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64

        새로운 날이 밝았다.

        그리고 그 말은, 내가 새로운 방송을 시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반갑습니다!”

       

        = “하요하요.”

       

        = “와!!! 반갑습니다!!”

       

        “…….”

       

        그리고 나는 나를 제외한 7명의 목소리를 들으며 팔짱을 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            *            *

       

       

        사태는 오늘 방송을 시작하기 1시간 전에 일어났다.

        평소처럼 방송 준비하고, 오늘 마실 음료수를 정하고, 오늘 진행할 콘텐츠를 한 번 더 점검할 때였다.

       

        띵동!

       

        “음?”

       

        갑자기 토크코드를 통해 메시지가 날아왔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살랑미미’.

       

        – 언니! 시간 돼요?

       

        “으음?”

       

        갑자기 이 아이가 왜 나에게 연락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고, 방송을 시작하기까지 시간도 조금 남아 있었기에 메시지를 통해 답변을 해주었다.

       

        – 괜찮다만?

        – 아! 그럼 혹시 오늘 일정 있나요?

        – 일정?

        – 방송이요.

        – 오늘 방송 컨텐츠 정해진 것 있나요?

       

        “방송 콘텐츠라…….”

       

        오늘 내가 진행할 방송 콘텐츠는 딱 정해져 있지는 않았다.

        다만 간단하게 잡담을 하고, 그 이후에 내 팬카페라는 곳을 구경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어떠냐는 매니저들의 권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렇게 진행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 몇 가지 생각한 것은 있는데…… 왜 그러느냐?

        – 언니언니! 그럼 빨리 이곳으로 들어와 봐요.

        – [링크]

       

        “으음?”

       

        어딘가 급하게도 보이는 살랑미미의 메시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링크를 눌렀다.

        그리고…….

       

        띠롱!

       

        = “마지막 멤버 왔습니다!”

       

        = “오오오!! 왔다!”

       

        = “하이요!”

       

        “……으음?”

       

        그렇게 나는 뜻하지 않은 세 번째 합방을 하게 되었다.

       

       

        *            *            *

       

       

        = “아이고 미미야! 이게 무슨 일이니!”

       

        = “누나! 저렇게 대단한 분을 모셔 오면 어떻게 해!”

       

        = “아이고! 우린 다 죽었어!”

       

        내 정체가 밝혀지자마자 한동안 스피커가 시끄러워졌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도 내가 이 대규모 합방에 참여하게 될 거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죽일 생각은 없는데?

       

        = “살랑미미의 자판기님! 만원 감사하다냥! 아리가또다냥!”

       

        = “저저저! 돈미새가 사고 쳤다!”

       

        = “사고 쳤다!!”

       

        “…….”

       

        그런데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지금까지 진행했던 합방과는 달리 귀가 시끌시끌하다.

       

        내가 경험했던 합방은 두 가지.

        최강 물소와 단둘이 진행했던 ‘게임 합방’이 있었고, 최강 물소와 살랑미미와 함께 진행한 3인 합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이렇게까지 시끄럽지 않았다.

       

        ‘내 눈치를 본다고, 둘 다 제대로 말하기조차 어려워했지.’

       

        그런데 이곳에는 나를 제외하고 7명의 인간들이 모여 있다.

        심지어 얼굴을 직접 맞대지 않는, 그냥 목소리만 주고받는 환경이다.

        그래서일까?

        귀가 얼얼할 정도로 시끄럽다.

       

        그렇다고 이런 환경이 싫은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었다.

        지금껏 조용조용하게 진행되었던 내 방송 역사에서, 이렇게 시끄러운 방송이 언제였을까?

       

        = “아니! 철수 네가 아무나 데려오라며!”

       

        = “아무나도 정도가 있지!”

       

        = “아 왜! 나랑 라나 언니는 현실 합방도 한 찐친이라고!”

       

        = “누나만 찐친이면 뭐 해!”

       

        “…….”

       

        그런데 본인을 놔두고 싸우는 것은 어떨까 싶다.

        나도 입 있고, 생각할 줄 알고, 말할 줄 아는데 말이다.

       

        “큼큼!”

       

        슬쩍 목을 푸는 척하며 내가 여기 있음을 알린다.

        인터넷에서 보니, 인간들은 이런 방식으로 인기척을 낸다고 했는데…….

       

        = “와! 싸인 받을 수 있을까?”

       

        = “해 봐. 해 봐! 재미있겠다.”

       

        = “와! 랜선 싸인!”

       

        = “철수넴! 말이 넘 심하신 거 아니에요?”

       

        = “미미넴! 머리가 안녕하신 거 아닙니까?”

       

        “…….”

       

        사람이 많아서인가?

        내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하는 이들이 없구나.

       

        살짝 기세를 드러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기세를 드러내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방송 준비를 시작했다.

        왜냐하면 슬슬 방송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 라하!

        – 용하!

        – 라하라하!

        – 반가워영!

        – 읭? 무슨 상황이지?

        – 엉?

        – 뭐임?

       

        “반갑구나 아이들아.”

       

        채팅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내 고막을 괴롭히는 7명의 방송인들의 목소리처럼.

       

        “지금 상황이 많이 당황스러울 거라는 것은 잘 안단다.”

       

        – ㅇㅇ

        – 넹.

        – 일단 설명 좀 해주셔야 할 듯?

        – 헐. 철수형이 왜 여기 있음?

        – 로단님이네?

        – 타스 언급 벤 아님?

        – 그런 조항 없음.

       

        “내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냐면…….”

       

        시청자들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려다 잠시 고민해 보았다.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시청자들의 어떤 오해도 없이 이해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겠다.”

       

        – 엌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설명하길 포기했엌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나는 그냥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            *            *

       

       

        계획에도 없고, 정신도 없었던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간신히 정신을 차린 7명의 방송인들은, 그제야 잊고 있던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철수라고 합니다.”

       

        “그래. 난 멸천룡 그랑 라그나라고 한단다.”

       

        내가 갑자기 끼어들게 된 합방의 주최자인 ‘철수’라는 방송인을 시작으로, 모두가 자기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일단 이번 합방의 주최자인 ‘철수’.

        피아노 연주와 잡담을 메인 콘텐츠로 하는 ‘도돌순이’.

        하드코어 게임 공략 방송을 메인으로 삼는 ‘포동순대’.

        게임 방송을 주로 하는 ‘서시내’.

        마찬가지로 게임 방송을 주로 하는 ‘블렌드’.

        이들 중 유일하게 ‘버튜버’ 방송을 진행하는 ‘나리랑나랑’.

        그리고 나를 이 합방에 끌고 온 ‘살랑미미’까지.

       

        “음? 합방의 주최자라는 말은, 이 합방은 본래 멤버가 정해져 있다는 말이냐?”

       

        = “네. 원래는 다른 사람이 왔어야 했는데요.”

       

        본래라면 내가 아니라 다른 이가 내 자리에 있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 사람은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참여하지 못했고, 이곳에 모인 7명은 급하게 대체 멤버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그리고 철수의 도발을 받은 살랑미미가 나를 데리고 왔다고…….

       

        “아하. 그렇게 된 일이로구나.”

       

        – 아닠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그럴 수 있지.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혹시 예정된 일이 있으시다면 죄송합니다. 저희가 괜히 방해를 한 것이 아닌지…….”

       

        “아니다. 나 역시 딱히 정해 둔 일정은 없었단다.”

       

        그저 ‘이런 것을 하면 어떨까?’ 정도의 생각만 있었기에, 딱히 일정에 방해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런 돌발상황 역시, 어떤 의미로는 콘텐츠 감이 되지 않겠는가?

        실제로 시청자들도 재미있어하는 중이었고 말이다.

       

        “원한다면 내가 8번째 멤버가 되어 줄 수 있단다.”

       

        = “와! 정말요?!”

       

        = “와! 대박!”

       

        “다만…… 나는 방송 종료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그것은 괜찮으냐?”

       

        = “아이고! 당연하죠! 그 정도쯤이야 얼마든지 들어드릴 수 있죠!”

       

        좋다. 이것으로 협상 체결이다.

        비록 계획에 있던 합방은 아니었으나, 때로는 이렇게 즉흥적으로 콘텐츠를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방송 선배들과 함께 진행하는 합방이라면 더더욱.

       

        “큼큼! 그럼 자기소개를 하마. 나는 멸천룡 그랑 라그나라고 한단다. 이렇게 많은 방송 선배들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구나.”

       

        = “와아아아!!”

       

        = “짝짝짝!”

       

        = “환영해요!”

       

        내 자기소개에 선배님들이 열렬하게 환호를 보내주었다.

        다행히 나를 꺼려한다거나, 혹은 무서워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 “자자! 그럼 사람들도 다 모였으니, 게임 시작해 볼까요?”

       

        “……게임?”

       

        = “아차! 철수야! 라나님은 오늘 뭐 하는지 모르시잖아!”

       

        = “아차차!”

       

        뒤늦게 선배님들이 오늘 함께 할 게임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그 게임을 구매 및 설치를 했다.

       

        “헌터 VS 에일리언?”

       

        – 아! 이거!

        – 요즘 유행하는 마피아 게임이에요.

        – 트롤만 없으면 재미있는 게임.

        – 마피아!

        – 오오오!! 마피아 게임이다!

       

        시청자들 중에서 이 게임에 대해 아는 이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게임에 대해 무지한 나를 위해, 철수 선배가 게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게임은 최대 8명까지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게임이다.

        8명의 인원 중 랜덤한 2명의 사람은 ‘에일리언’이라는 괴물이 되고, 남은 6명은 헌터가 된다.

        게임의 승리 조건은, ‘에일리언’은 자신들의 정체를 숨긴 채 헌터들을 죽여 자신들과 같은 숫자로 만드는 것.

        그리고 ‘헌터’들은 숨어 있는 모든 ‘에일리언’을 찾아 투표로 처형하는 것이다.

       

        다만 그것만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각자에게 주어지는 미션이라든지, 각자 자신만 알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갖춘 직업과 같은 것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 “일단 설명은 여기까지고요, 나머지는 게임을 하면서 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습니까?”

       

        “그래.”

       

        고놈. 설명을 아주 잘하는구나.

        철수의 똑소리 나는 설명에 나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 “드가자 드가자!”

       

        = “제발 에일리언 걸리게 해주세요!”

       

        = “가즈아!”

       

        = “있다 봬요 라나 언…….”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은 ‘영매사(헌터)’입니다.]

       

        시끄럽게 울리던 소리가 멈추고, 게임 화면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평면으로 이루어진 텅 빈 방 안에, 내 캐릭터만이 덜렁 모습을 드러내었다.

       

        “음? 게임이 시작된 것인가?”

       

        – 넹

        – ㅇㅇㅇㅇ

        – 이제 진행하시면 됩니다.

        – 와씨. 마피아 합방이라닠ㅋㅋㅋ

        – 개꿀잼이겠닼ㅋㅋㅋㅋ

        – ㄹㅇㅋㅋ

       

        그렇게 나의 세 번째 합방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게임은 ‘어몽어스’와 ‘구스구스 덕’을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초월자와의 합방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잔넨! 깜짝 합방이었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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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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