 하나?”

       

        아바타의 피부는 애초부터 이렇게 만드는 것이라서, 뭐라고 말하기가 좀 모호하다.

        타고났다면 타고난 것이 맞긴 한 데, 이 여인이 말하는 ‘타고났나?’의 의미가 그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촬영 들어가실게요!”

       

        “네~!”

       

        그때 방 밖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화장시켜 주던 여인이 크게 대답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은 후 내 양어깨를 잡았다.

       

        “어디 불편하시거나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글쎄?”

       

        딱히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지만, 드래곤인 내 기준으로 그것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

        그렇기에 나는 되려 질문을 던졌다.

       

        “네가 느끼기엔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이느냐? 인간들의 기준으로 괜찮아 보이느냐?”

       

        “저요? 어…… 최고 시죠.”

       

        “훗. 그럼 괜찮겠구나.”

       

        양손 엄지를 치켜세우는 여인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분장을 마친 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번 광고가 촬영될 세트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배우 이찬영이라고 합니다!”

       

        “배우 김가연이라고 합니다!”

       

        이번 광고에서 일반인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나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들에게, 나 역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오늘 광고를 함께 촬영하게 된 멸천룡 그랑 라그나라고 한단다. 반갑구나.”

       

        습관처럼 저렇게 말한 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나이는 내가 더 많겠지만, 저들은 나보다 더 오랫동안 배우 생활을 한 이들이다.

        나 역시 연기를 아예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차원에서는 처음이다.

        즉, 사실상 저들은 내 선배가 아닐까?

       

        “음. 선배님이라고 불러야 했을까?”

       

        “아뇨아뇨.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요! 정식 연기자도 아니시잖아요!”

       

        내 말에 두 아이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오.

        참으로 다정한 아이들이로구나.

       

        “다정한 이들과 함께 광고를 촬영하게 되어 기쁘구나.”

       

        “아이고. 저희가 영광이죠.”

       

        “진짜 아름다우십니다!”

       

        다행히 함께 촬영하는 이들은 착한 이들인 모양이다.

        괜히 인간도 아닌 존재가 연기한다고 트집을 잡으면 어떻게 될지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필멸자가 내 앞에서 진짜로 그럴 리는 거의 없겠지만.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네!”

       

        PD의 말에 우리는 움직였다.

       

        가장 먼저 들어가는 촬영은 저 두 배우다.

        광고의 순서상 저들이 먼저 나오는 것이 맞기도 했고, 동시에 인간들의 ‘연기’에 대해 모르는 내가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효과팀! 스탠바이!”

       

        “시작!”

       

        “하압!”

       

        배우들이 자기 자리에 서고, 카메라를 맡은 이들이 촬영 준비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한 사람이 마나를 일으켰다.

        ……능력자?

       

        “저 능력자는 왜 이곳에 있는 것이냐?”

       

        “아, 환각 계열 헌터입니다.”

       

        내 옆에 서 있던 강바다 회장이 내 질문에 답했다.

       

        능력자가 나오기 이전에는 세트장과 CG로 영상을 꾸몄다면, 능력자가 등장한 요즘에는 CG와 더불어 환상 능력자를 통해 특수 효과를 연출한다고 한다.

        그리고 환각 계열 능력자는, 촬영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광고와 관련된 환각을 일으킴으로써, CG 처리하기 이전의 촬영을 보다 실감 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진짜 몬스터를 풀어놓을 수는 없지만, 몬스터의 환각이라도 보면서 연기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테니까 말입니다.”

       

        “호오. 옳은 말이다.”

       

        하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몬스터가 있다고 가정하고 연기하기보다는, 환각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보면서 연기하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

       

        나는 내 항마력에 막혀 사라지려 하는 환각 능력을 일부러 받아들였다.

        그러자 내 눈에도 이곳에 있는 인간들이 보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크와아앙!

       

        “꺄악!”

       

        “몬스터다!”

       

        “살려주세요~!”

       

        공룡을 닮은 몬스터가 울부짖고, 그것에 맞추어 배우들이 연기한다.

       

        “NG입니다!”

       

        “다시 들어갈게요!”

       

        중간에 실수를 했을 때는 환각이 사라지고, 배우들은 다시 대본을 보며 대사를 다시 기억한다.

        때로는 몇몇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PD와 함께 상의하며 몇몇 장면을 다시 찍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들이 나에게는 흥미로웠다.

       

        “옴뇸뇸.”

       

        이곳에 준비되어 있던 과자를 먹으며 촬영을 구경했다.

        그리고 그들의 연기를 구경하며, 인간들의 연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해 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촬영 준비 부탁드립니다.”

       

        “그래.”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먹던 과자를 한입에 털어 넣고,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촬영을 이어 나가던 두 배우, 그리고 PD와 한 인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분은 저희 효과팀의 염동 능력자십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구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 염동 능력자라는 인간이 손을 내밀기에, 나 역시 손을 내밀어 악수를 받아주었다.

       

        “아싸!”

       

        “???”

       

        왜 나랑 악수한 손을 부여잡고 좋아하는 것일까?

       

        “이분이 라그나님을 위로 올려주실 겁니다.”

       

        PD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촬영 내용대로라면, 여신인 나는 하늘에서 빛과 함께 내려온다.

        그리고 일반인을 축복하며, 그들에게 광고할 호신 무기를 건네주게 된다.

       

        “그럼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네~!”

       

        “알겠다.”

       

        PD의 말에 인간들이 일사불란하게 준비하기 시작한다.

        배우들은 바닥에 몸을 뉘이고, 염동 능력자는 나를 향해 염동력을 사용한다.

       

        “끄으응~!”

       

        “…….”

       

        “……으응?”

       

        하지만 내 몸이 들려지는 일은 없었다.

        당황하며 내 몸을 향해 자기 염동력을 사용하는 아이.

        하지만 그 아이의 염동력은, 내 몸에 닿자마자 그대로 사라질 뿐이었다.

       

        “어? 무슨 문제 있습니까?”

       

        “그, 그게…….”

       

        “이런.”

       

        아무래도 이 염동 능력자의 염동력이 한참이나 약한 모양이다.

        이 아바타는 내 용금을 이용해 빚어낸 것이다.

        아무리 내가 의식적으로 항마력을 낮춘다고 한들, 초월자였던 남편으로부터 비롯되고, 내 멸천의 힘에 변질한 금속에겐 기본적인 항마력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아이의 능력은 용금의 기본적인 항마력조차 뚫어낼 수 없을 정도로 약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겠지.

       

        “아이고.”

       

        “그런…….”

       

        내 설명을 들은 스태프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염동 능력자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란다.”

       

        저렇게 약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다른 헌터들처럼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이겠지?

        그리고 이런 곳에서 일하는 정도로는, 저렇게 약한 능력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내가 나타난 것은……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저 우연한 사고라고 할 수 있겠지.

       

        “너는 잘못한 것이 없단다.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단다.”

       

        “아아아…….”

       

        살짝 힘을 내어서 염동 능력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내 힘에 아주 살짝 영향을 받은 염동 능력자는, 금세 죄책감을 떨쳐 내곤 감격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광신에 찬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부작용은 없을 거다.

       

        “난감하네요.”

       

        “내용을 조금 바꿀까요?”

       

        “와이어 장비 있어?”

       

        어쨌든 하늘에서 내가 내려온다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

        어떻게든 다른 방법으로 나를 하늘에 띄우든지, 혹은 촬영 내용을 변경하든지 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회의에 들어가는 스태프들.

        나는 그런 그들에게 말했다.

       

        “하늘을 나는 것 정도라면, 내가 직접 할 수 있다만?”

       

        “??”

       

        “?!”

       

        “네?”

       

        스태프들이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초월자가 그 정도도 못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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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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